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별을 기다리며
헛간을 나선 지 4분. 달빛만이 길을 알려주고 있었다.
조셉은 수첩을 재킷 안쪽에 밀어 넣고 로다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지만,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지하 벌방에서 나온 이후, 그녀의 손에서는 떨림이 완전히 사라졌다. 마치 침묵 속에서 모든 공포를 소진한 듯.
천막은 세 개였다. 남자 숙소, 여자 숙소, 그리고 기도실. 에스더는 여자 숙소 천막에 있을 것이었다. 입구에는 신도 하나가 앉아 있었다. 불침번. 엘리야가 지정한 밤 감시자.
로다가 조셉의 손을 놓고 팻말을 들었다. ‘내가 유인할게.’
조셉은 고개를 저었다. ‘위험해.’
‘나는 이미 죽은 목숨이야. 너는 에스더를 데리고 가.’
로다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어둠 속으로 걸어 나갔다. 그녀는 침묵 속에서도 빠르게 움직였다. 진흙 바닥을 밟는 소리조차 최소한으로 줄이며, 불침번의 시야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돌을 집어 던졌다.
탁. 남자 숙소 쪽에서 소리가 났다. 불침번이 고개를 돌렸다. 다시 한 번, 탁. 이번에는 더 멀리서. 불침번이 일어나 소리 난 쪽으로 걸어갔다.
그 틈에 조셉은 여자 숙소 천막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어둠. 열 명쯤 되는 여자들이 거적 위에 누워 있었다. 모두 흰 옷. 모두 침묵. 누가 에스더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조셉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여 얼굴을 하나씩 확인했다. 세 번째 여자. 수척한 턱선. 갈라진 입술. 에스더였다.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에스더가 눈을 떴다. 2주간의 지하 벌방 이후, 그녀의 눈은 어둠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녀는 조셉을 보자마자 상황을 이해했다. 그녀의 손이 재빨리 입을 가리켰다. 침묵을 지키겠다는 신호.
조셉은 팻말을 들이밀었다. 미리 써둔 글씨.
‘탈출. 지금. 로다가 밖에서 기다려.’
에스더는 글씨를 읽었다.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2초.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무 것도 챙기지 않고 일어났다. 신발도 신지 않았다. 맨발로 진흙 바닥에 섰다.
둘은 천막을 빠져나왔다. 불침번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로다가 천막 뒤편에서 손을 흔들었다. 세 사람은 몸을 숙이고 농장 서쪽으로 움직였다. 주차장으로.
도요타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낡은 픽업 트럭. 열쇠는 로다의 말대로 부엌 선반 위 깡통 속에 있었지만, 차 옆에는 운전수가 자고 있었다. 운전석에 등을 기대고, 무릎 위에 삽을 올린 채.
조셉은 로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기다려. 혼자 다가갔다. 발소리를 죽였다. 진흙 바닥이 발걸음을 삼켜주었다.
운전수의 얼굴이 보였다. 40대 남자. 낮에 밭에서 함께 일했던 자였다. 이름은 알지 못했다. 이름을 아는 것조차 이곳에서는 불필요했다.
조셉은 삽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운전수의 손이 움찔했다. 숨이 멎었다. 손이 다시 이완되었다. 깊은 잠. 삽을 바닥에 내려놓고, 대신 밧줄을 집었다. 천막 옆에 쌓여 있던 삼베 밧줄이었다.
조용히 움직였다. 손목을 묶고, 발목을 묶었다. 입에는 천 조각을 물렸다. 운전수가 눈을 떴다. 반항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조셉은 그의 어깨를 눌렀다.
“미안하다.”
목소리를 낸 것은 2주 만이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었다. 운전수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눈에 두려움이 떠올랐지만, 침묵 속에서 길들여진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로다가 부엌에서 열쇠를 가져왔다. 깡통째 들고 왔다. 그 안에 도요타 열쇠가 두 개 들어 있었다. 예비 키까지.
“출발하자.”
엔진이 걸렸다. 소리가 너무 컸다. 천막 쪽에서 불빛이 움직였다. 누군가 깨어난 것이었다.
“지금!”
조셉이 액셀을 밟았다. 도요타가 진흙 바닥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백미러로 보니 천막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엘리야의 흰 로브도 보였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도요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고착된 입매가 희미하게 보였다.
비포장 도로를 달렸다. 차체가 요동쳤다. 로다는 조수석에서, 에스더는 뒷좌석에서 손잡이를 붙잡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20분쯤 달렸을까. 농장의 불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사방은 바나나 농장과 어둠뿐. 달빛이 길을 비추고 있었다.
“어디로 갈 거야.”
로다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침묵에 익숙해져 있어서, 말을 할 때마다 목청을 확인하는 듯한 톤이었다.
“캄팔라. 경찰서. 아니면 신문사.”
“몇 시간이나 걸려.”
“다섯 시간. 아마 더.”
에스더가 뒷좌석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기름은.”
계기판을 보았다. 반 칸. 충분하지 않았다.
“가는 곳까지 가자.”
조셉은 핸들을 꽉 쥐었다. 손바닥에 물집이 터져 있었다. 아팠다. 그 통증이 그를 깨어 있게 했다.
새벽 3시 22분. 도로 위에 불빛이 보였다.
검문소였다. 나무 기둥 두 개와 쇠사슬 하나. 그리고 작은 초소. 경찰은 두 명이었다. 한 명은 의자에서 졸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총을 어깨에 걸친 채 서 있었다.
조셉은 차를 멈추지 않았다. 대신 속도를 줄이며 창문을 내렸다. 경찰이 다가왔다.
“어디서 오는 길이오.”
“북부 농장 지대. 가족이 아파서 병원으로 가는 중입니다.”
경찰이 차 안을 들여다보았다. 로다와 에스더의 흰 옷. 그들의 맨발. 수척한 얼굴.
“무슨 일이 있었소.”
“말라리아입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경찰은 3초간 더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오.”
쇠사슬이 내려졌다. 조셉은 액셀을 밟았다. 백미러로 보니 경찰은 다시 의자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엘리야의 말을 떠올렸다. ‘이 지역 경찰은 한 번도 이곳에 오지 않았다.’
엘리야의 통제력은 검문소까지는 미치지 않았다.
오전 6시 45분. 해가 떴다.
첫 번째 도시에 진입했다. 작은 마을이었다. 주유소 하나, 시장 하나, 경찰서 하나. 조셉은 주유소 앞에 차를 세웠다. 기름을 가득 채웠다. 주머니에 남은 돈은 얼마 없었다. 로다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구겨진 지폐 몇 장을 꺼냈다. 신도가 되기 전에 가지고 있던 돈이었다. 그녀는 이 돈을 1년 넘게 숨겨왔던 것이다.
경찰서는 마을 중앙에 있었다. 낡은 콘크리트 건물. 입구에는 깃발이 펄럭였다. 조셉은 차를 경찰서 앞에 세웠다. 엔진을 끄지 않았다.
“여기서 기다려.”
혼자 내렸다. 경찰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데스크에 앉은 경찰관이 졸고 있었다. 50대. 뱃살이 나온 남자. 조셉이 다가가자 그가 눈을 떴다.
“무슨 일이오.”
“살인 사건을 신고하러 왔습니다. 집단 살인 계획입니다.”
경찰관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디서.”
“북쪽. 성스러운 침묵의 성역이라는 곳입니다. 교주 엘리야 무투카가 4월 4일에 신도 전원을 살해할 계획입니다.”
“증거는.”
조셉은 재킷 안쪽에서 수첩을 꺼냈다. 젖은 페이지를 펼쳤다.
“여기 기록이 있습니다. 통화 내용, 날짜, 계획의 개요. 그리고 증인도 있습니다. 차 안에 두 명.”
경찰관은 수첩을 받아 들었다. 몇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그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그는 수첩을 덮고 조셉에게 돌려주었다.
“이런 건 캄팔라로 가시오. 여기는 작은 마을이라 이런 사건을 처리할 인력이 없소.”
“캄팔라까지는 4시간이 더 걸립니다. 그 사이에 그가 도망칠 수도 있습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이오.”
경찰관이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신고서 양식이었다. 그가 말했다.
“여기에 적으시오. 내가 팩스로 본부에 보내주겠소. 하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지 마시오.”
조셉은 신고서를 내려다보았다.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그는 펜을 들었다. 이름. 주소. 사건 개요. 적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적었다. 10분이 걸렸다.
신고서를 건네고 경찰서를 나왔다. 차에 올랐다. 로다가 물었다.
“어떻게 됐어.”
“본부에 팩스로 보내준대. 하지만…”
“하지만.”
“믿지 않을 거야.”
조셉은 시동을 걸었다. 백미러로 경찰서가 작아지는 것을 보았다. 수첩은 여전히 재킷 안에 있었다. 기록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기록만으로는 부족했다. 엘리야를 막으려면 더 많은 것이 필요했다.
“캄팔라로 가자. 거기 신문사에 연락할 거야. 내가 예전에 일했던 곳.”
도요타가 다시 비포장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해는 완전히 떴다. 창밖으로 붉은 흙과 푸른 바나나 잎이 끝없이 펼쳐졌다. 에스더가 뒷좌석에서 조용히 울고 있었다. 소리 없는 울음. 침묵 속에서 길들여진 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