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용서와 평화
알레한드로는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면회를 갔다.
아르만도는 병으로 많이 야위어 있었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예전의 날카로움이 없었다. 그냥 지친 노인의 눈빛이었다.
“알레한드로, 왜 왔니?”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요.”
“나를 용서하러?”
“저는…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아버지 없이는 제가 존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려고요.”
아르만도는 씁쓸하게 웃었다.
“너는 나보다 낫다. 그걸로 됐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대화였다. 알레한드로는 면회실을 나서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향한 증오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재판이 끝난 후, 알레한드로는 라울의 어머니를 찾아갔다.
그녀는 그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왜 왔니? 나를 더 괴롭히려고?”
“아닙니다. 용서를 구하러 왔습니다.”
“용서? 네가 무슨 자격으로?”
“자격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어서요.”
알레한드로는 무릎을 꿇었다. 그는 바닥에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라울을 죽였습니다. 제 손으로…”
그의 말은 눈물로 흐려졌다. 그는 한참을 울었다. 라울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그를 외면했지만, 점점 그의 울음에 마음이 약해졌다.
“…일어나. 바닥이 차가워.”
“용서해주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냥… 이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나는 너를 용서할 수 없어. 아마 평생 못 할 거야. 하지만… 네가 진심으로 후회하는 것 같아서… 그걸로 됐다.”
알레한드로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손을 빼지 않았다. 그날 이후, 알레한드로는 정기적으로 그녀를 찾아뵙기로 했다. 그녀의 집 수리를 도와드리고, 가끔은 함께 식사를 했다. 그녀는 결코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를 증오하지는 않았다.
알레한드로는 소사 형사의 소개로 ‘피해자 가족 지원 재단’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다른 피해자 가족들을 상담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능숙해졌다.
“저도 당신처럼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집니다.”
“언제쯤 나아질까요?”
“글쎄요… 저도 아직 진행 중입니다.”
알레한드로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다.
그는 재단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숨길 필요가 없었다. 그들이 그의 과거를 알면서도 그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2005년, 다비드가 감옥에서 출소했다.
알레한드로는 동생을 마중 나갔다. 다비드는 많이 야위어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생기가 있었다.
“형, 와 줘서 고마워.”
“당연히 와야지. 너 내 동생이잖아.”
두 사람은 오랜만에 포옹했다. 그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다비드는 출소 후, 알레한드로와 함께 지냈다. 그는 형의 재단 일을 도왔다.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점차 적응해갔다.
“형, 나도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응. 너는 할 수 있어.”
다비드는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며 조금씩 치유되어 갔다. 그는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았다. 대신, 가끔은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알레한드로는 어머니의 무덤을 찾았다.
그는 무덤 앞에 무릎 꿇고 오랫동안 기도했다. 그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저는 지금 잘 살고 있어요. 다비드도 출소했고, 저는 피해자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엄마도 하늘에서 지켜봐 주세요.”
그는 무덤 위에 꽃을 놓았다. 흰 국화였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꽃.
그는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늘은 맑았다. 바람이 살랑 불었다.
그는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를 생각했다. “당신이 한 일은 옳은 일이었다.”
그는 그 말을 믿기로 했다. 아니, 믿고 싶었다.
2010년, 알레한드로는 재단의 정식 상담사가 되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과거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들려주었다.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점점 편안해졌다.
“저는 살인자입니다. 저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또한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제 아버지의 피해자.”
그의 증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이, 다른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그는 가끔 라울을 생각했다. 첫 번째로 죽인 친구. 그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그 아픔을 안고 살아가기로.
그는 라울의 어머니와도 여전히 연락을 유지했다. 그녀는 그를 아들처럼 대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의 존재를 인정했다.
“알레한드로, 너는 잘 살아라. 그것이 라울이 바라는 일일 거야.”
그녀의 말에 알레한드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알레한드로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이 총총했다.
그는 생각했다. 로안나, 핌. 나도 당신들처럼 버텼다. 그리고 마침내 평화를 찾았다.
그는 눈을 감았다. 내일이 온다. 그는 그 내일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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