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의 그림자 미국편 #002] 아메리칸 드림의 유통기한 – 4-2화: 금이 간 자의 독백

4-2화: 금이 간 자의 독백

오후 4시 52분. ‘직원 상담실’의 형광등이 미세하게 깜빡였다. 마커스는 금속 의자에 앉은 채로 그 깜빡임을 보았다. 5시간째 같은 방, 같은 의자, 같은 카메라. 허벅지에는 의자의 차가움이 배어 있었고, 등뼈는 불안정한 등받이에 기대어 있었다. 손바닥은 여전히 축축했지만, 손가락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 감시원이 들어왔다. 회색 정장 셔츠, 목에 걸린 배지, 두 개의 화면이 달린 고급 단말기. 그의 뒤로 보안 요원 두 명이 따라 들어왔다. 한 명은 오전에 왔던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새 얼굴은 덩치가 더 컸고, 허리춤에는 단말기 외에 작은 플라스틱 케이스가 하나 더 걸려 있었다. 마커스는 그 케이스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 용도에 대해 좋은 예감은 들지 않았다.

“결정했나?”

감시원은 이번에도 앉지 않았다. 마커스를 내려다보며 단말기 화면에 손가락을 올린 채 물었다. 마커스는 고개를 들어 감시원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밝은 갈색 동공이 형광등 불빛을 받아 노르스름하게 빛나고 있었다.

“네.”

“말해 봐.”

마커스는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폐로 들어온 공기는 차갑고 건조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어떻게 울릴지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 5시간 동안 이 방 안에서 수십 번 되뇌었던 문장이었다.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지만, 혀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내가 한 일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같은 일을 할 겁니다.”

방 안의 공기가 멈추었다. 보안 요원 두 명의 시선이 동시에 마커스에게 꽂혔다. 감시원은 단말기 화면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눈가의 근육이 미세하게 경련했다. 1초. 2초. 3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천장 카메라의 붉은 표시등만이 규칙적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그게 최종 결정이야?”

감시원의 목소리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마치 커피를 주문할 때처럼, 사무적이고 평온한 톤이었다. 마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감시원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단말기 화면을 탭했다. 화면 위에서 무언가가 ‘승인’ 혹은 ‘개시’를 의미하는 아이콘으로 바뀌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좋아. 그럼 네 선택에 따른 절차를 진행하지.”

그가 벽 쪽에 선 보안 요원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2287. D구역 독방으로. 생체 모니터 풀세트 부착.”

두 명의 보안 요원이 마커스의 양팔을 잡았다. 쥐는 힘은 강했지만, 폭력적이지는 않았다. 그냥 단단했다. 마커스는 의자에서 일어났고, 요원들은 그의 팔꿈치를 잡은 채 복도로 나섰다. 감시원은 방 안에 남아 단말기를 조작하고 있었다.

복도는 길었다. C구역을 지나고, D구역을 지나고, 그 너머로 이어지는 통로는 마커스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이었다. 형광등은 더 드문드문 켜져 있었고, 바닥 콘크리트에는 금이 가 있었다. 벽에는 ‘제한 구역’이라는 노란색 표지판이 붙어 있었고, 공기 중에는 소독약 비슷한 냄새가 희미하게 감돌았다.

마커스는 걸으면서 주변을 스캔했다. 87보째에 오른쪽 비상구 하나. 130보째에 왼쪽으로 갈라지는 분기 복도. 165보째에 천장 환기구. 203보째에 보안 요원이 멈추었다. 왼쪽 벽에 철제 문이 하나 있었다. 다른 문들과 달리 손잡이가 바깥쪽에만 달려 있었고, 문 위에는 작은 LED 패널이 붙어 있었다. 패널에는 ‘D-ISOLATION-03’이라는 문구와 함께 붉은 색의 ‘공실’ 표시가 떠 있었다.

보안 요원 중 한 명이 단말기로 문 옆의 센서를 스캔했다. 문은 소리 없이 안쪽으로 열렸다. 방은 좁았다. 가로 2미터, 세로 3미터 정도. 벽은 회색 콘크리트였고, 바닥에는 얇은 매트리스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창문은 없었고, 천장에는 형광등 하나와 카메라 두 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구석에는 스테인리스 변기와 작은 세면대가 있었다.

“안으로.”

마커스는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바닥이 차가웠다. 신발을 벗기지 않았는데도, 콘크리트의 냉기가 양말을 통해 발바닥으로 올라왔다. 그가 안으로 들어서자, 보안 요원 한 명이 따라 들어와 그의 팔을 놓지 않은 채 다른 손으로 단말기를 꺼냈다.

“양팔을 앞으로 내밀어.”

마커스는 말없이 두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요원은 허리춤의 플라스틱 케이스를 열었다. 안에는 두 개의 얇은 검은색 밴드가 들어 있었다. 손목시계보다 약간 더 두꺼운 밴드였고, 안쪽에는 작은 센서들이 박혀 있었다. 요원은 밴드를 마커스의 양쪽 손목에 채웠다. 밴드는 피부에 닿는 순간 미세한 전자음을 냈고, 이내 따뜻해졌다. 체온에 반응하는 소재였다.

“이건 심박수, 체온, 피부 전도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데이터는 30초 간격으로 서버로 전송되지. 이 밴드를 강제로 풀거나 손상시키면, 즉시 보안팀이 출동해. 알겠나?”

마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손목에 채워진 밴드를 내려다보았다. 검은색 표면에 작은 녹색 LED가 깜빡이고 있었다. 그의 맥박이 숫자로 변환되어 이 방을 떠나 어딘가의 서버로 날아가고 있었다. 30초마다, 그의 심장이 얼마나 빨리 뛰는지 누군가 확인할 수 있었다.

요원은 이어서 그의 왼쪽 가슴께에 작은 패치를 하나 더 부착했다. 패치는 천 조각처럼 얇았지만, 피부에 닿자마자 달라붙었다.

“심전도 패치야. 이것도 건드리지 마.”

절차가 끝나자, 요원들은 방에서 물러났다. 철제 문이 닫히는 소리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쿵, 하고 울리는 묵직한 소리가 아니라, 씨익, 하고 공기가 새는 소리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 소리가 사라지자, 방 안에는 완전한 정적이 찾아왔다.

마커스는 혼자였다.

독방의 시간은 다르게 흘렀다. 손목시계는 없었고, 손목에 채워진 밴드에는 시간이 표시되지 않았다. 천장의 형광등은 꺼지지 않았고, 창문도 없어서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었다. 마커스는 매트리스에 앉아 벽을 등지고 앉았다. 콘크리트의 냉기가 셔츠를 통해 등을 타고 내려왔다.

처음 30분 동안은 아무 일도 없었다. 그는 방 안을 살폈다. 벽은 두꺼웠고,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복도의 발소리도, 옆 방의 기척도, 환기구의 바람 소리도. 완전한 무음이었다. 그가 들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숨소리와 심장 박동뿐이었다. 그리고 그 심장 박동은 손목의 밴드에 의해 숫자로 번역되어 실시간으로 누군가에게 전송되고 있었다.

그는 천장의 카메라를 올려다보았다. 두 개의 렌즈가 각기 다른 각도로 그를 비추고 있었다. 하나는 얼굴을, 다른 하나는 전신을. 붉은 표시등은 깜빡이지 않고 계속 켜져 있었다. 녹화 중이라는 뜻이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마커스는 갈증을 느꼈다.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틀어 손을 받쳤다. 물은 녹물이 섞여 나왔지만, 마실 수는 있었다. 그는 물을 몇 모금 마시고 다시 매트리스로 돌아왔다.

그때, 천장 구석에서 작은 스피커가 활성화되는 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잡음뿐이었지만, 곧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커스 윌리엄스. 잘 들어.”

감시원의 목소리였다.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목소리는 약간의 왜곡이 있었지만, 사무적인 톤은 그대로였다.

“너는 지금 D구역 독방 3호실에 있어. 이곳의 규칙은 간단해. 네가 협조할 의사를 보이기 전까지, 너는 이 방에서 나갈 수 없어. 식사는 하루 두 번, 오전 7시와 오후 6시에 문 아래 배식구를 통해 제공돼. 화장실은 네가 보는 대로 구석에 있고. 그 외의 모든 것은 네가 결정할 몫이야.”

목소리가 잠시 멈추었다. 마커스는 스피커를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네 손목에 채워진 밴드는 네 심박수와 체온, 피부 전도도를 측정하고 있어. 지금 네 심박수는 분당 88회야. 정상 범위보다 약간 높지. 하지만 아직은 괜찮아. 문제는 이 데이터가 앞으로 어떻게 변하느냐야. 만약 네 심박수가 48시간 이내에 안정되지 않으면, 우리는 그걸 ‘협조 거부’로 간주할 거야. 그러면 더 강화된 조치가 들어가.”

감시원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마커스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손목의 밴드를 만졌다. 녹색 LED는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 88이라는 숫자가 저쪽 모니터에 떠 있을 것이다. 그의 공포는 숫자로 번역되어, 차트로 그려지고, 보고서로 작성될 것이다.

“하나 더. 네가 이 방에 있는 동안, 네 작업 로그 전체가 재검토되고 있어. 우리는 네가 3주 동안 심어둔 12개의 변형 코드를 전부 찾아냈어. 그것들은 이미 수정되었거나, 수정 중이야. 네가 FTC에 연결해 둔 리디렉트 루틴도 이제는 작동하지 않아. 로버트 톰슨은 오늘 오전에 링크를 클릭했고, 지금은 ‘처리 수수료’ 명목으로 500달러를 송금했어. 네가 막으려고 했던 모든 일들이, 네가 이 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어.”

스피커가 꺼졌다. 마커스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 손목 밴드의 LED가 깜빡였다. 심박수는 분당 92회로 올라가 있었다. 그는 그것을 의식하며 눈을 감았다. 로버트 톰슨. 62세. 전립선암 3기. 마지막 500달러를 송금했다. 그 500달러는 이제 조직의 계좌로 흡수되었고, 노인은 내일 아침 병원비 고지서를 받아들고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마커스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손바닥의 굳은살이 손톱에 눌려 움푹 패였다. 심박수는 분당 97회.

이틀째인지, 사흘째인지 알 수 없는 어느 시점에, 마커스는 방 안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배식구였다.

배식구는 문 아래쪽에 설치된 작은 철제 덮개였다. 가로 30cm, 세로 15cm. 식사 시간이 되면 바깥에서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덮개가 열리고, 플라스틱 쟁반 하나가 밀려 들어왔다. 마커스는 이 배식구가 수동으로 열리는 것인지, 아니면 전자식으로 제어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았다.

덮개는 바깥쪽에서 잠겨 있었다. 안쪽에는 손잡이가 없었고, 손톱을 넣을 틈도 없었다. 그러나 그가 주목한 것은 덮개의 경첩 부분이었다. 철제 경첩은 콘크리트 벽에 두 개의 나사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그중 한 개의 나사가 약간 헐거워져 있었다. 아주 작은 틈이었지만, 나사를 고정하는 구멍 주변의 콘크리트가 조금씩 부서져 있었다.

그는 이 사실을 발견한 후, 매트리스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콘크리트 벽, 철제 문, 잠긴 배식구, 카메라 두 대, 생체 신호 밴드. 이 방은 그를 완전히 통제하기 위해 설계된 공간이었다. 그러나 설계자들은 콘크리트가 시간이 지나면 부서진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아니, 간과했다기보다는, 이 방이 오래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방은 임시 구금 시설이었다. 누군가를 며칠 동안 가둬서 굴복시키기 위한 공간. 그러니 유지보수에 신경을 쓸 이유가 없었다.

마커스는 식사 시간을 기다렸다. 천장 형광등이 꺼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 감각은 완전히 무뎌져 있었다. 그러나 배식구가 열리는 리듬을 통해 하루 두 번의 식사 간격을 가늠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식사 후 열한 번의 졸음이 지나면 두 번째 식사가 왔다. 그는 그 졸음의 횟수를 세기 시작했다.

두 번째 식사 시간. 배식구가 열리고 쟁반이 밀려 들어왔다. 마커스는 쟁반을 받으며 경첩의 나사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여전히 헐거워져 있었다. 그는 식사를 마친 후, 쟁반을 배식구로 돌려보내지 않고 구석에 숨겼다. 플라스틱 쟁반의 모서리는 무뎌 보였지만, 충분히 단단했다. 그리고 그 모서리를 콘크리트에 반복적으로 문지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사 구멍 주변의 콘크리트를 조금 더 파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는 곧 카메라의 존재를 떠올렸다. 천장의 두 카메라는 방 전체를 사각지대 없이 비추고 있었다. 그가 쟁반으로 무엇을 하든, 감시자들은 즉시 알아차릴 것이다. 마커스는 쟁반을 다시 배식구로 밀어 넣으며 생각했다. 카메라. 이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그날 밤, 그는 매트리스에 누워 천장의 환기구를 바라보았다. 환기구는 작은 철제 그릴로 막혀 있었고, 그릴 너머로 희미한 공기 흐름이 느껴졌다. 그는 그 환기구가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공조 시스템은 창고 전체를 순환한다는 것을. 그리고 공조 시스템이 가동되는 시간과 멈추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그는 이미 몇 달 전에 그 사실을 기록해 두었다.

손목 밴드의 LED가 깜빡였다. 심박수는 분당 79회. 안정 범위에 들어와 있었다. 시스템은 그가 진정되고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굴복하고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마커스는 눈을 감았다. 심박수를 낮추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더 천천히 내쉬면 되었다. 그는 그 방법을 그룹홈 시절에 배웠다. 상담사가 가르쳐 준 ‘분노 조절 호흡법’이었다. 당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달랐다. 그의 심장은 천천히 뛰었고, 밴드는 그걸 기록했고, 서버는 그걸 저장했고, 감시자는 그걸 믿을 것이다.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는 어느 시점에, 스피커가 다시 켜졌다. 마커스는 매트리스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손목 밴드의 LED는 규칙적으로 깜빡이고 있었고, 심전도 패치는 가슴에 붙은 채 따뜻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마커스 윌리엄스.”

감시원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오늘은 어조가 약간 달랐다. 여전히 사무적이었지만, 무언가 서두르는 듯한 기색이 느껴졌다.

“네 심박수는 지난 72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체온도 정상이고, 피부 전도도도 양호해. 데이터상으로는 협조할 준비가 된 것처럼 보여. 하지만 나는 알지. 네가 아직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마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천장의 카메라를 올려다보았다.

“네가 이 방에 들어온 이후로, 우리는 네 작업 로그를 전부 정리했어. 네가 심어둔 코드들은 모두 제거되었고, 관련된 피해자들에 대한 후속 조치도 완료됐어. 네가 저지르려고 했던 일들은 이제 아무 의미도 없어. 시스템은 아무런 손상 없이 계속 돌아가고 있어.”

감시원의 목소리가 잠시 멈추었다. 스피커에서 작은 숨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시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한 가지 인정할 게 있어. 네가 우리 감시 시스템의 허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는 건 사실이야. 디버그 콘솔 버그는 우리도 몰랐던 거였어. 너는 그걸 발견했고, 3주 동안 이용했고, 우리가 따라잡기까지 꽤 오래 걸렸지. 그래서 말인데…”

목소리가 약간 낮아졌다. 마커스는 귀를 기울였다.

“우리는 너에게 제안을 하나 할 생각이 있어. 네가 협조한다면, 단순히 이 방에서 나가는 것 이상의 것을 줄 수 있어. 우리 감시 시스템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보완하는 일을 맡기는 거야. 정식 직책은 아니지만, 네가 가진… 재능을 써먹을 방법이 있어. 생각해 봐. 네가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대신, 시스템을 더 강하게 만드는 쪽으로 돌아서는 거야. 그러면 D구역 22번 부스로 돌아가지 않아도 돼.”

스피커가 꺼졌다. 마커스는 여전히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손목 밴드의 LED가 깜빡였다. 심박수는 분당 81회. 아직 안정적이었다.

그는 방금 들은 말을 천천히 곱씹었다. 감시원은 그를 회유하고 있었다. 굴복이라는 첫 번째 선택지를 거부한 마커스에게, 이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었다. 네가 우리 편이 된다면, 감옥 같은 D구역 대신 조금 더 나은 대우를 해 주겠다. 그것이 두 번째 선택지였다. 굴복의 굴복. 저항을 멈추고, 오히려 시스템의 수호자가 되는 것.

마커스는 천장의 카메라를 올려다보았다. 붉은 표시등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손목 밴드를 만졌다. 녹색 LED는 규칙적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그의 심장은 느리게 뛰고 있었고, 체온은 정상이었고, 피부는 건조했다. 데이터는 그가 안정적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굴복 직전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커스는 알고 있었다. 이 밴드가 측정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의 머릿속에서 지금 돌아가고 있는 생각들. 카메라의 사각지대, 환기구의 연결 구조, 배식구 경첩의 헐거운 나사. 그리고 그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이 방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틈들.

그는 입술을 살짝 벌리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감시원의 제안은 달콤했다. 그러나 그 달콤함은 결국 또 다른 형태의 굴복일 뿐이었다.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대신 시스템을 지키는 역할. 그것은 그가 처음부터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가 원했던 것은 단 하나. 시스템에 금을 내는 것. 완벽한 기계가 예측하지 못한 변수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그 변수로 인해, 누군가가 당황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 그것이 그에게 남은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 즐거움을 시스템에 팔아넘기는 순간, 그는 진짜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것이다.

마커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면대로 걸어갔다. 수도꼭지를 틀어 찬물을 받아 얼굴을 적셨다. 녹물 냄새가 코에 맴돌았다. 그는 손목의 밴드를 내려다보았다. LED는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 그는 이 밴드를 풀 수 없었다. 강제로 풀면 보안팀이 올 것이다. 그러나 이 밴드는 그의 심박수만 측정할 뿐, 그의 생각을 읽지는 못했다. 그것이 시스템의 유일한 맹점이었다.

물을 한 모금 더 마시고, 그는 매트리스로 돌아와 다시 벽에 기대앉았다.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그는 천천히 웃었다. 입꼬리만 살짝 올라간, 그것이 웃음인지 경련인지 구분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스템은 아직 그 사실을 몰랐다.

독방의 형광등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손목 밴드는 30초마다 그의 심장이 뛰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마커스는 매트리스 위에서 눈을 뜬 채로, 콘크리트 벽 너머 어딘가에 있을 출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찾지 못했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모든 감옥에는 틈이 있다는 것을. 이곳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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