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그림자 러시아편 #002] 시베리아의 태양, 조작된 구원자 – 4-2화: 반역의 서막

4-2화: 반역의 서막

2002년 가을, 태양의 도시.

파벨은 비사리온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회계 장부가 들려 있었다. 방 안은 어두웠다. 단 하나의 촛불만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비사리온의 얼굴은 불빛에 반쯤 가려져 있었다. 그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파벨, 너는 내가 너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지.”

“네, 교주님.”

“그렇다면…… 네 선택은 무엇이냐?”

파벨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손이 약간 떨렸다. 그는 장부를 바라보았다. 그 장부는 수년간 그가 직접 관리해온 것이었다. 모든 숫자, 모든 거래 내역, 모든 페이퍼 컴퍼니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그의 인생이었다. 아니, 그의 죄악이었다.

“교주님, 저는……”

그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는 진실을 말하겠습니다.”

비사리온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너는 반역을 선택하는 것이냐?”

“저는 반역자가 아닙니다. 저는 단지…… 올바른 일을 하려는 것입니다.”

파벨은 장부를 품에 안았다. 그는 방을 나가려 했다. 하지만 문 앞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서 있었다.

“교주님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이 방을 나갈 수 없습니다.”

파벨은 뒤돌아 비사리온을 바라보았다.

“교주님, 저를 가두실 생각입니까?”

“너는 나에게 선택지를 주었지. 나도 너에게 선택지를 주겠다. 여기에 남아 충성할 것인가, 아니면……”

“저는 떠나겠습니다.”

파벨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경호원들을 밀치고 방을 나섰다. 그의 뒤에서 비사리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는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같은 날 밤, 태양의 도시.

파벨은 장부를 품에 안고 어둠 속을 달렸다. 공동체는 이미 폐쇄되었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이었다. 하지만 그는 잠들 수 없었다. 그는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떠나야 했다.

“파벨, 서라!”

뒤에서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숲속으로 뛰어들었다. 나뭇가지들이 그의 얼굴을 할퀴었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를 잡아라! 교주님의 명령이다!”

추격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파벨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는 이미 몇 년간 운동하지 않았다. 그의 호흡은 거칠어졌고, 다리는 무거워졌다.

“제발…… 제발……”

그는 중얼거렸다. 그는 장부를 더욱 꼭 움켜쥐었다. 이것이 그의 유일한 무기였다. 이 장부 없이는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었다.

드디어 숲의 끝이 보였다. 도로 위에 한 대의 트럭이 주차되어 있었다. 평소 공동체의 물자를 운반하던 차량이었다. 파벨은 트럭을 향해 달렸다. 그는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탔다.

“파벨 씨, 무슨 일이십니까?”

운전사가 놀라서 물었다.

“당장 출발해! 모스크바로 가!”

“하지만 지금은 밤인데……”

“당장 출발하라고!”

트럭은 엔진을 켰다.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가르며 길을 비췄다. 뒤에서 추격자들의 손전등 불빛이 번쩍였다. 하지만 트럭은 점점 멀어져 갔다.

파벨은 뒤돌아 태양의 도시를 바라보았다. 불빛들은 점점 작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사라졌다.

2002년 겨울, 모스크바.

파벨은 트럭을 타고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그는 장부를 안고 시내 중심가의 한 호텔에 들어갔다. 그는 추적이 두려워 몇 번이나 호텔을 옮겨 다녔다. 그는 변호사를 찾아갔고, 언론에도 연락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쉽게 믿지 않았다.

“파벨 씨, 당신이 말하는 비사리온이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주장을 증명할 증거가 있습니까?”

파벨은 장부를 꺼내 보여주었다. 변호사는 장부를 받아 훑어보았다. 그의 표정이 점점 진지해졌다.

“이것은…… 거대한 사기극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그 일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바로잡고 싶습니다.”

변호사는 잠시 생각했다. 그는 파벨에게 말했다.

“내가 검찰에 연락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위험한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선택했습니다.”

며칠 후, 검찰 조사관들이 파벨을 찾아왔다. 그들은 장부를 압수했고, 파벨에게 자세한 진술을 요구했다. 파벨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했다. 비사리온의 자금 세탁망, 해외 페이퍼 컴퍼니, 스위스 계좌. 모든 것이 낱낱이 드러났다.

2003년 봄, 태양의 도시.

파벨의 탈출 소식은 공동체에 큰 충격을 안겼다. 신도들은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그들은 파벨이 교주를 배신했다고 믿는 자들과, 파벨의 주장에 의문을 품는 자들로 나뉘었다.

“파벨은 거짓말쟁이입니다! 그는 교주님을 모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말한 장부는 무엇입니까? 우리의 돈이 정말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입니까?”

논쟁은 날마다 계속되었다. 비사리온은 공동체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사랑하는 신도들이여, 우리 중에 배신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악마의 유혹에 빠져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들에게 약속합니다. 우리의 자금은 모두 신도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됩니다. 해외 계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의 연설에 신도들은 열광했다. 그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조용히 공동체를 떠나기 시작했다.

비사리온은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

“공동체를 떠나는 자들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음을 알려라. 그들은 영원히 저주받을 것이다.”

2004년, 모스크바.

파벨은 검찰의 보호 아래 살고 있었다. 그는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등록되었다. 그의 신분은 비밀이었다. 그의 가족도 함께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 컸다.

“파벨 씨, 당신의 증언 덕분에 수사가 큰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사리온의 해외 계좌 중 일부가 동결되었습니다.”

조사관이 말했다. 파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사리온은 체포되었습니까?”

“아직입니다. 그는 공동체 내에 틀어박혀 있습니다. 우리가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파벨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모스크바의 겨울은 혹독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얀 눈송이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나는 올바른 선택을 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무언가가 계속해서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것은 후회일까, 아니면 두려움일까.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날 이후, 파벨은 더 이상 공개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그림자 속에서 살아갔다. 그의 이름은 일부 사람들에게 기억되었지만, 대부분에게 잊혀졌다.

그는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대가로 그는 자신의 이전 삶 전체를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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