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의 그림자 미국편 #003] 헌납 – 1화: 빈자리

1화: 빈자리

장례식이 끝난 지 열흘째 되던 날 아침, 미셸은 처음으로 어머니의 방문을 열었다.

캘리포니아의 10월 햇살이 창문을 통해 방 안을 비스듬히 가로질렀다. 방 안은 그녀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단정하게 정리된 퀸사이즈 침대, 머리카락 한 올 없는 베개,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 그 화분의 제라늄은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기 전 마지막으로 물을 준 것이었다. 지금은 잎이 누렇게 말라 있었다.

미셸은 침대 끝에 걸터앉아 방 안을 둘러보았다. 서랍장 위에는 어머니의 독서용 안경이 놓여 있었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지기 직전까지 쓰던 안경이었다. 안경 다리에는 오래 사용해서 생긴 작은 흠집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안경을 집어 들어 한참 동안 만지작거렸다. 렌즈에 얇은 먼지가 쌓여 있었다.

1층에서는 남편 마이클이 출근 준비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커피 메이커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 서류 가방이 식탁 위에 닿는 소리. 평범한 아침의 소리들이었다. 하지만 그 소리들은 어머니가 없는 이 집에서 어딘지 모르게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나 갈게. 애들 학교 늦지 않게 챙기고. 오늘 앤디 축구 연습 4시야.”

마이클이 계단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말했다. 미셸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안경을 손에 쥔 채였다. 마이클은 무언가 더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아무 말 없이 현관문을 닫고 나갔다. 차고에서 엔진 소리가 들렸다가 멀어졌다.

아이들이 아침을 먹는 동안 미셸은 식탁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열네 살 난 딸 에이미가 물었다. “엄마, 오늘 학교 끝나고 줄리엣 집에 가도 돼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라고 짧게 답했다. 열한 살 난 아들 앤디가 시리얼 그릇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엄마, 요즘 엄마 이상해.” 그녀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어 보였다. 입술이 올라갔지만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

아이들을 학교 버스 정류장까지 배웅하고 돌아오자, 집은 다시 조용해졌다.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아침 뉴스에서는 지역 선거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소리를 줄이고 화면만 바라보았다.

그녀는 다시 2층으로 올라가 어머니의 방문 앞에 섰다. 손잡이를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 화분의 제라늄을 만지며 말라붙은 흙에 물을 조금 주었다. 서랍장 위의 안경은 그대로 두고 방을 나왔다. 방문을 닫는 순간, 그녀는 자신이 이 방을 언제 다시 열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오후, 미셸은 교회에서 알게 된 지인 재클린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미셸, 요즘 힘들지? 내가 아는 분이 있는데, 한번 찾아가 보는 게 어때? 위로가 많이 될 거야. 스피리추얼 카운슬러인데, 정말 대단한 분이야.”

미셸은 그 말에 별다른 기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재클린이 보내준 주소를 핸드폰 지도 앱에 입력했다.

며칠 후, 재클린이 알려준 주소는 LA 한인타운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주택가의 단층 건물이었다. 건물 입구에는 작은 간판 하나가 걸려 있었다. ‘Spiritual Guidance – 상담’이라는 글자와 함께, ‘매담 루스’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미셸은 간판을 잠시 바라보다가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고, 6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가 그녀를 맞았다. 차분한 인상이었다. 흰색 린넨 셔츠에 검은색 슬랙스, 은발은 단정하게 뒤로 묶었고, 목에는 작은 십자가 펜던트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미셸을 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들어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방 안은 의외로 넓었다. 한쪽 벽에는 작은 제단이 놓여 있었고, 그 앞에는 향로와 촛대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반대쪽 벽에는 평화로운 자연 풍경화 한 점이 걸려 있었다. 탁자 위에는 허브차가 담긴 찻잔 두 개와 주전자가 놓여 있었다.

매담 루스는 미셸에게 자리를 권하며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 그녀의 손놀림은 느리고 정갈했다. 미셸은 찻잔을 받아들며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깊은 주름 사이로 또렷한 눈빛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군요. 그것도 아주 최근에.”

미셸의 손이 찻잔을 쥔 채로 멈추었다. 그녀는 재클린에게 어머니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여자는 정확히 ‘어머니’를 언급했다.

“네… 3주 전이에요.”

“어머니의 영혼이 아직 편히 쉬지 못하고 계시네요. 미련이 남아 있어요. 이승에 묶여 있어요.”

미셸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매담 루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영혼이나 사후 세계 같은 것을 굳게 믿는 사람은 아니었다. 가톨릭 집안에서 자랐지만, 성인이 된 후로는 교회도 일 년에 몇 번 가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녀는 자주 생각했다. 어머니가 마지막 순간에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호스피스 침대에 누워 말을 잇지 못하던 그 순간, 어머니의 눈빛은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매담 루스는 잠시 눈을 감았다.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천천히 허공을 떠돌았다. 몇 분 후 그녀가 눈을 떴다.

“어머니가 말씀하시네요. 당신에게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있다고.”

“…무슨 말이요?”

“미안하다고. 너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웠다고. 특히… 그 마지막 결정에 대해.”

미셸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으로 찻잔의 가장자리를 만지작거렸다. 어머니는 살아생전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딸을 도왔고, 묵묵히 손주들을 돌봤고, 묵묵히 호스피스 침상에 누웠다. 그리고 떠났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매담 루스는 계속 말을 이었다. 미셸의 어린 시절 이야기, 어머니가 생전에 즐겨 입던 블라우스의 색깔, 어머니가 매주 일요일마다 가던 세인트 메리 성당의 이름. 하나하나가 정확했다. 미셸은 처음에는 재클린이 알려준 정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당 이름이나 블라우스 색깔 같은 세세한 것들은 재클린조차 모르는 일이었다.

“어머니가 아직 떠나지 못한 이유가 있어요. 미셸, 어머니는 당신의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떠나지 못하고 계세요. 당신이 그 죄책감을 내려놓지 않으면, 어머니도 편히 쉬지 못해요. 그 마지막 결정에 대한 죄책감 말이에요.”

미셸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어머니가 누워 있던 호스피스 병실을 떠올렸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었다. 의사가 들어와 연명 치료 옵션을 설명했을 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가 건강할 때 미리 작성해둔 DNR 서류를 꺼내 보여주며, 더 이상의 연명 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그렇게 조용히 떠났다. 그녀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밤에 잠에서 깨면, 그 순간의 감각이 다시 살아나 그녀를 짓눌렀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머니가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이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미셸.”

매담 루스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어머니의 그것처럼 다정했다. 미셸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해야… 어머니가 편히 쉴 수 있을까요?”

“정기적으로 의식을 해야 해요. 그래야 어머니의 영혼이 차츰 이승을 떠날 준비를 할 수 있어요. 첫 의식은 간단해요.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요.”

미셸은 지갑에서 100달러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매담 루스는 돈을 만지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에 다시 오세요. 그때 첫 의식을 진행할게요.”

상담소를 나서며 미셸은 핸드폰을 꺼내 마이클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 “나 괜찮아. 걱정하지 마.” 마이클은 곧바로 답장을 보내왔다. “무슨 일이야? 어디 갔었어?” 그녀는 답장하지 않고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주택가에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단풍이 물든 잎들이 바람에 흩날려 잔디밭 위에 쌓이고 있었다. 그녀는 그 낙엽을 밟으며 차를 주차한 곳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작은 안도감이 싹트고 있었다. 처음으로, 어머니가 떠난 후 처음으로, 그녀는 누군가와 진짜 대화를 나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첫 의식은 단출했다. 매담 루스의 상담소에서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우고,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를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미셸은 매담 루스가 건네는 말을 따라 작게 중얼거렸다. 기도가 끝난 후, 그녀는 200달러를 건넸다.

두 번째 의식은 일주일 후에 열렸다. 이번에는 매담 루스가 어머니의 생전 사진을 가져오라고 했다. 미셸은 앨범에서 어머니가 가장 밝게 웃고 있는 사진 한 장을 골라 가져갔다. 매담 루스는 그 사진을 제단 앞에 올려놓고, 더 긴 기도를 올렸다. 이번에는 300달러였다.

세 번째 의식이 끝난 후, 매담 루스는 미셸에게 말했다.

“어머니가 조금씩 마음을 열고 계세요. 하지만 아직 시간이 필요해요. 다음부터는 정기적으로 의식을 진행해야 해요. 그래야 어머니의 영혼이 완전히 편안해질 수 있어요.”

미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 매주 한 번씩 상담소를 찾았다. 매번 의식이 끝날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매담 루스는 그녀에게 어머니의 메시지를 전해주었고, 그 메시지들은 항상 그녀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들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달랐다.

처음에는 마이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요즘 좀 나아진 것 같다”며 오히려 반기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가 온라인 뱅킹에서 계좌 내역을 확인한 것은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미셸, 온라인 뱅킹에 ‘Spiritual Guidance’라는 이름으로 매주 수백 달러씩 빠져나가고 있더군. 이게 당신이 다니는 그 상담소야?”

미셸은 식탁에 앉아 아이들 숙제를 봐주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냥… 카운슬링 같은 거 받고 있어. 엄마 일로.”
“카운슬링? 무슨 카운슬링이 이렇게 비싸? 이게 도대체 뭐야?”

마이클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미셸은 대답을 피하며 아이들에게 거실로 나가라고 손짓했다. 아이들이 나간 후,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스피리추얼 카운슬러야… 엄마의 영혼을 달래주시는 분이야.”
“뭐? 영혼? 미셸, 제정신이야? 어떤 사이킥 같은 사람한테 돈을 갖다 바르는 거야?”

마이클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부엌을 서성였다. 미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매담 루스를 만나기 전의 자신이라면, 아마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여보, 그런 데 다니지 마. 다 사기야. 엄마 돌아가셨다고 이상한 데 빠지면 어떻게 해.”
“사기 아니야. 그분은 정말로… 정말로 엄마의 말을 전해줘. 내가 모르는 것까지 알고 있었어.”
“그건 다 콜드 리딩이라는 기술일 뿐이야. 당신이 속고 있는 거라고.”

미셸은 마이클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걱정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그 눈빛을 이해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마이클이 자신의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 그가 호스피스에 없었다는 사실이 갑자기 떠올랐다. 시애틀 출장 중이었다. 그녀 혼자 모든 결정을 내렸다.

“당신은 거기 없었어.”

미셸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마이클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
“엄마가 돌아가실 때. 당신은 시애틀에 있었잖아. 나 혼자였어. 의사가 연명 치료 옵션을 물어봤을 때도 나 혼자 결정했어. 당신은 그게 어떤 기분인지 몰라.”

마이클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식탁 의자에 앉아 얼굴을 감쌌다.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결국 마이클이 먼저 입을 열었다.

“…미안해. 그때 내가 같이 있어야 했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지금 어떤 사이킥한테 돈을 갖다 바르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사이킥이 아니야. 스피리추얼 카운슬러야. 나는 그분 덕분에 요즘 겨우 숨을 쉬고 있어.”

미셸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 싱크대로 갔다. 그녀는 가장자리를 손으로 짚고 서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유리창에는 그녀의 얼굴이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그녀는 그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지금 괜찮은 걸까. 아니면 정말로 이상해지고 있는 걸까.

두 달째에 접어들면서 의식의 비용은 점점 커져갔다. 처음에는 100달러였던 것이 200달러가 되고, 300달러가 되고, 500달러가 되었다. 매담 루스는 매번 다른 이유를 댔다. “이번 의식에는 특별한 향이 필요해요.” “어머니의 영혼이 더 강한 기도가 필요하다고 하세요.” 미셸은 의심 없이 돈을 냈다.

그녀의 체킹 계좌 잔고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어머니가 남긴 작은 유산 중 현금 부분은 거의 바닥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의식을 거를 때마다 그녀는 불안해졌다. 어머니가 고통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미셸은 잠에서 깨어났다. 침대 옆 디지털 시계는 오전 3시 1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옆에서는 마이클이 등을 돌린 채 자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거실로 내려갔다.

거실 창밖으로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켰다. 매담 루스에게서 온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

“미셸, 오늘 밤 어머니의 영혼이 불안해하셨어요. 내일 의식 때 좀 더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큰 준비가 필요해요.”

미셸은 답장을 보냈다. “무엇이 필요하신가요?” 30분 후에 답장이 왔다. “특별 의식이 필요해요. 비용은 1,000달러 정도 생각하시면 돼요.”

1,000달러. 그녀는 남은 계좌 잔고를 떠올렸다. 하지만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그녀는 “알겠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내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다음 날 아침, 식탁에서 딸 에이미가 물었다.

“엄마, 이번 주 토요일에 친구들이랑 디즈니랜드 가기로 했는데, 티켓값이랑 용돈 좀 주세요.”

미셸은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난달부터 아이들의 용돈을 챙겨주지 않았다. 축구 리그비도 밀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갑을 열어 20달러짜리 한 장을 꺼내 건넸다.

“미안, 이번 주는 이거밖에 못 주겠다.”

에이미는 아무 말 없이 돈을 받아 지갑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본 마이클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셸, 요즘 돈이 너무 많이 나가잖아. 도대체 얼마나 쓴 거야?”

미셸은 대답하지 않고 식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이클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말해 봐. 얼마나 썼어?”
“…7천 달러 정도.”
“7천 달러?! 두 달 만에 7천 달러를 갖다 바친 거야? 그 여자한테?”

마이클의 목소리가 커졌다. 아이들이 놀라서 부엌 쪽을 쳐다보았다. 미셸은 팔을 빼내며 말했다.

“갖다 바친 게 아니야. 엄마를 위한 의식 비용이야.”
“의식 비용? 미셸, 당신 지금 사기당하고 있는 거라고! 정신 차려!”

마이클은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접시가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앤디가 겁에 질린 얼굴로 소파에 웅크렸다. 미셸은 아이를 달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마이클은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

“내가 못 가게 할 거야. 그런 데 더 이상 다니면 안 돼.”
“내가 하는 일이야. 당신이 뭐라 해도 나는 갈 거야.”

미셸은 마이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마이클은 그녀의 눈빛을 보고 무언가를 느꼈는지,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보다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아내가 점점 자신이 알던 사람이 아니게 되어가고 있다는 두려움.

미셸은 그날도 매담 루스의 상담소를 찾았다. 특별 의식은 평소보다 길고 복잡했다. 향이 더 많이 피워졌고, 촛불은 일곱 개나 켜졌다. 매담 루스는 긴 기도문을 외우며 미셸의 손을 잡고 어머니의 영혼을 불러냈다. 기도가 절정에 달했을 때,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낮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가 말씀하세요. 당신이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고. 그리고…”

매담 루스가 뜸을 들였다.

“…그리고 아직 한 가지 미련이 더 남아 있다고.”

미셸은 숨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미련이요?”

“당신의 가족. 남편분과 아이들. 그들이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에 어머니가 마음 아파하세요. 그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어머니도 떠날 수 없대요. 다음에는 더 큰 의식이 필요할 거예요. 가족 모두의 화합을 기원하는 의식.”

매담 루스의 눈이 촛불 아래에서 반짝였다. 미셸은 그 눈빛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제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어머니를 편히 보내드려야 한다. 그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효도였다.

상담소를 나서며 그녀는 핸드폰을 꺼냈다. 뱅킹 앱을 열자, 잔고가 표시되었다. 그녀는 그 숫자를 잠시 바라보다가 앱을 닫았다. 그리고 다음 의식을 위한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직 손대지 않은 아이들 대학 학자금 통장이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남겨주신 IRA 계좌도 있었다.

그녀는 시동을 걸며 대시보드 위의 성모상 스티커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어릴 적 교회에서 받아와 붙여준 것이었다. 내일이면 그 IRA 계좌의 첫 인출금으로 특별 의식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평안을 살 수 있다면, 아이들의 미래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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