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그림자 스페인편 #001] 백색의 늪 — 1화: 문을 두드리는 자들

1화: 문을 두드리는 자들

라울 가르시아의 사무실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오래된 상업 지구 3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천장이 낮고 창문은 하나뿐이었으며, 그 창문 너머로는 늘 회색 빛깔의 갈리시아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비는 어제도 내렸고, 오늘도 내리고 있었으며, 내일도 내릴 것이 분명했다. 이 도시의 비는 어떤 사건보다도 더 오래 지속되는 진부한 일상이었다.

라울은 책상 서랍을 열고 마지막 남은 담배갑을 꺼냈다. 세 개의 담배가 남아 있었다. 그는 하나를 빼내 불을 붙이고, 나머지 두 개는 다시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다. 담배 연기가 사무실의 눅눅한 공기와 섞여 천장으로 스며들었다. 책상 위에는 법원에서 빼돌린 서류 위조 건의 복사본이 널려 있었다. 그는 그 서류들을 한 번 훑어보고는 무표정하게 다시 정리했다. 작년 겨울, 그는 법원 행정직에서 해고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압박을 받고 물러난 것이었다. 서류 한 장의 위치를 바꾸는 일에 300유로를 받은 것이 발각되었다. 그 돈은 어머니의 약값이었다. 그는 자신을 변호하지 않았다. 변호할 이유도, 변호할 용기도 없었다.

그 후로 라울은 ‘민간 조사원’이라는 간판을 걸었다. 실제로 그는 조사원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관찰자였고, 기록자였으며, 때로는 증거를 수집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쪽에 넘기는 중개자였다. 그는 추리하지 않았고, 추격하지 않았으며, 총을 쏘지도 않았다. 그의 무기는 카메라였고, 그의 방패는 무관심이었다. 그가 하는 일은 단순했다. 누군가가 돈을 주면, 그는 그 돈에 해당하는 만큼의 정보를 수집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날 오후, 비가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을 때, 두 명의 방문객이 그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남자는 50대 중반으로 보였고, 잘 다듬어진 회색 수염과 값비싼 양복을 입고 있었다. 여자는 같은 연령대였으며, 진주 귀걸이를 하고 손에 가죽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들의 외모는 이 낡은 건물의 3층 사무실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미술관에 전시된 초상화가 갑자기 걸어나온 것 같았다. 라울은 담배를 끄고 일어나 그들을 맞이했다.

“라울 가르시아 씨입니까?”

남자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정중했다. 그러나 그 정중함 뒤에는 익숙한 종류의 무언가가 숨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의식하는 사람들이 갖는 특유의 태도였다.

“그렇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죠?”

라울은 그들에게 의자를 권했다. 여자는 의자 가장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았고, 남자는 좀 더 편안한 자세로 앉았다. 그들의 시선은 사무실 구석구석을 스캔했다. 벽지가 벗겨진 벽, 녹슨 파일 캐비닛, 그리고 바닥에 쌓인 서류 더미. 그들의 눈빛에는 분명한 평가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평가를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저희는 딸을 찾고 있습니다.” 여자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떨림이 진심인지, 아니면 연기인지는 라울이 판단할 수 없었다. 그는 많은 의뢰인을 보아왔고, 그들 대부분은 연기를 잘했다.

“딸의 이름은 에레나입니다. 에레나 발카르셀. 올해 스물네 살이 되었어요.”

라울은 컴퓨터 모니터 뒤에서 노트북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했다.

“실종 신고는 하셨습니까?”

“경찰에 갔어요. 하지만 그들은…” 남자가 잠시 멈추었다. 그의 입술이 살짝 굳어졌다. “그들은 성인이 자발적으로 집을 나간 경우,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어요. 그녀는 1년 전에 집을 나갔고, 가끔 연락이 오긴 했지만…”

“연락이 온다고요?”

“네. 짧은 문자 메시지였어요. ‘잘 지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게 전부였죠. 하지만 최근 3개월 동안은 아무 연락도 없었습니다. 그녀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고, 계좌는 사용되지 않고 있어요.”

라울은 메모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이미 이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성인이 자발적으로 가출한 경우, 경찰이 나서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1년이나 지난 사건이었다. 그는 이런 사건을 많이 보아왔다. 대부분은 가출한 자녀를 찾으려는 부모의 집착이었고, 그중 일부는 자녀가 가족을 피해 도망친 경우였다. 그러나 이 부부는 달랐다. 그들의 외모와 태도는 단순한 집착 이상의 무언가를 암시했다.

“에레나는 왜 집을 나갔습니까?” 라울이 물었다.

여자가 대답하려 했지만,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했어요. 경제학과였죠. 우리는 그녀가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가 잠시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자신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느꼈나 봐요. 우리는 단지 그녀의 미래를 위해서였는데…”

라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말을 수백 번 들어왔다. 부모는 자신의 통제를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포장한다. 아이는 그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 도망친다. 그런데 이 부부는 왜 이제 와서 딸을 찾으려는 것일까? 1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그녀가 마지막으로 연락한 곳이 어디인지 알고 계십니까?”

여자가 가방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은 우편물의 일부였고, 발송인 주소가 적혀 있었다.

“갈리시아 외곽의 작은 마을이에요. 산타 크루스 데 리베이라라는 곳인데, 인구가 200명도 안 되는 곳이죠. 에레나는 그곳에 있는 어떤 종교 공동체에 속해 있는 것 같아요.”

라울은 그 종이를 받아들었다. 주소는 분명했다. 그러나 그 마을의 이름은 그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그는 컴퓨터를 켜고 그 지역을 검색했다. 화면에 떠오른 것은 안개에 휩싸인 시골 풍경과 오래된 석조 건물들의 사진뿐이었다.

“종교 공동체라고 하셨죠? 어떤 종류의 공동체입니까?”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그녀는 처음에는 ‘영적 치유를 위한 공동체’라고 말했어요.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살고 싶다고… 우리는 그게 단순한 방황의 일부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은…”

남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의 눈빛에 처음으로 진짜 불안이 스쳤다. 그 불안은 라울이 잘 아는 것이었다. 그것은 통제력을 상실했을 때 느끼는 공포였다.

여자가 가방에서 봉투를 꺼냈다. 그 안에는 현금 다발이 들어 있었다. 라울은 그 두께를 보는 순간, 이 일을 수락하기로 마음먹었다.

“선불금으로 3,000유로입니다.” 여자가 말했다. “딸을 찾아주시면 추가로 7,000유로를 드리겠습니다.”

라울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그 현금 다발을 바라보며 계산을 했다. 3,000유로면 당장 다음 달 집세와 전기요금을 낼 수 있었다. 어머니의 요양원 비용도 두 달 정도는 해결할 수 있었다. 그는 법원에서 쫓겨난 이후로 이런 큰 돈을 만져본 적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라울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그는 현금 다발을 받아 서랍에 넣었다. “에레나 발카르셀을 찾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죠?”

“제가 하는 일은 단순히 그녀를 찾는 것입니다. 그녀를 데려오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녀가 돌아가길 거부한다면, 저는 강제로 데려올 수 없습니다. 그게 법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이 잠시 교차했다. 마치 무언가를 의논하는 듯한 그들의 침묵은 라울에게 이 부부가 단순한 의뢰인이 아니라는 느낌을 주었다.

“알겠습니다.” 남자가 마침내 말했다. “그녀를 찾기만 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우리가 할 테니.”

그들이 사무실을 나간 후, 라울은 창가에 서서 그들이 거리로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고급 세단에 올라탔고, 차량은 비 오는 거리를 따라 사라졌다. 라울은 그들이 남긴 종이 조각을 다시 살펴보았다. 산타 크루스 데 리베이라. 그는 그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했다. 검색 결과는 몇 개의 관광 블로그와 지방 행정 사이트뿐이었다. 그러나 하나의 결과가 그의 시선을 끌었다. 그것은 ‘백색의 십자가 공동체’라는 이름의 종교 단체에 관한 글이었다. 글은 짧았고, 대부분은 그 단체가 지역 주민들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라울은 그 글 어딘가에서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단어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정돈되어 있었고, 너무 완벽했다. 그것은 분명히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작성한 홍보 글이었다.

그는 담배를 하나 더 꺼내 불을 붙였다. 비가 창문을 두드렸다. 그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요양원에서 매주 수요일은 그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전화를 미루기로 했다. 먼저 이 일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는 책상 서랍에서 낡은 카메라를 꺼냈다. 그것은 5년 전에 중고로 산 디지털 카메라였고, 지금은 화소 수가 구식이었지만 여전히 작동했다. 그는 카메라 렌즈를 닦고 배터리를 충전기에 꽂았다. 내일 아침, 그는 산타 크루스 데 리베이라로 떠날 예정이었다.

그날 밤, 라울은 사무실의 낡은 소파에서 잠을 청했다. 비는 밤새 그치지 않았다. 그는 잠이 들기 전, 에레나 발카르셀의 사진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 사진은 의뢰인들이 남긴 것이었다. 대학 졸업 사진이었다. 에레나는 학사모를 쓰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는 밝아 보였지만, 라울은 그 미소의 이면을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은 의무적인 미소였다.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웃는 법을 배운 사람의 미소였다.

그는 사진을 접어 책상 위에 올려두고 눈을 감았다. 내일은 긴 하루가 될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직감은 이번 의뢰가 단순한 가출 사건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직감은 그가 법원에서 쫓겨나기 전에도 여러 번 그를 살려주었다. 그는 그 직감을 믿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라울은 새벽 6시에 일어났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회색이었다. 그는 사무실의 작은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검은색 점퍼와 낡은 청바지로 갈아입었다. 그는 카메라와 노트북, 그리고 몇 개의 빈 파일 폴더를 배낭에 챙겼다. 그는 현금 500유로를 주머니에 넣고, 나머지는 사무실 금고에 잠가두었다.

산타 크루스 데 리베이라까지는 차로 약 3시간 거리였다. 그는 10년 된 세단을 몰고 도시를 빠져나갔다. 갈리시아의 고속도로는 구불구불했고, 양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언덕이 이어졌다. 이곳은 스페인에서도 가장 비가 많이 오는 지역 중 하나였다. 안개는 아침 내내 짙게 깔려 있었고, 라울은 전조등을 켠 채로 서행했다.

도로는 점점 좁아졌고, 마을 표지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산타 크루스 데 리베이라는 표지판은 낡아서 글자가 거의 지워져 있었다. 그는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좌회전했다. 도로는 비포장으로 바뀌었고, 차량은 덜컹거리며 느리게 움직였다. 양쪽으로는 방치된 농가들이 보였다. 어떤 집들은 지붕이 무너져 내렸고, 어떤 집들은 창문이 모두 막혀 있었다. 이곳은 시간이 멈춘 곳 같았다. 아니, 시간이 후퇴한 곳 같았다.

마을에 도착했을 때, 라울은 차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을은 작았다. 몇 채의 석조 주택과 하나의 교회, 그리고 작은 광장이 전부였다. 광장 중앙에는 오래된 분수가 있었지만, 물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마을의 분위기는 고요했고, 사람들의 움직임도 없었다. 라울은 차에서 내려 주변을 걸었다. 그는 마을의 유일한 식당인 ‘엘 카미노’라는 작은 바를 발견했다.

그는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어두웠고,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고 있었다. 두 명의 노인이 카운터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한 명의 중년 여성이 주방에서 일하고 있었다. 라울이 들어오자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그들의 시선은 호기심보다는 경계에 가까웠다.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세요.” 라울이 카운터에 앉으며 말했다.

중년 여성이 대답 없이 커피를 내왔다. 라울은 그녀에게 지도를 펼쳐 보이며 물었다.

“이 근처에 종교 공동체가 있다고 들었는데, 아시나요?”

여성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 그녀는 카운터를 닦는 손을 멈추고 라울을 쳐다보았다.

“백색의 십자가 공동체 말씀이신가요?”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고, 의도적으로 중립적인 톤이었다.

“네, 그곳을 찾고 있습니다.”

“저택은 마을에서 북쪽으로 3킬로미터 떨어져 있어요. 오래된 귀족 저택인데, 몇 년 전에 그들이 사들였죠. 하지만…” 그녀가 잠시 멈추었다. “당신은 그곳에 왜 가려고 하시죠?”

“한 지인을 찾아서요. 그곳에 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여성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라울은 그녀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읽었다. 그것은 경고였다. 두려움이 섞인 경고.

라울은 커피를 마시며 그 노인들을 관찰했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 마을은 외부인에게 닫혀 있었다. 아니, 외부인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는 커피 값을 계산하고 식당을 나섰다.

그는 차를 타고 북쪽으로 향했다. 도로는 더 좁아졌고, 숲이 우거진 지역을 지나갔다. 안개는 더 짙어졌고, 시야는 20미터도 채 확보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운전하며 길가의 표지판을 찾았다. 잠시 후, 그는 철제 대문을 발견했다. 대문 위에는 흰색 십자가가 걸려 있었고, 그 옆에는 ‘백색의 십자가 공동체’라고 적힌 간판이 있었다.

그는 차를 대문 앞에 세우고 내렸다. 대문은 잠겨 있었다. 그는 대문 옆의 인터폰을 눌렀다. 몇 초 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십니까?”

“라울 가르시아입니다. 에레나 발카르셀을 찾아왔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라울은 인터폰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그는 뒤돌아 주변을 살폈다. 숲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고,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인터폰이 꺼졌다. 라울은 대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작은 빗방울이 그의 점퍼에 스며들었다. 그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대문 너머를 응시했다. 저택은 멀리 보였다. 3층짜리 석조 건물이었고, 그 주변에는 여러 개의 작은 별채들이 있었다. 모든 창문에는 커튼이 쳐져 있었고,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10분 후, 대문이 천천히 열렸다. 한 청년이 나타났다. 그는 20대 초반으로 보였고, 흰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무표정했고, 눈빛은 차가웠다.

“에레나 씨를 만나고 싶으시다고요?”

“네. 그녀의 부모님이 그녀를 걱정하고 계셔서요.”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세요. 하지만 차는 여기에 두셔야 합니다.”

라울은 차를 대문 옆에 주차하고 걸어서 들어갔다. 청년은 그의 앞을 걸으며 저택으로 인도했다. 저택으로 가는 길은 자갈길이었고, 양쪽으로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정원은 잘 가꾸어져 있었지만, 모든 식물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강제적인 질서가 느껴졌다.

저택에 도착하자, 청년은 그를 현관으로 안내했다. 현관 문은 무거운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위에도 흰색 십자가가 새겨져 있었다. 청년이 문을 열자, 라울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어두웠고, 촛불이 몇 개 놓여 있었다. 공기는 차갑고 눅눅했으며, 약간의 향 냄새가 났다. 라울은 그 향이 익숙하지 않았다. 어떤 종류의 향인지, 무엇을 위한 향인지 알 수 없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에레나 씨를 데려오겠습니다.”

청년이 사라졌다. 라울은 홀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벽에는 여러 개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대부분은 종교적인 주제였지만, 그중 하나는 에레나의 초상화처럼 보였다. 그는 그 그림에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았다. 맞았다. 그 그림은 에레나였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그가 본 졸업 사진과 완전히 달랐다. 거기에는 미소가 없었다. 그 대신, 어떤 체념과 평온함이 섞인 표정이었다. 마치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발소리가 들렸다. 라울은 그림에서 시선을 돌렸다. 계단 위에서 한 여성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에레나였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내려왔고, 흰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느리고 차분했다. 그녀가 라울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졸업 사진의 그 미소와 같았다. 의무적인 미소였다.

“당신이 제 부모님이 보낸 사람인가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어떤 적대감도, 어떤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네. 당신의 부모님이 걱정하고 계십니다. 연락이 없어서…”

“걱정?” 에레나가 조용히 웃었다. “그들이 걱정하는 건 저가 아니라 그들의 이미지예요. 제가 그들의 통제를 벗어났다는 사실이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 뿐이죠.”

라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에레나의 눈빛을 읽으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평온했고,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당신에게 돌아가라고 말하려고 온 건 아닙니다. 그저 당신이 안전한지 확인하려고 왔을 뿐이에요.”

“안전하다고요?” 에레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신은 이곳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나요? 이곳은 제가 처음으로 자유로움을 느낀 곳이에요. 부모님의 기대, 사회의 압박, 모든 것에서 벗어나 제 자신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죠.”

라울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는 단지 그녀를 관찰했다. 그녀의 손목에는 작은 상처 자국이 있었다. 오래된 것이었지만, 흉터는 선명했다.

“여기서 무슨 일을 하시나요?” 라울이 물었다.

“저는 이 공동체의 일원이에요. 우리는 농사를 짓고, 음식을 만들고, 서로를 돌봐요. 미겔 신부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그는 우리에게 진정한 영적 평화를 가르쳐 주셨어요.”

“미겔 신부님?”

“네, 이 공동체의 지도자세요. 당신이 그분을 만나고 싶다면, 제가 소개해 드릴 수 있어요.”

라울은 잠시 생각했다. 그녀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 확신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반복적으로 주입된 믿음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녀를 더 이상 압박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이 된다면, 그분을 만나고 싶네요.”

에레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안으로 안내했다. 그들이 복도를 지나갈 때, 라울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복도 끝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흰색 옷을 입고 있었고,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무표정했다. 그들은 라울을 평가하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라울은 그들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그들을 관찰했다.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이나 공포가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어떤 ‘비움’이 있었다. 마치 자신의 의지를 다른 누군가에게 넘겨버린 사람들의 눈빛이었다.

그들은 홀 끝에 있는 큰 방에 도착했다. 그 방은 예배당처럼 꾸며져 있었다. 중앙에는 흰색 십자가가 걸려 있었고, 그 앞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50대 초반으로 보였고, 흰색 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은빛이었고, 그의 미소는 온화해 보였다. 그러나 라울은 그 온화함 뒤에 숨은 무언가를 느꼈다. 그것은 통제력이었다. 절대적인 통제력.

“미겔 신부님, 이 분이 제 부모님이 보내신 분이에요.” 에레나가 말했다.

미겔 신부가 라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완벽했다. 그러나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불편했다.

“환영합니다, 라울 가르시아 씨. 당신이 오실 줄 알고 있었어요. 모든 것은 신의 계획 안에 있으니까요.”

라울은 그 말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그를 바라보며 관찰했다. 미겔 신부의 눈빛은 부드러웠지만, 그 깊은 곳에는 계산적인 무언가가 숨어 있었다. 그것은 라울이 법원에서 수없이 본 종류의 눈빛이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신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눈빛이었다.

“에레나 씨의 부모님이 걱정하고 계십니다. 그녀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에레나는 이제 자유로운 성인입니다.” 미겔 신부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당신이 여기 온 것은 이해하지만, 그녀를 강제로 데려가는 것은 그녀의 영혼을 해치는 일이 될 거예요.”

라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곳에 대해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이곳은 단순한 종교 공동체가 아니었다. 그 뒤에는 더 큰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그것을 증명해야 했다.

라울은 미겔 신부와의 대화를 마치고 저택을 나섰다. 그는 대문 밖으로 걸어가며 주변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저택의 창문 하나하나가 그를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그는 차에 올라타 엔진을 켰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떠나지 않았다. 그는 차 안에 앉아 주변을 관찰했다.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앞유리를 통해 저택을 바라보았다. 저택의 2층 창문에서 한 그림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라울은 그 그림자가 에레나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커튼을 내렸다.

라울은 차를 출발시켰다. 그러나 그는 마을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저택에서 500미터 떨어진 숲 속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다시 저택 근처로 돌아왔다. 그는 숲 속에 숨어 저택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의 카메라는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첫 번째 날, 그는 별다른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저택 안팎으로 움직였고, 그들의 일상은 평범해 보였다. 그들은 농사를 짓고, 청소를 하고, 함께 식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라울은 그들의 움직임에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알아챘다. 그들은 모두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식사하고, 같은 시간에 기도했다. 모든 것이 정해진 틀에 맞춰져 있었다. 자발적인 순종이라기보다는 강제적인 질서에 가까웠다.

밤이 되자, 저택의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라울은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저택의 지하층 창문에서 약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빛은 몇 시간 동안 꺼지지 않았다. 그는 그 빛의 근원을 확인하려 했지만, 지하층 창문은 땅에 가까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둘째 날, 라울은 마을로 돌아가 정보를 더 수집하기로 했다. 그는 다시 ‘엘 카미노’ 식당을 찾았다. 이번에는 중년 여성 외에 다른 손님이 한 명 있었다. 그는 그 손님 옆에 앉아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저쪽 종교 공동체에 대해 궁금한 게 있어서요.”

그 손님은 60대 남자였고, 그의 얼굴은 주름으로 가득했다. 그는 라울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커피 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공동체에 대해 아는 게 있나요?” 라울이 다시 물었다.

남자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거기 가면 안 돼요.”

“왜죠?”

“그들은 외부인을 좋아하지 않아요. 특히 질문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죠.”

라울은 남자의 말투에서 경고를 느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 공동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남자는 잠시 주변을 살피고는 라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작년에 한 젊은 여자가 그곳에서 도망쳐 나왔어요. 그녀는 마을로 와서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그녀를 데리러 온 사람들이 그녀를 다시 데려갔죠. 그 후로 그녀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없어요.”

라울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는 남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요구했지만, 남자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는 커피 값을 내고 식당을 나갔다.

그날 밤, 라울은 다시 숲 속에서 저택을 관찰했다. 이번에는 지하층 창문에서 나오는 빛이 더 밝아 보였다. 그는 용기를 내어 저택 뒤쪽으로 접근했다. 그는 덤불 사이를 기어가며 지하층 창문에 도달했다. 그는 창문 틈 사이로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그가 본 것은 그의 예상을 훨씬 초월하는 것이었다. 지하실에는 여러 명의 여성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흰색 옷을 입고 있었고, 벽에 줄지어 서 있었다. 한 남자가 그들 앞에 서서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라울은 그 남자가 미겔 신부임을 확인했다. 미겔 신부는 여성들 중 한 명에게 다가가 그녀의 턱을 잡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 여성은 고개를 숙였고, 미겔 신부는 그녀를 다른 방으로 데려갔다. 그 방의 문이 닫히자, 라울은 그 안에서 기괴한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비명이었지만, 억눌린 비명이었다. 공포와 고통이 섞인 울음이었다.

라울은 카메라를 들어 그 장면을 촬영했다. 그러나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는 이곳이 단순한 종교 공동체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실체를 직접 목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더 많은 증거를 수집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창문에서 떨어져 다시 숲 속으로 돌아갔다. 그는 차로 돌아와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들을 확인했다. 화질은 좋지 않았지만, 충분히 증거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더 명확한 증거가 필요했다. 특히 미겔 신부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는 사진이 필요했다.

다음 날, 라울은 낮 시간에 다시 저택에 접근했다. 이번에는 그는 대문 앞에서 기다리지 않고, 저택의 뒷문으로 접근했다. 그는 숲 속을 따라 저택의 뒷마당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몇 명의 여성들이 텃밭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에레나였다. 그녀는 흙을 손으로 만지며 무언가 심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평온해 보였지만, 라울은 그녀의 눈 밑에 드리운 그늘을 발견했다. 그녀는 잠을 자지 못하고 있었다.

라울은 에레나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그를 발견했을 때, 그녀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

“당신은 아직 여기에 있었나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놀라움이 섞여 있었다.

“네. 좀 더 이곳에 대해 알고 싶어서요.”

에레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는 주변을 살폈다. 다른 여성들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라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당신은 여기서 무얼 보려고 하는 거죠?”

“진실을 보려고요.”

에레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갈등이 스쳤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이곳은 제가 선택한 장소예요.”

“당신이 선택했다고요? 아니면 선택했다고 믿게 된 건가요?”

에레나가 움찔했다.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돌아서서 텃밭으로 걸어갔다. 라울은 그녀의 등 뒤에서 말했다.

“당신의 부모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당신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요.”

에레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흙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라울은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저택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날 밤, 그는 다시 지하층 창문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그는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창문 틈 사이로 카메라를 들이밀고 촬영을 시작했다. 지하실 내부는 그가 이전에 본 것과 비슷했다. 여성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미겔 신부가 그들 앞에서 설교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라울이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미겔 신부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여성들 중 한 명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그 여성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너는 아직도 내 말을 의심하느냐?” 미겔 신부가 외쳤다. “내가 너를 구원하려는 걸 알지 못하느냐?”

그 여성은 고개를 저으며 울고 있었다. 미겔 신부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그녀를 방 밖으로 끌고 나갔다. 라울은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는 이 증거를 가지고 경찰에 가야 했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를 알고 있었다. 이 증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창문에서 떨어져 숲 속으로 돌아갔다. 그가 차로 향하던 중, 그는 뒤에서 발소리를 들었다. 그는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서 한 그림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에레나였다. 그녀는 흰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그녀의 눈빛은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신… 당신은 뭘 본 거죠?”

라울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진실을 봤어요.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진실이 아니에요. 이곳의 진짜 모습을요.”

에레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나는… 나는 이곳이 구원이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나는 두려워요. 그분은… 그분은 모든 것을 알고 계세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만약 내가 이곳을 떠나려고 하면, 그분은 나를…”

에레나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라울은 그녀 옆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울었다. 그녀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라울이 부드럽게 말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하지만 당신도 저를 도와주셔야 해요.”

에레나는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희망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죠?”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제게 알려주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다른 여성들에게도 이곳을 떠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에레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하지만 조심해야 해요. 그분은… 그분은 매우 위험한 분이에요.”

라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에레나를 일으켜 세우고 그녀가 저택으로 돌아가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가 숲 속으로 돌아갈 때, 그는 자신의 심장이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이 사건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은 늪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증거와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다음 날 아침, 라울은 근처 마을의 인터넷 카페를 찾았다. 그는 자신이 촬영한 사진들과 영상들을 백업하고, 지역 경찰서의 연락처를 검색했다. 그러나 그는 경찰에 바로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충분한 증거가 필요했다. 그는 미겔 신부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는 사진을 더 많이 확보해야 했고, 피해자들의 증언도 필요했다.

그는 에레나와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들은 저택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폐가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날 오후, 라울은 그 폐가에 도착했다. 에레나는 이미 그곳에 와 있었다. 그녀는 이전보다 더 창백해 보였고, 그녀의 눈에는 깊은 피로가 서려 있었다.

“당신은 괜찮아요?” 라울이 물었다.

“네… 아니요. 잘 모르겠어요.” 에레나는 바닥에 앉아 무릎을 감쌌다. “어젯밤, 미겔 신부님이 저를 부르셨어요. 그는 제가 당신과 이야기한 것을 알고 계신 것 같았어요.”

라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뭐라고 하셨나요?”

“그분은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당신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을 하면 영원한 고통이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에레나가 목을 감쌌다. “그분은 제게 그가 저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셨어요.”

라울은 에레나의 팔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팔목에는 붉은 멍 자국이 있었다.

“그가 당신을 때렸나요?”

에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요. 그는 저를 데리고 지하실로 내려갔어요. 그리고 거기서 다른 여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셨어요. 그들은… 그들은 그분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어떤 벌을 받는지…”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라울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마세요. 제가 당신을 구할 거예요. 하지만 당신도 용기를 내야 해요.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저에게 알려주세요. 그리고 다른 여성들 중에서도 이곳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세요.”

에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말을 이었다.

“그 여성들은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요. 대부분은 가정 문제나 정신적 압박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죠. 처음에는 이곳이 평화롭고 자유로운 곳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분의 통제는 점점 더 강해졌어요. 처음에는 작은 규칙들부터 시작했죠. 식사 시간, 기도 시간, 수면 시간. 그리고 점차 우리의 생각까지 통제하기 시작했어요.”

“그는 어떻게 생각을 통제하나요?”

“그는 우리에게 죄책감을 심어줘요. 우리가 부모님을 떠난 것이 죄라고, 세상의 유혹에 빠진 것이 죄라고 말해요. 그리고 그 죄를 씻기 위해서는 그분의 가르침에 완전히 복종해야 한다고 해요. 만약 복종하지 않으면, 우리의 영혼이 영원히 고통받을 거라고 협박해요.”

라울은 에레나의 말을 메모했다. 그는 이 증언이 경찰에 제출할 중요한 증거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여성들에게 성적인 요구를 하나요?”

에레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네… 그는 그것을 ‘영적 정화’라고 불러요. 그는 우리의 육체가 죄로 오염되었다고 말하고, 그 죄를 씻기 위해서는 그분의 축복이 필요하다고 해요.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그것은 축복이 아니에요. 그것은… 그것은 학대예요.”

에레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라울은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는 이 사건의 심각성을 깊이 깨달았다. 이곳은 단순한 종교적 통제를 넘어서, 조직적인 성착취와 심리적 학대가 이루어지는 장소였다.

“당신을 포함해 몇 명의 여성들이 이런 학대를 받고 있나요?”

“최소 10명이에요. 그중 일부는 이곳에 2년 이상 살고 있어요. 그들은 이미 가족과의 연락이 완전히 끊겼고, 사회로 돌아갈 용기를 잃었어요.”

라울은 카메라를 꺼냈다. “이 증언을 영상으로 기록해도 될까요? 당신의 얼굴과 목소리는 모자이크 처리할 거예요. 하지만 이 증언은 이곳의 진실을 밝히는 데 필요해요.”

에레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이 스쳤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어요.”

라울은 카메라를 켜고 에레나의 증언을 녹화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녀가 이곳에 오게 된 계기, 처음에는 평화로웠던 생활이 어떻게 점차 공포로 변해갔는지, 그리고 미겔 신부가 어떻게 그녀와 다른 여성들을 통제하고 학대했는지. 그녀의 증언은 30분 동안 이어졌다.

녹화가 끝난 후, 라울은 에레나에게 말했다.

“이제 제가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하지만 그 전에, 당신과 다른 여성들이 안전하게 이곳을 떠날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해야 해요.”

“어떻게요?”

“저는 경찰에 이 증거를 제출할 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법정에서 증언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미겔 신부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 거예요.”

에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분이 우리가 경찰에 신고한 것을 알게 된다면?”

“그러기 전에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해요. 제가 경찰에 신고하는 즉시, 경찰이 이곳을 급습할 거예요. 그때 당신은 다른 여성들과 함께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해요.”

라울은 에레나에게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었다.

“긴급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이 번호로 연락하세요. 저는 항상 당신 곁에 있을 거예요.”

에레나는 그 번호를 받아 적었다. 그녀는 일어서며 라울을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당신이 오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 영원히 이곳에 갇혀 있었을 거예요.”

“당신은 강해요, 에레나. 당신은 이 모든 것을 견뎌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용기를 내고 있어요. 그걸 잊지 마세요.”

에레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그 미소가 진짜였다. 그녀는 돌아서서 저택으로 걸어갔다. 라울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는 이제 경찰에 신고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를 알고 있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종교적 학대를 넘어서, 지역 사회와 정치적 연결고리가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는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그날 밤, 라울은 자신의 차 안에서 밤을 새웠다. 그는 경찰서에 신고할 준비를 하면서도, 한 가지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왜 이 부부는 1년이 지나서야 딸을 찾으려고 했을까? 그들은 분명히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노트북을 열고 발카르셀 가족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들의 성을 검색했고,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에레나의 아버지, 카를로스 발카르셀은 지역 정치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사업가였다. 그는 여러 건의 부동산 개발 사업에 연루되어 있었고, 그중 일부는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라울은 그가 왜 딸을 찾는 일을 경찰에 맡기지 않고 개인 조사원을 고용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평판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딸의 실종과 종교 공동체 연루 사실이 공개되면, 그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이 갈 것이 분명했다.

라울은 또한 미겔 신부에 대해 조사했다. 그는 본명이 미겔 앙헬 페르난데스였으며, 과거에 여러 차례 사기와 횡령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사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종결되었다. 그는 법적 문제를 피하는 데 능숙한 사람이었다.

라울은 이 사실들을 종합하며 생각했다. 미겔 신부는 종교를 가장한 조직적 범죄를 운영하고 있었고, 발카르셀 가족은 그들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 비밀리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리고 라울은 그 사이에 끼인 중개자였다.

그는 결국 경찰에 신고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는 먼저 발카르셀 부부에게 자신이 찾은 정보를 알리고, 그들이 법적 절차에 협조할 의향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발카르셀 부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요?” 카를로스 발카르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건 불필요한 일입니다. 저희는 그냥 딸을 데려오기만 하면 됩니다. 경찰이 개입하면 상황이 복잡해질 뿐이에요.”

“하지만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단순한 종교 활동이 아닙니다. 성착취와 심리적 학대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런 증거가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영상과 증언이 있어요.”

침묵이 흘렀다. 카를로스는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먼저 저희와 상의해 주십시오. 저희는 이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고 싶습니다.”

라울은 그들의 요청에 동의했다. 그러나 그는 그들이 진정으로 딸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평판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날 오후, 라울은 다시 저택 근처로 돌아갔다. 그는 에레나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도착했을 때, 에레나는 거기에 없었다. 그는 30분 동안 기다렸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의 불안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는 저택으로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그가 대문 앞에 도착했을 때, 그는 미겔 신부가 대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라울을 맞이했다.

“다시 오셨군요, 라울 씨. 에레나를 찾으시는 건가요?”

“네, 그녀와 약속이 있었습니다.”

“아, 에레나는 지금 바쁩니다. 그녀는 오늘 아침부터 기도에 집중하고 있어요. 당신이 오늘 오실 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당신을 만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라울은 미겔 신부의 말투에서 위협을 느꼈다.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녀에게 제가 왔다고 전해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하지만 라울 씨, 당신도 이제 이곳의 평화를 방해하지 말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당신이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때로는 찾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습니다.”

라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돌아서서 차로 걸어갔다. 그러나 그는 멀어지지 않았다. 그는 숲 속에 차를 세우고 다시 저택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는 에레나가 위험에 처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밤이 되자, 그는 다시 지하층 창문으로 접근했다. 이번에는 그가 보는 장면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지하실 중앙에는 에레나가 무릎을 꿇고 서 있었다. 그녀의 손은 묶여 있었고,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미겔 신부는 그녀 앞에서 서서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다.

“너는 선택을 해야 한다, 에레나. 나의 가르침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영원한 고통을 선택할 것인가?”

에레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로 있었다. 미겔 신부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강제로 고개를 들게 했다.

“말해라! 너는 누구 편이냐?”

에레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당신 편입니다.”

미겔 신부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승리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좋아. 이제 그 증언을 철회해야 한다. 네가 한 모든 말은 거짓이었다고 말해라. 그리고 이곳이 너를 구원한 장소라고 말해라.”

라울은 카메라로 그 장면을 촬영했다.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는 에레나가 자신의 증언을 철회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그 증언은… 거짓이었어요. 저는 제가 한 말을 모두 철회합니다. 이곳은… 이곳은 제가 구원받은 장소예요.”

에레나의 목소리는 기계적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아무런 생기가 없었다. 라울은 그녀가 강제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이제 행동해야 했다.

그는 숲 속으로 돌아가 차에 올랐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자신이 수집한 모든 증거와 함께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신고했다. 경찰은 즉시 출동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울은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미겔 신부가 증거를 인멸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는 차를 저택 대문 앞으로 몰았다. 그는 대문을 향해 달려갔고, 자신이 가진 모든 증거를 보여주며 경찰이 곧 도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순간, 저택 안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라울은 그 소리가 에레나의 것임을 알았다. 그는 대문을 넘어 저택으로 달려갔다. 그는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복도는 어두웠고, 촛불 몇 개가 어둠을 가르고 있었다. 그는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을 찾아 달려갔다.

그가 지하실 문을 열었을 때, 그는 미겔 신부가 에레나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네가 경찰을 불렀냐?” 미겔 신부가 외쳤다. “네가 모든 것을 망쳤어!”

라울은 미겔 신부를 향해 달려갔다. 그는 그의 팔을 잡아당겨 에레나에게서 떼어놓으려 했다. 그러나 미겔 신부는 생각보다 강했다. 그는 라울을 밀쳐내고 다시 에레나를 향해 다가갔다.

“이제 너는 영원히 내 것이다!”

그 순간,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미겔 신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도망칠 곳을 찾았지만, 모든 출구는 이미 막혀 있었다.

경찰이 지하실로 뛰어들어왔다. 그들은 미겔 신부를 제압하고, 에레나와 다른 여성들을 구출했다. 라울은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였다. 그는 에레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울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희망이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고마워요.” 그녀가 속삭였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제 괜찮아요.” 라울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어요.”

그러나 라울은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사건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미겔 신부는 체포되었지만, 그의 네트워크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발카르셀 부부는 여전히 딸을 데려가려고 할 것이었다. 라울은 자신이 이제 이 늪에 빠져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늪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끝까지 헤엄쳐 나가는 것뿐이었다.

그는 경찰서에서 증언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비는 다시 내리고 있었다. 그는 책상 서랍에서 마지막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는 에레나의 서류를 꺼내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 서류를 다시 서랍에 넣었다.

이것은 끝이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새로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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