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그림자 스페인편 #001] 백색의 늪 — 3화: 가려진 방의 비명

3화: 가려진 방의 비명

재판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라울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사무실에서 다른 의뢰인의 서류를 정리했지만, 펜을 쥔 손가락은 자꾸만 산타 크루스 데 리베이라의 좌표를 더듬었다. 그는 월요일 아침, 아무런 계획 없이 다시 차량을 몰았다.

갈리시아의 국도는 구불구불했고, 안개는 전방 30미터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는 라디오를 켜지 않았다. 엔진의 저음과 타이어가 젖은 아스팔트를 스치는 소리만이 차량 안을 채웠다.

산타 크루스 데 리베이라에 도착했을 때, 마을은 다시 평온을 되찾은 듯 보였다. 그러나 저택의 주요 건물은 여전히 봉인 테이프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 옆의 별채와 정원에서는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는 차를 500미터 떨어진 숲 속에 세우고 걸어서 접근했다.

정원에는 검은색과 흰색 옷을 입은 여성들이 모여 있었다. 열 명 정도였다. 그중에는 에레나도 있었다. 그녀는 다른 여성들과 함께 텃밭에서 무언가를 심고 있었다. 그녀의 움직임은 느리고 기계적이었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라울은 나무 뒤에 자리를 잡고 관찰을 시작했다. 그의 시선은 저택의 지하층 창문으로 향했다. 그 창문은 다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그는 다시 숲 속으로 물러났다. 차량으로 돌아와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밤을 기다렸다.

어둠이 내려앉자, 그는 다시 저택으로 접근했다. 이번에는 지하층 창문을 목표로 삼았다. 창문에서 10미터 떨어진 덤불 속에 몸을 숨기고 카메라의 렌즈 캡을 열었다.

둘째 날 밤, 지하층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40대 후반으로 보였고, 검은색 가운을 입고 있었다. 라울은 그가 페드로 로드리게스임을 확인했다. 미겔 신부의 오른팔이었던 인물이다.

페드로는 지하실 중앙에 촛불을 배열하고, 탁자 위에 향로와 몇 개의 물건들을 정리했다. 라울은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며 그 행동들을 순서대로 기록했다.

밤 10시가 되자, 지하실 문이 열리고 여성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흰색 옷에 머리에는 흰색 천을 두르고 있었다. 그들은 조용히 벽을 따라 줄지어 섰다. 에레나도 그중에 있었다.

페드로가 그들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라울은 창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단편적인 음절들을 귀 기울여 들었지만, 대부분은 벽에 막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몇몇 단어들만이 뚜렷이 귀에 박혔다.

“…정화… 죄… 용서…”

페드로가 첫 번째 여성에게 다가가 턱을 잡았다. 그는 그녀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의 인도를 따라 방 안쪽의 작은 문으로 걸어갔다. 문이 닫히자, 그 안에서 억눌린 신음 소리와 무언가가 바닥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라울은 카메라를 눌렀다. 셔터 소리는 빗소리에 묻혔다.

문이 다시 열렸다. 그 여성이 나왔다. 흐트러진 옷, 멍한 표정. 그녀는 다시 벽으로 돌아가 섰다.

다음 여성이 불려갔다. 같은 과정이 반복되었다.

네 번째 차례가 되었다. 에레나가 걸어나갔다. 그녀는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무표정하게 페드로를 따라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그녀가 문턱을 넘는 순간, 그녀의 오른손 검지가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그 떨림을 멈추려는 듯 손가락을 오므렸지만, 다시 떨려 나왔다.

문이 닫혔다. 그 안에서도 동일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에레나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완전한 침묵이 흘렀다.

그녀가 나왔을 때, 그녀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져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마르고 있었다. 그녀는 벽으로 돌아가 섰고, 다른 여성들과 다를 바 없이 고개를 숙였다.

라울은 그 장면을 모두 기록했다. 그는 카메라를 내리고, 덤불 속에서 한 시간 더 움직이지 않고 기다렸다.

셋째 날 낮, 라울은 마을 도서관에서 페드로 로드리게스의 과거 기록을 확인했다. 지역 신문의 짧은 기사 몇 개가 검색되었다. 47세. 종교 관련 사기 혐의로 두 차례 기소되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 미겔 신부와 10년 이상의 연관성.

라울은 그 정보들을 수첩에 적었다. 연필심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만이 도서관의 침묵을 깨뜨렸다.

그날 밤, 그는 다시 저택으로 향했다. 공기는 전날보다 더 눅눅했고, 땅에서는 흙과 썩은 낙엽이 뒤섞인 냄새가 풍겨 올랐다. 그는 지하실 창문에서 5미터 떨어진 곳까지 기어갔다. 덤불 속에 엎드려 창문 틈 사이로 내부를 응시했다.

이번에는 페드로가 여성들을 벽에 세워두고 한 명씩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당신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나?”

“네.”

“당신은 이 정화를 받아들이나?”

“네.”

“당신은 우리의 가르침을 따르겠다고 맹세하나?”

“네.”

각 여성의 대답은 동일한 어조로 반복되었다. 라울은 에레나의 차례를 기다렸다. 그녀가 앞으로 나섰다.

“당신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나?”

“네.”

“당신은 이 정화를 받아들이나?”

“네.”

그녀가 대답할 때마다, 그녀의 눈꺼풀이 살짝 내려갔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의식이 끝난 후, 여성들은 줄지어 방을 나갔다. 흰색 옷자락이 바닥을 스치며 사라졌다.

라울은 차로 돌아가려 몸을 일으켰다. 그때, 정원 쪽에서 한 그림자가 움직였다. 에레나였다. 그녀는 혼자 달빛 아래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깨진 십자가 조각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만지작거리며 무언가 중얼거렸지만, 라울의 귀에는 그 내용이 닿지 않았다.

그녀는 몇 분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바람이 그녀의 흰색 옷자락을 흔들었다. 그녀는 돌아서서 별채로 걸어갔다. 문이 닫혔다.

라울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가 안개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는 차량으로 돌아가 시트에 등을 기댔다. 그는 잠들지 않았다. 그저 눈을 뜬 채로 천장을 응시했다.

넷째 날 오전, 라울은 정문으로 접근했다. 인터폰을 눌렀다. 몇 초 후, 대문이 열렸고, 그는 별채로 인도되었다.

에레나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이전보다 더 야윈 듯했다. 그러나 그녀는 흔들리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또 왔군요.”

“당신을 보러 왔어요.”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창가에 서서 등을 돌린 채였다.

“나는 지난 밤을 관찰했어요.” 라울이 말했다.

“그래서요.”

“당신은 그 의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에레나는 돌아섰다. 그녀의 눈빛은 단단했다.

“정화예요. 우리의 죄를 씻는 과정이에요.”

“당신은 그것이 정화라고 믿나요?”

“나는 그렇게 믿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라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왼쪽 뺨에 멈췄다. 작은 멍 자국이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 멍은?”

에레나는 손으로 뺨을 가렸다. 그러나 곧 손을 내렸다.

“제 잘못이에요. 규칙을 어겼으니까요.”

“어떤 규칙이죠?”

“묻지 말아야 할 질문을 했어요. 아직 충분히 정화되지 않았다는 증거였죠.”

라울은 수첩을 꺼내 무언가 적었다. 그는 그녀를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에레나가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발걸음은 가볍고 조용했다. 그녀가 그의 옆을 지나칠 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이곳을 떠나는 게 좋을 거예요. 여기는 당신이 기록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깊은 곳이니까.”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문 밖으로 사라졌다.

라울은 별채를 나서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라이터를 긁는 소리가 안개에 퍼졌다.

그날 오후, 라울은 저택을 떠났다. 그러나 차량을 곧바로 산티아고로 돌리지 않았다. 그는 숲 속에 차를 세우고 노트북을 열었다.

그는 지난 사흘간의 기록을 정리했다.

*“10/17, 21:30 – 지하실 진입. 페드로 확인. 촛불 7개, 향로.”*

*“22:15 – 여성 7명 진입. 흰색 복장. 에레나 포함.”*

*“22:40 – 페드로, 여성 1명 내실로 인도. 7분 후 복귀. 옷 흐트러짐.”*

*“23:10 – 에레나 내실 진입. 5분 후 복귀. 좌측 뺨 멍(신규).”*

*“10/18, 21:00 – 동일 의식. 구두 고백 절차 확인. 반복되는 구호.”*

그는 노트북을 닫았다. 수첩에는 에레나의 멍 자국 위치와 페드로의 동선, 그리고 여성들의 대답만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는 차량 시동을 걸었다. 회색 하늘 아래에서 엔진이 낮게 울렸다. 핸들을 잡은 그의 손가락은 가만히 있었다.

그는 아직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은 어느새 산티아고 방향이 아닌, 지역 검찰청이 있는 루고로 향하는 네비게이션을 입력해 두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언가를 결정하려 한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며, 기어를 넣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당신의 선택이 에레나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선택 1]  이대로 묻어둔다. 라울은 네비게이션을 지우고 산티아고로 돌아간다.

👉[선택 2] 수첩을 들고 검찰청으로 향한다. 라울은 자신이 이미 입력해 둔 네비게이션을 따라 루고로 향한다.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에레나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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