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잔혹사 카자흐스탄편#001] 알마티의 얼어붙은 땅 – 제6-2화: 사냥개의 코끝, 갈라지는 생사

제6-2화: 사냥개의 코끝, 갈라지는 생사

 버려진 소련 시절의 석탄 가공 공장 보일러실은 거대한 콘크리트 무덤과도 같았다. 사방을 둘러싼 부서진 시멘트 외벽들은 뼛속까지 시린 알마티의 겨울 새벽바람을 전혀 막아주지 못했고, 오히려 내부의 잔존하는 온기마저 차단하여 거대한 냉동창고처럼 자밀라의 얇은 피부를 사정없이 얼려 나갔다. 단 한 조각의 성한 옷가지도 없이, 그저 가스 충전소에서 제 손으로 도살했던 사내의 거친 가죽 재킷 한 장만을 맨살 위에 걸친 자밀라는 녹슨 철제 탱크 뒤편의 오물 구덩이 속에서 전신의 세포를 찢어발기는 듯한 절대적인 공포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녀의 정신과 육체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것은 오직 두 가지뿐이었다. 당장이라도 등뼈를 분쇄해 버릴 것처럼 척추 마디마디를 무디게 짓개는 아프간산 헤로인의 중독 발작, 그리고 얇은 시멘트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서히 발소리를 좁혀오는 사내들의 거친 군화발 소리였다. 이 어둠 속에서 몰아치는 절망의 밀도는 이미 고작 스물한 살짜리 대학생이 홀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하아…… 하악…… 웁…….”

 자밀라는 비명이 새어 나오려는 입을 피와 석탄 가루로 더럽게 범벅이 된 자신의 손등으로 거칠게 틀어막았다. 전신의 뼈마디를 커다란 작두로 짓개고 관절을 커다란 망치로 사정없이 으깨는 듯한 약물 금단증상의 극통이 척추를 타고 쉴 새 없이 밀려왔다. 피부 겉면은 영하 20도의 차가운 새벽 칼바람에 노출되어 징그러운 닭살이 돋은 채 얼음장처럼 차가워졌지만, 장기 속은 활활 타오르는 화로를 통째로 삼킨 듯 지독한 발열이 뿜어져 나와 눈물과 콧물이 핏물과 뒤섞여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현실은 결코 기적이 일어나는 판타지 소설이 아니었다. 가스 충전소에서 총을 몇 번 쏘고 사내들을 죽였다고 해서, 그녀의 가녀린 신체와 연약한 정신이 카르텔의 정예 킬러들을 상대로 무쌍을 찍는 ‘여전사’나 ‘냉혹한 킬러’로 각성하는 기적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본질적으로 평생 서재와 강의실의 안락함 속에서 책만 보던 스물한 살짜리 엘리트 여대생일 뿐이었다. 허리춤에 쑤셔 넣은 소련제 마카로프 권총은 그녀에게 힘의 상징이 아니라, 들키는 순간 자신과 동생의 사지를 산 채로 토막 낼 도살장으로 다시 끌고 갈 시한폭탄 같은 두려움의 덩어리에 불과했다. 권총의 차가운 금속 껍데기가 맨살을 누를 때마다 소름 끼치는 오한이 뇌리를 강타했다.

“누나…… 윽, 쿨럭…… 아파…… 너무 아파…….”

 옆에 쓰레기와 석탄 더미에 인형처럼 구겨져 처박힌 남동생 일리야스가 쇼크로 인해 입가에 거품을 물며 마지막 남은 혈육의 살점을 부러진 손가락으로 애처롭게 붙잡았다. 사내들의 철제 곤봉에 무릎뼈가 완전히 아작 나 고름이 흘러내리는 소년의 무릎에서는, 비린내가 진동하는 피비린내와 괴사해 가는 살점의 악취가 새벽의 안개와 뒤섞여 좁은 탱크 뒤편의 공기 속에 끈적하게 고여갔다. 이 지독한 악취는 이 황량한 공장 지대를 샅샅이 수색하는 사냥개들의 코끝을 자극하기에 너무나도 확실하고 치명적인 단서였다. 자밀라는 일리야스의 입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손을 뻗었지만, 금단증상으로 인해 제멋대로 덜덜 떨리는 손가락은 동생의 얼굴조차 제대로 찾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를 흔들 때마다 이마의 찢어진 상처에서 흘러내린 선혈이 눈꺼풀을 달라붙게 만들었다. 끈적한 피가 시야를 붉게 가리자 공포는 배가 되었다. 귀를 기울이면 보일러실 외부 복도 전체가 사내들의 무거운 발소리로 뒤흔들리고 있었다. 수십 명의 무장 인원이 공장의 각 방을 샅샅이 뒤지며 철문을 걷어차는 둔탁한 파열음이 콘크리트 벽을 타고 자밀라의 척추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지성이 완전히 타살당한 자리에는, 오직 살아서 이 구덩이를 나가야 한다는 가녀린 짐승의 생존 본능만이 남아서 찌르르 요동치고 있었다. 하지만 약물 금단증상으로 무너져 내리는 육체는 그녀의 의지를 철저하게 배신하고 있었다. 전신의 신경망이 일제히 발작을 일으키며 약물을 달라고 뇌리를 향해 폭탄을 투하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오물과 석탄 가루가 가득한 바닥에 이마를 처박은 채, 위액과 침을 쉴 새 없이 흘리며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 뿐이었다.

지이익, 찌르르—.

녹슨 철제 탱크의 표면을 거칠게 긁는 가죽 장갑의 마찰음이 자밀라의 귓전을 날카롭게 찔렀다. 사내의 우악스러운 손길이 마지막 방패막이었던 철판 모퉁이를 움켜쥐고 그대로 젖혀버렸다. 그와 동시에 사내가 들고 있던 대형 서치라이트의 하얀 광선이 탱크 뒤편의 음산하고 지저분한 구석자리를 단숨에 관통했다.

눈을 멀게 할 것 같은 하얀 빛더미 속에서 석탄 가루와 오물을 뒤집어쓴 채 침과 피를 흘리며 덜덜 떨고 있는 자밀라의 만신창이 나체와, 옆에서 쇼크로 흰자위를 뒤집은 채 죽어가던 남동생 일리야스의 형상이 마침내 카르텔의 시선 앞에 무자비하게 폭로되었다.

“찾았다, 이 화냥년.”

사내가 이가 누렇게 드러나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들고 있던 기관권총의 차가운 총구를 자밀라의 하얀 이마 한가운데로 바짝 들이밀었다.

딱— 하는 금속과 이마뼈가 부딪히는 서늘한 촉감이 피부를 타고 뇌리까지 수직으로 꽂히는 순간, 자밀라의 전신에는 가스 충전소의 그 피비린내 나는 기억과 함께 마지막 생존의 도화선이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금융 제재도, 주 정부의 공권력도 이 어두운 공장 구석까지는 단 1밀리미터도 찾아오지 않았다. 오직 이 무자비한 철제 총구의 무게만이 이 황량한 땅의 유일한 법률이었다.

여기서 순순히 손을 들고 잡히면 다음은 진짜 보스 바크티야르 앞에서 사지가 토막 나 사냥개 먹이로 던져지는 생지옥의 보복뿐이었다. 온몸의 뼈마디가 마약 금단증상으로 완전히 뒤틀려 당장이라도 구토가 터져 나올 것 같은 최악의 상황, 이성의 줄끈이 완벽하게 툭 끊어지는 절체절명의 찰나에 자밀라의 떨리는 손가락이 가죽 재킷 허리춤에 감춰둔 소련제 마카로프 권총 손잡이 위로 파고들었다. 살아남기 위한 인과관계의 최종 종착지가 다시 한번 피와 비명 속에서 극단적으로 갈라지려 하고 있었다. 사내의 검지 손가락이 기관권총의 방아쇠를 슬며시 당기기 시작했다.

🧭 당신의 선택은? (최종 분기점)

사내들의 기관권총 총구가 이마에 들이닥친 절체절명의 보일러실 구석. 금단증상의 극통과 사내들의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 자밀라의 선택에 따라 이후 연재될 서사의 계보가 완전히 분리됩니다.

[선택 1] 발악 : 항에 실패했을 때 마주할 사지 토막의 보복이 두려워, 권총을 쥔 손을 차마 움직이지 못한 채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로 총을 떨어뜨리고 다시 한번 사내들의 군화발 아래로 무릎을 꿇는다.

[선택 2] 인내 : 약 금단증상으로 미쳐버린 뇌세포의 지시대로, 이마에 닿은 사내의 총구를 처절하게 밀쳐내며 허리춤의 권총을 뽑아 눈을 감은 채 무작정 예르잔의 부하들을 향해 최후의 발악 사격을 감행한다.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자밀라의 잔혹한 운명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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