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잔혹사 베트남편 #001] 호찌민의 그림자 여왕 – 제3화: 덫의 조건 (실제 사건 파일 기반 각색)

제3화: 덫의 조건

 

  탕이 내뱉은 매캐한 시가 연기가 흐엉의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과 뒤섞여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사방이 두꺼운 티크나무 방음벽으로 가로막힌 호찌민 1군의 최고급 레지던스 45층 VIP 룸은, 겉보기에는 화려했으나 실상은 숨소리조차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는 완벽한 고립무원이었다.

  흐엉의 턱을 거칠게 움켜쥔 탕의 손가락뼈 마디에는 거부할 수 없는 완력이 실려 있었다. 악력이 가해질 때마다 얇은 살결을 파고드는 단단한 감촉이 소름 끼치는 압박감으로 변해 척추를 타고 내려갔다. 흐엉은 이 호찌민 지하 세계의 포식자가 단순히 눈앞의 돈 30억 동만을 받아내기 위해 판을 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는 그녀가 평생을 쌓아 올린 사회적 지위, 중산층 가정의 영애로서 누려온 품위,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도도한 자존심 자체를 산산조각 내고 완전히 예속시키기를 원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겠나, 흐엉 대표. 자존심을 세우는 대가치고는 눈앞에 닥친 현실이 너무 가혹하지 않나? 내일 아침 푸미흥에 계신 당신 부모님 집으로 거친 공안들이 들이닥쳐 수색영장을 들이미는 꼴을 내 눈으로 꼭 봐야겠어?”

탕의 목소리는 다정하리만치 낮고 부드러웠다. 그 이질적인 다정함이 오히려 살을 에는 듯한 공포로 다가왔다.

  흐엉의 머릿속은 터질 것처럼 거칠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감정을 배제하고 완벽한 데이터로만 시장을 분석하던 자산관리사의 두뇌는, 정작 자신의 목숨줄이 죄어오는 순간에는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탕의 말대로 내일 오전 10시까지 30억 동이라는 생현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불법 사설 리딩방 유령 계좌에 묶인 자금 세탁 혐의까지 더해져 최소 수십 년의 징역형을 살아야 했다.

  그 끔찍한 파멸의 타임라인 끝에는, 언제나 그녀를 자랑스러워하던 부모님의 절망스러운 얼굴이 매달려 있었다. 호찌민 상류층 사교계에서 품위를 유지하며 살아가던 은퇴한 고위 관료 출신의 아버지가 딸의 구속 소식을 듣는 순간 마주할 사회적 매장은 죽음보다 더한 지옥일 것이 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심장을 가장 아프게 찌르는 존재가 있었다. 2년째 깊은 연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민(Minh)’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하노이의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이자 호찌민에서 가장 촉망받는 소장파 건축가인 민은 언제나 흐엉을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아꼈다. 그와 함께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마시고, 미래의 건축 디자인과 자산 포트폴리오를 논하던 시간은 흐엉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민의 맑고 올곧은 눈동자 앞에서 흐엉은 언제나 완벽하고 도도한 여왕이어야 했다.

  하지만 바로 그 비대해진 자존심이,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흐엉은 자신의 숨겨진 투기 실패와 카지노 VIP 룸에서 벌인 무모한 도박, 그리고 끝내 사채업자들의 라인까지 손을 댔다는 이 추악하고 더러운 현실을 민에게 절대로 알리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나약함과 타락을 들키는 순간, 민이 자신을 바라보던 그 경외 가득한 눈빛이 경멸로 바뀔 것만 같아 두려웠다. 완벽한 여자로 보이고 싶었던 체면, 그 빌어먹을 허세 때문에 흐엉은 지금까지 이 모든 지옥의 징후들을 혼자 감당하려다 결국 이 어두운 밀실까지 제 발로 걸어 들어온 것이었다.

  탕은 흐엉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흥미롭다는 듯 감상하다가, 거칠게 치켜세우고 있던 턱을 놔주었다. 중심을 잃은 흐엉의 몸이 가볍게 휘청였다. 탕은 조롱하듯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대리석 테이블 위로 또 다른 서류 한 장을 툭 던졌다.

  겉 표지에는 ‘자산 위탁 관리 및 컨설팅 계약서’라는 아주 합법적이고 세련된 명칭이 인쇄되어 있었다. 그러나 흐엉의 날카로운 눈이 그 하단의 자잘한 은밀한 독소 조항들을 훑어내려 가는 순간, 그녀의 얼굴은 핏기가 완전히 가신 채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것은 계약서의 탈을 쓴, 철저하게 흐엉의 신체와 자유를 탕의 조직에게 귀속시킨다는 노골적이고 가학적인 성적 예속 조항들이었다.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장소에서 탕이 지목하는 VVIP 현지 정재계 인물들을 은밀하게 몸으로 관리하고 접대해야 한다는, 팩트 기반의 성노예 계약이나 다름없었다.

“이 조항들에 서명하고, 오늘 밤부터 내가 직접 지정하는 은밀한 손님들을 관리해 준다면 30억 동의 부채는 물론 금융공안부의 내사 기록까지 내 라인을 동원해 완벽하게 세탁해 주지. 당신은 내일 아침에도 여전히 화려한 외국계 기업의 수석 자산관리사로 당당하게 출근하면 되는 거야. 낮에는 고결한 엘리트 여왕으로 살고, 밤에는 오직 나와의 사이에서만 이 비밀을 유지하면 돼. 아무도 모르게 말이야.”

  탕은 주머니에서 묵직한 몽블랑 만년필을 꺼내 흐엉의 가늘고 하얀 손가락 사이에 강제로 끼워 넣었다. 차가운 금속 촉이 살갗에 닿는 순간, 소름 끼치는 오한이 온몸의 소름을 돋우며 퍼져나갔다. 만년필의 무게가 마치 그녀의 영혼을 짓누르는 단두대의 칼날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흐엉은 거대한 절벽의 가장자리에 홀로 서 있었다.

  만년필을 쥔 다섯 손가락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부르르 떨렸다. 당장 내일 아침 출근길에 들이닥칠 공안들의 수갑, 평생을 바쳐 일구어온 커리어의 종말, 그리고 푸미흥 부모님의 파멸이 안면을 스쳐 지나갔다. 이대로 눈을 감고 서류의 붉은 인감 란에 도장을 찍고 서명하여, 탕이 파놓은 수렁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 순응할 것인가. 그것은 매일 밤 자신의 육체를 던져 체면을 연명하는 살아있는 시체의 삶을 의미했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자신의 추악한 치부와 실패를 세상에 날 것 그대로 드러내고 비참하게 무너지더라도, 이 밀실을 박차고 나가 남자친구인 민에게 전화를 걸어 이 지옥 같은 상황을 고백하고 도움을 요청할 것인가. 비록 민의 눈에 비친 자신의 완벽했던 우상이 전면적으로 박살 나더라도, 조폭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인의 손을 잡을 것인가.

어둠이 짙게 깔린 VIP 룸의 침묵 속에서, 흐엉의 붉은 입술이 마른 침으로 바짝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가락에 쥐어진 만년필 끝이 서류의 서명란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흔들렸다.

🧭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흐의 운명을 결정할 가혹한 갈림길입니다. 당신의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연재 줄거리로 이어집니다.

[선택 1] 요구를 들어준다. 흐엉이 결국 체면을 위해 서류에 사인을 하고 탕의 손길을 받아들입니다.

[선택 2] 남자친구에게 알린다. 흐엉이 만년필을 내던지고 탕의 방을 뛰쳐나가 민에게 전화를 겁니다.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카밀라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

목록으로 (클릭)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