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맞섬의 빛
로안나는 브라쇼브의 쉼터에서 맞서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마르가레타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증거를 모을 거예요. 법으로 그들을 심판할 거예요.”
마르가레타는 로안나의 손을 잡았다.
“용기 있는 결정이야. 하지만 위험해. 준비됐어?”
“준비됐어요.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아요.”
로안나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첫 번째 단계는 도이나와 에밀과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도이나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녹음을 켜두었다. 지금까지 몇 번의 통화 내용이 저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더 많은 증거가 필요했다. 특히 조직의 구조, 계약 조건, 위협 내용 등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대화가 필요했다.
그녀는 도이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일부러 대화를 유도했다.
“엄마, 그 계약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계약금 2만 RON은 어떻게 받으신 거예요? 그리고 매달 30%는 어떤 방식으로 보내지죠?”
도이나는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로안나가 말을 듣는 것 같자 점점 더 많은 정보를 흘리기 시작했다. 에밀의 이름, 조직의 연락처, 심지어 만나는 장소까지.
로안나는 모든 것을 녹음했다.
로안나는 코스민나 변호사에게 모든 녹음 파일을 전달했다. 코스민나는 파일을 듣고 놀랐다.
“이 정도면 충분해. 경찰이 움직일 수 있어.”
“정말요?”
“그래.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어. 에밀과 조직은 네 의붓엄마보다 훨씬 위험해. 네가 증인으로 나서야 할 수도 있어. 그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야.”
“각오됐어요.”
코스민나는 검찰에 연락했다. 몇 주 후, 부쿠레슈티 지방 검찰청에서 수사에 착수했다. 로안나는 수차례 조사를 받았다. 그녀의 진술과 녹음 파일은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경찰은 도이나를 소환했다. 처음에는 부인했지만, 녹음 파일이 재생되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이건…”
“도이나 씨, 당신은 의붓딸을 인신매매한 혐의로 기소됩니다. 또한 투자 사기 및 조직 폭력배 가담 혐의도 있습니다.”
도이나는 눈물을 흘렸다. 진짜 눈물인지, 연기인지 로안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로안나는 더 이상 그녀의 눈물에 흔들리지 않았다.
에밀은 더 오래 버텼다. 그는 경찰의 소환을 세 번이나 무시했다. 하지만 결국 체포되었다.
경찰은 에밀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고, 수많은 증거를 발견했다. 허위 투자 계약서, 인신매매 명단, 그리고 여러 여성들의 신분증 사본. 그중에는 로안나의 것도 있었다.
에밀은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했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그냥 일자리를 소개해줬을 뿐이에요.”
하지만 로안나의 녹음 파일과 다른 여성들의 증언이 에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재판에서 에밀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도이나는 징역 5년.
로안나는 법정에서 그 판결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번에는 슬픔이 아니라 안도의 눈물이었다.
에밀의 체포는 단순히 한 사람의 범죄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에밀을 통해 더 큰 조직의 존재를 파악했다. 그 조직은 루마니아 전역과 여러 유럽 국가에 인신매매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었다.
로안나는 핵심 증인으로 재판에 계속 참석했다. 그녀의 증언은 조직의 운영 방식, 피해자들의 실태, 그리고 가족들의 공모를 낱낱이 밝혀냈다.
재판은 1년 이상 걸렸다. 조직의 두목은 징역 20년, 주요 간부들은 각각 10년에서 1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마리아도 그중 하나였다. 그녀는 법정에서 로안나를 바라보며 독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로안나는 그 눈빛에 움츠러들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나를 위협할 수 없어요.”
그녀는 마리아에게 그렇게 말했다.
재판이 끝난 후, 로안나는 루마니아 여성 인권 단체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그녀의 용기가 다른 피해자들도 증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로안나는 그 감사패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무거웠다. 다른 피해자들은 어디 있을까? 그들도 자신처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모든 재판이 끝난 후, 로안나는 다시 학교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20대 중반이었다. 너무 늦은 것은 아니었다. 코스민나 변호사의 도움으로 그녀는 휴학을 정식으로 처리하고 학적을 되살릴 수 있었다.
대학교는 그녀의 사정을 이해하고 최대한 도와주었다. 장학금도 신청할 수 있었다. 빵집과 슈퍼마켓에서 했던 아르바이트 경력은 이미 오래전 일이었지만, 그녀는 다시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쉼터에서 소개해준 상담소에서 일했다. 피해 여성들을 돕는 일이었다.
그녀는 마르가레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 저 학교 복학했어요. 그리고 상담소에서 일하고 있어요.”
“참 잘했어, 로안나. 내가 뭐라고 했어? 너는 할 수 있다고.”
“할머니 덕분이에요. 할머니가 아니었으면 저는 아직도 도망치고 있었을 거예요.”
“아니, 네가 선택한 거야. 네가 맞서기로 한 거. 그게 전부란다.”
로안나는 브라쇼브를 다시 찾아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 그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카르파티아 산맥이 다시 보였다. 그녀는 그 산맥을 보며 미소 지었다. 이번에는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감사 인사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브라쇼브의 쉼터는 그대로였다. 작은 집, 울타리, 그리고 마당의 정원. 마르가레타가 문 앞에 서 있었다.
“할머니!”
로안나는 마르가레타에게 달려가 껴안았다. 그녀는 오랜만에 진심으로 웃었다.
“고마워요, 할머니. 정말 고마워요.”
“천만에. 이제 너는 자유야. 진짜 자유.”
로안나는 그날 밤, 마르가레타가 구운 빵을 먹으며 생각했다. 엄마의 말.
“공부 열심히 해. 그러면 나중에 여기서 나갈 수 있어.”
엄마, 저 나갔어요. 제가 선택했어요. 맞서기로. 도망가지 않기로.
그리고 이제 저는 여기 있어요. 비록 모든 것을 잃었지만, 적어도 제 자신은 잃지 않았어요.
그녀는 창밖의 별을 바라보았다. 이제 철창은 없었다. 그녀는 자유로웠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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