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암전의 단말기, 인형의 반격
밀라노 패션 위크의 화려한 개막을 알리는 피날레 무대 뒤, 백스테이지는 모델들의 분주한 발걸음과 옷감 스치는 소리로 터질 듯이 번잡했다. 그러나 수석 디자이너 카밀라(22)에게 그곳은 거대한 카모라 카르텔이 설계한 숨 막히는 철창과 다름없었다.
카밀라는 낮에는 루카가 설립한 유령 의류 세탁 법인의 서류에 사인을 하고, 밤이 되면 밀라노 최고급 쇼룸의 밀실에서 부패한 세관장과 정객들의 노리개로 전락한 지 벌써 수주일째였다. 한때 명문 스쿨의 당당했던 천재 우등생의 눈빛은 간데없고, 이제는 사채 조직이 배급하는 이탈리아 남부 마피아 특유의 고농도 클럽 약물 ‘블루 벨벳’이 없으면 온몸이 비틀리는 처참한 중독자의 실루엣만 남아가고 있었다.
“카밀라, 정신 차려. 오늘 네 졸업 작품을 리메이크한 브랜드가 런웨이에 오르는 날이야. 이 쇼가 성공해야 나폴리 본토에서 올라온 카모라의 진짜 거물들이 네 몸값을 더 쳐줄 테니까.”
한때 순수하게 디자인을 논하던 과 선배 프란체스카는 이제 완벽하게 루카의 앞잡이가 되어 카밀라의 등 가죽을 거칠게 밀어냈다. 카밀라는 땀으로 얼룩진 이마를 훔치며 거울을 보았다. 화려한 실크 드레스 안쪽, 지난밤 안토니오가 가해온 가학적인 담배빵 흉터 위로 베르사체 숄을 꽁꽁 동여매 상흔을 감추었다.
쇼가 성황리에 끝나고 환호성이 가득한 VIP 대기실. 루카는 기다렸다는 듯 카밀라를 나폴리에서 올라온 거물급 카르텔 총책과 밀라노 국가경찰청 고위 간부들이 모여 있는 소파 상석으로 밀어 넣었다.
“오늘 아주 훌륭했어, 카밀라 양. 네가 디자인한 그 명품 가방과 모피 코트들의 숨은 안감 속에, 남부에서 올라온 수십 킬로그램의 코카인이 완벽하게 위장되어 국경을 넘었지. 네 천재적인 감각 덕분에 이번 자금 세탁과 밀수가 완벽하게 성공했어.”
루카가 음탕하게 웃으며 카밀라의 잔에 독한 보드카와 함께, 주사기에 든 새로운 신종 액상 마약을 주입하려 했다. 맨정신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치욕을 다시 약물로 마비시키려는 그들의 정교한 세뇌 매커니즘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VIP 룸의 문이 열리며 루카의 부하가 급박하게 들어와 귓속말을 전했다. 연방 검찰청의 돌발 압수수색 첩보가 입수된 것이었다. 룸 안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며 루카와 카르텔 수뇌부, 그리고 부패한 경찰 간부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대피실 안쪽으로 다급하게 몸을 숨겼다.
대기실에 홀로 남겨진 카밀라의 눈앞에, 루카가 대피하며 미처 챙기지 못한 ‘카르텔 전용 특수 암호화 보안 단말기(EncroChat)’가 들어왔다. 일반 대포폰과 달리 카메라와 GPS 기능이 물리적으로 제거되고 오직 마피아 수뇌부의 익명 통신만 가능한 700만 원 상당의 보안 폰이었다. 경황이 없던 루카가 전원을 켜둔 채 소파 위에 내던진 단말기 화면에는, 유럽 전역의 코카인 공급망과 방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부패 정객들과의 실시간 다크웹 단톡방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카밀라의 푸른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저 암호화 단말기를 지금 품에 숨겨 백스테이지의 모델들 틈에 섞인 뒤, 방송사 취재진들이 가득한 광장 앞으로 뛰어나가 폭로한다면, 카모라 카르텔의 밀라노 라인 전체를 단숨에 공중분해 시키고 노예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는 단 한 번의 진짜 기회였다. 유럽 경찰조차 해킹하지 못해 애를 먹던 카르텔의 심장, 그 자체가 제 발로 굴러들어 온 꼴이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혹독할 것이 분명했다. 이미 1화에서 찍힌 다크웹 영상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영구 유포될 각오를 해야 했고, 이탈리아 전역에 깔린 카모라의 암살조들이 그녀가 숨는 그 어떤 은신처든 찾아내 사지를 찢어발길 터였다.
“카밀라… 너 미쳤어? 저거 터뜨리면 너만 죽는 게 아니야….”
그때, 구석에 있던 프란체스카가 무전기를 쥔 채 카밀라의 앞을 막아섰다. 프란체스카의 눈은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대피실 너머로 루카와 안토니오의 거친 발자국 소리가 서서히 다시 이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고리가 거칠게 들썩이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10초.
밀라노 패션계의 거대한 추악함 앞에 완벽하게 무릎을 꿇고 다시 파란 약물을 받아 마시며 ‘움직이는 마네킹’으로 영원히 박제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사회적 생명과 목숨을 모두 내던진 채 카르텔의 핵심 보안 단말기를 낚아채 런웨이 무대 밖으로 탈출하는 처절한 반격을 시작할 것인가.
화려한 조명과 축축한 어둠이 공존하는 절벽 끝에서, 카밀라의 오염된 손가락이 잔혹한 운명의 2차 갈림길을 향해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카밀라의 운명을 결정할 가혹한 갈림길입니다. 당신의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연재 줄거리로 이어집니다.
👉 [선택 1] 단말기를 외면하고, 다시 루카의 발밑에 무릎을 꿇는다.
👉 [선택 2] 단말기를 낚아채고, 라이브 카메라가 가득한 무대 밖으로 질주한다. (무료)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카밀라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