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새벽의 단두대
총성이 남긴 거대한 파열음은 사방이 굳어버린 조타실의 철벽을 수없이 부딪치며 고막이 찢어질 듯한 이명을 남겼다. 방금 민우의 소총에서 뿜어져 나온 탄환에 맞아 복도 바닥으로 쓰러진 첫 번째 침투조 괴한의 신체 아래로, 검붉은 핏물이 누런 카펫의 틈새를 따라 무섭게 번져나갔다. 화약 연기의 매캐한 탄내가 에어컨이 끊긴 좁은 선교 내부를 가득 채우자,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갈증이 다시 한번 민우의 이성을 송곳처럼 찔러 깨웠다. 그의 오른손은 여전히 소총의 권총 손잡이를 손가락 살점이 으스러져라 움켜쥐고 있었고, 왼손은 선장의 머리칼을 움켜쥔 채 깨진 창틀의 날카로운 유리 모서리 바짝 밀어붙여 고정하고 있었다.
복도 너머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두 번째 침투조 괴한은 문틈 사이로 뿜어져 나온 유학생의 무자비한 화력과, 자신들의 절대적인 볼모여야 할 선장이 피떡이 된 채 인간 방패로 서 있는 미친 풍경 앞에 완전히 발걸음을 멈추었다. 전문적인 전투 훈련을 받은 용병들이었으나, 지금 조타실을 장악하고 있는 존재가 보여주는 살기는 자신들이 평소 다루던 나약한 민간인이나 가축처럼 부려 먹던 노동자들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생존에 대한 미련을 완벽하게 버린 채, 가해자가 짜놓은 이 잔혹한 해상 감금 카르텔의 파멸만을 위해 스스로 단두대의 줄을 당기려는 완벽한 독종의 광채였다. 복도 벽면에 스치는 괴한의 장비 마찰음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이 깨진 유리창 사이로 새어 드는 새벽빛 속에서 흐릿하게 포착되었다.
민우는 선장의 척추 중심부에 소총 개판을 더욱 강하게 박아 넣으며, 깨진 창문 틈새로 고개를 살짝 들어 우현 외해의 풍경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호르무즈 해협의 수평선 저편에서 마침내 핏빛처럼 붉고 짙푸른 새벽녘의 광선이 서서히 떠오르며, 어둠에 가려져 있던 두 거대한 고철 선박의 실루엣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카스피호의 우현에 바짝 밀착해 있던 상대 카르텔의 불법 물류선 갑판 위는 이미 완벽한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자신들이 자랑하던 최첨단 야간 고글 침투조가 배 밑바닥 지하 격실의 완전한 암흑 미로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가, 맨손으로 일어선 선원들의 철봉과 스패너 기습 앞에 비명을 지르며 사냥당하는 소리가 사설 위성 무전기 스피커를 통해 실시간으로 폭발했기 때문이다.
저편 선박 상부에 거치된 대구경 중기관총의 사수 역시 조타실 창틀에 묶여 있는 선장의 거구 때문에 감히 추가 사격 명령을 내리지 못한 채, 방당쇠 위에 손가락을 얹은 채 허공만을 맴돌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카스피호의 주도권은 가해자들의 손에서 완벽하게 탈취되어, 사슬을 끊어낸 노동자들의 거친 독기 속으로 무겁게 장전되어 가고 있었다. 선장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소총의 차가운 금속성과, 창밖에서 자신을 구출하지 못해 안달이 난 동료 브로커들의 무기력한 움직임을 바라보며 이빨 사이로 시큼한 핏물을 뱉어냈다. 평생을 공해상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저당 잡고 포식자로 군림해 왔던 야수의 제국이, 자신들이 가장 나약하게 부려 먹으려 했던 한국인 인턴 한 명의 손에 의해 가장 처절하게 붕괴되어 가는 매듭이었다.
“유학생… 네놈이 내 대가리를 날리고 이 배를 통째로 가라앉힌다 해도, 저 카르텔 녀석들이 네놈과 그 바보 같은 선원들을 살려둘 것 같나?”
선장은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어떻게든 민우의 심리적 균열을 만들어내기 위해 비열한 가스라이팅을 멈추지 않았다.
“계류 로프를 끊어버리면 이 배는 호르무즈 해협의 거친 조류에 휘말려 이란 영해로 쓸려 가거나 암초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날 거다. 나와 타협해라. 지금이라도 무전을 켜고 발전기를 돌리라고 명령하면, 내가 너와 네 동기 찬우 녀석만큼은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위성 비행기 표와 돈을 쥐여 주마. 무법지대의 제왕이 하는 마지막 제안이다.”
가해자들의 전형적인 회유 전술이었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다면 그 거대한 조직의 위협과 달콤한 탈출의 조건 앞에 순간적으로 손가락의 힘이 풀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우는 이미 인간의 영혼이 바닥까지 긁혀 나가는 연옥을 통과했고, 찬우의 뼈가 부러지며 갑판을 피로 물들이던 불타는 화요일의 오후를 눈동자 깊숙이 새겨둔 상태였다. 더 이상의 위선적인 협박이나 비열한 타협안은 그의 얼어붙은 심장을 단 1밀리미터도 흔들지 못했다. 민우는 오히려 소총을 쥔 오른손에 더욱 강력한 쇠줄 같은 힘을 주며 선장의 가슴 정중앙으로 조준점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고정했다.
“선장, 아직도 네가 이 장기판의 주인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이네.”
민우의 목소리는 낮고 서늘했으며, 지독한 갈증으로 인해 심하게 찢겨 있었지만 기묘할 정도로 정교한 파괴력을 품고 있었다.
“내가 말했지. 나는 무사히 도망쳐서 평범한 복학생으로 돌아갈 생각 따위 처음부터 버렸다고. 배 밑바닥 빌지 웨이 격벽 깊은 곳에 위장해 둔 우리 선원들의 여권 가방과, 너희가 저지른 모든 인신매매와 불법 화물 거래의 증거가 담긴 진짜 항해 일지는 이미 내 손안에 있어. 네놈이 자랑하던 그 거대한 카르텔의 이름이 지상에 발을 들이는 순간 완벽하게 온 문명 세계의 법정 앞에 매장당할 유일한 단서들이지. 이제 이 배에서 내리는 규칙은 너희 포식자들의 언어가 아니라, 사슬을 끊고 일어선 우리들의 복수뿐이다. 복도에 숨어 있는 사냥개에게 당장 무전으로 전해라. 손에 쥔 무기를 조타실 안쪽으로 던지고 맨손으로 무릎을 꿇지 않으면, 네놈의 마지막 비명과 함께 이 카스피호의 해수 밸브가 가장 먼저 열리게 될 거라고.”
민우의 완벽한 파멸의 선언이 조타실 내부의 박살 난 유리 파편들 위로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 선장의 거구는 마침내 자신 앞에 서 있는 존재가 협박을 하는 나약한 인간이 아니라, 자신들을 통째로 지옥의 밑바닥으로 끌고 내려가 논개처럼 뛰어들 준비가 끝난 완벽한 야수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선장은 짚은 침을 삼키며 복도를 향해 핏대를 세우며 아랍어로 다급하게 비명을 질렀다. 당장 소총을 버리고 뒤로 물러서라는, 포식자로서의 모든 권위가 완벽하게 거세된 처절한 단발마였다. 복도 너머에서 대기하던 두 번째 감시원의 소총이 철판 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지며 내는 서늘한 마찰음이 조타실 내부로 고요하게 기어 올라왔다.
동시에 조타실 구석의 유선 인터콤 전화기에서 다시 한번 지르르하는 기계음이 울렸다. 민우는 선장의 목덜미를 구두굽으로 확실하게 짓누른 채 바닥을 기어가 수화기를 낚아채 귀에 대었다. 수화기 너머로 보조 발전기의 진동 대신 거친 숨소리와 함께 승전보를 전하는 늙은 기관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학생! 내 말 들리나! 지하 3번 격실과 엔진룸으로 진입했던 적들의 침투조는 선원들이 완전히 제압했다! 놈들의 무기와 야간 장비는 전부 우리 아이들이 장착했고, 피투성이가 되었던 찬우 녀석도 안전하게 보조 격실로 이송해 응급처치를 끝냈다! 이제 갑판 위에는 사슬을 끊어낸 우리 선원들이 적들의 소총을 쥔 채 우현의 물류선을 포위하고 있어! 네놈이 조타실에서 선장의 목줄을 쥐고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이 무법지대의 철판 제국을 우리가 완벽하게 뒤엎어버렸다!”
기관장의 다급하면서도 묵직한 보고는 카스피호 전역의 전황이 완벽하게 전복되었음을 알리는 위대한 신호탄이었다. 민우는 인터콤 수화기를 꽉 쥔 채, 박살 난 조타실 전면 유리창 너머로 떠오르는 호르무즈 해협의 푸른 새벽빛을 가만히 응시했다. 은빛으로 일렁이는 페르시아만의 거친 파도는 더 이상 자신들을 가두던 잔혹한 밀실의 벽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해자들이 쌓아 올린 추악한 카르텔의 제국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사슬을 끊어낸 독종 유학생과 노동자들이 지상을 향해 당당하게 진격할 거대한 해방의 활로였다.
민우는 소총을 다시 고쳐 잡으며, 발밑에서 피를 흘리며 기회를 노리던 선장의 머리칼을 움켜잡아 조타실 한가운데로 거칠게 끌고 나갔다. 손가락 사이로 검은 쇳가루와 선장의 핏물이 뒤섞여 흘러내렸지만, 그의 눈동자 속에서 타오르는 생존의 집념과 반항의 시나리오는 이제 그 어떤 거대한 카르텔이라 할지라도 결코 막아서지 못할 파멸의 종착지를 향해 거침없이 방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었다. 망망대해 위 완벽하게 은폐되어 있던 카스피호의 해상 잔혹사는, 스스로 괴물이 되어 가해자들의 목줄을 쥔 독종 유학생 민우의 위대한 승전보와 함께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엔딩의 막을 거칠게 열어젖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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