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그림자 그리스편 #001] 0에 수렴하는 비명 – 4-2화: 7초의 균열

4-2화: 7초의 균열

니코스는 전송 버튼을 응시하며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7초 정도 흘렀나……

그는 마우스에서 손을 떼었다. 커서는 ‘GR-0214 폐기 권고’ 항목 위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전송되지 않은 상태였다.

메시지 창을 닫았다. 저장되지 않은 입력 내용이 사라졌다. 시스템이 경고를 띄웠다. ‘작성 중인 보고서가 저장되지 않았습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경고를 무시하고 창을 닫았다.

오전 10시 3분. 니코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통제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다른 관리자 중 한 명이 고개를 들었지만 곧 자기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계단을 내려갔다. 3층에서 지상으로 이어지는 계단. 1층 로비 보안 데스크에 당직자가 앉아 있었다.

“관리자 명단.”

당직자는 니코스의 배지를 확인하고 노트북 화면을 돌렸다. 스크롤을 내리며 명단을 훑었다. 3층 통제실 주간조 4명. 야간조 3명. 2층 통제실 5명. 지하 1층 시설 관리 6명. ‘상위 관리자’ 항목에 2명의 이름. 둘 다 그리스계 성이 아니었다.

“상위 관리자는 어디에 있지.”

“4층입니다. 호출 없이 올라가는 건 허용되지 않습니다.”

니코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로비를 떠났다. 4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복도는 조용했다. GR-0214의 방 앞에서 멈추었다. 문 옆 LED 패널: ‘GR-0214. 상태: 생존. 반응 점수: 0.1.’ 문을 열지 않았다. 복도 끝 시설 관리실로 걸어갔다.

시설 관리실은 좁았다. 각 방의 전력, 온도, 조명, 급수를 제어하는 브레이커 패널이 벽에 줄지어 있었다. 관리자는 50대 남자였다. 코스타스. 3년 전 통제실에서 함께 근무하다 허리 부상으로 시설 관리로 이동한 인물.

“니코스? 여긴 왜?”

“14번 방 전력 계통.”

코스타스는 의자에서 일어나 브레이커 패널 쪽으로 걸어갔다. 오른쪽 다리를 약간 절었다.

“14번. GR-0214. 오늘 오후에 폐기 예정이지. 환경 제어 종료 들어갔나?”

“아직.”

코스타스는 패널을 가리켰다. 14번 브레이커. 주 전원, 조명, 환경 제어, 카메라, 모니터링 시스템. 다섯 개 스위치.

“폐기되면 여기 다 내려. 3등급 폐기는 방 자체를 폐쇄한다고 들었어. 72시간 소독이라고 하는데, 정확히 뭘 소독하는지는 나도 몰라.”

니코스는 브레이커 패널을 20초 동안 바라보았다. 다섯 개 스위치. 주 전원. 조명. 환경 제어. 카메라. 모니터링 시스템.

“고맙다.”

시설 관리실을 나왔다. 복도를 걸어 계단으로 향하는 동안 GR-0214의 방 앞을 다시 지나쳤다. LED 패널은 여전히 같은 상태를 표시하고 있었다.

3층 통제실로 돌아왔다. 14번 모니터 앞에 앉았다. GR-0214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등만 카메라에 노출. 땀에 젖은 셔츠. 척추 라인. 잔여 시간 11시간 50분.

시스템 로그를 열었다. 폐기 권고 전송 기록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시스템은 그의 무응답을 ‘지연’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아직 경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2시 17분이 지나면 폐기 미실행에 대한 상위 보고가 자동 생성될 것이었다.

보고서 창을 다시 열었다. 이번에는 다른 내용을 입력했다.

‘GR-0214 면담 결과. 대상자 반응 점수 0.1로 폐기 기준에 해당하나, 면담 중 발화가 관찰됨. 추가 관찰 필요. 폐기 보류 권고.’

전송 버튼을 클릭했다.

시스템이 응답하기까지 4분이 걸렸다.

‘권고 검토 결과: GR-0214의 반응 점수는 7일 연속 하락 추세이며, 면담 중 발화는 반응으로 분류되지 않음. 폐기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됨. 담당 관리자의 권고는 기록으로 보관됨.’

거부. 니코스는 예상하고 있었다. 시스템이 단일 관리자의 권고로 폐기를 번복한 사례는 없었다. 14년 동안 단 한 번도. 그러나 그의 권고는 기록되었다. 로그에 남아 있었다.

오후 1시 20분. 니코스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로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1층 로비를 지나쳐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시계를 확인했다. 환경 제어 종료까지 27분 남아 있었다. 그의 걸음이 평소보다 빨랐다.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시설 관리실 문을 열었다. 코스타스는 책상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또 왔네?”

니코스는 대답하지 않고 브레이커 패널 앞으로 걸어갔다. 14번 구역. 다섯 개의 스위치.

“잠깐 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코스타스는 샌드위치를 내려놓았다. 니코스의 얼굴을 5초 동안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지.”

“나중에.”

코스타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절룩이는 걸음으로 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멈추었다.

“14번 방이잖아. 오늘 폐기되는 거.”

“알고 있다.”

“니코스. 나는 3년 동안 통제실에서 일했어. 네가 무슨 생각으로 일하는지 안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오늘은 모르겠다.”

니코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코스타스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복도에서 절룩이는 발소리가 멀어졌다.

니코스는 브레이커 패널 앞에 서 있었다. 시계를 보았다. 오후 1시 29분. 환경 제어 종료 예정보다 18분 빨랐다.

그는 주 전원 스위치에 손을 올렸다. 차가운 검은 플라스틱. 표면에 ’14’라는 숫자가 흰색으로 적혀 있었다. 손가락이 스위치를 잡았다.

스위치를 내렸다.

딸깍.

주 전원 차단. 조명, 환경 제어, 카메라, 모니터링 시스템. 모든 것이 동시에 꺼졌다. 벽면 모니터의 댓글, 천장 스피커의 백색 소음, 36도의 열기, 2,400럭스의 빛. 전부 멈추었다.

니코스는 브레이커 패널에서 손을 떼었다. 시계를 보았다. 오후 1시 29분.

시설 관리실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GR-0214의 방 앞에서 멈추었다. 문 옆 LED 패널이 꺼져 있었다. 비상 전원으로 작동하는 작은 붉은 표시등만 깜빡이고 있었다.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어두웠다. 복도의 형광등 불빛이 문 너머로 흘러들어가 침대의 윤곽을 비추었다. GR-0214는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카메라 없이 니코스를 향했다.

“일어나.”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일어나. 나가야 해.”

GR-0214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약간 떨렸다. 사흘 동안 누워 있던 탓이었다. 니코스는 그녀가 균형을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는 복도로 나와 그녀를 이끌었다. 비상 계단은 복도 끝에 있었다. 두 사람은 계단을 올랐다. GR-0214의 발걸음은 느렸다. 1층. 지상. 비상구 문 앞.

니코스는 문을 열었다. 바깥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8월의 지중해성 기후. 습하고 뜨거운 바람. 그러나 지하 1층의 열기와는 달랐다. 움직이는 공기였다.

“저쪽으로 가면 항구다.”

GR-0214는 니코스를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그녀의 눈에 초점이 생겼다.

“……왜.”

니코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문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GR-0214는 밖으로 나갔다. 맨발이 아스팔트에 닿았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뒤돌아보지 않았다.

니코스는 문을 닫았다. 비상구의 철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계단을 올랐다. 1층. 2층. 3층. 통제실로 돌아왔다. 14번 모니터 앞에 앉았다. 화면에는 ‘신호 없음’이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통제실 문이 열렸다. 상위 관리자였다. 그리스어를 외국어처럼 구사하는 억양.

“14번 방 전원이 왜 꺼졌지.”

니코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설 관리실에서 코스타스가 네가 브레이커를 내렸다고 말했어. GR-0214는 어디 있지.”

니코스는 14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검은 화면. ‘신호 없음’이라는 흰 글씨.

“모른다.”

상위 관리자는 니코스를 10초 동안 응시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돌아서서 통제실을 나갔다. 문이 닫혔다.

니코스는 검은 화면을 계속 바라보았다. 10분. 20분. 30분.

보고서 창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한 줄을 입력했다.

‘GR-0214. 오후 1시 29분. 주 전원 차단. 대상자 이탈. 폐기 절차 미실행.’

전송 버튼을 클릭했다.

오후 2시 17분이 지났다. 14번 화면은 여전히 검은색이었다.

오후 6시 48분. 교대 시간. 니코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리 통증이 5초 동안 이어졌다. 평소보다 길었다.

통제실 문을 열었다. 복도는 조용했다. 계단을 내려갔다. 24계단. 주차장까지 80미터. 피아트 푼토에 올랐다. 시동을 걸었다.

핸들을 잡은 채로 3분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앞유리 너머로 피레우스 항구의 크레인들이 붉은 경고등을 깜빡이고 있었다.

기어를 넣고 출발했다. 8킬로미터 거리. 아파트에 도착했다. 계단을 올랐다. 48계단.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침대에 누웠다. 형광등을 끄지 않았다.

천장을 바라보았다. 심박수 분당 74회.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14년 만에 처음 느껴보는 근육의 경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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