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깨진 침묵
새벽 1시 49분. 항구 내부 도로.
아르준의 엄지손가락이 공구 칼의 안전 잠금을 밀어 올렸다. 칼날이 나오는 소리는 작았지만, 그 소리는 파도 소리도, 기중기 소리도, 그 어떤 항구의 배경음도 뚫고 그의 귀에 또렷이 박혔다. 칼날의 길이는 7센티미터. 충분히 날카로웠다. 그는 칼을 쥔 손을 컨테이너 봉인 쪽으로 가져갔다. 첫 번째 봉인은 두꺼운 플라스틱 재질의 씰이었다. 칼날이 플라스틱에 파고들자, 봉인은 저항 없이 갈라졌다. 두 번째 봉인은 금속제였다. 그는 칼을 반대쪽으로 돌려 금속을 비틀었다. 손목에 힘이 들어갔고, 이마에 땀이 맺혔다. 금속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끊어졌다.
두 개의 봉인이 모두 바닥에 떨어졌다. 콘크리트 위로 작은 플라스틱과 금속 조각들이 흩어졌다. 아르준은 칼을 접어 주머니에 넣고, 두 손으로 컨테이너 문 손잡이를 잡았다. 손바닥의 굳은살이 차가운 철제에 밀착되었다. 그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을 열었다.
컨테이너 안에서는 악취가 쏟아져 나왔다. 땀, 소변, 피, 그리고 두려움. 그 냄새들은 서로 뒤섞여 하나의 견딜 수 없는 악취가 되어 있었다. 어둠 속에서 눈동자들이 반짝였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쌍의 눈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섯 명의 인간이 컨테이너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젊은 남자들이었다. 가장 어려 보이는 이는 열일곱 정도였고, 가장 나이 들어 보이는 이는 서른을 갓 넘긴 듯했다. 그들의 손목과 발목은 케이블 타이로 묶여 있었고, 입에는 천 조각이 물려 있었다. 그들의 피부에는 멍과 찰과상이 선명했고, 한 명은 이마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르준은 5초 동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5초 동안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컨테이너 안의 남자들도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들의 눈에는 공포와 혼란, 그리고 아주 작은 희망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먼저 가장 가까이 있는 남자의 입에 물린 천을 풀어주었다. 천이 떨어지자 남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기침을 했다.
“당신은… 누구요?”
남자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힌디어도 마라티어도 아닌, 동부 지역의 사투리가 섞인 말투였다. 비하르, 아마도 아르준의 고향 근처에서 온 이주 노동자일 가능성이 컸다.
“중요하지 않아. 지금 당장 나와.”
아르준은 짧게 답하고 주머니에서 칼을 다시 꺼내 그들의 케이블 타이를 잘라주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모든 결박이 풀릴 때까지 그는 숨을 멈추고 있었다. 결박이 풀린 남자들은 비틀거리며 컨테이너 밖으로 기어 나왔다. 그들은 모두 심하게 탈수된 상태였고, 몇 명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가장 어린 남자는 컨테이너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일어나. 시간 없어.”
아르준이 그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그는 트럭 운전석으로 가서 물통을 꺼내 남자들에게 건넸다. 그들은 물을 받아먹으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직 자신들이 무슨 상황인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당신들은 지금 항구에 있어. 바라트라는 사람의 밀수 경로에 실려 있었고, 곧 너희를 다른 곳으로 옮길 사람들이 올 거야. 내가 그걸 막은 거고.”
“우릴… 어디로 보내려던 겁니까?”
가장 나이 든 남자가 물었다. 그의 눈에는 분노가 스며들고 있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그게 뭐든 간에, 너희가 가고 싶은 곳은 아닐 거야.”
아르준은 항구 지도를 머릿속에 펼쳤다. 3부두까지는 800미터. 바라트의 부하들은 이미 그곳에 대기 중일 것이다. 그들이 이 장소로 오기까지는 10분에서 15분.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저기 보이는 방파제 너머로 가. 거기에는 폐쇄된 창고들이 있어. 그중 17번 창고는 잠기지 않았어. 거기 숨었다가 해가 뜨면 항구 밖으로 나가. 방법은 알아서 찾아.”
남자들은 아르준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표정은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그의 목소리에 담긴 단호함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다.
“당신은요?”
가장 어린 남자가 물었다.
“나는 여기 남아서 할 일이 있어.”
아르준이 대답했다. 그리고 트럭 운전석으로 걸어갔다.
새벽 2시 03분. 3부두에서 12번 창고로 향하는 길.
아르준은 트럭을 몰고 3부두 방향으로 달리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항구의 구석진 폐쇄 구역으로 트럭을 몰아넣었다. 컨테이너가 사라진 적재함은 비어 있었고, 그 빈 공간이 덜컹거릴 때마다 마치 거대한 속이 빈 북처럼 울렸다.
그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항구의 뒷골목 같은 이 구역은 일반 작업자들도 잘 오지 않는 장소였다. 버려진 컨테이너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녹슨 크레인 한 대가 방치되어 있었다. 그는 트럭을 그 크레인 뒤에 숨기고 시동을 껐다. 엔진 소리가 사라지자, 정적이 밀려왔다. 파도 소리만이 멀리서 낮게 울리고 있었다.
그는 대시보드 아래 수납함을 열었다. 봉투 세 개. 첫 배달의 잔금, 두 번째 배달의 보수, 그리고 오늘 받을 예정이었던 500,000루피의 선금 일부. 그는 봉투들을 꺼내 돈을 세었다. 총 275,000루피. 500,000루피에는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나미타의 수술비는 이제 불가능한 숫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는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껐다. 바라트가 그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트럭의 GPS도 케이블을 뽑아 비활성화시켰다. 이 트럭은 이제 항구의 지도에서 사라진 존재가 되었다.
그는 트럭에서 내려 컨테이너 잔해를 확인했다. 봉인 조각들이 아직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그는 그것들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했다.
그가 다시 운전석에 오르려던 순간, 멀리서 차량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한 대가 아니었다. 적어도 두 대, 아니 세 대. 헤드라이트 불빛이 항구 건물들 사이로 번쩍였다. 바라트의 부하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르준은 재빨리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지 않은 채, 오직 창문으로만 밖을 내다보았다. 헤드라이트 불빛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12번 창고에 도착했을 것이고, 컨테이너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이제 그들은 이 구역을 수색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는 숨을 참고 기다렸다. 1분, 2분. 헤드라이트 불빛이 크레인 근처를 스쳤다. 그리고 잠시 멈추었다. 아르준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러나 불빛은 다시 움직여 다른 방향으로 멀어져 갔다.
차량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자, 아르준은 깊이 숨을 내쉬었다. 그는 시동을 걸고, 트럭을 천천히 폐쇄 구역 반대편으로 몰았다. 항구 북쪽 끝, 오래된 어시장 근처였다. 그곳은 이제 사용되지 않는 구역으로, 바라트의 조직도 거의 신경 쓰지 않는 장소였다.
그는 트럭을 어시장 근처 빈 창고에 세우고, 다시 한 번 주변을 확인했다. 아무도 없었다. 그는 트럭에서 내려 인근 공중전화 부스로 걸어갔다. 동전을 넣고 번호를 눌렀다.
“나미타.”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수화기를 쥔 손은 떨리고 있었다.
“아르준? 무슨 일이야? 왜 이 시간에…”
“지금 당장 병원을 나와야 해. 나 말고 아무도 못 믿어. 간호사에게도 말하지 마. 그냥 로비로 내려와. 내가 갈게.”
“무슨 소리야? 아직 검사 결과도 안 나왔고…”
“나미타, 제발.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어. 그냥 내 말을 믿어줘.”
수화기 너머로 3초의 침묵이 흘렀다.
“알겠어.”
전화를 끊고, 아르준은 어둠 속으로 뛰어갔다.
새벽 2시 58분. 세인트 조지 병원 로비.
아르준은 병원 로비에 도착했을 때 숨이 턱까지 차올라 있었다. 나미타는 이미 로비 의자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손에는 작은 가방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병원복 대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작고 취약해 보였다.
“아르준, 무슨 일이야? 당신 얼굴이…”
“나중에 설명할게. 지금은 그냥 나와 함께 가야 해.”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병원을 나섰다. 바깥 공기는 차갑고 습했다. 12월의 뭄바이는 낮에는 여전히 더웠지만, 이른 새벽의 공기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를 품고 있었다. 그들은 병원 앞에서 오토 릭샤를 잡아탔다.
“빌레 파를레까지 가요. 서쪽 시장 근처.”
아르준이 릭샤 운전사에게 말했다. 그가 아는 유일한 안전한 장소였다. 항구 노동자들 사이에서 가끔 이야기되던, 신분 확인 없이도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작은 여관이 거기에 있었다.
릭샤가 출발하자, 나미타가 그의 손을 잡았다.
“당신, 무슨 일에 휘말린 거야?”
그는 대답 대신 그녀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녀의 손은 차갑고 뼈만 남아 있었지만, 살아 있었다. 신장 이식을 받기 전보다는 따뜻했다. 그는 그 온기에 집중하며 숨을 골랐다.
“내가 잘못한 일이 있어. 하지만 오늘 밤, 나는 더 잘못된 일을 막으려고 했어. 그 대가가 뭔지는 아직 몰라.”
“바라트라는 사람이지? 당신이 밤마다 만나는 그 사람.”
아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미타는 알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아니, 그녀는 항상 알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저 묻지 않았을 뿐.
빌레 파를레의 작은 여관은 24시간 문을 열고 있었다. 아르준은 주인에게 500루피를 건네고 방 열쇠를 받았다. 방은 좁았다. 침대 하나, 작은 탁자, 그리고 창문 하나. 창밖으로는 좁은 골목과 다른 건물의 벽만이 보였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충분했다.
나미타가 침대에 앉자, 아르준은 문을 잠그고 그녀 앞에 앉았다. 그는 모든 것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첫 배달, 컨테이너에서 들린 소리, 핏자국, 그리고 오늘 밤 그가 뜯어낸 봉인과 그 안에 있던 사람들. 모든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지만, 더 이상 떨리지는 않았다.
나미타는 말없이 듣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울먹이지 않았다.
“당신이 그 사람들을 풀어줬다는 거지?”
“그래.”
“그럼 당신은 이제… 도망쳐야 하는 거야?”
“아직은 아니야. 하지만 곧 그렇게 될지도 몰라.”
나미타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녀의 눈은 단단했다.
“당신이 한 일은 옳은 일이야. 무서워도, 옳은 일이었어.”
아르준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처음으로 깊이 숨을 내쉬었다. 그의 몸속에 오래 억눌려 있던 무언가가 그 숨과 함께 조금씩 풀려나가는 듯했다.
같은 시각. 항구 12번 창고.
바라트는 컨테이너가 사라진 빈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키 큰 남자와 땅딸막한 남자가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바닥에는 잘린 케이블 타이 다섯 개와, 찢긴 천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봉인은?”
바라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잘려 있었습니다. 칼로.”
키 큰 남자가 대답했다. 바라트는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플라스틱 봉인 조각을 집어 들었다. 자른 면이 깨끗했다. 전문적인 도구는 아니었지만, 결단력 있는 손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르준.”
바라트가 그 이름을 입 밖에 내뱉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있었지만, 그 분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대신 차가운 계산만이 남아 있었다.
“차량 GPS 추적해.”
“끊겼습니다.”
“휴대폰은?”
“전원이 꺼져 있습니다.”
바라트는 손에 쥔 봉인 조각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손가락으로 그것을 부러뜨렸다.
“좋아. 그럼 이제 다른 방법을 쓰지. 병원으로 가. 그의 아내가 있는 곳.”
“이미 확인했습니다. 병원에도 없습니다.”
바라트는 3초 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미소라기보다는, 무언가를 깨달은 사람의 표정이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똑똑했어. 하지만 동시에 더 바보이기도 해. 왜냐하면 그가 도망치면 도망칠수록, 내가 찾을 수 있는 흔적도 더 많아지니까.”
그는 몸을 돌려 창고 밖으로 걸어갔다.
“모든 부두와 역, 버스 터미널에 연락해. 그의 사진을 뿌려. 그리고 항구 노동자 숙소를 뒤져. 그가 아는 모든 사람들을 만나.”
“사람들을 풀어준 것에 대한 처벌은…”
키 큰 남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바라트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
“처벌은 단순하지 않아. 하지만 확실할 거야.”
다음 날 오전 7시.
아르준은 여관 방의 창문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빌레 파를레의 아침은 소란스러웠다. 좁은 골목에는 채소를 파는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위해 뛰어가고 있었고, 여자들은 물통을 들고 공동 수도로 향하고 있었다. 평범한 아침이었다. 그러나 그 평범함이 그에게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부터 도망쳐야 할 사람이었다. 바라트의 조직이 그를 찾기 시작했을 것이고, 그가 숨을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나미타가 침대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눈은 더 또렷해져 있었다.
“우리 어떻게 해?”
그녀가 물었다. 아르준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당신을 먼저 안전한 곳으로 보낼 거야. 비하르에 내 사촌이 있어. 거기로 가면…”
“나는 당신 없이 안 가.”
나미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단호했다. 아르준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10년을 함께한 아내의 얼굴. 그 얼굴은 병으로 인해 야위었지만, 그 안에는 10년 전 결혼식 날 보았던 그 단단함이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럼 함께 가. 하지만 그러려면 내가 먼저 할 일이 있어.”
“무슨 일?”
“바라트의 장부. 내가 그동안 배달한 모든 기록이 그의 사무실에 있어. 그 장부를 손에 넣어야 해. 그래야 경찰이 움직일 수 있어.”
나미타의 눈이 커졌다.
“위험하지 않아?”
“위험하지 않은 일은 없어. 하지만 내가 하지 않으면, 우리는 평생 도망쳐야 해. 나는 그렇게 살 수 없어. 당신도 그렇게 살게 할 수 없고.”
그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오늘 밤에 돌아올게. 만약 돌아오지 못하면… 수레쉬에게 연락해. 그가 도와줄 거야.”
“아르준.”
나미타가 그를 불렀다. 그는 멈추어 뒤돌아보았다.
“당신이 한 일은 옳은 일이었어.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건 변하지 않아.”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나섰다.
골목으로 나서자, 아침 햇살이 그의 얼굴을 때렸다. 항구로 돌아가는 길은 멀고 위험했지만,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의 손에는 아직 칼이 있었고, 그의 머릿속에는 항구의 모든 길과 통로가 지도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는 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운전수도, 짐꾼도 아닌,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는 사람의 걸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