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의 그림자 불가리아편 #001] 백색의 방주 – 5-2화: 안개 속의 도주

5-2화: 안개 속의 도주

후문 쪽에서 들려온 파열음이 예배당의 공기를 갈랐다. VIP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불안한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경비원들이 무전기에 대고 빠르게 소리쳤다. 테오도르의 얼굴에서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의 눈이 예배당 뒤편에서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엘레나에게로 향했다.

그 눈빛은 더 이상 자비로운 아버지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배신자를 알아본 심판자의 눈이었다. 그의 손이 천천히 올라가 그녀를 가리켰다.

“저 여자를 붙잡아라.”

경비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엘레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의 심장은 귀를 때리는 속도로 뛰고 있었지만, 그녀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그녀는 피아노 앞에서 일어나며, 오른손으로 피아노 의자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그것을 옆으로 걷어찼다.

의자가 옆으로 쓰러지며 피아노 옆에 놓여 있던 촛대들을 연쇄적으로 넘어뜨렸다. 촛불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양탄자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두 번째 촛대가 쓰러지며 벽 쪽의 무거운 벨벳 커튼에 불꽃이 옮겨붙었다. 세 번째 촛대가 굴러가며 VIP들이 앉아 있던 의자들 사이로 굴러들어갔다.

예배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여성 비명이 터져 나왔고, 남성들의 고함 소리가 울렸다. 불길이 커튼을 타고 올라가며 벽을 핥기 시작했다. 어둠과 연기, 그리고 춤추는 불꽃이 뒤섞이며 서로를 분간할 수 없는 혼돈이 찾아왔다. 경비원들은 VIP들을 대피시키느라, 혹은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었다.

엘레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예배당 뒤편으로 달려가, 후문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그녀의 은빛 실크 드레스가 촛농과 연기에 그을렸고, 맨발이 차가운 돌바닥을 박차며 달렸다. 뒤에서 테오도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엘레나!”

그 목소리에는 분노와 광기가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엘레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후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스테판이 약속대로 열어둔 것이다. 그러나 문 옆에는 한 명의 경비원이 쓰러져 있었고, 그의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려 눈밭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스테판의 짓이었다. 엘레나는 경비원의 옆을 지나치며 그가 아직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할 여유도 없이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수도원 후문 밖에는 작은 비밀 적재소가 있었다. 평소에는 장작과 석재를 보관하는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낡은 오프로드 차량 한 대가 시동을 켠 채 대기하고 있었다. 운전석에는 스테판이 앉아 있었다. 그의 왼쪽 팔은 피에 젖어 있었고, 그의 얼굴은 긴장으로 창백했다.

“타! 빨리!”

엘레나는 조수석 문을 열어젖히고 차 안으로 몸을 던졌다. 그녀의 은빛 드레스가 진흙과 핏빛 눈에 범벅이 되었다. 문이 닫히기도 전에 스테판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차량이 거칠게 튀어 오르며 눈 덮인 비포장 도로로 돌진했다.

“팔은 어떻게 된 거예요.”

“경비 한 명이 예상보다 빨리 눈치챘어. 제압하는 과정에… 큰 문제는 아니야. 총알이 스친 것뿐이야.”

스테판은 이를 악물고 운전대를 꺾었다. 차량은 미끄러지듯 커브를 돌아 숲속으로 접어들었다. 백미러 속으로 수도원의 불빛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예배당에서 일어난 화재로 인해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뒤를 쫓는 또 다른 불빛들이 있었다. 수도원 담장을 뚫고 나온 검은색 SUV 두 대였다. 그들의 서치라이트가 안개 속을 가르며 차량을 쫓기 시작했다.

“놈들이 따라붙어!”

스테판이 액셀러레이터를 더 깊이 밟았다. 차량은 얼어붙은 산길을 미끄러지며 달렸다.

로도피 산맥의 밤은 칠흑 같았다. 안개는 점점 더 짙어져, 차량의 헤드라이트로는 불과 몇 미터 앞밖에 볼 수 없었다. 스테판은 길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는 이 산길을 수없이 오갔던 것이다. 그러나 추격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좌회전이야!”

엘레나가 소리쳤다. 스테판이 급히 핸들을 꺾자, 차량이 얼어붙은 진흙 위를 미끄러지며 아슬아슬하게 커브를 돌았다. 차창 밖으로 자작나무 가지들이 채찍처럼 휘몰아치며 차체를 때렸다. 뒤에서는 SUV들의 서치라이트가 안개를 뚫고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더 빨리! 더 빨리 갈 수 없어요?”

“이 길은 빙판이야! 더 밟으면 절벽으로 떨어져!”

스테판의 손은 핸들을 단단히 쥐고 있었고, 그의 눈은 필사적으로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왼팔에서는 피가 계속 흘러내려 운전대를 적셨다. 엘레나는 드레스 자락을 찢어 그의 팔에 임시로 붕대를 감아주었다. 그녀의 손도 피로 물들었다.

차량이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추격대의 SUV 두 대는 점점 간격을 좁혀오고 있었다. 그들은 이 지형에 더 적합한 차량을 가지고 있었고, 더 많은 인원이 타고 있었다. 엘레나는 백미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속도라면, 5분 안에 따라잡힌다.

그때, 전방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낡은 철제 차단막이었다. 과거 벌목꾼들이 이 지역을 폐쇄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보였다. 두꺼운 쇠사슬과 커다란 자물쇠가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도로 양옆은 깎아지른 절벽이었다. 돌아갈 길은 없었다. 뒤에서는 SUV들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스테판이 차를 멈추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젠장! 막혔어!”

엘레나는 차에서 내렸다. 그녀의 발이 눈밭에 푹 파고들었다. 추격대의 서치라이트가 그녀의 등을 비추며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자물쇠 앞으로 다가갔다. 낡았지만 단단한 철제 자물쇠였다. 그녀는 옷소매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동안 숨겨두었던 강철 조율 핀을 꺼냈다.

스테판이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시간 없어!”

엘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물쇠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조율 핀의 끝을 열쇠 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떨리지 않았다. 국립음대에서 3년 동안 첼로를 조율하며 단련된 촉각. 그녀의 손가락은 현의 장력을 조절하듯, 자물쇠 내부의 핀들을 하나하나 감지했다.

추격대의 SUV가 그들의 뒤 100미터까지 다가왔다. 서치라이트가 그녀의 등을 강하게 비추었다.

첫 번째 핀이 제자리를 찾았다. 딸깍. 그녀는 조율 핀을 살짝 비틀어 두 번째 핀을 밀어 올렸다. 첼로의 브릿지를 조율할 때처럼, 미세한 각도와 압력을 조절하며. 딸깍. 세 번째 핀.

SUV가 50미터까지 다가왔다.

마지막 핀. 그녀의 손가락 끝이 무언가 걸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숨을 멈추고, 조율 핀을 정확히 15도 기울였다. 딸깍.

자물쇠가 열렸다.

엘레나는 쇠사슬을 풀어내고 차단막을 밀어 열었다. 그녀의 손은 이미 얼어붙어 감각이 없었지만, 그녀는 모든 힘을 다해 문을 밀었다. 스테판이 경적을 울리며 차를 출발시켰다. 그녀가 조수석에 뛰어오르기도 전에 차는 이미 차단막을 통과하고 있었다.

“닫아야 해! 놈들이 곧 도착해!”

그러나 이미 늦었다. 첫 번째 SUV가 차단막에 도달했다. 그러나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차단막을 그냥 들이받으려 했다. SUV의 앞범퍼가 차단막에 충돌하며 끔찍한 금속성 파열음을 냈다. 그러나 차단막은 버텼다. SUV의 앞부분이 찌그러졌고, 두 번째 SUV가 급히 멈추었다.

스테판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차량은 산길을 따라 내려가며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30분이 지났다. 추격대의 불빛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스테판은 차량을 국도 초입에 멈추고, 처음으로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의 왼팔 붕대는 이미 피로 완전히 젖어 있었지만, 출혈은 멈춘 듯했다.

“이 길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플로브디프가 나와. 거기에… 교주의 손이 닿지 않는 안전 가옥이 있어.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지.”

엘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조율 핀을 쥔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그 손은 이제 그녀의 생명줄이었다. 그녀는 핀을 다시 옷소매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는 조수석 아래에 떨어져 있던 자신의 작은 배낭을 집어 들었다. 3주 전 소피아에서 출발할 때 메고 왔던 그 배낭. 그녀는 배낭 깊숙한 곳에서 전원을 꺼두었던 스마트폰을 꺼냈다. 배터리는 아직 30% 남아 있었다. 그녀는 전원을 켜고, 신호를 기다렸다. 산속에서는 신호가 잡히지 않았지만, 이 국도에서는 달랐다. 화면에 작은 막대 하나가 깜빡이며 나타났다.

그녀는 주소록을 열었다. 소피아 국립음대 교수님. 경찰서. 그리고 집. 그녀는 엄지손가락을 올려놓고, 어디에 먼저 전화를 걸지 생각했다. 테오도르의 손은 길었다. 그가 이미 경찰과도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녀는 교수님의 번호를 선택했다.

스테판이 차를 다시 출발시켰다. 차량은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플로브디프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백미러 속으로, 로도피 산맥의 검은 실루엣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 산속에는 아직 수도원이 있었고, 지하 2층에 갇힌 여성들이 있었고, 빅토리아와 데시슬라바가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불타고 있을 예배당이 있었다.

그러나 엘레나는 이제 바깥에 있었다. 그녀는 살아서, 숨 쉬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전화기를 귀에 대고, 신호음을 기다렸다. 이 전화 한 통이 그녀의 첫 번째 증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도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튜—튜—. 신호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로도피의 안개 속을 뚫고, 동쪽 하늘에 첫 새벽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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