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의 그림자 미국편 #003] 헌납 – 2화: 바스러지는 둑

2화: 바스러지는 둑

IRA 계좌에서 첫 인출이 이루어진 날, 미셸은 은행 주차장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4,500달러. 어머니가 20년 동안 조금씩 불려온 퇴직 연금의 잔액이었다. 그녀는 출금 전표를 반으로 접어 핸드백 안쪽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은행 직원이 건네준 서류 더미가 조수석에 흩어져 있었다. 연금 해지 동의서, 세금 공제 안내문, 최종 잔액 확인증. 그녀는 그 종이들을 만지지도 않은 채 차 문을 닫았다. 종이 냄새가 차 안에 가득했다. 그녀는 창문을 열지 않았다.

매담 루스의 상담소에 도착하자 현관문이 평소와 달리 열려 있었다. 안에서는 벌써 향이 피워져 있었고, 제단 위에는 새로운 촛대가 두 개 더 놓여 있었다. 은색 촛대였다. 지난주까지는 없던 물건이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에요, 미셸.”

매담 루스는 그녀를 문 앞에서 맞으며 말했다. 오늘은 검은색 린넨 셔츠를 입고 있었다. 목에는 평소의 십자가 대신 푸른색 옥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평소보다 더 진지했고, 목소리에는 어떤 엄숙함이 배어 있었다.

“어머니의 영혼이 큰 고통을 겪고 계세요. 가족 간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어머니의 영혼도 더 무거워져요. 오늘 의식은 평소보다 강한 기도가 필요해요. 준비되셨나요?”

미셸은 핸드백에서 현금 봉투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1,500달러. 매담 루스는 봉투를 집어 들지 않고, 대신 미셸의 두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바닥은 건조하고 따뜻했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중요한 건 당신의 진심이에요. 어머니를 진정으로 보내드릴 준비가 되셨나요?”

“…네.”

의식은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매담 루스는 긴 기도문을 외우며 미셸의 손을 잡고 어머니의 영혼을 불러냈다. 중간에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변했다. 더 낮고, 더 느리고, 마치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미셸은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곧 깨달았다. 매담 루스가 어머니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미셸아… 미셸아… 엄마가 왜 이렇게 아직 여기 있는지 아니… 네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야… 네가 나를 놓아주지 않아서야…”

미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매담 루스의 손을 더 꽉 잡았다. 그 목소리는 정말로 어머니의 것처럼 들렸다. 아니, 어머니의 목소리 그 자체였다.

의식이 끝난 후, 매담 루스는 평소의 목소리로 돌아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 그녀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고, 손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미셸은 그런 그녀를 보며 더욱 신뢰가 깊어졌다. 이 사람은 진심으로 영혼과 소통하고 있다. 그 증거가 바로 저 육체적 피로였다.

“어머니가 말씀하셨어요. 당신의 가족, 특히 남편분이 당신을 너무 힘들게 한다고. 당신 혼자 모든 짐을 지고 있다고.”
“마이클은… 원래 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게 당신 잘못은 아니에요.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어머니도 그걸 아세요. 그래서 더 마음 아파하시는 거예요.”

미셸은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곳에 올 때마다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담 루스는 그녀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녀가 DNR 서류에 서명한 일도, 어머니를 떠나보낸 일도, 모두 ‘옳은 선택’이었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들이 그녀에게는 공기처럼 절실했다.

상담소를 나서며 그녀는 다시 핸드백 속의 출금 전표를 만졌다. 4,500달러 중 1,500달러가 오늘 사용되었다. 남은 잔액은 3,000달러. 그녀는 이 돈으로 몇 번의 의식을 더 치를 수 있을지 계산했다. 네 번, 아니면 세 번. 그 이상은 어려울 것 같았다. 손끝에 닿은 출금 전표의 종이 감촉이 낯설었다. 마치 자신의 손이 아닌,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손으로 만지고 있는 듯한 감각이었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며, 그녀는 대시보드 위에 붙은 성모상 스티커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어릴 적 교회에서 받아와 붙여준 것이었다. 스티커의 가장자리가 조금 벗겨져 있었다. 언제부터 이랬을까. 그녀는 기억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손끝이 여전히 낯설게 느껴질 뿐이었다.

저녁 식탁은 이제 전쟁터였다.

오늘 저녁 메뉴는 스파게티와 미트볼. 앤디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식탁에 앉은 네 사람 사이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마이클은 식사 내내 말이 없었고, 에이미는 핸드폰만 만지작거렸으며, 앤디는 포크로 미트볼을 굴리며 장난을 쳤다.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엄마.”

에이미가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오래 눌러온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다음 주에 학교 밴드 공연 있는 거 알아? 나 솔로 파트 맡았어. 작년에도 내가 솔로 맡았을 때, 엄마 맨 앞줄에서 비디오 찍었잖아.”

미셸은 포크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목요일 저녁 7시.”

“작년에는 그랬어. 올해도 올 수 있어? 진짜로?”

에이미의 눈빛이 미셸의 얼굴을 탐색했다. 미셸은 그 눈빛이 불편했다. 딸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은 낯설고도 아팠다. 그녀는 시선을 피하며 와인 잔을 집어 들었다. 잔에 와인은 없었다.

“그럼, 당연히 가지. 네 솔로 파트인데.”

“지난주에는 내 피아노 레슨 리사이틀에 안 왔어. 그때도 온다고 해놓고.”

“그건… 그날은 정말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무슨 약속? 그 상담소라는 데 간 거야?”

식탁 너머에서 마이클이 포크를 내려놓았다. 쇠붙이가 접시에 부딪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와인 병을 집어 들고 자신의 잔을 채웠다.

“에이미, 그만해.”

“아니, 아빠도 알잖아. 엄마 요즘 완전히 달라졌어. 내가 밴드 연습 끝나고 집에 오면 항상 엄마가 저녁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냉동 피자만 덩그러니 있고. 그것도 없을 때도 있고.”

에이미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들이쉬었다. 미셸은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매담 루스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당신의 가족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내 대학 학자금은? 지난주에 아빠가 말했어. 엄마가 그 통장에서 돈을 빼기 시작했다고. 그거 진짜야? 내 등록금으로 쓸 돈을, 거기다 갖다 바친 거야?”

에이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의자를 밀치고 일어나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방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1층까지 울렸다. 앤디는 포크를 내려놓고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채 식탁에 엎드려 있었다.

미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속은 텅 빈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수많은 생각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있었다. 에이미가 말한 것들. 냉동 피자. 빈 식탁. 학자금 통장. 모두 사실이었다. 그녀는 그 사실들을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매담 루스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어머니가 당신을 필요로 해요.” 그 말이 다른 모든 생각을 잠식했다.

마이클이 식탁을 정리하며 조용히 말했다.

“에이미가 저렇게 된 지 꽤 됐어. 당신은 몰랐지? 에이미가 요즘 학교 성적도 떨어지고 있어. 카운슬러가 전화했었어. 당신 집에 없을 때였지.”

미셸은 고개를 들었다. 카운슬러. 그런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마이클은 식기 건조대에서 접시를 꺼내 물로 헹구며 계속 말했다.

“앤디도 마찬가지야. 축구 연습 끝나고 애들이 다 엄마 차 타고 집에 가는데, 앤디 혼자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더라. 코치가 나한테 전화했어. 당신 전화는 안 받는다고.”

“나한테는 아무 말도…”

“말해도 소용없으니까. 당신은 이미 여기 없으니까.”

물소리가 멈추었다. 마이클은 식기 건조대에 손을 짚고 서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뒷모습은 그녀가 알던 남편의 모습이 아니었다. 더 지치고, 더 작고, 더 멀어진 것 같았다.

미셸은 식탁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남편과 딸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그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매담 루스는 이해해주었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녀가 지금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곳은 바로 그곳이었다. 그녀는 목에 걸린 부적을 손으로 감싸쥐었다. 붉은 천의 감촉이 손바닥에 닿았다.

다음 의식은 2,000달러였다. 매담 루스는 이번에는 특별한 재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페루산 산페드로 선인장 가루”라는 이름의 가루와 “티베트산 향나무 칩”이라는 나무 조각들. 미셸은 그 이름들을 들어본 적도 없었지만,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는 IRA 계좌에서 남은 돈을 모두 인출했다.

의식은 점점 더 길고 복잡해졌다. 매담 루스는 이제 미셸에게도 의식에 참여하라고 요구했다. 단순히 기도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우며 특정한 주문을 외우게 했다. 미셸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곧 그 행위들에 익숙해졌다. 그녀는 이 의식들이 자신과 어머니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라고 믿게 되었다.

의식이 끝난 후, 매담 루스는 미셸에게 작은 부적을 하나 건넸다. 붉은 천으로 싸인 작은 주머니였다. 안에는 무언가 딱딱한 것이 들어 있었다.

“이건 보호 부적이에요. 어머니의 영혼과 당신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예요.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세요. 절대 풀지 말고.”

미셸은 부적을 받아 목에 걸었다. 천의 감촉이 쇄골에 닿았다. 그녀는 그 부적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다. 어머니가 이 부적을 통해 항상 자신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그날 밤, 미셸은 집으로 돌아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마이클은 이미 2층 침실로 올라갔고, 아이들도 각자 방에 있었다. 거실은 조용했다. 그녀는 목에 걸린 부적을 만지작거리며 핸드폰을 켰다. 매담 루스에게서 온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

“미셸, 오늘 의식은 잘 진행됐지만, 아직 멀었어요. 어머니의 영혼이 더 큰 것을 요구하고 계세요. 다음에는 더 큰 의식이 필요할 거예요. 준비하세요.”

미셸은 답장을 보냈다. “얼마나 필요한가요?” 30분 후에 답장이 왔다. “5,000달러 정도.”

5,000달러. IRA 계좌는 이미 바닥났다. 그녀는 거실 탁자 위에 놓인 신용카드 명세서 봉투를 바라보았다. 마이클이 일부러 놓아둔 것이었다. 그녀는 봉투를 열어 명세서를 펼쳤다. 사용 가능 한도가 6,000달러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 숫자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들어 매담 루스에게 답장을 보냈다.

“알겠습니다. 마련할게요.”

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소파에 등을 기댔다. 신용카드 명세서의 숫자들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6,000달러 중 5,000달러를 쓰면, 카드 한도는 거의 바닥난다. 그러면 다음 달 모기지는 어떻게 하지. 앤디의 치과 진료비는. 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지만 그 생각들은 매담 루스의 목소리에 의해 하나씩 지워졌다. “어머니가 더 큰 것을 요구하고 계세요.” 그녀는 부적을 손에 쥐고 눈을 감았다. 부적 안의 딱딱한 무언가가 손바닥을 눌렀다.

토요일 아침, 미셸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마이클이 아직 자고 있는 사이, 그녀는 조용히 옷을 갈아입고 1층으로 내려갔다. 식탁 위에는 지난밤 마이클이 정리한 서류 봉투가 놓여 있었다. 신용카드 명세서와 은행 잔고 증명서들이었다. 마이클이 일부러 그 자리에 놓아둔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봉투를 열지 않았다. 대신 부엌 싱크대에서 물 한 잔을 마시고, 핸드백을 챙겨 현관으로 향했다. 그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또 가는 거야?”

마이클이 계단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수염이 거칠게 자라 있었고,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았다. 그는 잠옷 차림이었지만, 두 손은 주먹을 쥐고 있었다.

“오늘 의식이 있어.”
“의식. 의식. 의식. 매주 의식이야. 미셸, 우리 통장에 이제 돈이 얼마나 남은 줄 알아? 앤디 축구 리그비도 밀렸고, 에이미 피아노 레슨비도 두 달째 안 냈어. 그리고 모기지도 이번 달에 연체했어.”

미셸은 현관문 손잡이를 잡은 채 멈추었다. 모기지. 그것까지 밀렸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당신이 그 여자한테 갖다 바친 돈이 총 얼마인지 알아? 만 달러야. 만 달러. 그 돈이면 우리가 3개월 동안 모기지 내고도 남았을 돈이야.”
“그만해. 나는 엄마를 위해…”
“엄마는 죽었어! 죽은 사람이야! 살아 있는 가족을 봐! 당신 남편, 당신 딸, 당신 아들을!”

마이클의 목소리가 집 안에 울렸다. 2층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에이미와 앤디가 복도로 나와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앤디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있었고, 에이미는 팔짱을 낀 채 무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더 이상 분노도, 눈물도 없었다. 그냥 굳어진 표정이었다.

“당신, 지금 이게 무슨 짓인지 알아? 가족을 버리는 거야. 살아 있는 가족을 버리고 죽은 사람한테 매달리는 거라고. 당신 엄마가 이걸 원하셨을 것 같아? 당신 엄마가 당신 보고 이렇게 살라고 했을 것 같냐고!”

미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손잡이에서 떨어졌다. 그녀는 잠시 서 있다가,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갔다. 소파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마이클은 그녀 앞에 서서 한참 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그의 분노는 이미 정점을 찍고, 이제는 슬픔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는 미셸 옆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여보, 나는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 나는 아직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지금 이대로는… 우리 가족이 무너지고 있어. 제발, 제발 도움을 청해. 진짜 카운슬러를 만나자. 정신과 의사라도 좋으니까.”
“나는 미치지 않았어.”
“알아. 하지만 당신은 지금 너무 힘들어하고 있어. 그 여자는 당신을 이용하고 있는 거야. 당신의 슬픔을 이용해서 돈을 뜯어내고 있다고.”

미셸은 고개를 들고 마이클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그녀는 그 진심을 알면서도, 매담 루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당신의 가족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당신 혼자 짊어지세요.”

그녀는 마이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가게 해줘. 그러면 그만둘게.”

마이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단으로 걸어가며 그가 말했다.

“당신이 언제 거짓말쟁이가 됐는지 모르겠어.”

미셸은 그 말을 듣고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손바닥 위에 놓인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결혼 반지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 반지가 더 이상 예전처럼 빛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오므려 반지를 감췄다. 그리고 매담 루스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당신 혼자 짊어지세요.” 그녀는 그 말을 마치 기도문처럼 속으로 되뇌었다.

그날 오후, 미셸은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를 통해 5,000달러를 마련했다. ATM 앞에서 잠시 망설였지만, 그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그녀는 현금을 뽑아 봉투에 담으며 생각했다. 이것이 마지막일 것이다. 이 돈으로 마지막 의식을 치를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매담 루스의 상담소에 도착하자, 그녀는 평소와 다른 풍경을 마주했다. 주차장에는 낯선 검은색 세단 한 대가 서 있었고, 상담소 안에서는 두 명의 다른 여자가 나오고 있었다. 하나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였고, 다른 하나는 50대 정도였다. 둘 다 미셸과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뭔가를 잃은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그들은 미셸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차에 올라 조용히 떠날 뿐이었다.

매담 루스는 그녀를 안으로 들이며 말했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 될 거예요. 어머니의 영혼이 마지막으로 큰 요구를 하셨어요. 이 의식이 끝나면, 어머니는 아마 편히 떠나실 수 있을 거예요.”

“정말로… 이번이 마지막인가요?”

“그건 어머니의 뜻에 달렸어요. 하지만 오늘 의식은 확실히 큰 진전이 될 거예요.”

의식이 시작되었다. 촛불이 켜지고 향이 피워졌다. 매담 루스는 평소보다 더 격렬하게 기도문을 외우며 몸을 떨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러 번 변했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말하기도 했다. 미셸은 그 모든 과정을 두려움과 경외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의식이 절정에 달했을 때, 매담 루스가 갑자기 쓰러졌다. 그녀는 바닥에 누워 경련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인간의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

“당신 곁에… 어둠이 있어요… 당신을 막는 자… 그가 당신의 어머니를 붙잡고 있어요… 그가 어머니의 영혼을 훔쳐 가고 있어요… 당신의 남편이…”

“무슨… 무슨 말씀이세요?”

“그가 당신의 어머니를 빼앗아 가고 있어요! 그가 당신의 모든 것을 빼앗고 있어요! 그를 쫓아내지 않으면… 그를 쫓아내지 않으면 어머니는 영원히 고통 속에 갇힐 거예요! 영원히!”

매담 루스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그리고 그녀는 몇 초 동안 의식을 잃은 듯 축 늘어졌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땀이 흥건했다.

“무슨 일이 있었죠? 나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어머니가 무슨 말씀을 하셨나요?”

미셸은 매담 루스가 한 말을 전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매담 루스는 듣고 나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미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녀의 손은 미셸의 손보다 더 차갑고 더 단단했다.

“어머니가 아주 큰 것을 요구하시네요. 당신의 결심이 필요해요, 미셸. 당신은 지금까지 너무 많은 짐을 혼자 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제 그 짐을 무겁게 만드는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된 거예요.”

“하지만… 마이클은 제 남편이에요. 아이들의 아버지고요.”

“물론이죠.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그가 당신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나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당신 혼자였잖아요. 당신의 슬픔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고, 당신이 이렇게 힘들어하는데도 ‘그만해’라는 말만 반복했죠. 당신을 진짜로 사랑하는 건, 당신을 지금 이렇게 붙잡고 있는 어머니예요. 당신의 남편이 아니라고요.”

매담 루스의 말은 독이었다. 하지만 그 독은 달콤했다. 미셸은 그 말 속에서 자신의 분노가 자라고 있는 것을 느꼈다. 마이클에 대한 분노.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분노는, 이상하게도, 그녀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모든 게 마이클 때문이었다. 그가 자신의 길을 막고 있었다. 그가 어머니를 떠나지 못하게 붙잡고 있었다.

상담소를 나서며 그녀는 다시 한 번 차 안에 앉아 대시보드의 성모상 스티커를 바라보았다. 스티커의 가장자리는 이제 완전히 벗겨져 있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마이클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멈추었다. 대신 매담 루스에게 문자를 보냈다.

“다음 의식은 언제인가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는 백미러를 보지 않았다.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반복되고 있었다. 마이클을 쫓아내야 한다. 그래야 어머니가 편히 쉴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이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족을 버려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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