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반항의 대가
핌은 지하실에 갇힌 지 일주일째가 되었다.
아누챗 경감의 배신 이후, 타닌은 그녀를 가장 깊은 곳에 가둬버렸다. 그곳은 이전의 지하실보다 훨씬 더 나빴다. 바닥은 흙이었고, 벽은 축축했다. 쥐가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한쪽 구석에는 화장실 대신 양동이가 하나 놓여 있었다.
하루에 한 끼. 빵과 물. 가끔 수프가 나왔지만, 거의 맹물에 가까웠다.
핌은 점점 야위어 갔다. 갈비뼈가 드러났다. 머리카락은 엉켰고, 피부는 창백해졌다. 그녀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울 힘조차 없었다.
타닌은 가끔 직접 찾아왔다. 그녀를 조롱했다.
“핌 씨, 반항하는 기분이 어때요? 좋아요?”
핌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면 더 때렸기 때문이다.
“이제 알겠죠? 여기서 함부로 행동하면 어떻게 되는지. 당신은 우리의 규칙을 어겼어요.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거예요.”
타닌은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짓 하지 마. 다음에는 죽음으로 벌하겠어.”
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미 말을 잃었다. 아니, 말할 필요를 잃었다.
이틀 후, 니차가 지하실에 내려왔다.
그녀는 핌의 상태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핌… 미안해… 내가 말렸어야 했는데…”
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니차는 작은 빵 조각을 핌에게 건넸다.
“이거 먹어. 힘내.”
핌은 빵을 받았다. 씹었다. 아무 맛이 나지 않았다.
“니차… 나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모르겠어. 하지만 포기하지 마.”
“포기… 이미 포기했어.”
핌은 눈을 감았다. 니차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가 도와줄게. 다시 한 번만 시도해보자.”
“어떻게? 아누챗은 이미 배신했어.”
“다른 방법이 있어. 내가 아는 기자가 하나 있어. 타닌의 조직을 오랫동안 취재해온 사람이야.”
핌은 눈을 떴다. 희미한 빛이 다시 들어왔다.
“그 기자를 믿을 수 있어?”
“아누챗보다는 훨씬 나을 거야. 그는 이미 몇 건의 부패 사건을 폭로한 베테랑 기자야.”
핌은 고민했다. 다시 한 번 도박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알겠어. 해볼게.”
며칠 후, 니차는 기자와의 연락을 성사시켰다.
기자의 이름은 솜차이. 방콕의 유력 일간지에서 근무하는 베테랑 기자였다. 그는 타닌의 조직에 대해 오랫동안 취재해왔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기사를 쓰지 못하고 있었다.
니차가 핌의 증언을 전하자, 솜차이는 즉시 관심을 보였다.
“그녀가 직접 증언할 수 있나요?”
“아직은 위험해요. 타닌이 그녀를 감금하고 있어요.”
“그럼 증거는? 혹시 사진이나 문서는?”
“있어요. 하지만 타닌에게 빼앗겼어요. 다시 확보해야 해요.”
솜차이는 잠시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도와드리죠. 하지만 조심해야 해요. 타닌의 조직은 경찰 내부까지 장악하고 있습니다.”
니차는 솜차이의 연락처를 받아 핌에게 전달했다.
다음 날, 핌은 기회를 잡았다. 타닌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그녀는 몰래 전화를 걸었다.
“솜차이 기자님? 저는 핌이라고 합니다.”
“네, 니차 씨에게 들었어요. 상황이 어떤가요?”
“저는 지금 지하실에 갇혀 있습니다. 하지만 증거를 다시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무슨 방법인데요?”
“타닌의 사무실에 제가 숨겨둔 복사본이 있습니다. 그쪽으로 접근할 수만 있다면…”
“위험합니다. 하지만 제가 도와드리죠. 경찰 내에서 제 편이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핌은 희망을 되찾았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믿었다.
사흘 후, 핌은 지하실에서 풀려났다.
타닌은 그녀가 더 이상 반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다시 원래 방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철저한 감시 아래 있었다.
핌은 조용히 행동했다. 그녀는 규칙을 잘 지켰다. 마치 완전히 순응한 것처럼 행동했다. 타닌은 그런 그녀를 보고 만족했다.
며칠 후, 기회가 왔다. 타닌이 중요한 미팅으로 자리를 비운 것이다. 핌은 그 틈을 타 타닌의 사무실로 향했다. 경비원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그녀는 사무실에 들어가 책상 아래에 숨겨둔 작은 USB를 꺼냈다. 거기에는 타닌의 거래 내역, 피해자 명단, 그리고 경찰 내부 연락망이 담겨 있었다.
핌은 USB를 품에 숨기고 방으로 돌아왔다.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그녀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날 밤, 그녀는 니차를 통해 USB를 솜차이 기자에게 전달했다.
일주일 후, 솜차이 기자의 기사가 세상에 나왔다.
제목은 〈방콕의 가짜 낙원: 하이소 타닌의 어둠〉 .
기사에는 타닌의 프라이빗 금융 사업, 고리대금, 마약 유통, 성착취, 그리고 경찰 내부 유착까지 상세히 보도되었다. 핌의 증언과 USB 속 증거들이 생생하게 실렸다.
방콕 전체가 떠들썩했다.
SNS에서는 즉시 논란이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타닌을 비난했고,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찰청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습니다. 연루된 경찰관이 있을 경우, 엄중 처벌할 것입니다.”
타닌은 처음에는 태연했다. 하지만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자, 그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며칠 후, 경찰은 타닌의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타닌은 그 자리에서 체포되었다. 그의 변호사는 “억울하다”고 주장했지만, 증거가 너무 많았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타닌의 삼촌(사립대 이사장)과 경찰 내부 연루자들도 줄줄이 체포되었다.
핌은 이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방에 혼자 있었다. 니차가 와서 말했다.
“핌, 해냈어. 타닌이 잡혔어.”
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창밖을 바라보았다. 철창 너머로 하늘이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맑은 하늘이었다.
그녀는 눈물이 났다.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나… 자유야?”
“아직 아니야. 하지만 곧 그렇게 될 거야.”
니차는 핌을 껴안았다.
며칠 후, 경찰이 조직의 건물을 급습했다. 핌과 다른 여성들은 구조되었다. 그녀는 경찰서에서 진술을 하고, 임시 보호 시설로 옮겨졌다.
보호 시설에서, 핌은 상담을 받았다.
상담사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닦았다.
“핌 씨, 잘 견뎠어요. 이제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차례예요.”
“저… 다시 학교에 갈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출라롱코른 대학교에서도 당신의 사정을 이해하고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핌은 고개를 끄덕였다.
몇 주 후, 그녀는 엄마, 아빠와 재회했다. 엄마는 그녀를 보자마자 울었다.
“핌아… 너 많이 야위었구나…”
“엄마, 미안해요. 걱정 끼쳐서.”
“아니야. 너는 잘못한 게 없어. 엄마가 더 일찍 찾아올 걸 그랬어.”
핌은 엄마를 껴안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따뜻함이었다.
그날 밤, 핌은 보호 시설의 작은 방에 혼자 누워 있었다. 창밖으로 달이 보였다. 철창은 없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로안나처럼. 그녀도 버텼다. 그리고 마침내 자유를 얻었다.
핌은 눈을 감았다. 내일이 온다. 그녀는 그 내일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