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사슬에 묶인 백조
오후 3시 30분. 호찌민 1군의 랜드마크 빌딩 스카이라운지 내부에는 얼음처럼 서늘한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최고급 아오자이를 우아하게 차려입은 흐엉은 테이블 위에 놓인 태블릿 PC의 금융 스크린을 차분한 손길로 넘겼다. 그녀의 맞은편에는 호찌민 신도시 개발 자금의 실권을 쥔 베트남 정·재계의 거물, 투자청의 고위 간부들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었다. 그 누구도 그녀가 제시한 자산 관리 포트폴리오의 이면에 탕의 유령 시행사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프랑스 유학파 출신이자 호찌민 최고의 자산관리사라는 ‘흐엉’의 이름 석 자가 가진 신뢰도가 너무나 완벽했기 때문이다.
“국장님, 이번 펀드에 투자청의 유동 자금 500억 동(한화 약 27억 원)을 위탁하시는 것은 단순한 투자가 아닙니다. 금융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합법적으로 자본을 세탁하고 장부 외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제 커리어를 걸고 보증하죠.”
도도하고 거침없는 엘리트의 목소리. 하지만 테이블 아래로 내린 흐엉의 두 손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채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500억 동이라는 대규모 금융 사기극이 성사되는 순간, 그녀는 평생 쌓아온 모든 커리어를 잃고 탕의 거대한 범죄 방패막이로 영원히 묶이게 될 터였다. 당장이라도 이 사기 계약서를 찢어버리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불과 한 시간 전 Zalo 메신저로 전송된 병실 사진이 그녀의 발목에 묵직한 족쇄를 채우고 있었다.
사진 속에는 탕의 부하들에게 린치를 당해 오른손 손가락뼈가 처참하게 부러진 채 병상에 누워있는 연인 ‘민’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침대 머리맡에 앉아 비열하게 웃고 있던 브로커 남 실장의 얼굴까지. 3화에서 자존심을 버리고 민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흐엉은 이 지옥 같은 악몽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의 괴물들은 더 잔인했다. 탕은 민을 인질로 삼아 흐엉의 목을 더 잔인하게 죄어왔고, 30억 동의 사채 빚과 리스크는 단 1그램도 줄어들지 않은 채 동일한 지옥으로 그녀를 압박했다.
“흐엉 수석의 안목을 믿고 500억 동의 집행을 승인하지. 대신,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사적으로 아주 깊은 축하의 밤을 보내야겠어.”
“…과찬이십니다, 국장님. 그 성대한 밤은 제가 완벽하게 모시겠습니다.”
계약서 위에 도장이 찍히는 순간, 흐엉은 가슴 한구석이 통째로 뜯겨 나가는 비명을 삼켰다. 미팅이 끝나고 간부들이 떠나자마자, 흐엉은 화장실로 달려가 문을 잠그고 피를 토하듯 오열했다. 낮에는 수백억의 돈을 주무르는 고결한 자산관리사의 가면을 쓰고 웃어야 하고, 밤에는 병실에 누운 연인의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조폭의 피 묻은 돈을 세탁해야 하는 처절한 이중생활. 올바른 선택을 내렸음에도 현실의 덫은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
오후 5시, 흐엉은 병원으로 가겠다는 비서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호찌민 5군의 초입에 있는 축축하고 음습한 차이나타운(초론)의 약재 골목으로 향했다. 오토바이 매연과 정체 모를 약재 비린내가 진동하는 무법지대. 흐엉은 미리 은밀하게 선이 닿은 한 허름한 전당포의 뒷문을 두드렸다. 그녀의 손에는 거액의 생현금 가방이 들려 있었다.
“치사량이다. 음료에 타면 맛도, 냄새도 없어서 10분 뒤에 완벽한 심장마비로 위장할 수 있지.”
눈이 먼 노파가 탁자 위에 올려놓은 작은 갈색 유리병. 그것은 무색무취의 강력한 신경 마비 독극물이었다. 탕의 위협은 동일했고, 민의 목숨은 경각에 달해 있었다. 탕을 죽이지 않으면 민도, 자신도 영원히 가축처럼 빨아 먹히다 버려질 것이 뻔했다. 흐엉은 독약 병을 정장 소매 깊숙한 곳에 숨기며, 온몸을 휘감는 서늘한 살기를 느꼈다.
밤 11시. 호찌민 1군의 최고급 레지던스 45층 펜트하우스.
통유리창 너머로 호찌민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피처럼 번뜩이는 밀실 안, 조폭 두목 탕이 실크 가운을 걸친 채 소파에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고가의 위스키와 얼음 버킷이 세팅되어 있었다. 흐엉이 들어서자 탕은 만족스러운 사냥꾼의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어서 와라, 나의 백조. 오늘 투자청 돈 500억 동을 완벽하게 입금시켰더군. 역시 당신은 내 최고의 복덩이야. 자, 우리 사업의 대성공을 축하하며 아주 특별한 ‘축배’를 들어야지?”
탕은 흐엉의 허리를 거칠게 끌어당기며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역겨운 시가 연기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흐엉은 얼음처럼 굳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회장님, 축배는 제가 직접 준비한 위스키로 올려야지요.”
흐엉은 소매 속 독약 병을 움켜쥔 채, 바 카운터로 향했다. 탕은 흐엉이 민의 목숨 때문에 완전히 굴복했다고 확신하며, 아무런 의심 없이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다.
“그래, 당신이 따라주는 술이라면 그 안에 독약이 들었어도 기꺼이 마셔주지.”
탕이 던진 농담 한마디가 흐엉의 심장을 송곳처럼 꿰뚫었다. 순간적으로 펜트하우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위스키 잔을 쥔 흐엉의 다섯 손가락이 사정없이 바르르 떨렸다.
여기서 흐엉은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잔혹한 갈림길에 마주한다. 탕의 위협과 공포는 동일하지만, 연인 민을 지키기 위해 이 독을 잔에 털어 넣어 악마의 숨통을 끊어버릴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순간 몰려오는 절대적인 두려움에 무릎을 꿇고 독약을 숨긴 채, 탕의 영원한 금융 노예로 살아갈 것인가. 크리스탈 잔에 위스키가 담기는 날카로운 마찰음 속에서, 그녀의 선택을 기다리는 운명의 초침이 째깍거리며 흘러가고 있었다.
당신의 선택은? (최종 분기점)
흐엉의 운명을 결정할 가혹한 갈림길입니다. 당신의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연재 줄거리로 이어집니다.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흐엉의 잔혹한 운명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