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검은 가방의 침묵
2001년 5월, 보고타.
회의실의 침묵은 시간이 멈춘 듯했다. 에두아르도의 손가락은 테이블 위에 놓인 붉은색 서류 가방 위에 머물러 있었다. 감사단장의 시선은 차갑게 그를 관통했다.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다음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에두아르도 씨, 당신의 결정은?”
감사단장이 다시 한번 물었다. 에두아르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뒤돌아 부관을 바라보았다. 부관의 눈에는 경고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더 이상 말할 것이 없습니다.”
그는 붉은색 가방을 감사단장 앞으로 밀었다.
“여기 저희 회사의 모든 정상 장부가 있습니다. 저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감사단장은 서류를 받아 훑어보았다.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는 실제 거래 내역이 필요합니다. 이 서류는 이미 우리가 가진 자료와 동일합니다.”
“죄송합니다만, 그 이상은 알지 못합니다. 저는 단지 회사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임원일 뿐입니다. 채굴이나 감정 업무는 제 영역이 아닙니다.”
에두아르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는 이미 이 순간을 수없이 연습했다.
감사단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계속 조사할 것입니다.”
감사단이 회의실을 나간 후, 에두아르도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부관이 다가와 물었다.
“선장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같은 날 밤, 보고타 시내 카르텔의 은밀한 회합 장소.
에두아르도의 결정은 카르텔 내부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검은색 가방을 열지 않았다. 그들의 비밀은 아직 안전했다.
“그가 잘 판단했어. 우리는 아직 숨을 곳이 있어.”
“하지만 감사단은 계속 조사할 거야. 우리는 증거를 완전히 없애야 해.”
“알바로의 사무실은 이미 정리했지. 컴퓨터 기록도 모두 삭제했고.”
“파나마 계좌는?”
“이미 폐쇄했어. 자금은 스위스로 옮겼지.”
회의는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들은 하나씩 증거를 인멸하는 방법을 논의했다. 서류는 소각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물리적으로 파괴하며, 관련자들에게는 입막음용 돈을 지급했다.
“에두아르도는 어떻게 할 건가?”
“그는 우리 편이야. 당분간은 믿을 수 있어.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를 계속 지켜봐.”
“만약 그가 마음을 바꾸면?”
“그때는…… 그때 가서 생각하지.”
누군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방 안은 다시 침묵에 휩싸였다.
다음 날, 보고타 시내 호텔.
에두아르도는 호텔 방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감사단의 추가 조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동시에 카르텔의 감시도 받고 있었다. 문 밖에는 경호원이라는 이름의 감시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선장님, 오늘 외출하실 계획이 있으십니까?”
“아니. 여기 있을게.”
그는 창가로 걸어갔다. 호텔 아래로 보이는 보고타의 거리는 여전히 활기찼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이 불안하게 보였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 중 누가 감시자인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제대로 선택한 걸까?’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잃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요즘 외출하지 말고 집에만 있어. 걱정되는 일이 있어.”
“무슨 일인데?”
“아직 확실하지 않아.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는 게 좋아.”
전화를 끊은 후, 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형광등이 깜빡이며 신경질적으로 빛났다. 그는 그 빛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밤이 깊어질수록 불안은 커져만 갔다.
감사단 숙소, 같은 날 밤.
감사단장의 방에 다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당신은 아직도 보고타에 있군요. 우리가 경고하지 않았나요?”
“나는 감사관입니다. 협박은 통하지 않습니다.”
“협박이 아니라 조언입니다. 당신의 가족은 런던에 있지요? 아주 평화로운 동네입니다. 불행한 일이 생기기 전에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감사단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당신이 누구야?”
“당신이 알 필요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딸이 오늘 오후에 도서관에서 공부했다는 것도, 당신의 아들이 축구 연습을 갔다 온 것도.”
전화는 곧 끊겼다. 감사단장은 전화기를 손에 쥔 채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동료를 불렀다.
“우리 가족을 보호해야 해. 지금 당장 런던으로 연락해.”
“무슨 일이 있나요?”
“그들이 우리 가족을 협박하고 있어.”
그날 밤, 감사단장은 한 시간도 잠들지 못했다. 그는 창밖 어둠 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2002년, 보고타 법원.
에두아르도는 법정에 섰다. 그의 얼굴은 예전보다 야위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강했다. 지난 1년간의 감사와 재판은 그를 지치게 만들었지만, 그는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
“피고인 에두아르도, 증권 사기 방조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유죄를 인정하시나요?”
“인정하지 않습니다. 저는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
검사는 서류를 치켜들었다.
“그렇다면 이 서류는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당신이 서명한 대출 서류입니다. 담보로 제시된 에메랄드는 모두 위조된 감정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감정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없습니다. 저는 마케팅 담당자입니다. 감정은 전문가의 영역입니다.”
에두아르도의 변명은 논리적으로 보였지만, 법정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은 몇 달 동안 이어졌다. 배심원단은 평의를 거친 후 판결을 내렸다.
에두아르도, 징역 2년 집행유예.
그의 재산 중 일부가 몰수되었지만, 대부분은 유지할 수 있었다. 그는 카르텔의 비밀을 지켰다. 그의 침묵은 값진 대가를 치르게 했다.
법정을 나서는 순간, 그의 부관이 다가와 속삭였다.
“선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정리되었습니다.”
에두아르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내 선택이 맞았을까?’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의 양심은 상처를 입었다.
그날 이후, 에두아르도는 회사에서 은퇴했다. 그는 콜롬비아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조용히 살기로 결정했다. 다시는 보고타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선택은 많은 것을 지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행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