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구름 위의 약속
1992년 11월, 타지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 파미르 고원의 눈보라가 몰아치는 밤.
자밀라는 남편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얼어붙을 듯 차가웠지만, 그녀는 놓지 않았다. 그녀의 등에는 다섯 살 난 아들 루스탄이 업혀 있었다. 아이는 울지 않았다. 그는 이미 울 힘도 잃은 지 오래였다.
“조금만 더 가면 돼.”
남편 파르비즈가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쉰 목소리. 사흘 동안 그들은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들이 가진 것은 서류 가방 하나와, 딸랑딸랑한 러시아 루블 지폐 몇 장뿐이었다. 내전이 터지고, 그들의 집은 불탔고, 이웃들은 죽거나 도망쳤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국경을 넘기로 했다. 아프가니스탄으로. 그곳에 적어도 총알은 없을 것이라고 믿으며.
그러나 국경은 이미 막혀 있었다. 러시아 국경 수비대가 통제하고 있었고, 그들은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돌아가라. 이쪽은 통과할 수 없다.” 그들이 들은 것은 그 한마디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자밀라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도 답이 없었다.
“몰라. 하지만 우린 여기서 멈출 수 없어.”
그들이 국경 수비대를 피해 산길로 돌아서려는 순간, 뒤에서 총성이 울렸다. 그들은 뒤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눈이 깊이 쌓여 있었다. 그들의 발은 푹푹 빠졌다. 루스탄이 울기 시작했다.
“엄마, 무서워……”
“괜찮아, 아들아. 엄마가 있잖아.”
그러나 그녀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그녀도 두려웠다. 그녀는 두려움을 참으며 달렸다. 그녀의 다리는 이미 감각을 잃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얼어붙었다. 그러나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그들이 산길을 오르던 중, 갑자기 앞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군인들이었다. 이번에는 아프간 군인들. 그들은 소총을 겨누고 있었다.
“멈춰! 국경을 넘는 자는 총으로 쏜다!”
파르비즈가 팔을 들어 올렸다. “우리는 난민이에요! 도와주세요!”
군인들은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연민이 없었다. 그들은 이미 수천 명의 난민을 보아왔다. 그들 중 일부는 살아남았고, 일부는 죽었다. 그들은 그저 명령을 따를 뿐이었다.
“돌아가라. 여기는 통과할 수 없다.”
“제발……”
파르비즈가 무릎을 꿇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제 딸은…… 제 딸은 아파요. 치료가 필요해요.”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아들은 아프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군인들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 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한 명만 통과시켜주겠다. 아이를 데리고.”
자밀라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공포가 담겨 있었다.
“나는…… 나는 갈 수 없어. 너는 루스탄을 데리고 가.”
“안 돼. 너는 우리와 함께 가야 해.”
“그러면 우리 모두 죽어. 나는 괜찮아. 너는 가.”
파르비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고통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약속해. 나는 돌아올 거야. 너를 찾으러.”
“응. 나는 기다릴게. 여기서.”
그가 일어났다. 그는 루스탄을 안았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엄마! 엄마!” 그러나 자밀라는 웃었다. 그녀는 울 수 없었다. 그녀가 울면, 그들은 떠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잘 가, 내 사랑들.”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웃음을 지켰다.
파르비즈가 군인들을 따라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이 점점 작아졌다. 그가 사라질 때까지, 자밀라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눈이 그녀의 어깨에 쌓였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혼자가 되었다.
1995년 6월, 두샨베. 타지키스탄의 수도.
내전은 끝났다. 평화 협정이 체결되었고, 총성은 멈췄다. 그러나 전쟁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거리에는 무너진 건물들이 있었고, 사람들의 눈에는 피로가 깃들어 있었다.
자밀라는 두샨베에 돌아왔다. 그녀는 3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의 난민촌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그녀는 다른 난민들과 함께 일했고, 조금씩 돈을 모았다. 그녀는 남편과 아들을 찾기 위해 돌아왔다. 그녀는 그들이 살아 있기를 바랐다.
그녀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그 집은 그녀가 어릴 때부터 살던 곳이었다. 내전이 터졌을 때, 그녀는 그곳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집이 아직 남아 있기를 바랐다.
그녀가 집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멈춰 섰다.
집은 그대로였다. 무너지지 않았다. 벽에는 페인트가 새로 칠해져 있었다. 창문에는 커튼이 걸려 있었다. 누군가가 그곳에 살고 있었다.
그녀는 문을 두드렸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두드렸다.
문이 열렸다.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는 자밀라와 비슷한 나이였다. 그녀는 검은 머리카락을 가졌고, 갈색 눈을 가졌다. 그녀는 자밀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놀라움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자밀라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누구세요?”
자밀라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나는…… 나는 자밀라야. 이 집의 주인이야.”
그 여자가 미소 지었다.
“아니야. 내가 자밀라야. 너는 누구지?”
자밀라는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녀는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 여자는 그녀와 똑같았다. 똑같은 얼굴, 똑같은 목소리, 똑같은 몸매. 그러나 그녀는 자밀라가 아니었다.
“거짓말이야! 내가 자밀라야! 나는 이 집에서 살았어! 나는……”
“진정해. 나는 네가 누군지 알아. 너는 자밀라의 언니지? 그녀가 죽었다고 들었어. 내전 중에.”
“언니? 나는…… 나는 그런 적 없어! 나는……”
그 여자가 자밀라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들어와. 우리 이야기하자.”
자밀라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녀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 여자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그녀가 기억하는 것과 달랐다. 벽에는 새로운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그 사진들 속에는 그 여자와, 그리고——파르비즈와 루스탄이 있었다. 그들은 웃고 있었다. 행복해 보였다.
자밀라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내 남편은…… 내 아들은……”
“그들은 잘 지내. 나는 그들을 돌봤어. 네가 죽은 후에.”
“나는 죽지 않았어! 나는 살아 있어! 나는……”
“너는 죽었어. 적어도 그들에게는. 그리고 이제…… 너는 여기서 나가야 해. 그들이 너를 보면, 혼란스러워할 거야.”
자밀라는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울지 않았다. 그녀는 일어났다.
“나는…… 나는 돌아올 거야. 다시. 그리고 나는 내 가족을 되찾을 거야.”
“그렇게 해봐. 하지만 그들은 너를 기억하지 않을 거야. 그들은 이미 나를 기억하고 있으니까.”
자밀라는 집을 나섰다. 그녀는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그냥 걸었다.
자밀라는 두샨베의 시장으로 갔다. 그곳은 그녀가 어릴 때부터 자주 다니던 곳이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파리다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파리다는 그녀의 어린 시절 친구였다. 그녀는 내전 중에도 두샨베에 남아 있었다고 들었다.
시장은 여전히 북적였다. 그러나 그 북적임은 과거와 달랐다. 사람들은 더 조심스러웠고, 더 경계했다. 그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있었다.
자밀라는 파리다의 가게를 찾았다. 그녀는 과일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자밀라가 가게 앞에 도착했을 때, 파리다는 그녀를 알아보았다.
“자밀라……?”
그녀의 목소리는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응. 나야. 나는…… 살아 있어.”
파리다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내가…… 내가 네가 죽은 줄 알았어! 모두가 그렇게 말했어!”
“나는 죽지 않았어. 나는 아프가니스탄에 있었어. 그런데…… 내 집에……”
“알아. 그 여자 말이지. 네 자리를 차지한 그 여자.”
“그래. 그녀는 누구야? 왜 그녀는 나인 척하는 거야?”
파리다는 그녀를 가게 안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자밀라에게 차를 내주었다.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그녀는…… 난민이야. 내전 중에 온. 그녀는 가족을 잃었고, 아무도 없었어. 그런데 그녀는 네 집에 나타났지. 그리고 그녀는 네가 죽었다고 말했어. 그녀는 네 남편에게 말했지. ‘나는 자밀라야. 나는 살아 돌아왔어.’라고.”
“그런데 왜…… 왜 내 남편은 그녀를 믿은 거야?”
“그녀는 너와 똑같이 생겼어. 목소리도, 행동도. 그리고…… 그때 네 남편은 너무 슬펐어. 그는 너를 잃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는 그녀를 받아들인 거야. 그는 그녀에게서 위안을 얻고 싶었던 거지.”
자밀라는 차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럼…… 내 아들은? 루스탄은?”
“그는 그녀를 엄마라고 불러. 그는 어렸을 때 너를 잃었으니까. 그는 그녀를 기억하지 못해.”
자밀라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그녀는 울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너무 많이 울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네가 원한다면, 그들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어. 하지만…… 그들이 너를 믿을까? 그들은 이미 그녀를 받아들였어. 그들은 그녀와 함께 살고 있어.”
“그럼…… 나는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거야? 내 가족을 빼앗기고?”
파리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나는 네가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들과 싸울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인가.”
자밀라는 침묵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선택해야 했다.
자밀라는 파리다의 조언을 따라 루스탐을 찾아가기로 했다. 루스탐은 내전 중 무장 단체의 지휘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평화 협상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자밀라의 남편이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만난 인물이었다.
그녀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그는 그녀를 맞이했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그녀에게 불편함을 주었다.
“자밀라. 네가 돌아올 줄 알았어.”
“당신은…… 나를 알고 있었어요?”
“응.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어. 네가 죽지 않았다는 것도. 그리고 네 자리를 차지한 그 여자에 대해서도.”
“그럼……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야. 그녀는 내가 보낸 거야.”
자밀라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당신이…… 보낸?”
“응. 그녀는 내 조직의 일원이야. 그녀는 네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보내졌어. 네 남편과 아들을.”
“보호? 그녀는 내 가족을 빼앗았어!”
“그녀는 그들을 지켰어. 내전 중에, 너는 그들을 지킬 수 없었잖아. 그녀는 그들을 대신해 지켰어.”
자밀라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거짓이 없어 보였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너는 선택해야 해. 그녀와 싸울 것인가, 아니면…… 그녀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
“그녀와 함께 살아가다니?”
“응. 그녀는 너의 대체자가 아니야. 그녀는 너의 동반자야. 너는 그녀와 함께 살아갈 수 있어. 함께 가족을 지키면서.”
자밀라는 침묵했다. 그녀는 루스탐의 말이 너무 이상하게 들렸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시간을 좀 주세요. 생각해보겠어요.”
“좋아.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 그녀는…… 곧 다른 임무를 받을 거야. 그녀는 떠날지도 몰라.”
자밀라는 그의 사무실을 나왔다.
자밀라는 파리다에게 루스탐의 말을 전했다.
“나는…… 그를 믿을 수 없어.”
“그럼 어떻게 할 거야?”
“나는 파미르 고원으로 갈 거야. 그곳에 ‘등대지기’가 산다고 들었어. 그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을 거야. 그는 내게 답을 줄 수 있을 거야.”
파리다는 그녀를 말렸다. “그곳은 위험해. 사람들은 그곳에서 죽어.”
“그래도 나는 가야 해.”
자밀라는 배낭을 챙겼다. 그녀는 작은 칼 하나를 허리에 찼다. 그녀는 파리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조심해, 자밀라. 그리고…… 돌아와. 나는 여기서 기다릴게.”
“고마워, 파리다.”
자밀라는 두샨베를 떠났다. 그녀는 파미르 고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앞에는 눈 덮인 산맥이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그 산맥을 넘어야 했다. 그곳에 답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그녀는 걸었다. 하루, 이틀, 사흘. 그녀는 거의 먹지 못했고, 거의 자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사흘째 되는 날, 그녀는 눈보라를 만났다. 바람이 그녀를 덮쳤고, 눈이 그녀의 눈을 가렸다. 그녀는 길을 잃었다. 그녀는 얼어붙은 바위에 기대어 앉았다. 그녀는 더 이상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그녀는 무언가를 보았다.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그 불빛을 향해 걸었다. 그녀는 그 불빛이 그녀를 구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녀는 도착했다. 작은 오두막. 그 안에는 한 노인이 있었다. 그는 그녀를 맞이했다.
“들어오너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자밀라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은 깊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눈.
“당신은…… 등대지기인가요?”
“그래. 나는 모든 실종자의 진실을 알고 있어. 그리고 너의 진실도.”
자밀라는 그의 앞에 앉았다. 그녀는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가 입을 열었다.
“너는 선택해야 해. 진실을 알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