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잔혹사 아르헨티나편 #002] 로하스 가족의 몰락 – 외전 2화: 파트리시아 – 잊혀진 과거

로하스 가족의 몰락 – 외전 2화: 파트리시아 – 잊혀진 과거

오전 7시. 알람도 없이 파트리시아는 눈을 떴다.

천장은 회색이었다. 벽에는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철창 너머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아침 하늘이 보였다. 파란 하늘. 구름 한 점 없었다.

그녀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의 얼굴은 낯설었다. 주름이 깊게 패였고, 눈 밑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의 볼을 만져보았다. 거칠었다. 예전에는 하루 종일 관리하던 피부였다. 지금은 그냥 마른 종이 같았다.

그녀는 옷을 입었다. 검은색 속옷. 짧은 스커트. 싸구려 향수 냄새.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나이가 많은 70대 관리인의 목소리였다. 그는 이 업소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가끔 자신에게도 몸을 요구하고는 했다. 이 지역 물정에 밝은 토박이였고, 그를 채용한 것은 로드리고였다.

“파트리시아, 일어났어? 오늘 손님 일찍부터 있어.”

“…네.”

그녀는 대답했다. 목소리는 나지 않았다. 입술만 움직였다.

오전 9시. 첫 손님이 도착했다.

그는 50대의 남성이었다. 배가 나왔고, 머리는 벗겨지고 있었다. 옷은 지저분해 보이는 것이 밤새 노동을 하고 온 듯 했다. 그만큼  그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다.

“이름이 뭐요?”

“파트리시아예요.”

“나이는?”

“…”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남성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침대에 앉았다. 파트리시아는 그의 옆에 앉았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하지만 그녀는 참았다. 그녀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낮은 가격에 몸을 열어주고 있었다.  관리인은 가격을 물어보고, 마음에 안 들어서 나가는 손님들에게 값싼 여자가 있다고 하면서 데리고 오고 있었는데,파트리시아가 그 손님들을 맡고는 했다.

그가 그녀의 옷을 벗겼다.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에 금이 가 있었다. 그녀는 그 금을 따라 눈을 움직였다. 언젠가 마티아스가 집 천장을 고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가 직접 못을 박았다. “내가 다 할 수 있어.” 그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남성이 일어났다. 그는 침대 옆에 돈을 놓았다. 몇 장의 지폐. 그가 방을 나갔다.

파트리시아는 일어나서 화장실로 갔다. 그녀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멍 자국. 새파란 멍. 언제 생겼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낮 12시. 점심 시간.

파트리시아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거기에는 다른 여성들이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그녀보다 젊었고, 일부는 그녀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들은 각자 음식을 받아 조용히 먹었다.

“파트리시아, 너 옛날에 어떻게 살았어?”

한 젊은 여성이 물었다. 그녀는 스무 살도 안 되어 보였다.

“…”

“듣자니까, 너 옛날에 부자였다며? 진짜?”

“…그랬어.”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파트리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숟가락만 입에 넣었다. 수프는 싱거웠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옛날에 어떻게 살았더라. 아침에 일어나면, 하인이 커피를 준비했다. 그녀는 거실 소파에 앉아 창밖 정원을 바라보았다. 장미가 피어 있었다. 이사벨라는 학교에 갔고, 카밀라는 친구들과 파티를 준비했고, 소피라는 거울 앞에서 옷을 골랐다. 마테오는 늦잠을 잤다.

마티아스는 아침 일찍 출근했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는 미소 지었다. 완벽한 가정. 완벽한 삶.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오후 2시. 두 번째 손님.

이번에는 두 명이 함께 왔다. 그들은 친구 사이인 것 같았다. 술 냄새가 났다.

“이년, 나이 들었네. 그래도 몸매는 괜찮아.”

한 남성이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다른 남성은 침대에 누워 그들을 지켜보았다.

파트리시아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저항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그들이 그녀의 몸을 만질 때, 그녀는 다른 생각을 했다. 이사벨라의 어린 시절. 그녀가 처음 학교에 간 날. 작은 책가방을 메고, 두 개의 포니테일을 하고. “엄마, 나 갔다 올게.” 그녀의 목소리가 생생했다.

“야, 집중해!”

남성이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파트리시아는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낯선 얼굴. 낯선 손. 낯선 모든 것.

“미안합니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오후 6시. 세 번째 손님.

그는 말이 없었다. 조용히 들어와서, 조용히 일을 하고, 조용히 나갔다. 파트리시아는 그가 누군지 몰랐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가 나간 후, 그녀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카밀라는 지금 어디 있을까. 그녀도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을까. 아니면 더 나쁜 곳에 있을까. 소피아는. 그녀는 로드리고의 골방에서 울고 있을까. 이사벨라는. 그녀는 저택에 갇혀 아이를 배고 있을까.

마티아스는 작은 원룸에서 혼자 저녁을 먹고 있을까.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눈물을 닦지 않았다.

밤 10시. 네 번째 손님.

그녀는 더 이상 세지 않았다. 몇 번째인지. 누구인지. 그녀는 그저 누워 있었다.

그가 일을 마치고 나갔다. 파트리시아는 일어나서 샤워를 했다. 뜨거운 물이 그녀의 몸을 적셨다. 그녀는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멍 자국. 주사 바늘 자국. 흉터.

그녀는 옷을 입고 침대에 누웠다. 내일도 또 같은 하루가 반복될 것이다. 손님. 돈. 마약. 침묵.

그녀는 생각했다. 언젠가 이 지옥에서 나갈 수 있을까. 아마 평생 못 나갈 것이다. 이미 늦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마티아스…”

그녀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대답은 없었다.

다음으로

목록으로 (클릭)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