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의 그림자 미국편 #003] 헌납 – 3화: 마지막 의식이라는 이름

3화: 마지막 의식이라는 이름

매담 루스의 상담소에 도착했을 때, 현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미셸은 벨을 누르고 잠시 기다렸다. 평소에는 곧바로 열리던 문이었다. 오늘은 1분이 넘게 지나서야 문이 열렸다. 매담 루스는 그녀를 보자 조용히 미소 지었지만, 그 미소에는 무언가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미셸, 들어와요. 오늘은 당신 혼자군요. 그게 오히려 나아요.”

방 안은 평소와 달랐다. 제단 위에는 촛불이 일곱 개가 아니라 열두 개가 켜져 있었다. 바닥에는 흰 천이 깔려 있었고, 천 위에는 알 수 없는 기호들이 붉은 잉크로 그려져 있었다. 공기 중에는 유향과 몰약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다. 미셸은 그 냄새에 잠시 현기증을 느끼며 문틀에 손을 짚었다. 매담 루스는 그녀의 팔을 부드럽게 잡아 의자로 이끌었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의식이 될 거예요. 지금까지 중 가장 큰 의식이죠. 이 의식이 끝나면, 어머니의 영혼은 완전히 평안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완전히… 떠나실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가가 필요해요. 영적 세계의 법칙은 이승과 다르지 않아요. 큰 은혜에는 큰 헌납이 필요하죠.”

매담 루스는 탁자 위의 봉투를 집어 올렸다. 미셸이 들어올 때 내려놓은 봉투였다. 그녀는 봉투를 열지 않고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마치 무게를 가늠하는 듯이. 그런 다음, 그녀는 봉투를 탁자 위에 다시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이 미셸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어머니의 영혼을 완전히 이승에서 풀어드리려면, 마지막 의식에 필요한 금액이 있어요.”

“얼마나… 필요한데요?”

“15,000달러입니다.”

방 안의 공기가 멈추는 듯했다. 미셸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녀의 체킹 계좌에는 이제 800달러가 남아 있었다. 대학 학자금 통장은 이미 바닥난 지 오래였다. 신용카드 한도도 이제 1,000달러가 전부였다.

“그 정도 금액은… 지금 당장은 어려워요. 제가 가진 돈은 거의 다…”

“당신은 가진 게 많아요, 미셸. 당신이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에요.”

매담 루스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미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

“당신의 집이 있어요. 12년 동안 갚아온 그 집. 모기지 재융자를 받으면 2만 달러는 충분히 나올 거예요. 당신의 차도 있고요. 5년 된 혼다 오딧세이. 중고차 딜러한테 팔면 5,000달러는 받을 수 있겠죠. 당신 어머니가 남겨주신 보석들. 진주 목걸이, 금반지. 합치면 3,000달러 정도. 그리고 당신의 결혼 반지. 그건 감정적인 가치가 크니까 굳이 팔 필요는 없겠지만.”

미셸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결혼 반지를 감쌌다. 매담 루스는 그녀의 손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녀가 미셸의 자산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꿰고 있다는 사실이 미셸의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그녀는 이 여자에게 자신의 재정 상태를 상세히 알려준 적이 없었다. 모기지 잔액도, 차량 연식도, 어머니의 보석 목록도.

“어떻게… 그런 것까지…”

“어머니가 말씀해주셨어요.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당신이 이 의식을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것을. 어머니는 당신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세요. 그리고 당신이 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계세요.”

매담 루스는 미셸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손은 차갑고 건조했다.

“당신이 지금 망설이는 건, 당신의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어머니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이 정도 대가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당신의 집, 당신의 차, 당신의 보석. 그 모든 것은 결국 물질일 뿐이에요. 하지만 어머니의 영혼은 영원한 거예요. 그 가치를 저울질할 수 있나요?”

“하지만… 마이클 없이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없어요.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돈이 아니라고요.”

“마이클. 항상 마이클이 문제군요. 당신의 남편은 당신이 무언가를 결정할 때마다 발목을 잡아왔어요. 당신이 어머니를 진정으로 보내드리려는 이 순간에도, 그는 당신의 적이에요. 당신은 그걸 아직 모르나요?”

매담 루스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그녀는 미셸의 손을 더 꽉 잡았다.

“지난 의식에서 어머니가 말씀하셨죠. 그가 당신의 모든 것을 빼앗고 있다고. 그는 당신의 슬픔도, 당신의 신앙도, 당신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도 이해하지 못해요. 그는 그저 당신을 통제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런 사람에게 당신의 마지막 효도를 맡길 건가요?”

“나는… 마이클을 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그는 내 남편이고, 아이들의 아버지예요.”

“물론이죠. 당신은 착한 사람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그가 당신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나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당신 혼자였잖아요. 그는 시애틀에 있었고, 당신은 혼자 DNR 서류에 서명했어요. 그리고 지금, 당신이 이렇게 힘들어하는데도 그는 ‘그만해’라는 말만 반복하죠. 그게 사랑인가요?”

미셸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매담 루스의 말이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마이클은 그 자리에 없었다. 마이클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마이클은 그녀의 길을 막고 있었다. 그 생각들은 낯설었지만,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편안했다. 모든 게 마이클 때문이라면, 그녀는 자신을 탓하지 않아도 되니까.

“시간을 좀 주세요. 돈을 마련할 방법을 찾아볼게요.”

“물론이죠. 하지만 기억하세요, 미셸. 매일매일이 어머니에게는 고통의 시간이에요. 당신이 망설이는 동안, 어머니는 계속해서 저편에 갇혀 계세요. 그리고 그 고통은 당신의 남편이 연장하고 있는 거예요. 그가 당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한, 어머니는 영원히 떠나지 못할 거예요.”

상담소를 나서며 미셸은 핸드폰을 꺼내 은행 앱을 열었다. 잔고는 800달러. 그녀는 앱을 닫고 차에 올랐다. 대시보드의 성모상 스티커는 이제 완전히 바래 있었다. 그녀는 시동을 걸지 않고, 그저 핸들을 잡은 채 앉아 있었다. 15,000달러. 그녀는 그 숫자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숫자를 마련하는 방법은, 그녀가 지금까지 생각해온 어떤 것보다 더 극단적인 선택을 요구하고 있었다. 집을 담보로 한 대출. 마이클의 서명 없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마이클을 설득해야 했다. 아니면, 마이클 없이 진행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현관문 앞에는 낯선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오래된 포드 세단. 미셸은 차에서 내리며 운전석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그 순간, 현관문이 열리고 마이클이 나왔다. 그의 뒤로 에이미가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로, 낯선 여자가 한 명 서 있었다. 40대 초반의 흑인 여성.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미셸, 이분은 아동보호국 케이스워커야.”

마이클의 목소리는 무덤덤했지만, 그의 눈빛은 그녀를 향한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셸은 현관 앞에 멈춰 섰다. 아동보호국이라는 말이 그녀의 가슴을 관통했다. 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모든 선택들이 마치 도미노처럼 무너져내리며 이 문 앞에 도달한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 한구석에서는 매담 루스의 목소리가 속삭이고 있었다. “이것도 시험이에요. 당신의 믿음을 시험하는 거예요.”

“무슨… 무슨 일이에요?”

“학교에서 신고가 들어왔어. 에이미가 최근 두 달 동안 급격히 성적이 떨어지고, 상담 선생님과 면담에서 ‘엄마가 집에 거의 없다’고 말했다고. 그리고 앤디는 지난주에 축구 연습 끝나고 집에 아무도 없어서 두 시간 동안 벤치에 앉아 있었다고.”

케이스워커가 한 걸음 다가왔다. 그녀의 표정은 사무적이었지만,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미셸 마르티네즈 씨, 저는 켈리 존슨입니다. 지금 당장 문제를 삼으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저희가 확인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어요. 아이들의 기본적인 생활이 제대로 돌봐지고 있는지, 식사는 제때 제공되고 있는지, 그리고 부모님 두 분 다 양육에 참여하고 계신지.”

“물론이에요. 나는 항상 아이들을…”

“엄마, 지난주 목요일에는 나 혼자 저녁 먹었어.”

에이미가 고개를 들지 않은 채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 큰 비난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지지난주에는 앤디가 감기 걸렸는데, 엄마는 집에 없었어. 아빠가 회사에서 일찍 퇴근해서 앤디를 병원에 데려갔어. 엄마 핸드폰은 계속 꺼져 있었고.”

미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날 어디에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매담 루스의 상담소에서 특별 의식을 받고 있었다. 핸드폰을 꺼놓으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전화도 받지 못했다. 그녀는 그날 의식이 끝난 후 느꼈던 평온함을 떠올렸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던 그 순간의 감동을. 하지만 지금 그녀의 딸은 그 평온함의 대가를 말하고 있었다.

“저는… 그날 꼭 해야 할 일이 있었어요.”

“무슨 일이 그렇게 중요했는데요?”

케이스워커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미셸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이 낯선 사람에게 설명할 수 없었다. 아니,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에이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지만, 그 끝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엄마는 요즘 매일 교회도 아닌 어디론가 가. 집에 오면 내 얼굴도 안 보고 바로 방으로 올라가. 나 학교에서 밴드 솔로 연습하느라 힘들어도, 엄마는 한 번도 안 왔어. 작년에는 맨 앞줄에서 비디오 찍었으면서.”

케이스워커는 작은 노트북을 꺼내 무언가를 적었다. 미셸은 그 펜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두 개의 목소리로 분열되어 있었다. 하나는 아이들을 안고 사과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매담 루스의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들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마르티네즈 씨, 제가 오늘 여기 온 건 경고나 협박이 아니에요. 도움을 드리려는 거예요.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상황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아요. 아이들의 기본적인 돌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신호가 여러 개 있어요.”

“나는… 나는 잠시 힘들었을 뿐이에요.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이해합니다. 상실의 슬픔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죠.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도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에요. 오늘은 이것만 말씀드리고 갈게요. 2주 후에 다시 방문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상황이 나아지길 바랄게요.”

케이스워커는 미셸에게 명함을 건네고, 마이클에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차에 올라 떠났다. 그녀의 차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현관 앞의 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마이클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분노가 아니었다. 그저 지친, 너무 지쳐서 감정조차 소모해버린 사람의 목소리였다.

“이제 알겠어? 당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우리 아이들을 빼앗길 수도 있어. CPS가 개입하면, 우리가 무슨 일을 당할지 알아?”

“나는… 그런 뜻이 아니었어…”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당신은 매일같이 그 여자한테 가서 돈을 갖다 바치고, 아이들은 혼자 저녁을 먹고, 감기 걸려도 병원에 못 가고, 벤치에서 두 시간씩 기다리고. 그런데도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마이클은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당신이 CPS에 설명해. 나는 이제 지쳤어.”

미셸은 현관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케이스워커의 명함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명함을 핸드백에 넣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앤디가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들어가자 앤디는 고개를 들었다. 그 눈빛에는 더 이상 “엄마 이상해”라는 말이 없었다. 그 말조차 포기한 듯한 눈빛이었다.

미셸은 소파에 앉아 앤디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닿기 직전, 앤디는 몸을 살짝 움직여 그녀의 손길을 피했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미셸은 그 움직임이 말해주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녀의 아들은 이제 그녀의 손길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거두고 핸드백 속의 부적을 만졌다. 붉은 천의 감촉이 손가락에 닿았다. 그녀는 이 부적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다. 어머니가 이 부적을 통해 항상 자신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그 믿음을 붙잡으며, 방금 전 앤디가 보여준 거부의 의미를 애써 외면했다.

그날 밤, 미셸은 침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마이클은 거실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그들은 3주째 서로 다른 방에서 잤다. 그녀는 핸드폰을 켜서 매담 루스에게서 온 마지막 문자를 다시 읽었다. “매일매일이 어머니에게는 고통의 시간이에요.” 그 문자를 읽는 동안, 그녀의 가슴은 무거워졌다. 하지만 동시에, 오늘 CPS 직원이 다녀간 후로 그녀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도 자리 잡고 있었다.

아이들. 에이미와 앤디. 그녀가 14년, 11년 동안 키워온 아이들. 그녀는 그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에이미가 밴드 공연에서 솔로를 맡았을 때, 그녀는 맨 앞줄에서 비디오를 찍었다. 앤디가 처음으로 축구 골을 넣었을 때, 그녀는 관중석에서 소리 질렀다. 그 기억들은 아직 선명했다. 하지만 지난 두 달 동안, 그녀는 그런 기억을 하나도 추가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또 다른 계산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어머니가 편히 떠나시면, 그러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면 다시 아이들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시간 문제일 뿐이었다.

핸드폰이 진동했다. 매담 루스였다.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미셸, 내일 의식을 진행하려고 해요. 준비되셨나요?”
“…아직 돈을 다 마련하지 못했어요.”
“얼마나 마련하셨는데요?”
“아직… 2,000달러 정도요. 차를 팔면 5,000달러 정도 더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나머지는… 도저히 방법이 없어요.”

수화기 너머로 짧은 침묵이 흘렀다. 매담 루스의 숨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더 낮고 느리게 변했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흉내 낼 때와 같은 톤이었다.

“미셸, 어머니가 또 말씀하시네요. 왜 네 딸이 너를 원망하는지 아는지, 왜 네 아들이 너를 두려워하는지 아는지… 네가 그들의 엄마가 아니기 때문이야… 네가 그들을 버렸기 때문이야…”

“그건…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나는 아이들을 버린 적 없어요!”

미셸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커졌다.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에 스스로도 놀랐다. 수화기 너머의 매담 루스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의 분노를 이해해요. 하지만 그 분노는 나를 향한 게 아니에요. 당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을 향한 거예요. 당신의 가족이 당신을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생각해보세요.”
“내 가족은 나를 힘들게 한 적 없어요. 오히려 내가… 내가 그들을 힘들게 하고 있어요.”
“그건 당신이 너무 착한 사람이라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당신은 항상 자신을 탓하죠. 하지만 진실은 달라요. 당신의 가족은 당신을 이용했어요.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도 그랬고, 돌아가신 지금도 그래요. 당신의 남편은 당신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죠. 그리고 당신이 조금이라도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 하면, 그들은 당신을 ‘이상하다’고 몰아붙여요. 그게 사랑인가요?”

미셸의 입술이 떨렸다. 그녀는 매담 루스의 말 속에서 자신의 분노가 자라고 있는 것을 느꼈다. 마이클에 대한 분노,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분노는, 이상하게도, 그녀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모든 게 마이클 때문이었다. 그녀가 나쁜 엄마가 된 것도, 아이들이 그녀에게서 멀어진 것도, 모두 마이클이 그녀의 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만해요.”

미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커튼을 열자, 밖은 어둠뿐이었다.

“나는… 나는 오늘 돈을 못 내요. 다음 주까지 기다려주세요. 아니면… 이번 의식은 건너뛸게요.”

수화기 너머의 침묵이 더 길어졌다. 이번에는 매담 루스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부드럽지 않았다. 처음으로 어떤 금속성이 배어 있었다.

“알겠어요. 하지만 미셸,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요? 당신은 어머니를 버리고 있는 거예요. 당신은 당신의 이기심 때문에 어머니를 영원한 고통 속에 가두고 있는 거예요. 어머니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어렸을 때, 아팠을 때, 힘들었을 때, 항상 곁에 있었던 건 누구였죠? 당신의 남편인가요? 아니면 어머니인가요? 그런 어머니를 당신은 지금 배신하고 있어요. CPS? 아이들? 그건 다 변명이에요. 당신이 진짜 두려워하는 건, 당신의 남편이 화낼까 봐, 그게 전부예요. 당신은 그 사람에게서 자유로워질 용기가 없는 거예요.”
“나는…”
“생각해보세요. 누가 당신을 이렇게 망설이게 만드는지. 누가 당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그리고 누가 당신을 진짜로 사랑하는지.”

전화가 끊겼다. 미셸은 핸드폰을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매담 루스에게 ‘아니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거부는 그녀에게 안도감 대신 공포를 안겨주었다. 어머니가 정말로 고통받고 있을까. 어머니가 그녀를 배신자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녀는 그 생각에 숨이 막혀왔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서는 매담 루스의 말과 CPS 직원의 말이 뒤섞여 맴돌았다. 아이들을 빼앗길 수도 있다. 어머니가 고통받고 있다. 그녀는 그 두 가지 진실 사이에서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한 가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것이 마이클이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시애틀에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혼자 DNR에 서명했다. 그가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는 매담 루스를 찾아갔다. 그가 그녀의 길을 막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지금 이렇게 혼자 고통받고 있었다.

그 생각은 그녀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다. 적어도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어머니가 그녀와 함께 있었다. 어머니만이 그녀를 진심으로 이해해주었다.

다음 날, 매담 루스에게서 문자가 왔다. 하루 종일 열 통이 넘는 문자가 왔다.

“어머니가 밤새 울고 계셨어요. 당신의 거부가 어머니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됐는지 알아요?”
“나는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당신이 진정한 길을 찾기를.”
“오늘 의식을 취소했어요. 어머니가 너무 불안해하셔서 진행할 수가 없었어요.”
“당신의 남편이 이걸 원한 거예요. 그가 당신을 조종하고 있어요. 그는 당신이 무너지는 걸 바라고 있어요.”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이해할 거예요.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시간이 없어요.”
“당신의 집, 당신의 차, 당신의 보석. 그 모든 것은 어머니가 당신에게 주신 거예요. 이제는 그걸 돌려드릴 때예요.”
“당신이 CPS를 두려워하는 건 알아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CPS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나요? 당신을 감옥에 넣을 수도 없고, 벌금을 물릴 수도 없어요. 그들은 당신을 겁주는 것뿐이에요. 하지만 어머니의 고통은 진짜예요.”

미셸은 문자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손이 떨렸다. 그녀는 답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자들은 계속해서 쌓여갔다. 저녁 무렵에는 마지막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내일 오후 2시에 와주세요. 당신과 진지하게 이야기해야 해요. 이것은 요청이 아니에요. 어머니의 영혼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에요. 만약 당신이 오지 않으면, 나는 당신이 어머니를 영원히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그날 밤, 미셸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어둠 속에서 눈을 뜨고 있었다. 옆에는 마이클이 없었다. 그녀는 거실 소파에 누워 있을 그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방을 생각했다. 에이미는 아마도 핸드폰으로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고 있을 것이고, 앤디는 이미 잠들었을 것이다. 그녀는 그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오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머릿속에는 매담 루스의 말만이 반복되고 있었다. “어머니의 고통은 진짜예요.” 그녀는 그 말을 믿었다. 믿어야만 했다. 만약 그 말이 진실이 아니라면, 그녀는 지난 두 달 동안 아무 의미 없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것이 되니까.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믿어야 했다. 그래야만 견딜 수 있었다.

다음 날 오후 2시, 미셸은 매담 루스의 상담소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현금 2,000달러가 든 봉투가 들려 있었다. 차를 팔기 위해 중고차 딜러와 약속을 잡아둔 상태였지만, 아직 실행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상담소의 문을 바라보았다. ‘Spiritual Guidance’라는 간판이 여전히 그 자리에 걸려 있었다. 두 달 전, 그녀가 처음 이 문을 두드렸을 때와 똑같은 간판이었다.

문을 열자 매담 루스가 제단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평소보다 더 창백했고,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았다. 그녀는 미셸을 보자 미소 지었지만, 그 미소는 예전처럼 따뜻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결연함이 서려 있었다.

“와줘서 고마워요, 미셸. 당신이 오지 않을까 봐 걱정했어요.”
“이야기하자고 하셨잖아요.”
“네. 오늘은 진지한 이야기를 해야 해요.”

매담 루스는 미셸에게 자리를 권하며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 그녀의 손놀림은 여전히 느리고 정갈했다. 미셸은 차를 받아들었지만 마시지 않았다.

“미셸, 나는 당신을 속이지 않아요. 그래서 솔직하게 말할게요. 지금 어머니의 상태는 아주 위험해요. 당신이 어제 의식을 거부한 이후로, 어머니의 영혼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어요. 만약 이번 주 안에 마지막 의식을 치르지 못하면, 어머니는 영원히 저편에 갇히게 될 거예요.”
“영원히… 갇힌다고요?”
“네. 그것은 산 자의 고통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이에요. 시간도 공간도 없는 곳에서 영원히 떠도는 거예요. 당신이 그걸 원하나요?”

미셸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찻잔이 미세하게 떨렸다. 매담 루스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당신이 망설이는 이유를 알아요. 당신의 가족 때문이죠. 남편, 아이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그들은 살아 있어요.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 치유될 수 있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다릅니다. 어머니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 기회예요.”
“하지만… 아이들이… CPS가 왔었어요. 나는 아이들을 잃을 수도 있어요.”
“CPS는 일시적인 문제일 뿐이에요. 당신이 의식을 마치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CPS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지금 중요한 건 어머니예요. 당신의 영원한 어머니.”

매담 루스의 손이 미셸의 손 위에 올려졌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차갑고 건조했다.

“미셸, 나는 당신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건 당신의 선택이에요. 어머니의 영원한 평화를 선택할 건가요, 아니면 일시적인 가족의 불편을 선택할 건가요? 당신의 대답을 듣고 싶어요.”

미셸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매담 루스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고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상담소의 문이 벌컥 열렸다. 문틀에 서 있는 사람은 마이클이었다. 그의 뒤로 에이미가 서 있었다. 마이클의 얼굴은 분노로 붉어져 있었고, 그의 손에는 미셸의 체킹 계좌 명세서가 들려 있었다.

“미셸, 지금 당장 여기서 나와. 당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우리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에 전화했었다고?”

미셸은 소파에서 일어나며 마이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가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 매담 루스는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마이클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처음으로 적의가 담겨 있었다.

“당신이 바로 그분이군요. 미셸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남편분. 당신은 아내가 무언가를 결정할 때마다 이렇게 침입자처럼 행동하는 건가요?”

“닥쳐요. 당신이 내 아내를 이렇게 만든 거야. CPS까지 오게 만들고, 가족을 완전히 파괴하고 있어.”

마이클이 미셸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미셸은 그의 손길이 낯설게 느껴졌다. 한때는 그렇게 익숙했던 손길이었다.

“가자, 미셸.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

매담 루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녀의 손이 미셸의 다른 쪽 팔을 감쌌다.

“미셸, 당신의 선택이에요. 저 침입자를 따라갈 건가요, 아니면 어머니의 구원을 선택할 건가요? 당신이 저 사람과 함께 이 문을 나서는 순간, 어머니는 영원히 사라져요. 그리고 그 책임은 당신이 지는 거예요.”

“이 여자가 무슨 말을 해도 듣지 마. 저 여자는 당신을 조종하고 있을 뿐이야.”

마이클이 그녀의 손목을 더 세게 잡았다. 매담 루스는 그녀의 팔을 놓지 않았다. 미셸은 두 사람 사이에서 완전히 멈춰 버렸다.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한쪽에서는 마이클이 그녀를 집으로 끌어당기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매담 루스가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두 아이를 떠올렸다. 에이미. 앤디. 그들이 벤치에 앉아 엄마를 기다리던 시간들. 그들이 혼자 저녁을 먹던 식탁. 그들이 점점 그녀에게서 멀어지던 순간들. 그리고 그녀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호스피스 침대에 누워 있던 어머니. DNR 서류에 서명하던 그녀의 손.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건넨 눈빛.

그녀는 두 진실 사이에서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누군가의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누구의 손을 잡아야 하는지, 그녀는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미셸은 지금 선택해야 합니다. 매담 루스의 손을 잡을 것인가, 마이클의 손을 잡을 것인가.

👉 [선택 1] 마이클을 뿌리치고 매담 루스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어머니의 영혼에 투신한다.

👉 [선택 2] 매담 루스의 손을 뿌리치고 마이클을 따라 나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 (무료)

(※ 선택하신 분기점의 다음 화를 결제하시면, 미셀의 잔혹한 운명의 대단원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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