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잔혹사 루마니아편 #001] 보험금의 집 – 4-2화: 반항의 시작 (실제 사건 파일 기반 각색) [반항 노선]

4-2화: 반항의 시작

로안나는 그날 밤 결정했다.

말을 따르지 않기로.

도이나가 부엌에서 로안나를 불러 말을 꺼냈을 때, 그녀는 이미 마음이 정해져 있었다.

“로안나… 엄마가 너에게 부탁이 하나 있어.”

“뭔데요?”

“에밀 씨가… 너에게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줬어. 해외에서 일하는 건데,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로안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 저 안 가요.”

도이나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

“저 안 간다고요. 그게 무슨 일자리인지 저 알아요. 저를 파는 거잖아요.”

도이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하지만 곧 목소리를 높였다.

“파는 게 아니야! 엄마가 어쩔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빚이 너무 많다고! 이대로면 우리 모두 거리로 나가게 돼!”

“그래서 저를 팔겠다는 거예요? 엄마가?”

“네가 지금 누구한테 말대꾸야?!”

도이나의 손이 올라갔다. 로안나는 그것을 피하지 않았다. 뺨을 맞았다. 따가웠지만, 그녀는 울지 않았다.

“때려도 안 가요. 저는 여기서 나가지 않을 거예요. 제가 잘못한 게 없어요.”

로안나는 부엌을 나와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잠갔다.

그날 밤, 로안나는 가방을 쌌다.

이번에는 다르다. 아까워할 게 없었다. 옷 몇 벌, 세면도구, 핸드폰 충전기, 그리고 그동안 모아둔 돈. 그녀는 슈퍼마켓 알바비 중 모아둔 800 RON을 비상금으로 항상 숨겨두고 있었다. 책상 서랍 속, 빈 화장품 통 안에.

그녀는 안드레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안드레아, 내일 나 좀 재워줄 수 있어? 하루만.”

“왜? 무슨 일 있어?”

“내일 말해줄게. 부탁이야.”

“알았어. 와.”

로안나는 핸드폰을 끄고 잠시 생각했다. 내일 아침, 도이나가 일어나기 전에 나가야 한다. 그녀는 알바를 그만두지 않았다. 빵집과 슈퍼마켓은 아직 자기 일정이 그대로였다. 도이나가 연락하지 않는 한, 그녀는 계속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집이었다. 이 집을 나가면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세입자가 아니었다. 그냥 의붓딸이었다. 법적으로 아무 권리가 없었다. 아니,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법을 몰랐고, 법을 찾아갈 용기도 없었다.

그냥 도망가기로 했다.

아침 5시, 아직 모두가 자고 있었다. 로안나는 조용히 일어나 옷을 입었다. 가방을 메고 현관문을 열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걸어서 지하철 역까지 갔다. 첫 차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벤치에 앉아 기다리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이게 맞는 걸까? 도망치는 게 최선일까?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는 더 이상 이 집에 있을 수 없었다.

안드레아는 부쿠레슈티 서쪽 끝에 있는 작은 원룸에서 살고 있었다. 대학교 근처는 월세가 비싸서, 조금 떨어진 곳을 선택한 것이다.

로안나는 그녀의 집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다리가 후들거렸다. 밤새 걷지도 않았는데, 무서워서 그런 것 같았다.

딩동.

안드레아가 문을 열었다. 잠이 덜 깬 얼굴이었다.

“로안나? 왜 이렇게 일찍?”

“…들어가도 돼?”

“응, 들어와.”

로안나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흘렸다.

안드레아는 당황해서 그녀 옆에 앉았다.

“야, 무슨 일이야? 누가 너를 때렸어? 뺨이 부어 있어.”

“…엄마가.”

“뭐? 너 엄마가?”

“…의붓엄마야. 나를 팔려고 해.”

안드레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뭐? 무슨 소리야?”

로안나는 모든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보험금, 의붓엄마의 빚, 투자 사기, 에밀, 그리고 조직에 팔아넘기려는 계획. 안드레아는 중간중간 숨을 헐떡이며 들었다.

“경찰에 신고해야 해. 당장.”

“증거가 없어.”

“네 말이 증거야.”

“그걸 믿어줄까? 의붓엄마가 나를 팔려고 한다고? 나는 증거라고는 수첩에 적힌 한 줄밖에 없어.”

로안나는 도이나의 수첩에서 본 내용을 말해주었다. ‘로안나 – 계약금 2만, 매달 30%’ 라는 글자.

“그 정도면 충분해. 가자, 경찰서로.”

부쿠레슈티 지방 경찰서. 회색빛 건물, 낡은 가구, 커피와 담배 냄새가 섞인 공기.

로안나와 안드레아는 접수 창구에 앉아 있었다. 경찰관은 중년 남성이었다. 피곤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로안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의붓엄마가… 저를 조직에 팔려고 해요.”

경찰관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증거가 있나요?”

로안나는 수첩에 적힌 내용을 말했다. 하지만 사진은 없었다. 그녀는 찍을 용기가 없었다.

경찰관은 한숨을 쉬었다.

“그걸로는… 뭐라 하기가 어렵네요. 혹시 더 확실한 증거는 없나요? 녹음이나 문자 메시지 같은.”

로안나는 고개를 저었다.

경찰관은 서류를 한 장 건넸다.

“일단 이렇게 진술서를 작성해보세요. 저희가 참고는 하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이런 신고는 꽤 많아서…”

로안나는 펜을 들었다. 손이 떨렸지만, 천천히 글씨를 써 내려갔다.

진술서를 제출하고 경찰서를 나오는 길, 안드레아가 말했다.

“이걸로 끝이야?”

“아마도.”

“너는 어디서 잘 거야? 우리 집은 좁아서…”

“알아. 하루만 재워줘. 내일은 다른 데 알아볼게.”

로안나는 핸드폰으로 쉼터를 검색했다. 부쿠레슈티에는 여성 쉼터가 몇 군데 있었다. 하지만 자리가 있는지, 자신이 이용 자격이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로안나는 혼자 쉼터를 찾아갔다.

부쿠레슈티 동쪽, 낡은 빌딩 4층. 문 앞에는 작은 간판이 붙어 있었다. ‘여성 긴급 보호 시설’.

로안나는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중년 여성이 문을 열었다. 친절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저… 집에서 나왔어요. 의붓엄마가 저를… 팔려고 해서요. 잘 곳이 필요해요.”

여성은 로안나의 얼굴을 살폈다. 뺨에 멍이 들어 있었다.

“들어오세요. 이야기 좀 들어볼게요.”

로안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좁았지만 깔끔했다. 벽에는 정보 게시판과 여성 인권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여성은 차를 한 잔 건네며 말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로안나예요.”

“저는 미하엘라예요. 여기 운영을 맡고 있어요. 먼저, 네 상황을 좀 자세히 말해줄래요?”

로안나는 다시 한 번 이야기를 꺼냈다. 보험금, 의붓엄마, 빚, 투자 사기, 에밀, 조직.

미하엘라는 진지하게 들었다. 가끔 메모를 했다.

“경찰에는 신고했어?”

“네. 어제 했어요. 하지만 증거가 부족해서…”

“걱정 마.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을 거야. 일단 여기서 지낼 수 있어. 방이 하나 남아 있어. 좁지만…”

“감사합니다.”

로안나는 미하엘라의 손을 잡았다.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이번에는 슬픔보다는 안도에 가까웠다.

그날 밤, 쉼터의 작은 방에 혼자 누워, 로안나는 생각했다.

반항하는 길을 선택했다. 집을 나왔다. 경찰에 신고했다. 쉼터에 왔다.

이게 맞는 선택일까? 아니면 굴복하는 게 더 나았을까?

그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적어도 지금은, 그녀는 자유롭다.

감금되지 않았다. 팔리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자신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당장은 그걸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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