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10초의 도박
루카스의 오른손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덩치 큰 남자가 왼쪽 손목의 케이블 타이를 풀고 있었다. 플라스틱이 살에서 떨어져 나가는 감각이 왼손으로 번져갔지만, 루카스의 의식은 오로지 침대 위의 아이폰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검은 액정이 형광등 아래서 무광택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아이폰의 가장자리를 감챘다. 차가운 알루미늄 프레임의 감각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화면을 톡 치자 페이스ID가 풀리며 홈 화면이 열렸다. 이체 직후라 아직 잠금이 걸리지 않은 상태였다.
1초.
덩치 큰 남자의 손이 아직 루카스의 왼쪽 손목에 묶인 타이를 잡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자신의 손끝에 가 있었다. 루카스의 움직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루카스의 엄지가 은행 앱 아이콘을 찾아 눌렀다. 이타우 은행의 파란색 아이콘. 앱이 열리는 동안 1.5초가 지났다. 로딩 화면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메인 화면이 떠올랐다. 잔액 29,000헤알이 화면 상단에 표시되었다.
“거의 다 됐어.” 덩치 큰 남자가 중얼거렸다. 왼쪽 손목의 타이가 거의 풀리고 있었다.
루카스는 숨을 멈췄다. 오른손 엄지가 화면 오른쪽 하단의 ‘고객센터’ 아이콘으로 이동했다.
첫 번째 터치.
고객센터 메뉴가 열렸다. FAQ, 1:1 문의, 지점 안내, 사고 신고.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야 했다. 엄지가 화면을 쓸어올렸다. 메뉴가 위로 밀려 올라갔다. ‘사고 신고’ 탭이 보였다.
“다 풀었어.” 덩치 큰 남자가 말했다. 그의 손이 루카스의 왼쪽 손목에서 완전히 떨어졌다.
루카스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오른손 엄지가 ‘사고 신고’ 탭을 향해 움직였다.
두 번째 터치.
사고 신고 화면이 열렸다. 세 개의 서브메뉴가 나타났다. ‘분실 신고’, ‘이상 거래 신고’, ‘위급 상황 신고’.
덩치 큰 남자가 루카스의 뒤에서 앞으로 돌아왔다. 그의 눈이 루카스의 손에 들린 아이폰을 향했다. 동공이 커지는 것이 보였다. 입이 벌어졌다.
“뭐야, 이 새끼가—”
루카스의 엄지가 ‘위급 상황 신고’를 눌렀다.
세 번째 터치.
화면이 전환되었다. 새 창이 열리며 빨간색 경고 아이콘이 화면 중앙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 아래에 ‘즉시 신고’ 버튼이 나타났다. 한 번만 더 누르면 모든 것이 작동한다. 계좌 동결, GPS 좌표 전송, 긴급 연락처로 구조 요청 메시지 발송.
덩치 큰 남자의 오른손이 루카스의 멱살을 향해 뻗어왔다. 그의 입에서는 욕설이 터져 나왔다. 왼손은 허리춤으로 향하고 있었다. 권총을 빼내려는 동작이었다.
루카스의 엄지가 ‘즉시 신고’ 버튼을 향해 내려갔다.
덩치 큰 남자의 손바닥이 루카스의 목을 움켜잡았다. 동시에 루카스의 엄지가 버튼을 눌렀다.
네 번째 터치.
화면이 순간적으로 번쩍였다. ‘위급 상황 접수 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로딩 바가 나타났다. 1초. 2초. 덩치 큰 남자의 손이 루카스의 목을 조이며 그를 침대에서 끌어올렸다. 아이폰이 루카스의 손에서 빠져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 개새끼가 무슨 짓을—”
철문이 열렸다. 복도에서 달려온 브루누가 문간에 섰다. 그의 손에는 글록이 쥐어져 있었다. 마른 남자가 그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뭔 일이야.”
“이 새끼가 폰으로 뭘 눌렀어요!” 덩치 큰 남자가 소리쳤다.
브루누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진 아이폰으로 향했다. 화면에는 ‘위급 상황 접수 완료’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작은 글씨로 ‘관할 경찰서에 자동 신고되었습니다. GPS 좌표 전송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브루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브루누가 루카스의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의 손이 루카스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뒤로 젖혔다. 루카스의 목이 덜컹이며 젖혀졌고, 천장의 형광등이 시야 가득 들어왔다.
“뭘 누른 거지, 루카스?”
루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목이 졸려 숨이 막혔다. 덩치 큰 남자의 팔뚝이 여전히 그의 기도를 압박하고 있었다.
“경찰이야?” 브루누가 계속 물었다. “경찰을 불렀어?”
루카스의 입가에 희미하게 떠오른 것은 미소라기보다는, 공포와 안도가 뒤섞인 근육의 경련에 가까웠다. 그는 해냈다. 네 번의 터치. 성공했다. 그러나 그 성공의 대가는 이제 막 지불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브루누가 권총을 루카스의 이마에 갖다 댔다. 금속의 냉기가 피부를 찔렀다.
“네가 뭘 했는지 말해. 지금 당장.”
“신고.” 루카스가 겨우 뱉어냈다. 목이 쉬어 있었다. “은행 앱에… 위급 상황 신고 기능이 있어. 계좌 동결되고… GPS 좌표가 경찰에 전송돼.”
브루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아이폰을 주워 화면을 확인했다. 접수 완료 메시지 아래에 GPS 좌표 전송 중이라는 문구가 아직 깜빡이고 있었다. 그는 격분하여 아이폰을 벽에 내던졌다. 액정이 깨지며 유리 조각이 바닥에 흩어졌다.
“이 개자식!”
브루누의 발이 루카스의 복부를 가격했다. 루카스의 몸이 접히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어서 두 번째 발길질이 갈비뼈를 향해 날아왔다. 통증이 허파를 찔렀다. 루카스는 숨을 들이쉬려 했지만, 횡격막이 경련을 일으키며 공기를 거부했다.
“GPS라고? 좌표를 보냈다고?” 브루누가 고함을 질렀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여유롭지 않았다.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얼마나 오래됐어? 언제 도착해? 말해!”
“몰라.” 루카스가 바닥에 엎드린 채로 대답했다. “몇 분일 수도 있고… 한 시간일 수도 있고…”
브루누는 권총을 다시 루카스의 머리에 겨누었다. 방아쇠를 당기려는 듯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그러나 그는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대신 깊은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었다.
“좋아.” 그가 말했다. “좋아. 그럼 우리도 움직여야지.”
그는 덩치 큰 남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 새끼 묶어. 단단히. 우리 이사 준비할 거야.”
“경찰이 벌써 오고 있으면—” 마른 남자가 끼어들었다.
“안 왔어, 아직.” 브루누가 말했다. “파벨라까지 경찰이 진입하는 데는 시간이 걸려. 게다가 그게 진짜 경찰 특공대라면 몰라도, 단순 사이버 범죄 신고면 지방 경찰서에서 한가하게 출동할 거야.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어.”
그는 루카스에게로 돌아왔다. 그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걸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노가 섞인, 더 위험한 미소였다.
“너 참 똑똑하구나, 루카스. 진짜야. 칭찬해. 그런데 그 똑똑한 머리로 한 가지는 생각 못 했나 봐. 우리가 여기서 짐 싸서 떠나면, 네 시체는 어떻게 처리할지.”
브루누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마른 남자에게는 차량에 짐을 싣도록 지시했다. 덩치 큰 남자는 여전히 루카스를 붙잡고 있었다. 루카스의 손목과 발목은 다시 케이블 타이로 묶였고, 이번에는 더 단단히, 피부가 파고들 정도로 조여졌다. 검은 천이 다시 그의 머리에 씌워졌다.
그는 들었다. 발소리, 물건을 옮기는 소리, 브루누의 낮은 지시 소리. 아지트가 급박하게 해체되고 있었다. 의자들이 끌려가고, 서류가 찢어지고, 전자기기들이 상자에 담겼다. 라디오는 이미 꺼진 뒤였고, 경기 중계가 끝난 거실에서는 부하들의 웃음소리도 잦아들었다. 대신 급박한 발소리와 짧은 명령조 대화만이 방과 복도를 오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이사벨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브루누.”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무심하고 덤덤했다. 그러나 그 안에 미세한 긴장이 섞여 있었다.
“뭐야.” 브루누가 짧게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분노가 묻어 있었다.
“저쪽에 전화했어. 새 아지트, 오늘 밤부터 쓸 수 있대.”
“좋아.” 브루누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이 새끼는?”
“경찰이 오고 있다면…”
“경찰은 신경 꺼. 내가 물은 건 이 새끼 처리 방법이야.”
짧은 침묵이 흘렀다. 루카스는 검은 천 너머로 이사벨라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데리고 가.” 그녀가 말했다. “여기서 죽이면 시체 때문에 문제가 커져. 파벨라 다른 구역으로 옮겨서, 거기서 처리해.”
“시간 낭비인데.”
“시간 낭비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야.”
또 침묵. 브루누가 생각하는 소리가 들렸다.
“네 말이 맞아.” 그가 인정했다. “차에 태워. 빨리 움직이자.”
루카스의 몸이 바닥에서 끌려 올려졌다. 덩치 큰 남자가 그의 양팔을 잡고 질질 끌었다. 바닥의 콘크리트가 신발 밑창에 쓸렸다. 철문을 나서는 소리, 좁은 복도를 지나는 소리, 그리고 계단을 오르는 소리. 열흘 만에 처음으로, 그는 지하 밀실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바깥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여전히 파벨라의 퀴퀴한 냄새가 섞여 있었지만, 지하실의 암모니아 악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선했다. 그는 심호흡을 하려 했지만, 갈비뼈의 통증이 숨을 짧게 끊었다.
차량 문이 열리는 소리. 다시 SUV 화물칸 바닥이었다. 이번에는 더 거칠게 밀어 넣어졌다. 머리가 차체 측면에 부딪혔다.
“출발해.” 브루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엔진이 걸렸다.
SUV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랐다.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파벨라 특유의 비포장 골목길을 요동치며 나아가고 있었다. 차체가 크게 흔들렸고, 루카스의 몸이 바닥에서 이리저리 튕겨졌다. 손목과 발목에 묶인 케이블 타이가 살을 더 깊게 파고들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위급 상황 신고가 접수되고 GPS 좌표가 전송된 시점은 약 15분 전. 경찰이 실제로 출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 파벨라까지 진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또 얼마일까. 브루누의 말대로라면 사이버 범죄 신고만으로 특공대가 출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 경찰이 파벨라 입구까지 오는 데 30분, 내부로 진입하는 데 추가 30분. 총 1시간.
그러나 문제는 루카스가 이미 원래의 밀실을 떠났다는 점이었다. GPS 좌표는 옛 아지트를 가리키고 있었고, 경찰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신고는 성공했지만, 그것이 곧 구조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었다.
차 안에서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엔진 소리와 차체의 진동만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15분. 20분. 파벨라의 골목길은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았다.
마침내 차가 멈췄다.
문이 열렸다. 루카스는 다시 끌려 나왔다. 이번에는 콘크리트 바닥이 아닌 흙바닥이었다. 공기에서는 하수구 냄새와 함께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났다. 새로운 장소. 또 다른 파벨라의 구역이었다.
그는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또 다른 지하실. 철문이 열리고, 그는 콘크리트 바닥에 내던져졌다.
머리에 씌워진 천이 벗겨졌다. 형광등 불빛. 또 다른 회색 벽. 또 다른 통풍구. 이전 방과 거의 똑같은 구조였지만, 바닥의 얼룩과 벽의 금 간 자국이 달랐다.
브루누가 문간에 서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지만, 그 분노는 이미 식어서 차가운 결심으로 바뀌어 있었다.
“네가 경찰을 불렀어.” 그가 말했다. “덕분에 아지트 하나를 버려야 했어. 내 물건들, 내 돈의 흐름까지 전부 망가졌어.”
그는 방 안으로 들어와 루카스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 대가를 치러야 해.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오늘은 우리 모두 피곤해. 내일 아침, 네 손가락 하나를 자르는 걸로 시작하자. 그리고 하루에 하나씩 더 자를 거야. 손가락이 다 떨어지면 발가락으로 넘어가고. 그다음엔 귀. 코. 하나하나 순서대로.”
그는 일어서며 덧붙였다.
“네 부모님에게 보낼 선물이 아주 많아지겠네.”
철문이 닫혔다. 빗장이 걸리는 소리가 두 번 울렸다.
루카스는 어둠 속에 누워 있었다. 갈비뼈가 욱신거렸고, 손목에서는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복도 너머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이전 아지트에서는 듣지 못했던, 목이 쉰 대형견의 울음소리였다. 누군가가 늦은 밤 개를 풀어놓은 모양이었다. 간간이 쇠사슬 끌리는 소리가 콘크리트 바닥을 긁었고, 남자 둘이 말다툼하는 소리가 먼 곳에서 울려왔다. 낯선 소리들이었다. 이곳은 그가 열흘간 갇혀 있던 지하실과는 다른, 또 다른 파벨라의 창자 속이었다.
그는 이사벨라를 생각했다. 그녀가 오늘 보여준 행동. ‘데리고 가. 여기서 죽이면 시체 때문에 문제가 커져.’ 그 말은 표면적으로는 브루누를 위한 조언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의 목숨을 한 번 더 연장시켰다.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실용적인 판단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정보를 흘린 두 번 모두, 루카스의 생존 가능성은 미세하게나마 늘어났다.
GPS 신호는 이미 옛 아지트를 벗어난 지 오래였다. 경찰이 그곳에 도착해 빈 방을 확인하는 데 그친다면, 루카스에게 남은 것은 손가락 하나하나가 사라지는 순서를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내일 아침, 브루누가 칼을 들고 이 문을 다시 열 것이다. 그때까지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기껏해야 몇 시간 남짓이었다.
통풍구 사이로 희미한 빛이 스며들었다. 먼 곳에서 개가 다시 짖었다. 길게, 한 번. 그리고 다시 적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