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선택의 기로
형광등이 깜빡였다. 깜빡일 때마다 방 안의 시간이 왜곡되는 느낌이었다. 발레리나는 눈을 떴다.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어제의 몸부림이 아직 근육 깊은 곳에 남아 있었다.
매트리스 위에는 새 옷이 놓여 있었다. 싸구려 면 소재의 원피스. 회색. 아무런 특징도 없는.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옷을 입었다. 원피스가 마치 두 번째 피부처럼 그녀를 감쌌다. 이제 이 옷이 그녀의 유니폼이었다.
창고 문이 열렸다. 엘 부에노가 들어왔다. 오늘은 바구니 대신 손에 작은 서류를 들고 있었다.
“잤나?”
발레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은 지 오래였다.
“좋아.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그가 서류를 펼쳤다. 종이 위에는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빚의 잔액, 이자율, 날짜. 그리고 그 옆에 낯선 이름 하나.
“너를 ‘다른 곳’으로 보낼 생각이다.”
발레리나의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Part 2: 새로운 제안
“티후아나다.”
엘 부에노가 도시 이름을 뱉었다. 국경 근처의 또 다른 도시. 더 크고, 더 혼란스럽고, 더 위험한 곳.
“거기에 우리 지부가 하나 있어. 거기서 네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조건은 간단해. 계약서에 싸인만 하면.”
그가 종이를 내밀었다. 발레리나는 읽지 않고 바라보았다. 읽을 필요가 없었다. 어떤 내용이든 그녀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거기 가면…” 그녀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어머니는요?”
“걱정 마. 네가 잘하면 할머니도 편하게 지내실 거야.”
‘잘한다’는 것의 의미.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엘 부에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여기서 하루 10명이면 1,500달러. 티후아나에서는 하루 15명. 2,000달러 이상 가능하다. 빚을 빨리 갚고 싶지 않나?”
발레리나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거기서… 뭘 더 시키는 거예요?”
엘 부에노는 피식 웃었다. “똑똑한 여자네.”
그가 종이의 마지막 줄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작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특별 서비스 제공 동의. 추가 수수료 발생 시 본인 부담.’
“특별 서비스가 뭔데요?”
“네가 상상하는 모든 것. 그리고 네가 상상하지 못한 것들.”
침묵이 흘렀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그 깜빡임 사이로 발레리나의 과거와 미래가 스쳐 지나갔다.
그날 오후, 예외적으로 그녀는 어머니와 통화할 수 있었다. 엘 부에노가 감시하는 가운데, 스피커폰으로. 짧은 시간. 단 3분.
“발레리나?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어머니의 목소리는 약했다. 항암제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따뜻함이 남아 있었다.
“엄마… 괜찮아요. 그냥 감기 걸렸나 봐.”
“일은 잘 돼? 힘들면 그만둬도 돼… 엄마는 괜찮으니까…”
발레리나는 눈물을 참았다. 참는 데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아니에요. 일 재밌어요. 걱정 마세요.”
“그래… 너만 건강하면 엄마는…”
통화가 끊겼다. 3분은 그녀에게 영원처럼 길었고, 동시에 너무 짧았다.
엘 부에노가 휴대폰을 거두며 말했다.
“잘 들었지? 할머니는 아직 살아 계셔.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어.”
발레리나는 고개를 숙였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밤이 되었다. 열두 명의 손님이 다녀갔다. 발레리나는 매트리스 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생각했다.
‘티후아나. 하루 15명. 그리고 특별 서비스.’
더 많은 돈. 더 많은 고통. 더 깊은 어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여기서 계속 버티면? 어차피 빚은 줄어들지 않아. 이자는 매일 쌓여만 가.’
머릿속에서 두 목소리가 싸웠다.
하나는 말했다. “그냥 가만히 있어. 여기가 더 안전해. 적어도 죽지는 않아.”
다른 하나는 말했다. “어디든 똑같아. 그렇다면 빨리 갚는 게 낫지 않아?”
안전. 그 단어가 그녀를 비웃었다. 그녀에게 안전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덜 위험한’ 선택지만이 있을 뿐.
그녀는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 흰색 시트 아래 작고 여윈 몸.
‘엄마… 나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답은 없었다. 대신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음 날 아침. 엘 부에노가 들어왔다. 손에는 펜과 계약서.
“결정했나?”
발레리나는 매트리스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눈은 바닥을 보고 있었다.
침묵. 형광등이 깜빡였다. 시간이 흘렀다. 몇 초였을까. 몇 분이었을까. 아니면 몇 시간이었을까.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입을 열었다.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이제 발레리나는 진짜 선택의 기로에 섰다.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발레리나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