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잔혹사 아르헨티나편 #001] 엘 클란 – 2화: 깊어지는 나락 (실제 사건 파일 기반 각색)

2화: 깊어지는 나락

라울을 죽인 지 한 달 후, 아르만도는 다시 아들에게 임무를 내렸다.

“다음 타겟은 누구로 정했어?”

알레한드로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친구들의 명단이 줄지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유한 가문의 아들. 그는 입을 열었다.

“세바스티안 로하스요. 럭비 팀 동료인데, 아버지가 은행장이에요. 집은 라울보다 훨씬 커요.”

“좋아. 이번 주에 데려와.”

세바스티안은 알레한드로와 같은 럭비 팀에서 뛰는 선수였다. 그는 라울보다 먼저 알레한드로를 알게 된 친구였다. 둘은 함께 술을 마시고, 함께 밤새도록 이야기하고, 함께 꿈을 꾸었다.

“나중에 우리 같이 사업하자, 형.”

“그래. 꼭 같이 하자.”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금요일 밤, 알레한드로는 세바스티안을 저택으로 초대했다. 이번에는 와인 대신 위스키를 준비했다. 더 독한 술. 세바스티안은 거부하지 않았다. 그는 알레한드로를 믿었다.

두 잔, 세 잔. 세바스티안의 눈이 풀리기 시작했다.

“형, 나 좀 취한 것 같아.”

“괜찮아. 여기서 자고 가.”

알레한드로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손은 떨리지 않았다. 이미 연습된 동작이었다.

세바스티안이 정신을 잃자, 알레한드로는 아버지에게 신호를 보냈다. 아르만도가 지하실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은 세바스티안을 계단 아래로 끌고 내려갔다. 그의 몸은 무거웠다. 계단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는 깨어나지 않았다.

세바스티안이 눈을 떴을 때, 그는 손목이 전선으로 묶여 있었다.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었다. 등 뒤로 젖은 시멘트 바닥의 차가움이 느껴졌다. 공기는 눅눅했고, 곰팡이 냄새와 함께 피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는 그 냄새를 알았다. 죽음의 냄새.

그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재갈 때문에 혀가 움직이지 않았다.

문이 열렸다. 아르만도가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같은 권총이 들려 있었다. 알레한드로도 뒤따라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이미 무뎌진 것이다.

“세바스티안, 네 아버지한테 전화해. 돈을 좀 보내달라고.”

세바스티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알레한드로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배신감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알레한드로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제는 피할 필요가 없었다.

“말을 안 들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아르만도는 권총을 세바스티안의 이마에 겨누었다. 금속이 차가웠다. 세바스티안의 몸이 굳었다. 그는 재갈 사이로 작은 소리를 냈다. 울음소리였다.

돈은 이틀 만에 입금되었다. 50만 달러. 은행장의 아들 값은 비쌌다.

하지만 아르만도는 세바스티안을 풀어주지 않았다.

“증인은 필요 없어.”

그날 밤, 아르만도는 아들에게 다시 권총을 건넸다.

“네가 할 거야.”

알레한드로는 권총을 받았다. 그의 손은 떨리지 않았다. 이제는 익숙했다.

세바스티안은 바닥에 무릎 꿇었다. 그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이미 울 힘조차 없었다.

알레한드로는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이 지하실에 울려 퍼졌다. 세바스티안의 몸이 쓰러졌다. 그의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어둡고 걸쭉한 피. 지하실 바닥은 이미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알레한드로는 권총을 아버지에게 돌려주었다.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는 이미 살인자가 되어 있었다.

어느 날, 엘레나는 남편과 아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지하실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낮은 목소리. 그녀는 계단 위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아르만도의 목소리. 알레한드로의 목소리. 그리고 또 다른 목소리. 낯선 남자의 목소리. 그것은 애원하는 듯한, 떨리는 목소리였다.

엘레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들이 무슨 일에 가담하고 있는지.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르는 척 하는 게 가족을 위한 길이야.”

그녀는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그리고 그 합리화는 점점 더 쉬워졌다.

그녀는 여전히 교회에 나갔다. 여전히 자선 바자회를 열었다. 여전히 이웃들과 친하게 지냈다. 누구도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다.

“에스코바르 부인은 정말 좋은 분이세요.”

이웃들은 그렇게 말했다.

엘레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이제 그녀 자신도 모르게 굳어져 있었다.

차남 다비드는 18살이 되었다. 그는 형 알레한드로를 동경했다. 럭비 국가대표, 잘생긴 얼굴,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

어느 날, 아르만도가 그를 불렀다.

“다비드, 이제 너도 도와야 할 때가 됐다.”

“무슨 일인데요, 파파?”

“형이 하는 일. 너도 알지?”

다비드는 잠시 망설였다. 그는 집 지하실에 무언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묻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그날 이후, 다비드는 형과 아버지의 범죄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심부름이었다. 돈을 전달하고, 차량을 정리하고, 경찰의 동향을 살피는 일.

하지만 곧 그는 더 직접적인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번에는 네가 해.”

아르만도가 그에게 권총을 건넨 날, 다비드의 손은 심하게 떨렸다. 그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파파… 저는…”

“해. 너도 이제 우리 가족의 일원이야.”

다비드는 방아쇠를 당겼다. 피해자는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남자였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죽기 직전까지 다비드를 응시했다.

그날 밤, 다비드는 욕실에서 토했다. 그는 몇 시간 동안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그는 평소처럼 일어났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1983년, 아르헨티나 럭비 국가대표팀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알레한드로는 훈련장에 섰다. 그의 몸은 훈련 기계처럼 움직였다. 달리고, 태클하고, 패스하고.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비어 있었다.

“알레한드로, 오늘 컨디션 좋아 보이는데?”

코치가 말했다. 알레한드로는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진심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진심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경기 날. 관중석은 가득 찼다.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외쳤다.

“알레한드로! 알레한드로!”

그는 그라운드에 섰다. 상대 팀은 강했다. 전반전 내내 점수 차이는 벌어지지 않았다.

후반전, 알레한드로는 공을 잡았다. 그는 달렸다. 상대 선수들이 그를 막으려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가 달리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는 라울의 얼굴이 스쳤다. 그리고 세바스티안의 얼굴. 그리고 그가 죽인 다른 사람들의 얼굴.

그는 그라운드 끝에 도달했다. 트라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동료들이 그를 끌어안았다. 알레한드로는 그들의 팔에 둘러싸여 서 있었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맑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캄캄했다.

그날 밤, 그는 집에 돌아와 지하실로 내려갔다. 거기에는 새로운 피해자가 있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파파, 다음 타겟은 정해졌어요.”

아르만도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 없었다. 그냥 공허함이 있을 뿐이었다.

“좋아. 네가 알아서 해.”

1984년,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실종자들의 명단이 길어지고 있었다. 라울 가르시아, 세바스티안 로하스, 그리고 다른 부유한 젊은이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알레한드로 에스코바르와 친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형사 마르틴 소사는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는 베테랑 형사였다. 독재 정권 시절에도 양심을 지킨 몇 안 되는 경찰 중 하나였다.

“에스코바르 가족을 조사해.”

그는 팀원들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팀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반장님, 그 가족은 건드리기 어렵습니다. 아르만도 에스코바르는 전직 정보기관 요원입니다. 인맥이 엄청나요.”

“그래도 해. 죽은 사람들이 있어. 그들에게도 가족이 있어.”

소사는 직접 알레한드로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그는 럭비 훈련장 앞에 서서 알레한드로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알레한드로가 훈련을 마치고 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소사는 그 미소에서 무언가 섬뜩함을 느꼈다.

“알레한드로 씨, 잠시 이야기 좀 하시겠습니까?”

알레한드로는 형사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차분했다.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세요?”

“실종된 친구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나 해서요.”

“죄송합니다. 아는 게 없습니다.”

알레한드로는 그대로 차에 올라탔다. 소사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확신했다. 이 젊은이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하지만 증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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