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연결의 대가
루카스는 쇠창살을 움켜잡고 있었다.
통풍구는 바닥에서 2미터쯤 올라간 벽 상단에 뚫려 있었다. 그가 침대를 벽 쪽으로 밀어붙이고 그 위에 올라서야 겨우 닿을 수 있는 높이였다. 콘크리트에 박힌 쇠창살은 녹이 슬어 있었고, 손가락으로 두드리자 푸석한 녹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창살 자체는 여전히 단단했다. 성인 남성의 팔뚝 굵기만 한 철근이 상하좌우로 콘크리트 속 깊이 박혀 있었다.
그는 창살을 잡고 체중을 실어 흔들어봤다. 철근이 1밀리미터도 움직이지 않았다. 콘크리트 접합부에 금이 가 있긴 했지만, 그 틈을 벌리려면 망치와 정이 필요했다. 맨손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주저앉았다. 숨이 가빴다. 영양실조와 탈수로 근력은 이미 상당히 저하되어 있었다. 팔굽혀펴기 열 번도 버거울 정도였다.
통풍구 탈출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은 경로는 하나뿐이었다.
철문.
그는 문 앞으로 다가가 손바닥으로 철판을 밀어봤다. 차가운 금속이 손바닥에 닿았다. 경첩은 바깥쪽에 있었고, 문은 안쪽으로 열리는 구조가 아니었다. 밖으로 밀어야 열리는 형태였다. 빗장은 복도 쪽에서 걸려 있었다. 문 아래 틈으로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지만, 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틈은 아니었다.
그는 돌아서서 방 안을 다시 훑어봤다. 침대 프레임. 플라스틱 양동이. 콘크리트 벽. 그리고 매트리스 아래 숨겨둔 SIM 카드.
SIM 카드가 있다. 기기가 없다. 문은 잠겨 있다. 통풍구는 빠져나갈 수 없다. 그가 가진 도구는 오직 하나, 그리고 그가 가진 시간도 오직 하루. 내일 아침이면 브루누가 돌아올 것이고, 이번에는 이사벨라도 막지 못할 것이다.
그는 침대에 누워 머리를 굴렸다. IT 엔지니어로서 그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명확했다. 첫째, SIM 카드를 꽂을 수 있는 기기를 확보할 것. 둘째, 그 기기로 네트워크에 접속해 외부와 연결될 것. 셋째, 들키지 않고 이 모든 것을 실행할 것.
그가 기다린 것은 기회였다. 그리고 기회는 반드시, 하루에 한 번은 찾아왔다. 이체 시간. 아니, 이제는 이체할 돈이 없으니 다른 목적으로—브루누가 다시 이 방에 들어오는 시간이 반드시 있을 것이었다.
밤이 깊어갔다. 여덟째 날이 저물고 있었다.
잠결에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루카스가 눈을 떴을 때, 들어온 것은 덩치 큰 남자와 마른 남자였다. 브루누는 보이지 않았다. 덩치 큰 남자가 빵과 물을 바닥에 내려놓았고, 마른 남자는 여느 때처럼 벽에 기대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저가형 안드로이드. 액정에 금이 간, 그가 매일 사용하는 그 기기였다.
루카스의 시선이 무심하게, 아주 자연스럽게 그 안드로이드를 스치고 지나갔다. 화면은 켜져 있었고, 마른 남자는 와이파이에 연결된 상태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유튜브인지, 축구 하이라이트인지, 작은 화면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화면 상단에는 LTE 신호 막대도 떠 있었다.
이 방 안에서는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루카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 마른 남자의 폰이 연결된 와이파이는 복도나 지상층에 있는 공유기에서 오는 신호였다. 그가 방 안에서 폰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신호가 약하게나마 문 너머에서 새어 들어오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그가 그 안드로이드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이 폰으로 바로 이메일이나 웹뱅킹에 접속할 수 있다. SIM 카드 없이도 와이파이로 연결할 수 있고, SIM 카드가 있다면 이동통신망으로도 연결할 수 있다. 두 가지 경로가 모두 가능한 기기가, 지금 그의 눈앞에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마른 남자가 방을 나가기 직전, 손가락으로 화면을 톡톡 두드려 무언가를 입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화면 잠금이 걸려 있다는 뜻이었다. 패턴인지, 핀 번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저가형 안드로이드라도 기본적인 보안 장치는 설정되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오늘 밤에 브루누 올 거야.” 덩치 큰 남자가 말했다. “몸값 확인하러.”
루카스는 고개를 들었다. “몸값?”
“네 엄마가 오후 6시까지 돈 구한다고 했어. 아직 연락은 없지만.”
루카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머니가 정말로 5만 헤알을 구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가 알기로 부모님의 비상금은 기껏해야 2만 헤알 정도였다. 나머지는 대출을 받거나 친척들에게 손을 벌려야 했다. 그것은 단순한 금전적 손실이 아니라, 부모님의 남은 노후를 송두리째 빼앗기는 일이었다.
“돈 못 구하면?” 루카스가 물었다.
덩치 큰 남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땐 네 손가락이 택배로 캄피나스 가는 거지.”
두 남자가 방을 나갔다. 철문이 닫히고 빗장이 걸렸다. 루카스는 빵을 집어 들었다. 오늘은 먹어야 했다. 체력을 보존해야 했다.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잡기 위해서라도, 그는 살아 움직일 수 있는 몸을 유지해야 했다.
밤이 되었다.
형광등이 켜진 지 한참이 지났을 무렵, 복도에서 브루누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보다 크고 거칠었다. 화가 나 있는 목소리였다.
철문이 열렸다. 브루누가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손에는 루카스의 아이폰이 아닌 자신의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그의 뒤로 덩치 큰 남자와 마른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마른 남자는 오늘도 공구함을 들고 있었다.
“네 엄마 말이야.” 브루누가 루카스 앞에 서서 말했다. “돈을 못 구했대. 2만 헤알밖에 없다고. 나머지는 시간을 더 달라고 사정하더라.”
루카스는 침묵했다. 2만 헤알. 부모님이 가진 전부였을 것이다.
“나는 24시간이라고 분명히 말했어.” 브루누가 계속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오늘은 손가락 하나만 받을 거야. 그리고 내일까지 나머지 3만을 더 구해오라고 다시 연락할 거고.”
그가 마른 남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른 남자가 공구함을 열었다. 커터칼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깨끗이 닦여 있었다.
“기다려.”
목소리는 문간에서 들렸다. 이사벨라였다.
브루누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에 짜증이 스쳤다. “또 뭔데.”
“방금 연락 왔어.” 이사벨라가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녀의 표정은 무심했지만, 목소리에는 미세한 긴장이 실려 있었다. “옛 아지트 주변에서 경찰이 탐문 수사 확대했대. 어제는 가볍게 지나갔는데, 오늘은 골목마다 돌아다니면서 주민들한테 물어보고 있대.”
브루누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디까지 들었대?”
“아직 우리 쪽은 아니래. 근데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루카스는 숨을 죽였다. 이것이 사실인지, 아니면 또다시 이사벨라가 지어낸 이야기인지 알 수 없었다. 어제 그녀는 ‘경찰은 철수했고 탐문 수사는 없었다’고 실토했었다. 그렇다면 오늘 이 말도 거짓일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브루누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에게 이사벨라는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이었다.
브루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아는 정보는 이것이었다. 경찰이 옛 아지트를 급습했고, 이제 탐문 수사까지 확대하고 있다. 새 아지트는 아직 안전했지만, 경찰의 수사망이 파벨라 전체로 좁혀지고 있었다.
“손가락은… 잠시 보류한다.”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대신, 내일까지 3만 헤알 더 받아내. 안 되면 그땐 손가락 두 개다.”
마른 남자가 공구함을 닫았다. 덩치 큰 남자가 루카스의 결박을 느슨하게 풀었다. 브루누는 루카스에게 다가와 그의 얼굴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네 엄마한테 연락할 때 말해. 아들이 아직 손가락 열 개 다 붙어 있다고. 하지만 내일이 진짜 마지막이라고.”
그들이 방을 나갔다. 철문이 닫혔다.
이사벨라는 이번에는 방에 남지 않았다. 그녀는 문이 닫히기 직전, 잠시 루카스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움직였다. 무언의 말이었다. ‘기다려’인지, ‘준비해’인지, 아니면 그냥 ‘미안해’인지, 루카스는 읽을 수 없었다.
밤이 깊었다.
루카스는 자는 척 누워 있었다. 호흡을 고르게 유지하며, 복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집중했다. 브루누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부하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그들은 긴장을 풀고 있었다. 경찰 이야기가 그들에게도 부담이 되었는지, 평소보다 술이 빨랐다.
자정이 넘었을 무렵, 복도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철문이 열렸다.
들어온 것은 이사벨라였다. 그녀는 조용히 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물병이 들려 있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검은색 플라스틱 조각이었다. 만년필 뚜껑 크기의, 얇고 길쭉한 도구였다.
SIM 카드 트레이 제거 핀이었다.
“어디서 난 거야.” 루카스가 속삭이듯 물었다.
“네 아이폰 상자에 들어 있던 거. 옛 아지트에서 챙겨왔어.”
루카스는 매트리스 아래에 손을 넣어 SIM 카드를 꺼냈다. 손톱만 한 크기의 금속 조각. 이사벨라가 어제 그에게 건네준 유일한 연결 수단이었다. 그녀는 그가 손바닥에 올려놓은 SIM 카드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마른 남자 폰.”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거실 탁자 위에 올려놓고 잠들 거야. 그런데 문제가 있어.”
“화면 잠금.”
“맞아. 패턴이야. 내가 몇 번 봤는데, L자 모양이었어. 하지만 폰마다 달라서 확실하지는 않아.”
루카스는 손바닥 위의 SIM 카드를 바라봤다. 마른 남자의 안드로이드는 와이파이에 연결되어 있고, LTE 신호도 잡히는 상태였다. 화면 잠금만 풀면 그대로 이메일을 보내고, 웹뱅킹을 열고, 경찰에 위치 추적 신호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잠금 패턴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함부로 시도했다간, 실패 횟수가 쌓여 폰이 완전히 잠겨버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잠금을 풀었다 해도, 브루누의 코앞에서 긴 시간 메일을 작성하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이었다.
“다른 방법이 있어.” 루카스가 작게 말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IT 엔지니어로서의 지식이 빠르게 조합되고 있었다. “안드로이드는 SIM 카드를 교체하고 강제 재부팅하면, 특정 제조사 모델에서는 부팅 직후 잠금 화면이 일시적으로 우회되는 취약점이 있어. 구글의 보안 패치가 안 된 구형 모델이라면 특히 그래.”
그는 이사벨라의 손에 들린 트레이 제거 핀을 바라봤다.
“내 SIM 카드를 그 폰에 꽂고 재부팅해. 그러면 잠금 화면 없이 시스템에 진입할 수 있어. LTE 네트워크도 내 SIM 카드로 바로 연결되고. 시간은 30초면 충분해.”
이사벨라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에는 여전히 무심함이 깔려 있었지만, 그 아래에 미세한 파문이 일고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밤 3시.” 그녀가 작게 말했다. “브루누랑 부하들 완전히 취해서 깊이 잠들 거야. 그때 내가 문 열어줄게. 복도 끝까지 가면 거실이 있고, 탁자 위에 안드로이드가 있어. SIM 카드 꽂고… 할 거 해.”
루카스는 SIM 카드와 트레이 제거 핀을 손에 단단히 쥐었다.
“이사벨라.”
그녀가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진짜 이유가 뭐야.”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전보다 조금 더 낮고, 조금 더 떨리고 있었다.
“나도… 여기서 나가고 싶어.”
문이 열리고 닫혔다. 빗장이 걸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루카스는 시간을 세었다. 형광등이 꺼지고 어둠 속에서, 그는 심장 박동으로 초를 가늠했다. 1시. 2시. 복도 너머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브루누의 코 고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밤은 완전히 무음에 가까웠다.
3시가 되었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맨발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닿았다. 왼손에는 SIM 카드, 오른손에는 트레이 제거 핀을 쥐고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철문 앞에 섰다. 손바닥을 철판에 대고 살짝 밀었다. 문이 1센티미터쯤 밀려났다. 이사벨라가 약속대로 빗장을 걸지 않았다.
그는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복도는 어두웠다. 벽을 따라 희미한 비상등 하나만이 낮은 곳에서 푸른빛을 내고 있었다. 복도 길이는 약 10미터. 끝나는 지점에 거실이 있었다. 소파, 탁자, 그리고 탁자 위에 뒤집혀 놓인 저가형 안드로이드 폰.
루카스는 발소리를 죽이며 복도를 걸어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콘크리트 바닥의 냉기가 발바닥을 찔렀다. 거실에 가까워질수록 술 냄새가 진해졌다. 소파에는 덩치 큰 남자가 머리를 떨어뜨린 채 잠들어 있었다. 그 옆 바닥에는 마른 남자가 담요를 덮고 누워 있었다. 그리고 구석의 안락의자에는 브루누가 권총을 가슴에 올려둔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루카스는 숨을 멈췄다. 탁자까지 3미터. 안드로이드가 보였다. 화면은 꺼져 있었다.
그는 발뒤꿈치를 들고 걸었다. 소리 없는 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탁자 앞에 도착했다. 손을 뻗어 안드로이드를 집었다. 무게가 손바닥에 전해졌다. 차가운 플라스틱 바디. 깨진 액정의 거친 질감.
그는 쪼그리고 앉아 폰의 측면을 더듬었다. SIM 트레이 구멍. 트레이 제거 핀을 밀어 넣자 트레이가 살짝 튀어나왔다. 마른 남자의 SIM 카드를 빼내고, 루카스는 자신의 SIM 카드를 트레이에 올려놓았다. 트레이를 다시 밀어 넣었다. 딸깍.
전원 버튼을 길게 눌렀다. 화면이 켜졌다. 제조사 로고가 떠올랐다. 부팅이 진행되는 동안, 루카스는 눈을 들어 세 사람을 번갈아 확인했다. 덩치 큰 남자의 코 고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마른 남자는 몸을 뒤척이지 않았다. 브루누의 권총은 여전히 가슴 위에 올려져 있었고, 그의 눈꺼풀은 미동도 없었다.
부팅이 완료되었다. 잠금 화면 없이, 안드로이드의 홈 화면이 떠올랐다. 취약점이 작동한 것이다. LTE 신호 막대 네 개가 화면 상단에 떠올랐다.
연결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