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갈림길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굵은 빗줄기가 철창을 두드리며 녹슨 쇠를 타고 흘러내렸고, 벽에는 붉은 녹물 자국이 번졌다. 방 안의 습기는 더 짙어져 매트리스에서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올라왔다.
아코수아는 아피아가 건넨 쪽지를 다시 꺼내 읽었다. “주술사 올 때 절대 눈 똑바로 보지 마. 두려워하는 티 내는 년부터 표적 된다. 숨 쉬는 것만 신경 써. 나머진 아무 생각도 하지 마.” 연필로 눌러쓴 글씨는 땀에 번져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쪽지를 접어 브래지어 안쪽에 밀어 넣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갈비뼈가 부풀어 올랐다 내려갔다. 오직 숨.
오전 9시쯤, 바깥에서 낡은 디젤 차량의 거친 엔진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현관 철문이 열리는 소리, 복도를 울리는 발소리, 그리고 코피의 목소리. 평소보다 한 톤 높은, 조심스러운 말투였다.
“어서 오십시오, 주술사님. 비 오는데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복도에서 여자들이 모이는 소리가 들렸다. 맨발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 누군가의 짧은 기침, 그리고 코피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
“다들 1층 큰방으로 모여. 빨리.”
아코수아는 깨진 거울 조각을 들여다봤다. 불과 사흘 만에 얼굴이 수척해져 광대뼈가 도드라졌고, 입술은 갈라져 있었다. 그녀는 물 한 모금으로 입술을 적시고 방을 나섰다.
1층 큰방은 원래 거실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가구가 치워져 있었고, 바닥에는 돗자리 하나만 깔려 있었다. 여섯 명의 여자들이 돗자리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나나는 맨 앞줄에 있었고, 아피아는 구석에 몸을 웅크렸다. 아코수아는 아피아 옆에 앉았다. 아피아는 그녀를 보지 않았다. 시선은 바닥에 박아둔 채, 입술만 미세하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기도인지, 자기 암시인지 알 수 없었다.
코피가 문 옆에 서서 팔짱을 끼었다. 평소의 건방진 미소는 사라져 있었다. 주술사 앞에서는 그도 통제당하는 위치였다.
잠시 후, 노인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아그베논이라고 코피가 불렀다. 아코수아가 마을에서 만난 주술사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였다. 일흔은 넘었고 등은 약간 굽었지만, 탁한 갈색 홍채 안의 동공만은 날카롭게 수축되어 방 안의 모든 것을 천천히 훑었다. 허름한 바바리가를 입고 있었고, 목에는 동물의 뼈와 구리 조각으로 만든 장신구가 걸려 있었다. 손에는 염소 가죽 주머니가 들려 있었고, 그 안에서 무언가가 달그락거렸다. 뼈인지, 조개껍데기인지, 더 작은 무언가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돗자리 중앙에 서서 여자들을 내려다보았다.
“고개를 들라.”
목소리는 낮고 느렸지만 방 안의 공기를 진동시켰다. 여자들은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어떤 이는 떨었고, 어떤 이는 무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 아코수아는 아피아의 말을 기억하며 주술사의 눈을 똑바로 보지 않았다. 시선은 그의 왼쪽 어깨 너머, 벽에 난 금에 붙박았다. 숨. 오직 숨. 들숨과 날숨의 횟수를 세었다.
아그베논은 천천히 여자들 사이를 걸었다. 맨발이 바닥을 스치며 바스락거렸다. 그는 나나 앞에서 멈추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집어 손가락으로 비볐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이 여자는 이미 영혼이 반쯤 죽었다. 맹세는 유지되고 있지만, 내부는 비어 있다. 빈 그릇이다.”
그는 나나를 지나쳐 다음 여자에게로 갔다. 열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소녀의 이름은 에쿠아였다. 어깨가 좁고 손목이 가늘었다. 에쿠아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두려움을 숨기지 못했다.
아그베논은 에쿠아의 턱을 잡아 얼굴을 들어 올렸다. 소녀의 턱뼈가 그의 손아귀에서 가늘게 떨렸다.
“두려움이 너무 크다. 맹세가 약해질 위험이 있다. 보강 의식이 필요하다.”
코피가 벽에서 떨어져 나왔다.
“어떤 방식으로 하시겠습니까?”
“닭으로는 부족하다. 염소의 피를 봐야 한다. 오늘 밤, 내가 직접 집전하겠다. 준비해라.”
에쿠아가 흐느꼈다. 그 소리가 방 안에 가득 찼지만 아무도 그녀를 위로하지 않았다. 나나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코수아는 그 소녀의 떨리는 어깨를 보며 고향에 두고 온 에시를 떠올렸다. 여덟 살, 수학을 좋아하던 여동생. 만약 에시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똑같이 떨었을 것이다. 그 생각이 짧게 가슴을 찔렀다.
아그베논은 이윽고 아코수아 앞에서 멈추었다.
아코수아의 심장이 갈비뼈를 때렸다. 그녀는 시선을 벽의 금에 붙박은 채 숨을 세고 있었다. 열셋, 열넷, 열다섯.
“고개를 들어라.”
아코수아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시선은 아그베논의 눈을 피해 그의 코끝 언저리에 묶어두었다. 아그베논은 그녀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그의 숨결에서 썩은 콜라넛 냄새가 났다. 입가에 말라붙은 침 자국이 있었다.
“새로 온 여자로군.”
코피가 재빨리 다가왔다.
“예, 주술사님. 사흘 전에 의식을 치렀습니다. 아베나가 데려왔습니다.”
“의식은 누가 집전했지?”
“마을의 주술사가 했습니다.”
“시골 주술사들의 의식은 허술한 경우가 많다.”
아그베논은 아코수아의 오른손을 집어 들었다. 검지 끝의 상처를 살폈다. 그의 손가락은 차갑고 건조했으며, 손톱 밑에는 검은 때가 끼어 있었다.
“상처는 제대로 났군. 하지만 맹세의 깊이는 상처의 깊이로 결정되지 않는다. 영혼이 얼마나 묶였는지가 중요하지.”
그는 가죽 주머니에서 작은 뼈 조각을 꺼냈다. 닭의 뼈인지, 더 작은 동물의 뼈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그는 뼈를 아코수아의 이마에 대고 눈을 감았다. 몇 초의 정적. 방 안의 모든 시선이 아코수아에게 집중되었다.
“이 여자의 맹세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다. 중간이다. 하지만 내부에 무언가가 있다.”
아코수아의 귓가가 부르르 떨렸다. 그녀는 아피아가 건넨 쪽지를 떠올렸다. “두려워하는 티 내는 년부터 표적 된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얼굴 표정을 지웠다. 안면 근육을 하나씩 의식하며 풀었다.
“무엇이 있습니까?”
코피의 목소리에 긴장이 섞여 있었다.
“의심이다. 아직 작지만, 존재한다. 이 의심이 커지면 맹세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아그베논은 눈을 떴다. 그는 뼈 조각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의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여자는 아직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 오늘 밤, 최종적인 시험을 내리겠다. 그 결과에 따라 맹세의 강도가 결정될 것이다.”
“어떤 시험입니까?”
“보강 의식이다. 에쿠아와 같은 방식으로. 염소의 피로.”
아코수아의 입술이 바싹 말랐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침묵은 때로 가장 큰 저항이었다.
“그리고 내일부터, 모든 여자는 하루에 다섯 명의 손님을 받아야 한다.”
아그베논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나나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다섯 명이요? 지금은 세 명인데…”
코피가 나나를 노려보았다. 말을 끊으라는 신호였다. 아그베논은 계속했다.
“빚을 갚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 조직의 운영 비용이 늘었다. 유럽으로 가는 배 삯도 올랐다. 너희가 돈을 더 벌어야 한다. 불만이 있는가?”
방 안을 침묵이 덮었다. 나나는 고개를 숙였다. 에쿠아는 울음을 삼켰다. 아피아는 여전히 벽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코수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루에 다섯 명. 지금도 견디기 힘든데, 육체가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부에서 자라나기 시작한 의심이 이 시험을 견딜 수 있을까.
아그베논은 마지막으로 말을 덧붙였다.
“보강 의식은 해질녘에 치른다. 그때까지 기도하고, 조상들에게 용서를 구해라. 의식 중에 맹세가 약하다고 판단되면…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더 강력한 조치’라는 말을 할 때 그의 시선이 코피를 향했다. 코피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사이의 암묵적인 이해는 오래된 것이 분명했다.
아그베논이 방을 나갔다. 코피가 그를 따라나갔다. 문이 닫히자 에쿠아가 바닥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다. 작은 등이 심하게 들썩였다. 나나가 다가가 그녀의 등을 쓸었다. 아무 말 없이 손바닥으로 원을 그렸다.
아코수아는 아피아를 바라봤다. 아피아는 여전히 벽을 보고 있었다.
“언니… 염소의 피 의식이 뭐예요?”
아피아는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닭보다 더 큰 동물을 잡는 거야. 피가 더 많이 필요하니까. 네 몸에 직접 피를 바를 거야. 그리고 더 강한 맹세를 하게 돼. 이번에는 네 가족뿐만 아니라 네 후손, 네 마을 전체에 저주가 내릴 거라는 내용이 추가될 거야.”
“그게 다예요? 피를 바르고 맹세만 하면…”
아피아가 처음으로 아코수아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깊은 피로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게 다가 아니야. 보강 의식이 필요한 사람은… 의식 전에 청결 의례를 치러야 해. 네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방식으로.”
“청결 의례?”
“몸을 정화한다는 명목으로, 주술사가 네 몸 구석구석을 만질 거야. 그리고 네가 절대로 잊지 못할 일을 할 거야. 그게 청결 의례의 실체야. 나는 두 번 겪었어. 두 번 다 살아남았지만… 그 이후로 매일 밤 꿈을 꿔.”
아피아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손을 무릎 아래로 감추며 일어섰다.
“난 더 이상 말하지 않을 거야. 너는 네 선택을 해야 해. 오늘 밤 의식이 시작되기 전에.”
점심이 지나고 오후가 되자 비는 더 거세졌다. 빗물이 철창을 넘어 방 안으로 스며들었고, 바닥에 물이 고였으며, 벽지가 축축하게 젖어 불룩해졌다. 손님들은 비 때문에 모두 취소되었다고 코피가 전했다. “오늘 밤 의식에 집중해라. 그게 더 중요하다.” 그의 말에 여자들은 안도와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
아코수아는 방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고 빗소리를 들었다. 손바닥 안의 쪽지는 땀에 완전히 젖어 글씨가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두 갈래 길이 번갈아 떠올랐다.
한쪽에는 나나의 얼굴이 있었다. “반항하지 마. 그냥 시키는 대로 해. 몸을 맡기고, 마음은 다른 곳에 두는 거야.” 순응. 순응하면 육체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빚을 다 갚으면 언젠가 이 문을 나설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때까지 자신의 영혼이 남아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나나는 이미 영혼이 반쯤 죽었다고 아그베논이 말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순응해서 풀려난 여자들 중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간 사람은 없었다는 아피아의 말도 떠올랐다. 어떤 여자는 미쳐서 가족을 공격했고, 어떤 여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른 한쪽에는 아피아의 사촌 언니가 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는 Juju를 믿지 않기로 선택했고, 조직의 약점을 찾아 탈출에 성공했다. 지금은 케이프코스트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살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탈출 과정에서 동료 한 명이 잡혀 죽었고, 가족과 마을은 몇 년 동안 조직의 보복 위협에 시달렸다. 그 언니는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했다.
아코수아는 자신의 검지 끝 상처를 엄지로 문질렀다. 아직 아물지 않은 그 작은 흉터는 첫 번째 의식의 흔적이었다. 오늘 밤 보강 의식을 치르면, 이보다 더 큰 흉터가 남을지도 몰랐다. 육체에, 그리고 영혼에.
그녀는 아피아가 해준 이야기들 중 한 대목을 곱씹었다. 신고한 여자가 정신병원에 간 것은 진짜 저주 때문이 아니라는 말. 저주를 받았다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사실 질병에 걸렸거나, 영양실조였거나, 조직이 의도적으로 독살한 경우라는 말. 진짜 초자연적인 일은 하나도 없었다는 사촌 언니의 증언.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만약 Juju가 그저 정교한 공포의 도구일 뿐이라면.
하지만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신고한 여자처럼 입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진다면. 어머니와 에시에게 진짜로 재앙이 닥친다면.
그녀의 관자놀이에서 혈관이 뛰었다. 두 갈래 길 모두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나는 천천히 영혼이 죽어가는 길이었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도박이었다.
문이 열리고 아피아가 들어왔다. 그녀는 말없이 아코수아의 옆에 앉았다. 둘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빗소리만이 방 안을 채웠다. 빗방울이 철창을 때리는 규칙적인 소리, 처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소리, 그리고 어디선가 빗물이 새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나나가 너에게 말한 건 틀린 말이 아니야. 순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야.”
아피아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하지만 오늘 밤 보강 의식을 치르고 나면, 네 맹세는 더 무거워질 거야. 네 가족뿐 아니라 네 마을, 네 후손까지 저주의 대상이 되는 거야. 그리고 청결 의례… 그건 네 몸과 마음에 절대 지워지지 않을 흔적을 남길 거야.”
아피아는 아코수아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차갑고 거칠었다. 손바닥에는 오래된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반항하는 길은 더 위험해. 나는 너에게 ‘반항해’라고 말할 용기도 없어. 그 대가가 너무 크니까.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오늘 밤 의식이 시작되기 전에, 너는 네가 어떤 사람이 될지 정해야 해. 의식이 끝나고 나면… 선택의 폭은 훨씬 더 좁아질 거야.”
아피아가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고, 아코수아는 혼자가 되었다.
빗소리는 여전했다. 그녀는 손바닥 안의 쪽지를 내려다봤다. 이제 글씨는 완전히 번져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문장을 외우고 있었다. “숨 쉬는 것만 신경 써.”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천천히 내쉬었다. 숨을 쉴 때마다 머릿속이 조금씩 또렷해졌다.
에시. 어머니. 그리고 자신.
그녀는 누구를 위해 이곳에 왔는가. 누구를 위해 살아남아야 하는가. 그리고 살아남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저 숨을 쉬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인가.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오후 5시, 코피가 복도를 걸으며 외쳤다.
“모두 준비해. 해질녘에 의식이 시작된다. 1층 큰방으로 모여라. 주술사님이 곧 도착하신다.”
아코수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녀는 깨진 거울 조각을 한 번 더 들여다봤다. 거울 속의 여자는 며칠 사이에 눈에 띄게 야위었고, 입술은 갈라졌으며, 눈 밑은 어두웠다. 하지만 눈동자 안에는 아직 무언가가 살아 있었다. 그것이 두려움인지, 의심인지, 아니면 저항의 불씨인지는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비가 그치고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젖은 땅에서 김이 올랐고, 길가 고인 물 위로 저녁노을이 번졌다. 창밖에서는 길거리 행상인들이 다시 자리를 펴는 소리, 오토바이 경적 소리, 어디선가 틀어놓은 하이라이프 음악이 들려왔다. 바람이 불자 철창에 매달린 빗방울이 흔들리며 떨어졌다.
여자들은 다시 1층 큰방에 모였다. 돗자리는 그대로였고, 벽에는 염소의 두개골이 걸려 있었다. 말라붙은 뿔이 달린 두개골이 벽에 못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바닥에는 피를 받을 양철 그릇과, 작은 칼, 새끼줄, 허브 다발이 준비되어 있었다. 허브에서는 달콤하면서도 역한 냄새가 났다.
코피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뒤로 아그베논이 따랐다. 노주술사는 낡은 바바리가를 벗고, 어깨에 표범 가죽을 두르고 있었다. 가죽은 오래되어 털이 군데군데 빠졌고, 가장자리는 너덜너덜했다. 그의 얼굴에는 흰 진흙으로 부족 문양이 그려져 있었고, 이마에는 붉은 안료로 원 하나가 칠해져 있었다. 그는 방 중앙에 서서 여자들을 둘러보았다. 그의 발밑에서 돗자리가 눌려 바스락거렸다.
“보강 의식이 필요한 자, 앞으로 나오라.”
에쿠아가 먼저 일어났다. 그녀는 울음을 삼키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코피가 그녀의 팔을 잡아 돗자리 중앙에 무릎을 꿇렸다. 소녀의 작은 몸이 떨렸고, 그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려다가 아그베논의 눈을 보고 곧바로 시선을 바닥에 떨구었다. 그 모습은 포식자 앞에서 몸을 웅크리는 작은 초식동물 같았다.
아그베논은 아코수아를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방 안의 공기를 가르며 그녀에게 닿았다.
“다음. 아코수아.”
코피가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이 서려 있었다.
“주술사님이 부르시잖아. 빨리 나와.”
아코수아의 관자놀이에서 혈관이 뛰었다.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었다. 방 안의 공기는 허브 냄새와 염소 가죽 냄새, 그리고 여자들의 땀 냄새로 두꺼워져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방 안을 천천히 훑었다. 에쿠아의 떨리는 작은 등, 나나의 무감각한 옆모습, 아피아의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자신의 검지 끝에 남은 작은 상처. 첫 번째 의식의 흔적이었다.
그녀는 숨을 들이쉬었다. 갈비뼈가 부풀어 올랐다 내려갔다. 오직 숨. 그리고 그녀는 선택해야 했다. 지금 이 순간에.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아코수아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선택 1]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보강 의식을 받아들인다. Juju의 공포에 순응하고, 조직이 요구하는 대로 살아간다.
[선택 2] 의심을 품고 저항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한다. 보강 의식을 견디되, 내부에서는 Juju의 실체를 분석하고 조직의 약점을 모색한다. (무료)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아코수아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