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반항의 대가
파하드의 사무실. 벽에는 여러 개의 모니터. 각각의 모니터에는 요트의 다른 공간들이 비춰지고 있었다. 붉은 방, 침실, 복도. 나디아는 그 화면들을 보지 않았다. 그녀는 파하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택했어?”
“네.”
“말해봐.”
“안 할래요. 그 요트, 안 갈 거예요.”
방 안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파하드의 미소가 사라졌다. 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지금 뭐라고 했어?”
“파하드 씨, 당신이 뭘 원하는지 알아요. 하지만 저는 당신의 상품이 아니에요. 저는 사람이에요.”
파하드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키는 나디아보다 한 뼘은 더 컸다. 그는 그녀 앞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어? 네가 거절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
“알아요. 영상, 빚, 협박. 하지만 저는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아요.”
“무섭지 않다고?”
그는 모니터 하나를 가리켰다. 그 화면 속에는 나디아의 얼굴이 있었다. 알몸의 몸에 합성된 나디아의 얼굴. 남성 위에 올라타 있는 모습.
“이 영상, 네 아버지한테 보내는 건 3초면 돼. 네 고모부한테도. 네 대학교수한테도.”
“보내세요.”
파하드는 그녀의 대답에 잠시 멈칫했다.
“뭐?”
“보내라고 했어요. 저는 더 이상 협박하지 마세요. 저는 죽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너무나 차분해서 오히려 자신이 놀랄 정도였다.
파하드는 그녀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네가 미친 건 아니지?”
“아마도요. 하지만 당신이 만든 거예요.”
그녀는 가방에서 USB 하나를 꺼냈다.
“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아요? 당신의 요트에서 찍은 영상들이에요. 딥페이크가 아니라 진짜예요. 손님들의 얼굴도 선명하게 나와 있어요. 카타르 셰이크, 사우디 왕실 인사, 이집트 정부 고위 관료. 모두 다.”
파하드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떻게…”
“여기서 2주 동안, 저는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에요. 당신이 제 스마트폰을 훔쳐봤다는 걸 몰랐어요? 저는 당신이 보내준 폰 말고, 다른 폰을 숨겨뒀어요. 그 폰으로 모든 걸 찍었어요.”
파하드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
“그 USB, 내놔.”
“안 될 걸요. 사본이 세 군데 더 있어요. 제가 죽으면, 그 사본들은 모두 언론으로 보내질 거예요.”
“네가 죽겠다고?”
“당신이 저를 죽인다면, 당신의 제국도 끝이에요. 저는 그걸로 족해요.”
파하드는 그녀의 멱살에서 손을 떼었다. 그는 뒤로 물러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처음으로 당혹감이 스쳤다.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자유예요. 그게 전부예요.”
그날 밤, 나디아는 요트를 나왔다. 그녀는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나일강 변을 따라 걷는 그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하지만 가슴 한가운데는 무거웠다. 그녀는 방금 파하드와 싸웠다. 그리고 이겼다. 적어도 지금은.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파하드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휴대폰이 울렸다. 플로렌스는 아니었다. 여기에는 플로렌스가 없었다. 그녀는 혼자였다.
전화를 받았다. 낯선 번호였다.
“나디아 씨, 저는 가디언 기자 아만다 프라이스입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어떻게 제 번호를…”
“파하드의 요트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당신이 그 정보의 출처인 것 같아서요. 만나서 얘기할 수 있을까요?”
나디아는 잠시 생각했다. 위험했다. 하지만 이 길이 유일한 길이었다.
“내일, 오후 2시. 카이로 박물관 앞에서.”
“알겠습니다. 조심하세요.”
전화가 끊어졌다.
나디아는 걸음을 멈추고 나일강을 바라보았다. 강물은 까맣게 보였다. 그 어둠 속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걸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모든 것이 조용했다. 어머니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집에 없었다. 출장이었다.
그녀는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뜨거운 물이 등에 쏟아졌다. 그녀는 오늘 밤 요트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파하드의 얼굴, 그의 손, 그의 목소리.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물과 함께 흘려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지워지지 않았다.
다음 날, 오후 2시. 카이로 박물관 앞.
나디아는 히잡을 단정하게 쓰고 서 있었다. 그녀의 가방 안에는 USB가 들어 있었다. 증거들. 그녀가 요트에서 찍은 영상들, 사진들, 녹음 파일들.
한 여성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40대 초반. 짧은 머리. 날카로운 눈빛.
“나디아 씨?”
“네.”
“아만다예요. 여기서 말하기는 위험하니, 다른 곳으로 갑시다.”
그들은 박물관 뒤편의 작은 카페로 들어갔다. 아만다는 그녀에게 녹음기를 꺼내 보여주었다.
“녹음해도 될까요?”
“네. 하지만 제 얼굴과 이름은 보호해주세요.”
“당연하죠. 그게 원칙이에요.”
나디아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출 앱, 연락처 해킹, 딥페이크, 300% 이자, 요트, 붉은 방, 손님들, 파하드.
아만다는 듣는 내내 메모를 했다. 그녀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이 손님들 중에… 이름을 대도 되는 사람들이 있나요?”
“카타르 셰이크 알타니, 사우디 왕실의 빈 살만, 이집트 관광부 장관…”
“그만. 충분해요.”
아만다는 녹음기를 껐다.
“이건 터질 거예요. 이집트 정부, 걸프 왕실, 전부 연루되어 있어요. 당신은 위험에 처할 수 있어요.”
“알아요.”
“그래도 하겠어요?”
“네. 더 이상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아만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잘했어요.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그들은 카페를 나섰다. 아만다는 먼저 자리를 떴다. 나디아는 혼자 남아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식어 있었다.
그녀는 박물관을 바라보았다. 고대 이집트의 유물들. 그녀가 사랑하던 것들. 그녀가 공부하던 것들. 그녀는 그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틀 후, 나디아는 대학에서 돌아와 방에 혼자 있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세요?”
문을 열자, 낯선 남성 두 명이 서 있었다. 경호원들이 아니었다.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차가웠다.
“나디아 씨, 우리는 국가정보국에서 왔습니다.”
나디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일이시죠?”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왔습니다. 파하드 씨가 당신에게 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저를 보호한다고요? 아니면 저를 감시하러 온 건가요?”
남성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방 안으로 들어와 그녀의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뭘 찾는 거예요?”
“당신이 소지하고 있는 위험한 자료들입니다. 국가 안보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그건 제 개인적인 증거물이에요.”
“국가 안보 앞에 개인은 없습니다.”
그들은 그녀의 USB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녀의 스마트폰도 압수했다. 보조 폰도. 모든 것을.
“이걸 왜…”
“조사가 끝나는 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카이로를 떠나지 마세요.”
그들이 방을 나갔다. 나디아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모든 증거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는 알았다. 국가정보국은 그녀를 보호하러 온 게 아니라, 파하드를 보호하러 온 것이다. 그도 그들 중 하나였다. 그도 이 거대한 네트워크의 일부였다.
그녀는 휴대폰을 집으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오랫동안 울었다.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나 무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겼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이기지 못했어.’
며칠 후, 학교에서 그녀를 불렀다.
학생처장의 사무실. 그녀 앞에는 서류들이 놓여 있었다.
“나디아 씨, 당신이 어떤 불법적인 활동에 연루되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무슨 활동이요?”
“성매매 알선, 마약, 그리고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
“그건 거짓말이에요. 저는 피해자예요.”
“법원에서 증명하세요. 학교는 당신을 정학 처분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나디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학교를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집 앞에는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 그녀를 보자 카메라 렌즈가 그녀를 향했다.
“나디아 씨, 성매매 관련 의혹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파하드 씨와 무슨 관계인가요?”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아버지가 앉아 계셨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나디아, 이게 다 사실이냐?”
“아버지, 제 말을 들어보세요…”
“입 닥쳐!”
아버지의 주먹이 탁자를 내리쳤다. 탁자 위의 차잔이 떨어져 깨졌다.
“네가 가문을 이렇게 망쳐놓다니! 네 고모부께서 전화하셨다. 온 동네에 네 소문이 퍼졌다고!”
“아버지, 그건 다 조작된 거예요. 딥페이크 합성이었어요…”
“그만해! 나는 더 이상 네 얼굴도 보고 싶지 않다. 방에 들어가 있어. 외부와의 연락은 금지다.”
나디아는 방으로 쫓겨났다. 문이 잠겼다.
그녀는 방 안에 혼자 남았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커튼은 두꺼웠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금이 하나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된 거지? 나는 옳은 일을 했는데.’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며칠 후, 그녀는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창문은 잠겨 있었다. 문은 잠겨 있었다. 그녀는 갇혀 있었다. 집 안에, 그리고 그녀의 인생 안에.
그녀는 파하드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이미 압수당했다.
그녀는 아만다에게 연락하고 싶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완전히 고립되었다.
며칠 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소리 없이 울었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눈물이 없었다. 그저 텅 빈 공간.
‘내가 선택한 길이야. 그런데 왜 이렇게 끝이 났을까?’
그녀는 아직 선택할 수 있었다. 파하드에게 다시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반항할 것인가.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