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더블 엔트리 (Double Entry)
보고타, 2001년 봄.
알바로의 죽음은 언론에 잠깐 등장했다가 곧 잊혀졌다. 단순한 교통사고로 기록되었고, 유족들은 소송 없이 보험금을 수령했다. 그가 죽던 날 밤, 그의 사무실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정리되어 있었다.
“알바로가 맡고 있던 계좌들은 어떻게 처리했나?”
“모두 닫았습니다. 모든 기록은 사라졌습니다.”
카르텔의 금융 총괄자는 서류를 넘겨받아 불태웠다. 연기가 사무실 안에 퍼져 나갔고, 그는 창문을 열었다. 보고타의 찬바람이 들어왔다.
에메랄드 카르텔의 금융 시스템은 생각보다 훨씬 정교했다. 수십 개의 유령 회사가 판자처럼 얽혀 있었고, 그 사이로 자금이 흘러다녔다. A사가 B사에 에메랄드를 판매하고, B사는 C사에 다시 판매했다. 각 단계마다 서류가 작성되었고, 각 서류마다 감정서가 첨부되었다. 모두 위조된 것이었다.
“이번 분기에 우리가 처리한 금액이 얼마인가요?”
“약 4억 달러입니다. 그중 3억은 대출금이고, 1억은 순수익입니다.”
“은행들은 아직도 의심하지 않나?”
“지금까지는 문제없습니다. 감정원의 서류가 진짜니까요.”
이들은 단순히 에메랄드 가격을 조작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국제 금융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드는 데 능숙했다. 대출금은 다시 새로운 유령 회사의 자본금이 되었고, 그 자본금으로 다시 새로운 대출을 받았다. 끝없는 순환이었다.
무조 광산, 같은 시간.
국제 감사단은 헬리콥터를 타고 정글 한가운데 착륙했다. 총 6명. ICA 소속 감사관 2명, 콜롬비아 정부 대표 2명, 그리고 외부 회계법인 소속 전문가 2명.
“이곳이 무조 광산입니다. 세계 최대 에메랄드 생산지죠.”
현지 안내인이 말했다. 감사관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넓은 채굴장, 수백 명의 광부들, 그리고 거대한 중장비. 모든 것이 대규모로 움직이고 있었다.
“작년 생산량은 얼마인가요?”
“공식 기록으로는 약 200만 캐럿입니다.”
“그런데 유통량은 그 3배 이상입니다.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현지 관계자는 입을 다물었다. 감사관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첫 번째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 채굴 장부와 실제 생산량의 불일치, 수출 신고와 실제 선적량의 차이, 그리고 감정서와 원석 품질의 괴리.
“이건 말도 안 돼. 이 원석은 분명히 ‘무조 그린’ 등급이 아니야. 최하급이야.”
감사관 중 한 명이 루페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날 밤, 감사단의 임시 숙소에는 긴급 회의가 열렸다.
“우리는 거대한 사기극을 목격하고 있어. 이 광산은 공식 보고의 절반도 생산하지 못해. 그런데 왜 세계 시장에 이렇게 많은 에메랄드가 풀리고 있는 거지?”
“누군가가 감정 시스템을 조작하고 있어. 우리는 보고타로 돌아가서 금융 흐름을 추적해야 해.”
보고타, 같은 날 밤.
카르텔의 두목들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장소는 시내 중심가의 고급 레스토랑 지하실이었다. 경호원들이 출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감사단이 뭔가 눈치챈 것 같아. 오늘 무조에서 첫 번째 보고서가 올라왔어. ‘생산량 대비 유통량 불일치’라고 적혀 있었지.”
“알바로가 죽었으니 증거는 없다. 그들이 아무리 뒤져도 우리를 건드릴 수 없어.”
“하지만 감정원을 매수한 사실은? 그들이 뉴욕에 연락하면……”
“뉴욕은 이미 우리 편이야. 걱정 마.”
대화는 길어졌다. 와인 잔이 비워지고, 시가 연기가 자욱했다. 그들은 하나씩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한 비상 탈출 계획, 해외 계좌로 자금을 이체하는 방법, 그리고 증거 인멸 절차.
“만약 최악의 상황이 오면?”
“그때는…… 모두 알아서 판단해야지.”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그 말에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 날, 감사단은 보고타 시내 은행들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목표는 알바로가 근무하던 은행이었다.
“알바로 씨가 담당했던 대출 파일을 모두 보여주세요.”
은행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고객들의 정보는……”
“감사입니다. 국제보석협회와 콜롬비아 정부의 공동 감사입니다.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류가 하나둘 꺼내졌다. 감사관들은 꼼꼼히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대출은 에메랄드를 담보로 한 것이었다. 문제는 담보로 제시된 에메랄드의 감정서가 모두 같은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 감정서, 모두 뉴욕의 같은 감정원에서 발행했네. 그런데 여기 있는 원석 사진을 보세요. 등급이 최상급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 품질은 중간 이하입니다.”
“알바로가 죽은 날, 그의 사무실은 누가 정리했나요?”
“저희 은행 내부 규정에 따라……”
“누가 했냐고 묻고 있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은행장은 입을 열지 않았다.
감사단은 그날 오후, 영장을 발부받았다. 알바로의 사무실은 이미 비어 있었고, 모든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제거된 상태였다.
“이미 증거를 없앴군.”
“하지만 더블 엔트리는 남아 있습니다. 대출 장부와 상환 기록을 추적하면 됩니다.”
더블 엔트리. 모든 회계는 두 개의 기록을 남긴다. 하나는 공식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밀스러운 것이다. 알바로가 죽었지만, 그의 기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감사단은 이틀 만에 보고타 시내 5개 은행을 수색했다. 서류는 트럭 가득 쌓였고, 컴퓨터 기록은 테라바이트 단위로 복제되었다. 회계법인 소속 전문가들은 밤새 자료를 분석했다.
“패턴이 보입니다. 이 5개 은행은 모두 같은 회사들에 대출을 실행했어요. 그 회사들은 다시 같은 목적지로 자금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디죠?”
“파나마. 그리고 다시 콜롬비아로 돌아오고 있어요. 전형적인 자금 세탁 패턴입니다.”
감사관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거대한 금융 카르텔의 실체를 조금씩 목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 감사단의 숙소에 정체불명의 전화가 걸려왔다.
“당신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보고타를 떠나는 게 좋을 겁니다. 이 도시는 당신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전화는 곧 끊겼다. 발신자는 추적할 수 없었다.
감사단장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계속합니다. 증거가 모이는 대로 즉시 ICA 본부로 보고하겠습니다.”
그날 밤, 보고타에는 비가 내렸다. 빗소리가 도시를 덮었다. 감사관들은 잠들지 못했다. 창밖 어둠 속에서 누군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