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닫혀버린 계좌, 덮쳐온 어둠 강남의 차가운 빌딩 숲 위로 약속된 상환 당일의 태양이 무심하게 떠올랐다.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의 유리창들이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받아 반사될 때, 아현의 집무실 안은 이미 며칠째 계속된 밤샘 작업으로 인해 짓눌린 듯한 피로와 긴장감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약속된 마감 시간은 당일 오후 4시 정각. 아현에게 허락된 시간은 이제 고작 …
제2화: 족쇄가 된 계약서 청담동의 한 층을 통째로 쓰는 사무실. 빌딩 외벽에 걸린 간판은 얼핏 보기에 아주 건실하고 번듯한 ‘자산관리 법인’의 이름을 달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백 개씩 생기고 없어지는 평범한 금융 대행업체나 투자 자문사처럼 위장한 형태였다.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의 최전선인 테헤란로에서 이 정도의 껍데기를 씌우는 것은 음지의 인간들에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양복을 …
제1화: 화려한 포식자의 타깃 강남의 밤은 낮보다 붉고 축축하다. 테헤란로의 빌딩 숲이 거대한 콘크리트 무덤처럼 침묵할 때, 청담동과 신사동의 지하 세계는 자본주의의 욕망이 뿜어내는 열기로 뒤끓는다. 그 욕망의 최정점, 네온사인이 가장 잔인하게 빛나는 곳에 안아현의 왕국이 있었다. 서른셋. 남들은 대리나 과장 명함을 달고 상사의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 버텨낼 나이에 아현은 강남에서 가장 잘나가는 대형 라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