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잔혹사 남아프리카공화국편 #001] 권력의 방패 아래 짓밟힌 영혼 – 2화: 익숙해져 가는 어둠 (실제 사건 파일 기반 각색)

2화: 익숙해져 가는 어둠

타라가 ‘그림자 별장’에 갇힌 지 벌써 12일째가 되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만 해도 매일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을 떨었지만, 이제는 그런 격한 감정조차 서서히 무뎌져 가고 있었다. 아침 8시쯤 눈을 뜨면, 창문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햇살이 방 안을 비췄다. 창문에는 두꺼운 철창이 설치되어 있어서 바깥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저 하늘의 일부와 나무 꼭대기만 보일 뿐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욕실로 가서 세수를 했다.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게 점점 두려워졌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내려앉았고, 볼은 예전보다 더 홀쭉해 보였다. 카마우가 준 하얀 알약을 물 한 컵과 함께 삼켰다. 처음엔 먹기 싫어서 거부했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 온몸이 떨리고 불안감이 극에 달해서 결국엔 스스로 찾게 되었다. 약 기운이 올라오면 머릿속이 살짝 뿌옇게 흐려지면서, 이상하게도 하루를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아침 식사는 별장 주방에서 간단히 해결했다. 빵과 과일, 우유가 늘 준비되어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경호원 한 명이 멀찍이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타라가 말을 걸어도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이거나 무시했다.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무거웠다. 그녀는 자신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전 시간에는 별장 안을 청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거실, 침실, 주방을 닦고, 빨래를 하는 일상이었다. 처음엔 이런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웠지만, 이제는 그 작업이 오히려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머릿속의 생각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청소를 하면서도 가끔 창밖을 바라보았다. 멀리 보이는 요하네스버그의 빌딩 숲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저곳에서 자유롭게 걸어 다니던 자신이, 지금은 이 별장 안에서 갇혀 있다는 현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오후 2시쯤 되면 카마우가 찾아오는 날이 많았다. 그는 늘 서류 가방을 들고 왔다. 소파에 앉아 타라에게 앉으라고 한 뒤,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네가 쓴 돈이 총 1억 8천 랜드야. 이자는 매주 붙고 있고. 아직도 많이 남았어.”

그는 계산서를 보여주며 하나하나 설명했다. 마치 은행 직원이 대출 상환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건조하고 사무적이었다. 타라는 그 말을 듣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자신이 이렇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빚을 몸으로 갚고 있다는 현실이 점점 무게를 더해갔다. 카마우는 가끔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착하게만 있으면 조만간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어. 네가 협조하면.”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또 다른 조종인지 타라는 판단할 수 없었다. 다만 그의 말투가 폭력적이지 않다는 게 더 무섭게 느껴졌다. 폭력은 순간적이지만, 이런 일상적인 대화는 그녀의 마음을 천천히 갉아먹었다.

저녁 6시가 넘으면 손님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검은색 고급 세단이 별장 앞에 멈추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타라는 자동적으로 몸을 긴장시켰다. 그들은 대부분 40대에서 50대 중반의 남자들이었다. 어떤 이는 피곤한 얼굴로 들어와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위스키를 마셨고, 어떤 이는 곧바로 침실로 타라를 데려갔다.

그들과의 시간은 매일 비슷했다. 그들은 대개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했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 아내와의 갈등, 정치적인 불만 같은 것들. 타라는 그저 조용히 듣고,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대개 단순했다. 몸을 만지고, 안고,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는 것. 타라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몸이 점점 남의 것이 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대학 캠퍼스를 걸어다니던 때, 친구와 웃으며 커피를 마시던 순간, 엄마와 함께 시장을 보던 평범한 일상. 그런 기억들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게 제일 두려웠다.

어느 날 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찾아왔다. 그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타라는 그의 옆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가 여기서 1년을 더 버틴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죽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녀를 더 깊이 절망하게 만들었다. 약을 먹은 뒤에는 감정의 파도가 낮아져서, 모든 게 멀게 느껴졌다. 그게 때로는 다행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부모님과의 통화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있었다. 카마우가 항상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타라는 밝은 목소리를 내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엄마, 나 괜찮아. 여기 공기가 좋아서 과제도 잘 되고 있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밥은 잘 먹고 있니? 너무 무리하지 말고”라고 말하며 걱정을 했다. 전화를 끊은 뒤 타라는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예전처럼 눈물이 나오지 않는 게 더 무서웠다. 울고 싶었지만, 몸이 이미 그 감정을 거부하는 것 같았다. 대신 가슴 한구석이 무겁게 내려앉는 느낌만 들었다.

밤 11시가 넘으면 별장은 다시 조용해졌다. 타라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가끔은 탈출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지만, 경찰서에서 겪었던 일이 떠오르면 바로 포기하게 되었다. 시스템 전체가 카마우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미 뼈저리게 느꼈다. 어디로 가도 결국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타라는 점점 자신의 일상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약을 먹고, 청소를 하고, 손님을 받고,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하고, 다시 잠드는 이 반복. 그 안에서 그녀는 조금씩, 아주 천천히, 이전의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요하네스버그의 화려한 불빛은 여전히 멀리서 빛나고 있었지만, 그 빛은 이제 그녀에게 아무런 위로도 주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이, 그녀가 만든 선택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타라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다시 똑같은 하루가 시작될 것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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