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버티기의 기술
2002년 여름, 보고타.
에두아르도의 사무실은 폐쇄된 지 오래였다. 철문 위에는 ‘압류’라고 적힌 붉은색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법률 대리인들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변호사 ‘페르난도(Fernando)’는 사무실 책상 위에 펼쳐진 서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두 명의 젊은 변호사가 앉아 있었다.
“검찰이 오늘 세 번째 소환장을 보내왔어. 이번에는 거부할 수 없어. 에두아르도는 반드시 출석해야 해.”
“하지만 그가 출석하면 말을 하게 될 거야. 말을 하면 모든 게 끝나는 거지.”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만드는 거야. 모든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게 하면 돼. 검찰이 아무리 압박해도 그 한 마디만 반복하면 돼.”
페르난도는 서류를 넘겼다. 시나리오별로 준비된 답변 초안이었다.
“여기 있어. 모든 가능한 질문에 대한 답변 예시야. ‘잘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 ‘그 부분은 제 업무 영역이 아니다’ – 이 세 가지만 반복해.”
“검찰이 증거를 제시하면 어떡하지?”
“증거는 조작될 수 있어. 우리는 그것이 조작된 증거라고 주장할 거야.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페르난도의 말은 논리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불안이 스쳐 있었다. 그는 이미 검찰의 강력함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밖에 없었다.
보고타 시내, 다른 장소.
카르텔의 부관들이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장소는 시내 한복판의 고급 레스토랑 지하실이었다. 에두아르도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를 대신해 그의 오른팔 ‘리카르도(Ricardo)’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뉴욕 감정원장이 자백했다는 소식 들었어. FBI에 모든 걸 말했다고 해.”
“걱정 마. 걔는 우리의 핵심을 몰라. 걔가 아는 건 서류뿐이야. 서류는 다 태웠어.”
“파나마 계좌는?”
“어제부로 모두 폐쇄했어. 자금은 스위스로 옮겼고, 거긴 우리 손이 닿지 않는 곳이지.”
리카르도는 시가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하지만 에두아르도가 문제야. 검찰이 그를 계속 압박하고 있어. 그가 언제 무너질지 몰라.”
“그래서 우리가 변호사를 붙여준 거지. 페르난도는 최고야. 그는 에두아르도를 지킬 거야.”
“만약 그래도 안 되면?”
리카르도는 잠시 침묵했다.
“그때는…… 그때 가서 생각하지.”
그는 시가를 재떨이에 비볐다. 연기가 방 안에 퍼져 나갔다.
보고타 검찰청, 같은 달.
에두아르도는 조사실에 앉아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검사 카를로스와 두 명의 조사관이 앉아 있었다. 그의 오른쪽에는 변호사 페르난도가 자리하고 있었다. 벽에는 시계 하나가 걸려 있었고, 초침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에두아르도 씨, 우리는 당신이 파나마 계좌를 통해 뉴욕 감정원에 500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거래 내역입니다. 당신의 서명이 있습니다.”
검사는 서류를 내밀었다. 에두아르도는 서류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이 약간 떨렸다.
“기억나지 않습니다.”
페르난도가 끼어들었다.
“검사님, 제 의뢰인은 현재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에 있습니다. 수많은 서류 중에서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그의 서명이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서명한 것입니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에두아르도는 침묵했다. 페르난도가 다시 대신 답변했다.
“서명은 맞을지 모르지만, 그 거래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기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제 의뢰인은 당시 수백 개의 계좌를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검사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알겠습니다. 다음 질문입니다.”
조사는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 에두아르도는 단 한 번도 스스로 답변하지 않았다. 모든 질문에 페르난도가 대신 답했고, 그는 그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조사가 끝난 후, 복도에서 페르난도가 그에게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그들이 아무리 압박해도, 당신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에두아르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깊은 그늘이 져 있었다.
같은 시기, 보고타 언론.
에메랄드 카르텔 사건은 이미 콜롬비아 전역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었다. 에두아르도의 얼굴은 신문 1면에 실렸고, 그의 이름은 모든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그의 변호인은 적극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펼치고 있었다.
“에두아르도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그는 단지 범죄 조직에게 이용당한 피해자일 뿐입니다.”
페르난도는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그의 재산 대부분은 압류되었습니다. 그는 이미 충분한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는 인권 침해입니다.”
그의 말은 일부 대중의 동정을 샀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론은 여전히 냉담했다.
“에두아르도는 범죄자입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합니다.”
한 신문의 사설이었다.
페르난도는 그 사설을 읽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전화기를 들었다.
“리카르도 씨, 우리는 언론 플레이를 더 강화해야 합니다. 대중의 여론을 조금 더 우리 편으로 돌려놔야 해요.”
“알겠어. 필요한 자금은 지원할게.”
그날 이후, 여러 매체에 에두아르도를 옹호하는 기사들이 게재되기 시작했다. ‘억울한 피해자’, ‘카르텔의 희생양’. 그의 이미지는 서서히 바뀌어 갔다.
2003년 봄, 보고타 법원.
에두아르도의 재판이 시작되었다. 법정은 가득 찼다. 취재진, 투자자들, 그리고 단순히 구경 온 시민들까지. 그의 가족들도 방청석에 앉아 있었다.
“피고인 에두아르도, 증권 사기, 뇌물 공여, 자금 세탁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유죄를 인정하시나요?”
“인정하지 않습니다.”
법정은 술렁였다.
검사 카를로스가 기소 내용을 낭독했다. 30페이지에 달하는 기소장. 에두아르도의 범죄가 하나하나 공개될 때마다, 방청석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변호인 페르난도는 반격에 나섰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모두 간접적입니다. 직접적인 증거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에두아르도는 단지 회사의 지시를 따랐을 뿐입니다. 그는 범죄 조직의 일원이 아닙니다.”
검찰은 FBI의 증언과 파나마 계좌 내역을 제시했다. 하지만 페르난도는 모든 증거를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오랜 시간 평의를 거친 후 판결을 내렸다.
에두아르도, 징역 1년 집행유예.
방청석에서 탄식과 환호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에두아르도는 판결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피고인, 할 말 있습니까?”
“저는…… 저는 억울합니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그의 말에 법정은 침묵했다.
재판이 끝난 후, 페르난도가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모든 게 끝났습니다.”
에두아르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법정을 나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내 선택이 맞았을까?’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는 살아남았다. 그의 재산도 대부분 지켰다. 하지만 그의 양심은 상처를 입었다. 그는 다시는 예전처럼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날 이후, 에두아르도는 은퇴했다. 그는 콜롬비아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조용히 살기로 결정했다. 다시는 보고타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선택은 많은 것을 지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지킨 것은 진정 가치 있는 것일까. 그 답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