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잔혹사 멕시코편 #001] 과달라하라의 피비린내 – 제3화: 진흙탕의 무희 (실제 사건 파일 기반 각색)

제3화: 진흙탕의 무희

 

 노트북 스크린의 엔터 키를 누르는 소피아의 손가락이 사정없이 바르르 떨렸다. 마이애미와 라스베이거스의 유령 법인 계좌에 숨겨두었던 가문의 마지막 비자금 수백만 달러가, 네스토르가 제시한 카르텔의 해외 비밀 계좌로 흔적도 없이 이체되는 순간이었다. 푸에르타 구역에서 가장 번창하던 최고급 갤러리 겸 부티크 ‘까사 데 오로’의 매장 소유권 포기 각서 위에도 그녀의 핏빛 지장이 선명하게 찍혔다. 손끝에 묻은 인조 인크의 붉은 얼룩이 마치 남편의 손가락에서 흘러내린 피처럼 번져나갔다.

“아주 훌륭해, 소피아 대표. 과달라하라 최고의 미녀답게 일 처리 하나는 자로 잰 듯이 깔끔하구만. 그 잘난 마드리드 유학파 출신의 회계 지식이 이런 곳에서 빛을 발할 줄은 몰랐겠지?”

 네스토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지장이 찍힌 서류를 하나씩 챙겨 가죽 가방에 넣었다. 하지만 서류 작업이 끝났음에도 약속했던 남편 디에고의 석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네스토르의 부하들은 손가락이 잘려 나가 정신을 잃고 헐떡이는 디에고를 거칠게 가방처럼 바닥으로 굴려버렸을 뿐이다. 디에고의 셔츠는 이미 검붉은 피로 축축하게 젖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고 있었다.

“약속이 다르잖아요! 돈과 매장, 미국 계좌까지 다 넘겼으니 이제 디에고를 병원으로 보내줘요! 당장 수혈하지 않으면 저 사람 죽는단 말이에요!”

 소피아가 찢겨 나간 블라우스 자락을 한 손으로 움켜쥔 채 비명을 질렀다. 목이 터져라 외치는 그녀의 목소리는 지하 안가의 차가운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 허무하게 흩어졌다. 하지만 네스토르는 허리를 숙여 상아로 장식된 권총 총구로 그녀의 턱을 툭툭 치며 비열하게 웃었다.

“착각하지 마, 소피아. 서류에 도장이 찍혔다고 해서 네 가치가 끝난 게 아니야. 주 정부와 미국 마약단속국이 이 사기 계좌를 추적해 올 때, 합법적인 법인 대표로서 모든 감옥 독박을 쓰고 죽어줄 방패막이가 필요하거든. 그게 당신 이름으로 된 계약서들의 진짜 용도야. 그리고 오늘 밤, 우리 형제들이 이 거대한 성공을 자축하는데 과달라하라 최고의 미녀가 빠지면 섭섭하지 않겠어?”

 네스토르가 손짓하자 뒤에 버티고 있던 히트맨 두 명이 소피아의 양팔을 거칠게 낚아채 안쪽 밀실로 끌고 갔다. 플라스틱 케이블 타이에 묶인 손목이 살을 파고들어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사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질질 끌었다.

 안쪽에 숨겨져 있던 VVIP 연회장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하고 음습했다. 사방이 거울과 붉은 벨벳 카펫으로 도배된 그 은밀한 방은, 이미 고가의 위스키 냄새와 자극적인 시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소파에는 문신을 온몸에 새긴 할리스코 카르텔의 고위 간부들과, 그들에게 매수되어 정기적으로 뒷돈을 받는 부패한 군 장성, 지역 공안 수뇌부들이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사내들의 눈은 이미 독한 술과 약물로 인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어이, 네스토르! 그 잘난 마드리드 유학파 미녀를 드디어 굴복시켰군! 저 도도한 눈빛 좀 봐, 살결이 아주 예술인데?”

 사내들이 거친 웃음소리를 내며 소피아를 향해 탐욕스럽고 가학적인 시선을 던졌다. 평생 청결하고 우아한 상류층의 사교계와 미술계에서만 자라온 소피아에게, 이 짐승 같은 사내들이 뿜어내는 가학적인 욕망의 냄새는 정신을 미쳐버리게 만드는 공포 그 자체였다. 그녀가 가꾸어온 지성과 교양은 이 밀실 안에서 아무런 보호막이 되지 못했다.

네스토르는 소피아를 사내들이 가득한 연회장 한복판 대리석 바닥으로 난폭하게 내팽개쳤다.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쓸린 하얀 무릎과 허벅지 피부가 시뻘겋게 짓물렀다.

“자, 소피아 대표. 우리 귀한 손님들에게 위스키를 한 잔씩 돌려봐. 고결한 척 서 있지 말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정성껏 기어가서 따라야 할 거야. 저기 묶여 있는 네 남편놈의 나머지 손가락들과 목숨줄이 오늘 밤 무사히 붙어있길 바란다면 말이지.”

 네스토르의 잔인한 지시에 소피아는 슬프게 눈을 감았다. 사방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블라우스 단추가 죄다 뜯겨 나가 하얀 살결과 속옷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 공포에 질려 바르르 떨고 있는 한 마리 사냥감에 불과했다. 거부하면 당장 옆방에서 디에고의 목이 잘릴 터였다. 소피아는 피눈물을 삼키며 대리석 바닥으로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바닥의 감촉이 그녀의 무릎을 타고 올라와 상류층으로서의 존엄성을 세포 단위로 짓밟았다.

그녀는 바닥을 기어가 사내들이 내미는 언더락 잔에 위스키를 채우기 시작했다.

“어디 상류층 미녀가 따라주는 술 맛 좀 볼까?”

 뚱뚱한 체구의 부패한 군 장성이 비열하게 웃으며, 술을 따르는 소피아의 얇은 허리를 거칠게 주물러 터뜨릴 듯 움켜쥐었다. 소피아는 역겨움에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뒤에서 머리채를 틀어쥔 히트맨의 손아귀 힘에 고개가 강제로 뒤로 꺾였다. 다른 사내가 그녀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마시다 만 독한 독주를 사정없이 들이부었다. 컥, 쿨럭! 매운 알코올이 식도를 찢듯 흘러내리며 소피아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짙은 눈화장이 번져 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엉망으로 더럽혀졌다.

“이야, 우는 모습도 아주 끝내주는데? 거물 끄나풀 마누라라 그런지 밑바닥에서 구르는 맛이 아주 색달라.”

 사내들은 조롱을 퍼부으며 소피아의 스커트 자락을 양쪽에서 거칠게 찢어발겼다. 허벅지 끝까지 속살이 완전히 노출되자, 밀실 안의 열기는 광기로 치달았다. 사내들은 담뱃재를 그녀의 맨살 위에 털어대며 자극적인 얼음물을 그녀의 등덜미로 쏟아부었다. 살을 에는 듯한 차가움과 가학적인 손길이 번갈아 밀려들 때마다 소피아는 신음조차 내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었다. 터진 입술에서 흘러내린 핏방울이 대리석 바닥의 위스키 얼룩과 섞여 끈적하게 변해갔다. 사내들이 조롱조로 던진 페소화 지폐 몇 장이 미녀의 엉망이 된 머리칼과 맨살 위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지옥 같은 광란의 파티가 끝났다. 사내들이 취해 떠난 밀실에는 찢겨 나간 실크 천 조각만을 겨우 걸친 채,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쓰러져 있는 소피아만이 남았다. 사방이 거울로 된 방 안에서 수십 개로 복제되어 비치는 자신의 얼굴은 짙은 화장과 눈물, 피가 뒤섞여 유령처럼 기괴했다. 외형은 여전히 과달라하라 최고의 미녀였으나, 그 안쪽은 이미 자아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도 남지 않은 채 시커멓게 타버린 인형과 다름없었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깔끔하게 총을 쏘아 죽여주는 비극이었다면 이토록 잔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죽고 싶어도 남편의 목숨이 인질로 잡혀 있어 죽지 못하는 삶. 카르텔의 대규모 금융 범죄 방패막이로서 낮에는 유령 법인의 서류에 사인을 하고, 밤이 되면 지하 밀실에서 짐승들의 장난감으로 영혼을 완전히 타살당해야 하는 이 잔인한 이중생활이야말로 그녀에게 내려진 평생의 형벌이었다.

 모든 것을 가졌던 과달라하라의 미녀 사업가 소피아는, 그렇게 사방이 거울로 막힌 타락한 새장 속에 갇혀 돌아갈 수 없는 지옥의 한복판으로 완벽하게 침잠해 가고 있었다. 깨어진 유리 파편 같은 드레스 자락 위로, 그녀가 흘리는 마지막 피눈물이 새벽의 냉기 속에서 서늘하게 얼어붙고 있었다.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소피아의 운명을 결정할 가혹한 갈림길입니다. 당신의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연재 줄거리로 이어집니다.

[선택 1]  살기 위해 바닥을 기며 술을 따른다 

[선택 2] 사내의 얼굴에 위스키를 끼얹고 반항한다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소피아의 잔혹한 운명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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