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그림자 그리스편 #001] 0에 수렴하는 비명 – 6-2화: 두 번째 문

6-2화: 두 번째 문

니코스는 피아트 푼토의 핸들을 잡은 채로 5분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앞유리 너머로 폐창고가 서 있었다. 14년 동안 매일 아침 들어가고, 매일 저녁 나오던 건물. 내일부터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건물.

조수석에는 엘레니가 앉아 있었다. GR-0214. 그녀는 무릎을 팔로 감싸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맨발이 차 바닥 매트에 닿아 있었다. 히터에서 따뜻한 공기가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없었다.

기어를 넣고 출발했다. 8킬로미터 거리. 아파트에 도착했다. 계단 48계단. 엘레니는 니코스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그녀의 맨발이 콘크리트 계단에 닿을 때마다 작은 소리가 났다. 니코스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엘레니는 방 한가운데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로 3.6미터, 세로 4.2미터. 침대 하나, 책상 하나, 의자 하나, 옷장 하나. 창문 하나. 14번 방보다 약간 넓었다. 창문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였다.

“씻어라. 옷은… 내 걸로.”

니코스는 옷장에서 낡은 셔츠와 면바지를 꺼내 침대 위에 놓았다. 엘레니는 그 옷을 3초 동안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욕실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니코스는 책상 앞 의자에 앉았다. 20분 후, 엘레니가 욕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니코스의 셔츠를 입고 있었다. 소매가 손목을 넘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맨발로 바닥에 서서, 방 안의 공기와 온도를 몸으로 확인하는 듯 가만히 있었다.

“냉장고에 빵이랑 치즈가 있다.”

엘레니는 냉장고를 열었다. 빵과 치즈를 꺼내 조용히 먹었다. 니코스는 그 모습을 보지 않았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레우스 항구의 크레인이 멀리 보였다. 14년 동안 매일 아침 다른 각도에서 보던 풍경이 이제는 그의 방 창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엘레니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무릎을 팔로 감싼 자세. 14번 방에서와 같은 자세였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열린 창문을 향해 있었다. 커튼 사이로 오후의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그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빛의 각도가 변함에 따라 그녀의 얼굴 위로 그림자가 움직였다.

니코스는 시계를 보았다. 오후 2시 47분. 평소 같으면 14번 모니터 앞에서 네 번째 태스크를 처리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왜.”

엘레니의 목소리였다. 니코스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여전히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런 거죠.”

니코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10초. 20초. 엘레니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원하는 게 없다고 말했을 때… 당신, 뭔가 달라졌어요.”

니코스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브레이커 스위치를 내렸던 오른손. 손가락 마디는 여전히 굽어 있었고, 손바닥에는 키보드를 오래 만져서 생긴 굳은살이 남아 있었다.

“14년 동안… 나는 정비공이었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느렸다. 엘레니는 창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기계가 고장 나면 부품을 교체했다. 그게 전부였어. 그런데 너는… 고장 나지 않았어. 반응이 사라졌을 뿐이야.”

엘레니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니코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초점이 있었다.

“반응이 없으면 고장 난 거 아닌가요.”

“아니.”

니코스의 대답은 예상보다 빨랐다.

“반응이 없기로 선택한 거였어. 너는.”

엘레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햇빛이 점점 기울어지고 있었다. 방 안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있었다.

니코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엌 싱크대에서 물을 받아 마셨다. 수도꼭지에서 녹물이 약간 섞여 나왔다. 그는 물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테네 외곽의 낡은 거리. 멀리 피레우스 항구의 크레인이 보였다.

“앞으로.”

엘레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예요.”

니코스는 물컵을 싱크대에 내려놓았다.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 정비공은 아니다.”

그 순간, 엘레니의 입가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니코스는 그 움직임을 보았다.

“나도… 더 이상 모델이 아니네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갈라져 있었지만, 처음으로 어떤 감정이 실려 있었다. 니코스는 그 감정의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그는 책상 서랍에서 낡은 수첩을 꺼냈다. 14년 동안 사용하던 업무 수첩. 페이지를 넘기자 GR-0214의 데이터가 적힌 페이지가 나왔다. 그 페이지를 찢어내어 구겼다. 구겨진 종이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엘레니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도 무언가를 떠올린 듯, 자신의 왼쪽 손목을 만졌다. 방송용 팔찌가 있었던 자리였다. 이제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손목을 5초 동안 문지르다가, 손을 내렸다.

니코스는 시계를 보았다. 오후 5시 12분. 곧 해가 질 것이다. 그는 옷장에서 담요 한 장을 더 꺼내 침대 위에 놓았다.

“오늘은 여기서 자라. 나는… 바닥에서 잘 거야.”

엘레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바닥은… 제가 잘게요.”

니코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담요를 바닥에 깔았다. 엘레니는 침대에 누웠다. 얼굴은 벽을 향하지 않았다.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 커튼 사이로 마지막 햇빛이 들어와 천장에 긴 직사각형의 빛 무늬를 만들고 있었다.

“내일은.”

니코스가 말했다.

“내일은… 시청에 가야 할 거야. 임시 신분증을 발급받고, 지원금을 신청하고.”

엘레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그리고… 신발을 사야지.”

니코스의 마지막 말에, 엘레니의 입가가 다시 한 번 미세하게 움직였다. 니코스는 그 움직임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바닥에 누워 눈을 감았다.

담요는 얇았고, 바닥은 차가웠다. 창밖에서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 엘레니의 숨소리가 천천히 규칙적으로 바뀌었다. 니코스는 자신의 심박수가 분당 64회로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14년 동안 이 방에서 잠들던 때와 같은 수치였다. 그러나 오늘 밤, 방 안에는 두 사람의 호흡이 있었다.

잠들기 직전, 그는 엘레니의 목소리를 들었다.

“고마워요.”

니코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5초 후, 그의 입가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는 잠들었다.

바닥에 누운 니코스의 오른손은 여전히 브레이커 스위치를 내리던 모양 그대로 살짝 구부러져 있었다. 침대 위의 엘레니는 처음으로 벽을 향하지 않은 채 잠들어 있었다. 창밖에서는 피레우스 항구의 불빛이 밤새 깜빡이고 있었다. 내일이면 두 사람은 시청에 갈 것이다. 임시 신분증을 발급받고, 지원금을 신청하고, 신발을 사러 갈 것이다. 그것은 작은 일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한 하루였다.

🧭 당신의 선택은? (최종 분기점)

니코스와 엘레니는 이제 폐창고를 벗어나 작은 아파트에 함께 있습니다. 니코스 앞에 다시 갈림길이 놓입니다.

👉[선택 1]  조직에 대한 어떤 저항도 포기하고, 엘레니와 함께 아테네 외곽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선택 2] 니코스가 14년 동안 모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조직의 실체를 외부에 폭로한다. 엘레니의 증언과 함께,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시스템 자체를 끝내는 길.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니코스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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