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두 개의 장부
월요일 아침, 샬리니는 디네시의 회사에 첫 출근을 했다.
회사는 수바 항구에서 조금 떨어진 4층짜리 상가 건물의 2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간판에는 ‘South Pacific Trade Solutions’라는 이름이 금박 글자로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이 회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정식으로 직원이 되어 출근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무실 안은 의외로 깔끔했다. 책상이 여러 개 놓여 있었고, 직원 몇 명이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들은 샬리니가 들어서자 잠시 고개를 들었지만, 곧 다시 일로 돌아갔다. 이곳에서도 그녀는 그저 조용한 신입 사원일 뿐이었다.
그녀의 책상은 창가에서 조금 떨어진 구석에 배치되었다. 컴퓨터와 프린터, 그리고 서류 정리용 캐비닛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디네시가 미리 준비해둔 업무 목록을 확인했다. 수출입 서류 정리, 선하증권 검토, 거래처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합법적인 무역회사의 사무 업무였다.
그러나 그녀는 알았다. 디네시의 사업에는 항상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을. 그녀가 정리해야 할 서류들 중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화물에 대한 것들도 있을 것이고, 그녀가 업데이트해야 할 데이터베이스에는 가짜 회사들의 정보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었다.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이 자리에 앉았다.
오후가 되자, 디네시가 직접 그녀의 책상으로 찾아왔다.
“적응은 잘 되고 있어요?”
“네, 업무는 익숙합니다. 전에 다니던 무역회사와 비슷해서요.”
“좋아요. 그럼 이제 진짜 업무를 맡겨볼게요. 나를 따라와요.”
그녀는 디네시를 따라 사무실 안쪽에 있는 그의 개인 집무실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커다란 마호가니 책상과, 벽을 가득 채운 책장들, 그리고 구석에 놓인 낡은 철제 금고가 있었다. 그 금고는 그녀가 3년 전 처음 보았던 바로 그 금고였다. 그때는 그 안에 그녀의 여권과 카드, 그리고 수십 명의 인생이 갇혀 있었지만, 지금은 무언가 다른 것이 들어 있을 것이었다.
디네시는 금고를 열고 그 안에서 두꺼운 장부 한 권을 꺼냈다.
“이게 우리 회사의 진짜 장부예요. 세금 신고용 장부 말고, 실제 자금 흐름을 기록한 거죠. 지금까지는 내가 직접 관리했지만, 이제는 당신이 맡아줬으면 해요.”
샬리니는 장부를 받아 들었다. 표지는 낡고 손때가 묻어 있었다. 그녀는 첫 페이지를 넘겼다. 거기에는 그녀가 익숙한 숫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대출 원금, 이자율, 상환 내역, 그리고 이름들. 수십 명의 이름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중에는 그녀의 이름도 있었다. ‘샬리니, 원금 3,000, 현재 잔액 1,200, 이자율 8%’.
“이 장부를 내가 관리하는 거예요?”
“그래요. 당신은 이제 내 회사의 정식 직원이니까. 이 장부를 전산화해서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매달 변동 사항을 업데이트하는 게 당신의 주요 업무 중 하나예요. 물론, 이 장부의 존재는 우리 둘만 알고 있어야 하고요.”
샬리니는 장부를 가슴에 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 장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것은 디네시의 불법 대출 사업 전체를 기록한 핵심 증거였다. 그리고 그는 지금 그 증거를 그녀의 손에 쥐어주고 있었다. 그가 그녀를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이었다. 혹은 그녀가 이제 절대 도망칠 수 없다고 확신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날부터 샬리니는 매일 장부를 전산화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녀는 엑셀 시트에 모든 데이터를 옮겨 적으면서, 동시에 그 숫자들이 말해주는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
장부에는 총 47명의 채무자가 기록되어 있었다. 대부분은 그녀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었다. 가난한 농부의 딸, 일자리를 찾아 수도로 올라온 젊은 남자,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 그들은 모두 디네시에게서 돈을 빌렸고, 모두 격주 20%의 복리 이자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모두 어떤 형태로든 그의 사업에 편입되어 있었다. 어떤 이는 마사지숍에서 일하고 있었고, 어떤 이는 항구에서 하역 노동을 하고 있었으며, 어떤 이는 디네시의 회사에서 그녀처럼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행을 찾아 오래도록 바라봤다. 3년 전, 3,000피지달러로 시작된 빚이 지금은 1,200피지달러까지 줄어 있었다. 그녀는 그 숫자를 손가락으로 따라 쓸었다. 1,200. 그녀가 앞으로 8개월만 더 일하면 완전히 청산될 금액이었다. 8개월 후면, 그녀는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었다. 디네시의 시스템에서 진정한 자유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가 그녀에게 장부를 맡긴 것은 신뢰의 증거이자 동시에 덫이었다. 이 장부를 관리하는 사람은 이제 디네시의 공범이었다. 그녀가 이 장부를 경찰에 가져가면 디네시는 체포되겠지만, 그녀도 함께 체포될 것이었다.
장부를 전산화한 지 2주째 되던 날, 샬리니는 예상치 못한 것을 발견했다.
장부의 맨 뒤쪽 페이지에는 그녀가 처음 보는 항목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것은 개인 채무자들의 기록이 아니었다. 회사들 간의 거래 기록이었다. ‘SP Trading → Westpac Trust Account’, ‘Port Vila Holdings → Suva Investment Group’. 금액은 채무자들의 빚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건당 10만 달러, 20만 달러, 때로는 50만 달러까지.
그녀는 이 거래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며칠 밤을 새며 분석했다. 그 결과, 그녀는 디네시가 단순한 사채업자가 아니라 국제적인 자금 세탱 네트워크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채무자들에게서 받은 이자는 그의 수입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의 진짜 사업은 피지와 바누아투, 솔로몬 제도를 오가는 불법 자금을 세탱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자금 세탱 네트워크의 중심에는 ‘South Pacific Trade Solutions’가 있었다. 그녀가 지금 일하고 있는 바로 그 회사였다.
샬리니는 이 발견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것을 경찰에 넘기면 디네시는 확실히 무너질 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 자신도 무너질 것이었다. 그녀는 이 회사의 직원이었고, 이 장부를 관리하는 사람이었으며, 이 모든 불법 행위를 알고도 묵인한 공범이었다.
그녀는 장부를 금고에 도로 넣고, 열쇠를 디네시의 책상 서랍에 돌려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와, 컴퓨터 화면 속 엑셀 시트를 바라봤다. 그 시트에는 방금 그녀가 발견한 모든 정보가 고스란히 입력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 파일을 암호화된 USB에 복사해 가방 속에 넣었다. 그녀가 이 정보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언젠가 이 정보가 그녀에게 유일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날 밤, 샬리니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항구의 방파제에 다시 섰다. 바다에서는 여전히 짠내와 기름때 냄새가 밀려왔다. 그녀는 지갑에서 Westpac 카드를 꺼내 손에 쥐었다. 부러진 귀퉁이가 손바닥을 찔렀다. 그녀는 이 카드를 얼마나 더 쥐고 있어야 하는 걸까. 8개월 후면 빚은 청산된다. 그러면 이 카드는 더 이상 사슬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때가 되면, 그녀는 또 다른 사슬에 묶여 있을 것이었다. 디네시의 장부를 관리한 공범이라는 사슬에.
그녀는 가방 속 USB를 만지작거렸다. 그 안에는 디네시의 모든 비밀이 담겨 있었다. 47명의 채무자들, 수백만 달러의 불법 자금, 그리고 국제적인 자금 세탱 네트워크. 이 정보를 어디에 전달하느냐에 따라, 그녀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었다.
경찰에 가져가면, 그녀는 내부 고발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공범으로 체포될 위험도 있었다.
언론에 가져가면, 디네시의 조직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도 함께 공개될 것이고, 그녀의 과거도 드러날 것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녀는 계속 이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8개월 후 빚을 청산하고, 디네시의 회사에서 일하며, 조용히 살아가는 것. 평범함을 가장한 굴복의 삶이었다.
그녀는 Westpac 카드를 지갑에 도로 넣고, USB를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작은 금속 조각이 가로등 불빛에 반짝였다. 그녀는 이 작은 기계 속에 그녀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모두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었다. 그리고 눈을 떴다.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샬리니의 운명은 당신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선택 1] 샬리니가 USB를 가지고 경찰에 찾아가 내부 고발을 시도합니다. 디네시의 범죄를 폭로하고, 그동안의 굴복을 끝내기 위한 마지막 도박입니다.
[선택 2] 샬리니가 USB를 무기로 디네시와 직접 협상하거나, 혹은 익명으로 경찰과 언론에 제보하는 방식으로 전략적인 반격을 준비합니다. (무료)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살리니의 잔혹한 운명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