6-2화: 운명의 갈림길
VIP 라운지의 문이 등 뒤로 닫혔다. 철컥, 잠금 소리.
채은은 소파에 앉은 낯선 남자를 바라보았다. 나이는 쉰 중반쯤 되었을까. 검은색 수제 양복, 손목에는 백금으로 된 파텍 필립 시계, 왼손 약지에는 동유럽 구 귀족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인장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는 위스키 잔을 손으로 천천히 돌리며 채은을 관찰했다. 마치 새로 들인 애완동물의 품질을 평가하듯이.
“이슈트반, 이 아가씨가 그 반항적인 한국 학생이야?”
남자의 헝가리어는 부드러웠지만, 거기에는 오랜 권력에 길들여진 자의 여유가 배어 있었다.
“그렇습니다, 국장님.”
이슈트반이 문가에서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국장. 이 남자는 공무원이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공무원인지는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다. 부다페스트의 어둠을 관리하는 자인지, 아니면 그 어둠 자체인지.
“한국 학생들 중에는 이렇게 고집 센 애들이 가끔 있더라고요. 하지만 길들이는 재미가 쏠쏠하죠.”
이슈트반이 덧붙이며 채은을 소파 쪽으로 밀었다.
채은은 휘청이며 소파 맞은편에 섰다. 그녀의 다리는 후들거렸고, 독방에서의 영양실조로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나 그녀는 앉지 않았다. 이 남자 앞에 앉는다는 것은 굴복의 첫 신호였다. 그녀는 아직 굴복하지 않았다.
“자존심이 아직 남아 있네.”
국장이라는 남자가 미소 지었다.
“마음에 들어. 완전히 꺾일 때까지의 과정을 즐기는 게 내 취미거든.”
그는 천천히 일어나 채은 주위를 걸었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찢겨진 블라우스, 까진 무릎, 독방의 곰팡이 냄새가 밴 머리칼을 천천히 훑고 내려갔다. 그 시선은 성적인 것이기보다, 소유물의 상태를 점검하는 말 구매자의 시선에 가까웠다.
“이슈트반, 이 물건은 좀 손상이 있네. 독방에 너무 오래 뒀나?”
“나흘쯤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쓸 만합니다. 피아노 실력은 수준급이라, VIP 접대용으로는 최고죠.”
“피아노… 좋아. 음악은 교양의 최고봉이니까. 하지만 이 물건의 진짜 가치는 다른 데 있겠지.”
국장이 다시 소파에 앉으며 손가락으로 맞은편 자리를 가리켰다.
“앉아, 아가씨. 나는 네 적이 아니야. 오히려 네 구원자일 수도 있지. 이슈트반, 너는 잠시 밖에 나가 있어라. 이 학생과 단둘이 대화 좀 하고 싶으니까.”
이슈트반은 잠시 망설였다. 그가 누군가의 명령에 순종하는 모습을 채은은 처음 보았다. 그러나 그 망설임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문 밖으로 물러났다. 철컥, 문이 다시 잠겼다.
방 안에는 채은과 국장, 단둘이 남았다. 벽난로의 장작이 탁 하고 터지며 불꽃을 튀겼다.
“내 이름은 밝히지 않겠어. 그냥 국장이라고 불러. 실제로 나는 이 나라의 어느 부서 국장이니까.”
국장이 위스키 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말을 시작했다.
“이슈트반은 사업가야. 나쁘게 말하면 사채업자고, 더 나쁘게 말하면 인신매매범이지. 하지만 그는 작은 물고기일 뿐이야. 이 도시에는 그보다 훨씬 큰 물고기들이 있어. 바로 나 같은 사람들이지.”
채은은 말없이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녀의 뇌리는 이미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 남자는 단순한 VIP가 아니었다. 그는 이슈트반의 상전이었다. 그렇다면 이슈트반의 약점을 쥐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슈트반이 네 편지를 적발했어. 그리고 그걸 나한테 보고했지. 원래 같았으면 너는 지금쯤 지하 4층 독방에 갇혀서 평생 햇볕을 못 봤을 거야. 하지만 내가 이슈트반을 말렸어.”
“왜죠?”
채은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쉰 듯 갈라져 있었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단단한 심지가 남아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네가 쓸모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너는 똑똑해. 피아노도 잘 치고, 언어도 능통하고, 무엇보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집요함이 있어. 그런 인간은 흔하지 않아.”
국장이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말을 이었다.
“나는 지금 이 나라에서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야. 동유럽 전역의 유흥 및 접대 산업을 합법적인 관광 비즈니스로 세탁하는 일이지. 이슈트반 같은 장사치들은 내가 필요하고, 나는 그들을 통해 돈을 벌어. 그런데 이 사업을 아시아로 확장하려면, 너 같은 사람이 필요해.”
“무슨 뜻이죠?”
“너는 한국인이고, 일본어도 어느 정도 하고, 영어도 하고, 유럽 문화에도 적응했어. 게다가 음악이라는 교양까지 갖췄지. 이런 인재는 이 바닥에서 진짜 드물어. 이슈트반은 네가 단순한 접대부나 리크루터로 쓸모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좀 더 크게 보고 있어.”
국장이 서류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탁자 위에 펼쳤다. 그것은 출국 허가서였다. 헝가리 경찰청 직인이 찍혀 있고, 한채은이라는 이름과 그녀의 여권 번호가 기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이미 서명이 되어 있었다.
“이게 뭐죠?”
채은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네 자유야. 내가 서명했어. 내일 아침, 너는 이 종이 한 장만 있으면 부다페스트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어. 아무도 너를 막지 못해. 이슈트반도, 경찰도, 아무도.”
채은은 종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유. 그녀가 꿈꾸던 바로 그것. 그런데 왜 이렇게 불길한 느낌이 드는 것일까.
“조건이 뭐죠?”
그녀가 물었다.
“역시 똑똑하군.”
국장이 미소 지었다.
“조건은 간단해. 너는 한국에 돌아가서, 거기서 나를 위해 일하는 거야. 한국에는 지금 부다페스트 같은 지하 접대 시스템이 부족해. 합법적인 유학원, 어학원, 음악 레슨 스튜디오를 위장으로 세우고, 거기서 유럽 유학을 꿈꾸는 젊은 애들을 모집하는 거지. 그리고 그중에서 적합한 인재들을 우리 쪽으로 보내는 거야. 마치 네가 여기서 했던 것처럼.”
채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위험 속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슈트반은 단순한 포주였다. 그러나 이 남자는 국제적인 인신매매 네트워크의 우두머리였다.
“거절하면요?”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거절하면, 이슈트반의 원래 계획대로 진행될 거야. 너는 지금부터 평생 이 건물을 떠나지 못하고, 올레나라는 그 우크라이나 여자도 네 죄를 뒤집어쓰고 죽겠지. 아, 그리고 네 부모님도.”
국장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무심하게 말했다.
“네가 여기서 죽거나 사라지면, 이슈트반은 네 부모님한테 빚을 받아내려고 할 거야. 네가 진 1,200만 포린트 말이야. 그 돈을 네 부모님이 갚을 수 있을 것 같아?”
채은은 탁자 위의 출국 허가서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정보들이 동시에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첫째, 이슈트반의 지시로 페테르는 오늘 밤 혼자 야간 근무를 선다. 교대 시간은 오후 6시. 지금은 밤 10시가 넘었으니, 페테르가 복도를 혼자 지키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둘째, 올레나의 방은 이 층의 반대쪽 복도에 있었다. 배수 시스템을 통해 그녀와 소통할 수 있다. 만약 페테르가 잠시 자리를 비운다면, 올레나의 방으로 가는 복도에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셋째, 이 건물의 지하 3층 배수로는 18세기의 오래된 석조 구조로, 지상의 세탁실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녀가 매일 밤 귀로 확인한 물소리, 파이프의 진동, 공기의 흐름.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지도를 이루고 있었다. 세탁물 수거 차량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새벽 4시에 도착한다. 오늘은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밤이었다.
넷째, 일디코는 해고되었지만, 그녀는 이 건물의 청소부였다. 청소부는 세탁실의 키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일디코가 건네준 편지가 적발되기까지 3일이나 걸렸다는 것은, 이 건물의 감시 시스템에 분명 빈틈이 있다는 뜻이었다.
다섯째, 지금 그녀의 눈앞에는 출국 허가서가 놓여 있었다. 가짜일 수도 있다. 아니, 가짜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 그러나 이 서류는 적어도 그녀가 지상층까지는 무사히 이동할 수 있는 보호막이 되어줄 수 있었다. 경비원들이 이 서류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을까? 아마도 못 할 것이다. 국장이라는 이름이면 충분했다.
“생각할 시간을 줘요.”
채은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이지. 하지만 오래 주진 않아. 내 비행기가 두 시간 후에 출발하거든. 그전에 네 결정을 들어야 해.”
국장이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이슈트반은 왜 나한테 그렇게 집착하는 거죠? 다른 여자들도 많을 텐데.”
“아, 그거?”
국장이 코웃음을 쳤다.
“이슈트반은 원래 한국인을 싫어했어. 젊었을 때 한국 기업이랑 계약 문제로 크게 데인 적이 있거든. 그래서 한국 유학생들만 보면 꼭 자기 손으로 망가뜨려야 직성이 풀리는 거야. 너는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먹잇감이고. 그런데 네가 끝까지 저항했잖아. 그게 그 늙은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지.”
채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그녀에게 작은 씨앗 하나를 심어주었다. 이슈트반은 그녀를 개인적인 복수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복수심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리고 이성을 잃은 자에게는 반드시 빈틈이 생긴다.
30분 후, 국장은 채은의 방에서 나갔다. 그녀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답했고, 국장은 새벽 2시까지 기다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을 믿지는 않았다.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지금부터 새벽 4시, 세탁물 수거 차량이 도착할 때까지였다.
방문 밖에는 페테르가 서 있었다. 오늘 밤은 그 혼자 야간 근무였다. 채은은 배식구를 통해 복도를 살폈다. 페테르는 벽에 기대어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페테르.”
채은이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페테르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
“왜.”
“아까 네가 왜 나는 아직 안 포기했냐고 물었지?”
“…그랬지.”
“그 답을 지금 해줄게. 나는 포기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나는 아직 한 사람도 해치지 않았기 때문이야. 나는 이곳에서 그 어떤 여자도 직접 괴롭히지 않았어. 하지만 이제 선택의 순간이 왔어. 나는 오늘 밤, 이곳을 나갈 거야. 혼자가 아니라, 올레나와 함께.”
페테르의 눈이 커졌다.
“미쳤어? 들키면 너뿐만 아니라 나도 죽어.”
“페테르, 잘 들어. 오늘 새벽 4시에 세탁물 수거 차량이 와. 그 차는 지하 주차장을 통해 세탁실로 연결돼. 나는 이 건물의 배수 구조를 알고 있어. 올레나의 방에서 세탁실까지 가는 길도 알고 있고. 지금 필요한 건, 네가 4시 정각에 올레나의 방 문을 열어주는 것뿐이야. 1분이면 충분해.”
“네가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아…”
“나는 피아니스트야. 나는 소리를 들어. 이 건물이 내는 모든 소리를.”
페테르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의 손가락이 휴대폰을 쥔 채 떨렸다. 그는 작은 균열에서 시작해, 이제 완전히 갈라지기 직전이었다.
“내가 널 도와주면… 나는 어떻게 되는데.”
“너도 같이 나가면 돼. 그 차량은 시 외곽의 세탁 공장으로 가. 거기서부터는 자유야. 네가 원한다면 경찰에 신고해도 좋고, 아니면 그냥 도망쳐도 좋아. 하지만 이곳에 남아서 평생 사람들을 가두고 괴롭히는 일을 계속할 순 없잖아.”
“나는… 나는 어떤 잘못도 안 했어. 그냥 문이나 지켰을 뿐이야.”
페테르가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그게 바로 잘못이야.”
채은은 단호하게 말했다.
“문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공범이야.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멈출 수 있어.”
페테르는 긴 침묵 끝에,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 3시 30분.
채은은 방 안에서 마지막 준비를 했다. 그녀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돈도, 여권도, 핸드폰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에는 지도가 있었다. 배수로의 구조, 경비원들의 교대 패턴, 세탁물 차량의 동선. 그 모든 것이 그녀의 유일한 무기였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국장이 건넨 출국 허가서가 쥐어져 있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이 종이 하나가 그녀를 지상층까지 안전하게 이끌어줄 방패는 될 수 있었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페테르가 복도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공포로 창백했지만,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4시 정각까지 30분 남았어. 세탁실 문은 내가 미리 열어놨어. 올레나의 방 문도 지금 열었고.”
“고마워요, 페테르.”
“고맙다는 말은 나중에 해.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채은은 복도로 나왔다. 그녀의 맨발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을 조용히 밟았다. 그녀는 지하 3층의 익숙한 복도를 가로질러 올레나의 방으로 향했다. 문은 페테르가 열어둔 대로 활짝 열려 있었다.
방 안에서 올레나는 침대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멍들고 부어 있었지만, 눈동자만은 살아 있었다. 채은이 손을 내밀자, 올레나는 그 손을 덥석 잡았다.
“가자. 지금이야.”
채은이 속삭였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복도를 달렸다. 페테르가 미리 알려준 경로를 따라, 비상계단을 오르고, 사용하지 않는 린넨 보관실을 통과하고, 마침내 지하 1층의 세탁실에 도착했다.
세탁실은 거대한 산업용 세탁기들로 가득 차 있었고, 벽에는 깨끗한 시트와 타월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세탁실 반대편에는 외부로 통하는 화물용 출입구가 열려 있었다. 그 너머로는 지하 주차장이 보였고, 주차장 한가운데에는 흰색 세탁물 트럭이 후진등을 켠 채 대기하고 있었다. 트럭의 시동 소리가 지하 주차장에 낮게 울려 퍼졌다.
“저 트럭이야. 저걸 타고 나가.”
채은이 올레나를 트럭 쪽으로 밀었다.
“채은은… 같이 가는 거지?”
올레나가 두려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 순간, 채은은 자신이 선택의 순간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지금 올레나와 함께 트럭에 올라탈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또한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떠나면, 이슈트반과 국장은 그녀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그녀의 부모님을 찾아갈 것이고, 한국에 있는 그녀의 친구들을 위협할 것이며, 그녀가 여기서 쌓은 모든 빚과 죄를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뒤집어씌울 것이다.
그리고 페테르. 그가 그녀를 도와준 사실이 발각되면, 그는 죽는다. 이 건물의 다른 희생자들은 어떻게 되는가. 올레나 같은 여자들이 아직 여섯 명이나 더 있다. 그들은 누가 구해줄 것인가.
트럭의 운전석 문이 열리고, 운전기사가 내렸다. 그는 담배를 꺼내 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그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새벽 4시까지는 아직 5분이 남아 있었다. 지금이 기회였다.
채은은 손에 쥔 출국 허가서를 내려다보았다. 그 종이 한 장은 그녀에게 자유를 약속했지만, 그 자유는 또 다른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국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한국으로 돌아가 그의 하수인이 되는 것. 아니면 지금 당장 이 트럭을 타고 도망쳐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
아니면…
세 번째 선택지가 있었다. 국장의 출국 허가서를 이용해 일단 건물을 빠져나가고, 대사관으로 직행하는 것. 한국 대사관이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곳에서 모든 것을 폭로하는 것. 그녀가 목격한 것, 그녀가 겪은 것, 그녀가 저지른 것들.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범죄도 고백하는 일이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녀는 자유를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감옥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그녀는 한채은으로서 진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럭의 시동 소리가 커졌다. 새벽 4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올레나는 이미 트럭의 화물칸 문을 열고 안으로 올라타려 하고 있었다.
“채은! 빨리!”
올레나가 손을 내밀었다.
채은은 심호흡을 했다. 그녀의 심장은 폭발할 것처럼 뛰고 있었다. 그녀의 뇌리는 지금까지 수집한 모든 정보, 모든 가능성, 모든 시나리오를 계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선택해야 했다.
당신의 선택은? (최종 분기점)
채은은 허세의 대가로 쳐진 촘촘한 거미줄 한가운데에 갇혔습니다. 부패한 권력자들의 추악한 욕망이 도사린 밀실 문 앞에서, 그녀에게 주어진 선택은 무엇입니까?
[선택 1] 다가오는 거대 카르텔의 공포에 질려 결국 탈출을 포기하고 굴복한다.
[선택 2] 목숨을 걸고 온천 지하의 유일한 통로를 통해 끝까지 대항하여 탈출한다.(무료)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채은의 잔혹한 운명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