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잔혹사 베트남편 #001] 호찌민의 그림자 여왕 – 제2화: 포식자의 아지트 (실제 사건 파일 기반 각색)

제2화: 포식자의 아지트

 

호찌민 1군 중심가, 사이공강의 축축하고 붉은 야경이 통유리창 너머로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최고급 레지던스 45층 VIP 룸.

  프랑스 유학파 출신이자 외국계 컨설팅 펌의 수석 자산관리사로서 언제나 꼿꼿한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온 ‘흐엉(Hương)’은, 묵직한 티크나무 방음문이 뒤에서 서늘하게 닫히는 순간 온몸의 세포가 위험을 감지하고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대리석 바닥 위로 흐르는 공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무거웠다. 방 안에는 베트남 전통 문양인 용 문신을 목덜미까지 자극적으로 새긴 덩치 큰 사내 둘이 문 앞을 지키고 서 있었고, 소파 상석에는 이탈리아제 맞춤 정장을 느슨하게 풀어헤친 조직 두목 ‘탕(Thắng)’이 시가를 태우고 있었다.

  그녀를 이곳으로 은밀하게 안내한 현지 브로커 ‘남(Nam)’은 평소 카지노 VIP 룸에서 부유층 손님들을 대할 때의 능글맞고 화려한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탕의 앞에 서자마자 허리를 잔뜩 숙인 채 구석으로 물러나 숨을 죽였다. 이곳은 법도, 상식도 통하지 않는 호찌민 지하 세계의 철저한 약육강식 공간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흐엉 대표. 호찌민 금융 바닥에서 그토록 도도하고 고결하시던 분을 이런 은밀한 곳에서 뵙게 될 줄은 몰랐군.”

  탕이 낮게 가라앉은 매끄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테이블 위로 서류 뭉치를 툭 던졌다. 흐엉이 그동안 불법 사설 리딩방을 운영하며 금융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가명으로 서명했던 투자 대행 계약서 원본들과, 어제 카지노 비밀 룸에서 가져간 칩의 불법 차용증 팩트 문서들이었다. 서류의 가장자리에는 흐엉이 다급하게 찍었던 붉은 지장과 서명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사설 주식 리딩방에서 굴린 판돈과 카지노 고리사채까지 합치면 우리 돈으로 자그마치 30억 동(한화 약 1억 6천만 원)이더군. 흐엉 씨가 아무리 대단한 외국계 기업의 엘리트라 해도, 이 서류들이 당장 내일 아침 금융공안부와 당신의 그 잘난 중산층 부모님이 계신 푸미흥 고급 자택으로 동시에 발송되면 어떻게 될까?”

  탕이 시가 연기를 흐엉의 턱 끝을 향해 길게 내뿜으며 비열하게 웃었다. 매캐한 연기 너머로 보이는 그의 집요한 눈빛에는 돈을 받아내겠다는 목적을 넘어, 호찌민 상류층의 완벽한 여성을 자신의 발밑에 꿇리고 영혼까지 소유하겠다는 가학적인 지배욕이 가득 차 있었다. 평생 실패를 모르고 자란 중산층 여성이 한순간의 투기 실패로 악마의 손을 잡았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당신이 목숨보다 아끼는 그 명예와 신분, 내 손가락 까닥 한 번이면 단 1초 만에 시궁창에 처박히는 거야. 베트남 법이 불법 금융 범죄와 자금 세탁에 얼마나 엄격한지, 엘리트인 당신이 누구보다 더 잘 알 텐데? 당장 내일 아침 뉴스 사회면에 이름 석 자가 도배되는 건 시간문제지.”

  흐엉의 숨통이 턱 막혀왔다. 탕은 그녀가 사회적 파멸과 체면의 손상을 죽기보다 무서워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정확하게 쥐고 흔들고 있었다. 손끝이 부르르 떨렸지만, 공포를 들키지 않으려 명품 클러치백을 쥔 손에 바짝 힘을 주었다.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 정말로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직감이 들었다.

  탕은 천천히 가죽 소파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흐엉의 앞으로 다가왔다. 큰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흐엉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녀가 미처 거부하거나 뒤로 물러설 틈도 없이, 탕은 거친 손가락으로 흐엉의 턱을 억세게 치켜세웠다. 그의 손길에서 진한 담배 냄새와 소름 끼치는 포식자의 악취가 풍겼다. 흐엉의 하얗고 고운 피부 위로 탕의 거친 손자국이 붉게 내려앉았다.

“선택해. 당장 내일 아침 차가운 구치소 바닥으로 떨어져 평생을 감옥에서 썩을지. 아니면… 오늘 밤 여기서 내 제안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비밀스럽게 해결할지.”

  탕의 짧은 신호에 따라 문을 지키던 문신 사내들이 VIP 룸의 화려한 샹들리에 조명을 어둡게 낮추었다. 오직 스카이라인의 붉은 네온사인만이 방 안을 아슬아슬하게 비추었다. 밀폐된 아지트 안, 벽에 걸린 시계 초침 소리만이 흐엉의 심장을 찢을 듯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자존심과 체면을 지키기 위해 제 발로 찾아온 포식자의 소굴. 이제 그녀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바꿀 치명적인 선택지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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