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의 그림자 멕시코편 #002] 황량한 신탁 – 6-2화: 그림자의 사냥개

6-2화: 그림자의 사냥개

지독하리만큼 순수한 백색이었다.

마테오 실바가 감긴 눈꺼풀을 무겁게 밀어 올렸을 때, 그의 시야를 채운 것은 음영조차 존재하지 않는 기괴한 하얀 공간이었다. 방의 모서리도, 벽과 천장의 경계도 완벽하게 뭉개버린 간접 조명은 그의 망막을 송곳처럼 찔러대며 지독한 두통을 유발했다. 입안에서는 녹슨 철 파이프를 빨아들인 것 같은 비릿하고 화학적인 약물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상체를 일으키려 했지만, 손목을 죄어오는 차가운 금속성의 감각이 그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양손이 가죽 패드가 덧대어진 스테인리스 스틸 침대 프레임에 단단히 결박되어 있었다.

연방금융감독원의 안전 가옥, 새로운 신분증이었던 카를로스 에르난데스라는 이름, 그리고 미국 애리조나주로 향하던 보잉 737기 조수석의 차가운 눈빛을 가진 사내와 목덜미를 파고들던 주사바늘의 잔상이 전두엽 안에서 산산조각 난 필름처럼 뒤늦게 맞춰졌다. 국가가 제공한다는 증인 보호 프로그램은 결국 더 거대하고 추악한 포식자에게 마테오라는 미끼를 온전하게 배달하기 위한 우아한 포장지에 불과했던 것이다.

마테오는 허탈한 웃음을 삼켰다. 십 년 전에도, 그리고 사막의 요새에서도 그는 언제나 자신이 판을 읽고 있다고 착각했지만 결국 거대한 먹이사슬의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새우일 뿐이라는 현실이 척추를 타고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그때 조용한 공기압 소리와 함께 이음새가 보이지 않던 하얀 벽면의 일부가 미끄러지듯 열렸다. 방 안으로 걸어 들어온 것은 검은색 정장을 칼같이 차려입은 삼십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브랜드 로고 하나 없는 고급 이탈리아 원단의 재킷, 먼지 하나 앉지 않은 검은 구두, 그리고 감정이 완전히 거세된 무표정한 얼굴은 그녀가 어떤 국가 기관의 관료도, 그렇다고 천박한 마약 카르텔의 조직원도 아니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얇은 태블릿 PC 한 대가 들려 있었고, 그녀의 걸음걸이는 대리석 바닥에 단 한 번의 마찰음도 내지 않을 정도로 정숙했다.

여자는 침대 발치에 서서 마테오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잘 닦인 인공 렌즈처럼 마테오의 초췌한 몰골을 관찰할 뿐, 분노도 동정도 담고 있지 않았다. 여자는 말없이 태블릿 화면을 터치했고, 침대 헤드가 기계음을 내며 마테오의 상체를 서서히 일으켜 세웠다. 마테오는 묶인 손목을 가볍게 뒤틀며 바짝 마른 입술을 떼었다.

“……여기가 어디요. 마르쿠스 반스가 보낸 놈인가?”

여자는 마테오의 질문에 대꾸하는 대신, 건조하고 세련된 억조의 스페인어로 자신의 목적만을 뱉어냈다.

“마르쿠스 반스는 이틀 전 두랑고 사막 외곽의 국도변에서 전복된 차량과 함께 불탄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알베르토 멘도사 상원의원은 뇌물 수수 및 불법 대선 자금 은닉 혐의로 연방 검찰청 지하 독방에 수감되었죠. 당신이 심어둔 법적 덫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파괴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실바 변호사님. 두 고래는 서로의 목덜미를 물어뜯다 완전히 파멸했습니다.”

마테오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마르쿠스가 죽고 의원이 파멸했다면, 자신은 이제 자유의 몸이어야 했다. 하지만 왜 자신이 이 하얀 지옥에 묶여 있는지 잔머리가 무서운 속도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여자는 태블릿을 마테오의 묶인 손 위로 띄워 화면을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멕시코 연방금융감독원(CNBV)의 메인 서버 락이 걸린 특수 에스크로 계좌의 일련번호와 함께, 8천 4백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들이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유산이 연방 정부의 전산망에 동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동결의 자물쇠를 채운 것은 멕시코 연방공증인법 제42조와 금융법 제14조를 교묘하게 꼬아놓은 당신의 고유 면허 번호와 암호화 키입니다. 연방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의 정식 사법 절차를 밟아 이 돈을 움직이려면 최소 5년의 시간과 수많은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고용주들은 그렇게 인내심이 강하지 않습니다.”

여자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알베르토 의원의 사설 킬러들이 들이밀던 권총 구역질보다 훨씬 더 숨이 막혔다. 마테오는 차가운 금속 침대 틀에 머리를 기대며 냉소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국가 시스템도 손대지 못하는 그 동결된 돈을, 내가 만든 법적 허점을 역이용해서 당신들의 유령 계좌로 합법적으로 세탁해 넘기라는 소리군. 내가 거절하면 어떻게 되지?”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이 방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카를로스 씨. 아니, 마테오 실바 씨.”

여자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텍사스주 엘파소의 안전 가옥에 도착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당신의 어머니와 여동생의 이민 서류는 현재 우리 법인 소유의 재단에서 보증을 서고 있습니다. 당신이 이 서류의 최종 마감 사유서를 재설계하여 연방 서버의 락을 해제하는 순간, 당신의 가족은 완벽한 미국 시민권을 얻고 평생 쓸 수 있는 신탁 자금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추는 순간, 그들은 불법 입국자로 분류되어 국경 수비대의 거친 수용소로 넘겨질 것이고, 그 후의 안전은 우리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비대칭 거래였다. 마테오에게는 분노할 자격도, 정의를 논할 명분도 없었다. 그는 애초에 밀린 월세 때문에 이 추악한 판에 발을 들인 생계형 삼류 변호사였고,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자신의 가장 야비하고 정교한 법률적 잔머리를 이 거대한 그림자 조직을 위해 발휘하는 것뿐이었다.

“묶은 것부터 풀어주시지.”

마테오의 목소리에서 긴장감이 걷히고, 특유의 건조하고 냉소적인 변호사의 시선이 돌아왔다.

“연방금융감독원의 자동 감사 시스템을 속이려면, 마르쿠스의 교단이 국제 중재 재판소의 화해 권고 결정을 받아 자산을 자발적으로 양도한 것처럼 서류의 타임라인을 3일 전으로 소급 적용해야 해. 그러려면 내 맥북과 멕시코시티 법원의 폐기된 공증 대장이 필요하다.”

여자는 만족스러운 미소조차 짓지 않은 채 손짓을 했다. 마테오의 손목을 묶고 있던 금속 락이 부드럽게 풀려나갔다. 피가 통하지 않아 감각이 마비되었던 손가락을 움직이며, 마테오는 하얀 방 한가운데에 놓인 책상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그가 사막에서부터 들고 다녔던 낡은 맥북 프로와 가죽 가방이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그는 책상 의자에 앉아 노트북 전원을 켰다. 화면의 푸른 빛이 그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는 동안, 그의 손가락은 다시 한번 법전의 빈틈을 찾아 키보드 위를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마리의 고래를 사지 부근으로 몰아넣고 탈출했다고 믿었던 새우는, 결국 바다 전체를 소유한 거대한 그림자의 사냥개가 되어 또 다른 사법적 사기극의 문장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 사막의 뙤약볕도, 멕시코시티의 매연도 없는 이 완벽하게 통제된 하얀 감옥 안에서 마테오는 살아남기 위한 자신의 마지막 도장을 찍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움직이는 동안, 그의 머릿속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이 여성이 자신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믿게 만들면서, 동시에 그녀가 간과한 한 가지를 발견했다. 그것은 그녀가 가져온 태블릿의 화면이었다. 그 화면에는 그녀가 속한 조직의 로고가 찍혀 있었다. 그것은 그가 이전에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로고의 디자인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그것은 마르쿠스의 교단이 사용하던 상징과 미묘하게 닮아 있었다.

그는 그 사실을 기록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계속해서 타이핑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서는 새로운 계획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며칠 후, 마테오는 모든 서류를 완성했다. 여자는 그의 작업을 검토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완벽합니다, 실바 씨. 당신은 정말로 천재입니다.”

“……칭찬은 됐고요. 이제 제 가족은 안전한 건가요?”

“네. 그들은 이미 미국 시민권을 받았고, 당신이 원한다면 그들과 연락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태블릿을 건네주었다. 화면에는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함께 찍은 사진이 떠 있었다. 그들은 웃고 있었다. 마테오는 그 사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진심이었다.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이제 당신은 우리의 일부입니다. 앞으로도 당신의 재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다. 마테오는 혼자 남겨져,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는 드디어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또 다른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그는 그 수첩에 새로운 기록을 적기 시작했다.

“나는 마르쿠스와 알베르토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들의 자리를 채운 또 다른 그림자가 있었다. 나는 이제 그 그림자의 사냥개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 게임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다시 한번 도망칠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진짜로.”

그는 수첩을 덮고,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냉소적인 미소였다. 그러나 그 속에는 희망이 담겨 있었다.

그는 일어나서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이 하얀 감옥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다시 한번 도망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번에는 진짜로 자유를 얻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는 몰랐다. 그의 도망이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파장은 그의 인생을 다시 한번 뒤흔들 것이라는 것을.

🧭 당신의 선택은? (최종 분기점)

이제 마태오는 진짜 선택의 기로에 섰다.

👉 [선택 1] 하얀 방에서 탈출한 후, 자신이 심어둔 백업 코드를 통해 그림자 조직의 정체를 연방 수사국(FBI)에 제보하고, 완전히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 [선택 2] 그림자 조직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더 큰 권력과 돈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계속 팔아먹기로 결정합니다. (무료)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마태오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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