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대리석 바닥의 온기
7월 17일. 오전 9시 12분.
반드라 이스트의 직업소개소는 좁았다. 대기실에는 플라스틱 의자 여섯 개가 벽을 따라 붙어 있었고, 천장의 선풍기는 먼지를 두른 채 느리게 돌고 있었다. 벽에는 구인 광고가 핀으로 꽂혀 있었고, 바닥 타일은 군데군데 깨져 있었다. 프리야 샤르마는 문 앞에 서서 이 장면을 5초간 응시했다. 그녀의 구두 밑창이 깨진 타일의 경계를 밟고 있었다. 그녀는 한 번도 이런 곳에 온 적이 없었다. 인생의 대부분을 거쳐온 공간들은 대리석 로비와 샹들리에 아래의 볼룸, 와인잔이 부딪히는 사교계 파티장이었다. 여기는 모든 것이 달랐다. 공기 중에는 오래된 종이 냄새와 땀 냄새가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그녀는 들어갔다. 접수대 뒤에는 40대 여성이 컴퓨터 화면을 보며 앉아 있었다. 이름표에는 ‘수다 라마찬드란’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녀는 프리야가 다가가자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이 프리야의 사리(오늘은 평범한 면사리였다)에서 얼굴로, 그리고 다시 손에 든 가방으로 움직였다. 평가하는 시선이었지만, 고팔의 사무실에서 겪은 그 시선들과는 달랐다. 이 여성의 시선은 그저 일상적인 호기심에 가까웠다.
“구직자세요?”
“네.”
“이쪽에 인적사항을 적어주세요. 그리고 경력 기술서가 있으면 제출해주시고요.”
프리야는 종이를 받아 들었다. 이름, 나이, 주소, 학력, 경력. 그녀는 한 칸 한 칸을 채워 내려갔다. 학력: 뭄바이 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경력: 인포시스 테크놀로지 행정부 3년 근무(2009-2012). 공백: 14년. 그녀는 공백이라고 적힌 칸에서 펜을 잠시 멈추었다. 지난 14년 동안 그녀는 무엇을 한 걸까. 사교계의 파티에 참석하고, 남편의 사업 파트너들을 접대하고, 아들을 키우고, 체면을 유지했다. 그 모든 것은 이력서의 한 줄로도 적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종이를 건네자 수다는 그것을 훑어보고는 컴퓨터에 입력하기 시작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2분간 계속되었다.
“샤르마 씨,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손님의 나이와 경력 공백을 고려하면 사무직은 쉽지 않아요. 뭄바이에는 젊은 인력들이 넘치거든요. 하지만 제가 몇 군데 알아볼게요. 행정 보조나 데이터 입력 같은 일자리요.”
월급은 18,000에서 22,000루피 사이라고 수다가 말했다. 프리야의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작동했다. 22,000루피. 한 달 치 월급이 그녀의 빚에 대한 하루 이자 11,000루피의 딱 두 배였다. 그녀는 한 달을 일해서 이틀 치 이자를 갚을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산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자존감, 독립, 그리고 고팔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무형의 가치. 그녀는 그걸 믿기로 했다.
직업소개소를 나서며 그녀는 길가에 서서 심호흡을 했다. 뭄바이의 공기는 여전히 습하고 더러웠다. 그러나 그녀는 폐가 공기로 채워지는 느낌을 의식했다. 그녀가 아직 숨 쉬고 있다는 증거. 그녀는 구두 굽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걸어서 15분. 반드라의 거리는 그녀를 비웃듯이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길거리 차이 왈라가 유리잔에 차를 따르고, 젊은 여성들이 부티크에서 나오며 쇼핑백을 흔들고, 값비싼 차들이 좁은 골목에서 경적을 울려댔다. 그녀는 이 거리의 일부였던 적이 있었다. 이제는 그 거리를 지나치는 외부인이었다. 그녀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거리를 바라보았다. 새삼스럽게 모든 것이 낯설게 보였다. 이 거리의 사람들은 아직 체면이라는 감옥 속에서 살고 있었고, 그녀는 감옥 문이 닫혀버린 바깥에 서 있었다.
Part 2: 감시자의 눈
아파트 단지 입구에 다다랐을 때, 프리야는 걸음을 멈추었다.
길 건너편, 차이 왈라의 가판대 옆에 비카스가 서 있었다. 그는 손에 차이 잔을 들고 있었고, 평범한 행인처럼 보였다. 하지만 프리야는 알았다. 그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가 직업소개소로 향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가 돌아오는 시간을 정확히 계산했으며, 그녀가 자신을 발견하도록 의도적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길을 건너 그에게 다가갔다. 2미터 앞에서 멈추었다.
“내가 직장을 구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요?”
비카스는 차이를 한 모금 마시며 천천히 대답했다.
“고팔 아저씨께서 궁금해하세요.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으려는지.”
“보고해요. 내가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한 달 22,000루피짜리 행정보조예요. 그걸로는 당신네 이자도 감당 못 해요. 하지만 적어도 내 손으로 버는 돈이에요.”
비카스의 눈빛이 살짝 움직였다. 그 움직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프리야는 알 수 없었다. 놀라움일 수도, 조소일 수도, 혹은 무언가 다른 계산일 수도 있었다.
“샤르마 부인, 당신은 아직 487,000루피의 빚이 있어요. 그리고 매일 10,000루피가 넘는 이자가 붙고 있어요. 당신이 아무리 일해도 그 빚은 줄어들지 않아요. 오히려 늘어나기만 할 거예요.”
“알아요.”
“그런데도 왜 계속 이러는 거죠?”
프리야는 비카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여전히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회색이었지만, 그녀는 대답했다.
“내가 당신네 세상에서 빠져나오려는 이유는, 당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거예요. 그게 당신들이 불편한 거고.”
그녀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몸을 돌렸다. 아파트 현관으로 걸어가며 그녀는 등 뒤에서 비카스의 시선이 계속 붙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 시선은 더 이상 그녀를 움츠러들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너무 많이 잃었고, 감시당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로비로 들어서자 라메쉬가 그녀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프리야는 그에게 다가갔다.
“라메쉬, 혹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청소나 관리 일을 구하는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아요?”
라메쉬의 눈이 커졌다. 그가 아는 프리야 샤르마는 사리자르카리 비하인드에서 드레스를 빌려 입고, 검은색 혼다 시티의 뒷좌석에 타는 여성이었다. 그런 여성이 청소 일자리를 묻다니.
“부인…?”
“알고 있으면 알려줘요.”
“단지 관리사무소에 가면 가끔 임시 인력 구하는 공고가 붙어요. 하지만 부인 같은 분이…”
“고마워요.”
프리야는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버튼을 누르며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이 떨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엘리베이터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면사리를 입은 여성, 화장이 옅은 얼굴, 그러나 등은 곧게 펴져 있었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고, 아직 괜찮다고.
Part 3: 냉장고의 죽음
7월 20일. 아침 6시 55분.
냉장고가 완전히 멈춘 지 사흘이 지났다. 프리야는 부엌에 들어설 때마다 그 정적을 의식했다. 7년 동안 매일 아침 그녀를 맞이했던 낮은 윙윙거림이 사라진 공간은 이상하리만치 텅 비어 있었다. 수리공을 불렀을 때, 그는 압축기 고장이라고 말했다. 수리비는 8,000루피. 새 냉장고를 사는 것보다는 싸지만, 그녀에게는 하루 이자보다 적은 액수였다. 그녀는 수리하지 않기로 했다. 냉장고의 시체는 부엌 구석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녀는 부엌 싱크대 위에 놓인 작은 아이스박스를 바라보았다. 500루피짜리 스티로폼 상자였다. 우유와 계란, 그리고 약간의 채소를 보관하는 유일한 수단. 그녀는 매일 아침 얼음을 사러 아래층 가게에 내려갔다. 얼음은 1킬로그램에 20루피. 그녀의 삶은 이제 그런 작은 단위들로 쪼개져 있었다.
오늘 아침 그녀는 삶은 달걀 하나와 차 한 잔으로 아침을 때웠다. 가스레인지는 아직 작동했다. 도시가스 요금은 아직 밀리지 않았다. 그녀는 매일 지출을 수첩에 기록했다. 어제의 기록: 얼음 20루피, 우유 25루피, 빵 30루피, 버스비 40루피. 합계 115루피. 그녀의 하루 생활비는 이제 150루피를 넘지 않았다. 한 달 전만 해도 그녀는 파티장에서 와인 한 잔에 1,500루피를 썼다.
수첩을 덮으며 프리야는 거실로 나갔다. 빈 공간이 그녀를 맞이했다. 소파는 아직 남아 있었지만, 그녀는 소파에 앉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 요가 매트를 깔고 앉았다. 대리석 바닥의 한기가 매트를 통해 그녀의 다리에 전해졌다. 그녀는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
오늘은 두 번째 면접이 있는 날이었다. 수다 라마찬드란이 연락해준 작은 무역회사의 사무보조 자리였다. 반드라 커브 로드에 있는 4층짜리 건물의 2층. 월급은 20,000루피. 그녀는 면접을 위해 유일하게 남은 깨끗한 살와르 까미즈를 입었다.
아파트를 나서기 전, 그녀는 현관 옆 탁자 위에 놓인 우편물을 확인했다. 봉투 두 개. 하나는 전기요금 고지서. 4,200루피. 다른 하나는 반드라 레이디스 클럽에서 온 공식 서한이었다. 그녀는 봉투를 열었다. 내용은 짧았다.
“회원 프리야 샤르마 님: 클럽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귀하의 회원 자격이 영구 정지되었음을 통보합니다. 사유: 클럽 명예 훼손 및 회원 간 신뢰 저해.”
그녀는 편지를 접어 탁자에 내려놓았다. 손끝이 약간 차가웠지만, 그것뿐이었다. 그녀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오히려 편지가 늦게 온 편이었다. 그녀는 구두를 신고 문을 나섰다.
복도에서 그녀는 아래층에 사는 메흐타 부인과 마주쳤다. 50대의 이 여성은 평소 같으면 활짝 웃으며 인사했겠지만, 오늘은 프리야를 보자 시선을 돌렸다. 소문은 이미 아파트 전체에 퍼져 있었다. 프리야는 멈추지 않고 걸어갔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했다. 계단을 내려가며 그녀는 자신의 발소리가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 메아리치는 것을 들었다.
길거리로 나왔다.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서 7분. 그녀는 이제 택시를 타지 않았다. 택시 기본요금 100루피는 그녀의 하루 생활비 대부분을 차지했다. 버스는 15루피였다. 그녀는 버스에 올라 창가 자리에 앉았다. 차창 밖으로 반드라의 거리가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이 버스 노선을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었다. 34년 동안 뭄바이에 살면서, 그녀는 이 도시의 대중교통을 알지 못했다. 이제 그녀는 배우고 있었다.
Part 4: 22,000루피의 가치
면접은 20분 동안 진행되었다.
무역회사 사무실은 좁았지만 정돈되어 있었다. 면접관은 40대 중반의 남성, 라제쉬 파틸 지점장이었다. 그는 프리야의 이력서를 훑어보며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인포시스에서의 경력, 엑셀 활용 능력, 영어와 마라티어 구사 수준.
“14년의 공백이 있으시네요. 그동안 무슨 일을 하셨나요?”
프리야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다. 자원봉사, 가족 사업 도움, 개인적 사유. 그러나 그녀는 진실을 말하기로 했다.
“가정을 꾸리고 사교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이혼 절차를 밟고 있어서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라제쉬 파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은 판단하지 않는, 그저 사실을 기록하는 표정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일자리는 당신의 경력에 비해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괜찮으시다면, 우리는 당신을 채용하고 싶습니다. 시작은 내일부터 가능합니다.”
프리야는 자신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뛰는 것을 느꼈다. 20,000루피. 한 달 치 생활비와 하루 이자의 일부를 감당할 수 있는 돈.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출근하겠습니다.”
사무실을 나서며 그녀는 복도에서 잠시 멈추었다. 창문 밖으로 반드라의 거리가 보였다. 그녀는 방금 자신의 첫 직장을 구했다. 결혼 이후 처음으로, 다른 누구의 아내도 아니고, 누구의 체면도 아닌, 오직 프리야로서 얻은 자리였다.
그녀는 계단을 내려가며 수첩을 꺼냈다. 오늘의 날짜 옆에 작게 적었다. “직장을 얻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오늘 이자 11,842루피. 미납.” 빚은 여전히 불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그 숫자만 보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숫자 옆에 또 한 줄을 적었다. “내가 버는 돈으로 산 얼음은 차갑다.”
길거리로 나오자, 그녀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목적지는 다라비 방향이었다. 그녀는 그곳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
다라비의 골목 입구에 서서 그녀는 안쪽을 바라보았다. 좁은 골목 사이로 사람들이 오가고,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작업장에서 플라스틱을 자르는 기계음이 들렸다. 그녀는 지난번에 보았던 50대 여성을 찾았다. 그 여성은 오늘도 물통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프리야를 알아보고 잠시 멈추었다. 두 여자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200미터 위의 펜트하우스와 200미터 아래의 판자촌. 그러나 이제 그 경계는 흐려지고 있었다.
프리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매일 이 물을 길어서 어떻게 사나요?”
여자는 프리야의 질문을 듣고 약간 놀란 듯했다. 상류층 여성이 판자촌 여성에게 삶의 방식을 묻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물을 길어서 팔아요. 한 통에 10루피. 하루에 30통 정도요. 힘들지만, 내 돈이에요. 누구한테 빌리지 않은 돈.”
내 돈이에요. 누구한테 빌리지 않은 돈. 그 말이 프리야의 가슴에 박혔다. 그녀는 지난 한 달 동안 단 하루도 빌리지 않은 돈으로 살아본 적이 없었다. 모든 돈이 고팔에게서 왔고, 모든 지출은 누군가의 호의나 두려움의 산물이었다. 이제 그녀는 다라비의 한 여성에게서 가장 중요한 진실을 배웠다. 노동의 대가로 받은 돈은, 아무리 적어도, 자기 것이라는 사실을.
“고마워요.”
프리야가 말했다. 여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이 상류층 여성이 왜 감사를 표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프리야는 뒤돌아서 걸었다. 아파트로 돌아가는 길, 그녀의 발걸음은 이전보다 더 가벼웠다.
Part 5: 밤의 전화
7월 22일. 밤 10시 37분.
프리야는 거실 바닥의 요가 매트 위에 앉아 있었다. 오늘은 면사리 대신 회사에서 받은 유니폼을 입고 집에 돌아왔다. 진한 감색의 셔츠와 검은색 바지. 그녀는 처음으로 유니폼을 입고 일한 하루를 마감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은 놀라울 정도로 맑았다.
손에는 작은 수첩이 들려 있었다. 오늘의 수입: 아직 없다. 첫 월급은 3주 후. 오늘의 지출: 버스비 30루피, 점심 60루피, 얼음 20루피. 합계 110루피. 그녀는 수첩을 덮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의 금은 어제보다 조금 더 벌어진 듯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그 금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에 ‘비공개 번호’가 떠올랐다.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프리야 베타.”
고팔의 목소리였다. 처음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와 똑같은 다정한 호칭. 그러나 그녀는 이제 그 호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 잘 알았다.
“일자리를 구했다고 들었어요. 축하해요. 한 달 20,000루피짜리 사무보조라니, 참 대단한 결정이에요.”
비카스가 보고한 것이다.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할 말이 있으면 하세요.”
“당신의 빚은 지금 572,000루피를 넘겼어요. 이자는 매일 11,440루피씩 붙고 있어요. 당신의 월급으로는 이자도 못 갚아요. 이게 지속 가능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고팔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프리야는 그 부드러움 아래에 있는 짜증을 감지했다. 그는 그녀가 굴복하지 않는 것을 불편해하고 있었다. 그녀라는 자산이 통제를 벗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지속 가능하지 않아요. 알아요. 하지만 이건 내 선택이에요. 당신 돈으로 산 옷을 입고, 당신이 정해준 방에서, 당신이 보내준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는 나아요.”
“당신의 남편은 당신을 떠났어요. 당신의 사교계 친구들은 당신을 버렸어요. 당신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도 아직 자존심을 부리고 있는 거예요?”
“자존심이 아니라 존엄이에요. 당신은 그 차이를 모를 거예요.”
프리야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떨리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손이 안정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빚은 갚을 거예요. 내 방식대로요. 당신이 추가로 돈을 빌려주지 않아도, 내가 살 방법을 찾을 거예요. 이미 찾았고요.”
전화기 너머에서 고팔이 짧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웃음일 수도, 한숨일 수도 있었다.
“당신은 재미있는 여성이에요, 프리야 베타. 내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봤지만, 당신처럼 끝까지 버티는 사람은 드물어요. 대부분은 훨씬 빨리 무너졌어요. 하지만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에요. 곧 알게 될 거예요.”
전화가 끊겼다. 프리야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주먹을 펴 보았다.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선명했다. 그녀는 몰랐다. 자신이 이렇게 오래 버틸 수 있을지, 고팔이 다음에 어떤 압박을 가할지.
그녀가 아는 것은 단 하나였다. 오늘 그녀는 정직한 하루의 노동을 마쳤고, 자신이 번 돈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의 손으로 선택한 삶의 첫날을 살아냈다. 그녀는 요가 매트에 누워 눈을 감았다. 대리석 바닥의 한기가 등에 스며들었다. 그 한기는 더 이상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에게 현실을 일깨워주는 감각이었다.
냉장고는 여전히 꺼져 있었고, 거실은 텅 비어 있었고,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고, 사교계는 그녀를 지워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에 있었다. 숨을 쉬고, 눈을 감고, 내일을 생각하며 누워 있었다.
내일은 회사에 가서 두 번째 출근을 할 것이다. 버스를 타고, 점심은 60루피로 때우고, 돌아오는 길에 얼음을 살 것이다. 그녀는 그 작은 루틴이 자신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팔이 제공하던 화려한 삶은 그녀를 무너뜨렸지만, 이 초라한 일상은 그녀를 다시 세우고 있었다.
그녀는 잠들기 전에 수첩을 다시 꺼내 한 줄을 적었다.
“빚은 오늘도 늘었지만, 나는 오늘도 일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내일도 그럴 것이다.”
그녀는 수첩을 덮고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반드라의 야경이 창문으로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먼 곳에서 다라비의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눈을 감았다. 프리야 샤르마는 아직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계속 살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