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그림자 티베트편 #001] 라싸의 잊힌 경전 – 1화: 붉은 궁전의 속삭임

1화: 붉은 궁전의 속삭임

라싸의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해발 3,600미터, 그 위로 우뚝 솟은 포탈라 궁전은 붉은 벽과 흰 벽이 햇빛에 반짝이며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장엄한 풍경 속에는 낯선 것들이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다. 거리에는 붉은 깃발이 걸렸고, 포르타르(포탈라) 입구에는 중국어로 된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들리지 않던 북소리 대신,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신문 방송 소리가 울려 퍼졌다.

드롤마는 궁전 깊은 곳, 햇빛이 닿지 않는 서고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낡은 경전이 펼쳐져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정성스럽게 베껴 쓰고 있었다. 티베트 문자들이 그녀의 붓끝에서 하나둘 새어 나왔다. ‘이것이 마지막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녀가 어릴 적 스님에게 들었던 이야기처럼, 누군가가 이 경전들을 모두 불태우고 다시는 쓸 수 없게 만들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녀의 손이 잠시 멈췄다. 이곳은 한때는 수백 명의 승려가 율동과 경전을 필사하던 성스러운 장소였지만, 지금은 그중 대부분이 흩어졌거나 사라졌다. 외부 세계에서 들어오는 관리들, 그리고 군인들의 발소리가 궁전의 복도에 메아리쳤다. 그 소리는 그녀의 가슴을 조였다.

“드롤마.”

그녀의 뒤에서 누군가 불렀다. 그녀가 돌아보니, 승려 텐진이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긴장된 표정이었다.

“텐진, 무슨 일이야?”

텐진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방 구석으로 그녀를 끌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다.

“드롤마, 오늘 오후에 이 서고의 문을 잠그는 작업이 있을 거야. 관리들이 온다고 들었어.”

“무슨…… 뜻이야?”

“그들은 경전을 ‘재분류’하겠다고 해. 하지만…… 사실은 불태울 거야.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없애려는 거야.”

드롤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럼…… 이 경전들은?”

“내가 아는 한, 너는 필사본을 완성했어. 하지만 원본들은…… 아마도 사라질 거야. 그러니 지금 당장, 이 작업을 마무리해.”

텐진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고 사라졌다. 드롤마는 홀로 남아, 탁자 위의 경전을 바라보았다. 그 경전이 쓰여진 종이는 이미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다. 그녀가 이대로 두면, 이 종이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었다. 그녀는 다시 붓을 들었다.

몇 시간 후, 그녀가 필사를 마쳤을 때, 복도에서 무거운 발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서둘러 원본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자리를 떴다.

그러나 그녀가 서고를 나서려는 찰나, 그녀의 시선이 벽 쪽에 있는 낡은 책장으로 향했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를 그곳으로 이끄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발걸음을 옮겨 그 책장 앞에 섰다. 그녀는 손을 뻗어 한 권의 책을 꺼냈다.

그 책의 제목은 이상하게도 한문으로 쓰여 있었다. 그녀가 한문을 읽을 줄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언가 끌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책을 펼치자, 그 안에서 낡은 봉투 하나가 떨어졌다. 봉투에는 티베트 문자로 된 그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드롤마.

드롤마는 그 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녀의 손이 약간 떨렸다. 봉투는 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지만, 봉인은 아직 깨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낡은 문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문서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기록 번호: 024. 대상: 여아. 추정 출생: 1934년경, 라싸 외곽, 드레풍 사원 근처.

발견 상황: 이 아이는 눈보라 속에서 발견되었다. 그녀를 찾은 사람은 한 명의 승려였다. 그러나 그 승려는 이틀 후 갑자기 사라졌고, 아이는 사원에서 자랐다.

특이사항: 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왼쪽 어깨에 세 개의 작은 점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점은 고대 경전에서 언급된 ‘특별한 인물’의 표식이라고도 전해진다.

추가: 1950년 이후, 이 아이에 대한 기록은 모두 소각 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나는 이 기록을 남겨둔다.”

드롤마는 그 글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그녀는 숨을 가쁘게 쉬었다.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자신이 드레풍 사원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눈보라 속에서 발견된 고아였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리고…… 왼쪽 어깨의 점.

그녀는 자신의 왼쪽 어깨를 만져보았다. 그곳에는 세 개의 작은 점이 있었다. 그녀는 늘 그것이 단순한 흉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그 점들은 그녀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표식이 되었다.

그녀는 다시 문서를 읽었다. 문서의 마지막에는 서명이 없었다. 그러나 글씨는 티베트어로 정성스럽게 적혀 있었고, 그것은 그녀에게 익숙한 글씨체였다. 그것은…… 그녀가 어릴 적부터 봐온 경전 필사체와 같았다.

“누가…… 이걸 남긴 거지?”

그녀가 중얼거릴 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서둘러 문서를 접어 옷깃에 숨겼다.

누군가가 그녀의 뒤에 나타났다.

“드롤마.”

그녀가 돌아보니, 리웨이가 서 있었다. 그는 중국 관리복을 입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방금 필사를 끝내고, 책을 정리하려고……”

리웨이는 그녀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문서를 숨긴 순간을 놓치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그는 그냥 미소 지었다. 그의 미소는 차가웠다.

“그래, 그럼. 너는 열심히 일하는구나. 하지만…… 나는 너에게 조언을 하나 해주고 싶어.”

“조언이요?”

“이 궁궐에는…… 궁금한 것을 너무 많이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 좋아. 특히 이 깊은 곳에 있는 것들 말이야.”

그는 그녀의 어깨를 한 번 툭 치고는 지나갔다. 그의 손은 차가웠다.

드롤마는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옷깃 속의 문서를 꽉 쥐었다.

드롤마는 포탈라 궁전을 나와, 황량한 길을 따라 드레풍 사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텐진을 만나야 했다. 그녀가 발견한 문서를 보여주고, 그가 무언가를 알고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사원에 도착했을 때, 텐진은 기도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는 드롤마의 얼굴을 보고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다.

“드롤마, 무슨 일이야? 너 창백해 보여.”

“여기서 말할 수 없어. 조용한 곳으로 가자.”

그들은 사원 뒤편의 작은 정자로 이동했다. 그곳은 눈에 띄지 않고, 바람 소리만 들리는 곳이었다.

드롤마는 주머니에서 그 문서를 꺼내 텐진에게 건넸다.

“이걸 봐.”

텐진은 문서를 받아 읽었다. 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이건…… 어디서 찾은 거야?”

“포탈라 깊은 곳의 서고에서. 거기서 내 이름이 적힌 봉투를 발견했어.”

텐진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문서를 자세히 살펴본 후, 드롤마를 바라보았다.

“드롤마, 나는 네가 알아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 하지만…… 이 진실은 너를 위험에 빠뜨릴 거야.”

“그게 무슨 뜻이야?”

“이 문서에 적힌 대로, 너는 그냥 평범한 고아가 아니야. 너는…… 이 땅의 어떤 예언과 관련이 있어. 예전에 어떤 스님들이 너를 보호하려고 했어. 하지만 그들이 사라졌지.”

“누가…… 내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야?”

“나도 다 알지는 못해. 하지만…… 리웨이가 그걸 알고 있어. 그래서 그가 너를 감시하는 거야.”

드롤마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너는 선택해야 해, 드롤마. 이 문서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놓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갈 수도 있어. 아니면…… 진실을 추적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 길은 매우 위험해.”

드롤마는 손에 쥐어진 문서를 바라보았다. 그 문서의 무게가 그녀의 손을 짓눌렀다.

“나는…… 시간이 필요해.”

“알아. 하지만 너무 오래 끌지는 마. 리웨이는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야.”

텐진이 일어나 떠나갈 때, 드롤마는 혼자 남았다.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며칠 후, 드롤마는 다시 포탈라 궁전에 출근했다. 그녀는 자신이 찾은 문서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출생에 대해, 어깨의 점에 대해, 그리고 사라진 스님들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녀가 서고에서 정리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들어왔다. 드롤마가 고개를 들자, 리웨이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번에는 혼자였다.

“드롤마, 나는 너에게 할 말이 있어.”

그가 다가와 그녀에게 가까이 서자, 드롤마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제가…… 또 무슨 실수를 했나요?”

“실수? 아니야. 하지만 나는 너에게 한 가지를 알려주고 싶어. 너는 이 궁전에서 뭔가를 찾은 것 같아. 그게 무엇인지 나는 알고 있어.”

드롤마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저는 아무것도……”

“거짓말 하지 마, 드롤마. 나는 궁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고 있어. 그리고 너는 내가 모르는 줄 알고 있지? 그 문서를 찾은 것, 그리고 텐진을 만난 것까지도.”

드롤마는 말을 잃었다.

리웨이는 계속 말했다.

“그 문서는…… 없어져야 했어. 하지만 너는 그것을 찾았지. 그렇다면 이제 너도 선택해야 해. 그 문서를 나에게 건네주거나…… 아니면 다른 결과를 감수하거나.”

“그 문서는…… 저에게 중요한 거예요. 저는 제가 누군지 알고 싶어요.”

“네가 누군지 알고 싶다고? 드롤마, 때로는 모르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어. 특히 이 시대에는 더욱 그렇지.”

그는 그녀에게서 한 걸음 물러섰다.

“나는 내일 다시 올 거야. 그때까지 네 선택을 기다리겠다. 하지만 명심해. 이 궁전에는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어. 너의 선택도.”

그가 방을 나가자, 드롤마는 혼자 남았다. 그녀는 텐진의 말과 리웨이의 경고가 머릿속에서 교차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옷깃 속의 문서를 꺼냈다. 그녀는 그 문서의 내용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그녀는 결심했다.

그녀는 진실을 포기하지 않기로.

드롤마는 포탈라 궁전에서 나와, 거리를 걸었다. 라싸의 거리는 혼잡했지만, 그녀는 그 소음들이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텐진을 만나기로 했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이 리웨이와 대화한 내용을 전할 것이고, 그녀가 진실을 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그녀는 드레풍 사원으로 향했다. 그녀가 사원 입구에 도착했을 때, 텐진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롤마, 네 선택은?”

“나는…… 진실을 알아내기로 했어. 리웨이가 나를 막아도, 나는 멈추지 않을 거야.”

텐진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는 미소 지었다.

“그럼, 나는 너를 도울 거야. 하지만…… 먼저 네가 알아야 할 것이 있어.”

그가 그녀에게 작은 책자를 건넸다. 그 책자는 낡고, 몇몇 페이지는 떨어져 나갈 듯했다.

“이건……?”

“이건 네가 발견한 문서와 연결되는 경전이야. 이 경전에는…… 너에 대한 더 많은 기록이 남아 있어.”

드롤마는 그 책자를 받아들였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이것이…… 나의 진실인가?”

“그 진실은 네가 직접 발견해야 해. 하지만…… 나는 네가 이 길을 걷는 동안, 함께 있을 거야.”

드롤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책자를 가슴에 품었다.

그녀는 라싸의 거리를 바라보았다. 낯선 풍경이었지만, 그녀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그녀는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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