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아니아의 메아리: 피지편 #001] 플라스틱 사슬 – 4-2화: 밀고

[오세아니아의 메아리: 피지편 #001] 플라스틱 사슬 – 4-2화: 밀고

목요일 밤, 샬리니는 셰어하우스의 작은 방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두 장의 플라스틱 카드가 놓여 있었다. 부러진 Westpac 카드와 빛바랜 학생증. 두 카드 사이에는 아카시가 건넨 10달러짜리 지폐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그 지폐를 집어 들고 손끝으로 만졌다. 이 10달러는 아카시가 디네시의 감시를 피해 몰래 건넨 것이었다. 그가 그녀에게 보여준 유일한 동정의 증거였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그 동정을 배신하려 하고 있었다.

시계는 오후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새벽 1시면 아카시가 건물 뒤편 비상계단에서 그녀를 기다릴 것이었다. 복사된 열쇠로 금고를 열고, 여권과 카드를 되찾고, 라우토카로 향하는 야간 버스에 오르는 계획이었다. 아카시는 그녀에게 탈출구를 제안했지만, 샬리니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또 다른 선택을 머릿속으로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는 Westpac 카드를 집어 들었다. 부러진 귀퉁이의 날카로운 단면이 손가락을 찔렀다. 그녀는 그 통증에 집중하며 생각했다. 만약 아카시와 함께 도망친다면, 실패했을 때의 대가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었다. 디네시의 부하들은 이미 그녀의 고향 마을 위치를 알고 있었고, 그녀의 부모님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성공한다 해도, 그녀는 평생 도피자로 살아야 했다. 졸업장도, 직업도, 정상적인 삶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디네시에게 아카시의 계획을 알린다면, 그녀는 신뢰의 대가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지 몰랐다. 이자율이 낮아지거나, 상환 기간이 늘어나거나, 최소한 고향 마을로 소문이 퍼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지폐를 반으로 접고, Westpac 카드와 학생증 사이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계는 11시 20분이었다. 아직 시간이 있었다.

그녀는 디네시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디네시는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샬리니가 도착했을 때, 그는 평소처럼 마호가니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늦은 시간인데도 그는 말끔한 셔츠를 입고 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그녀를 맞았다.

“샬리니,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아카시가 오늘 밤 당신의 금고를 털 계획이에요. 복사된 열쇠를 가지고 있어요. 새벽 1시에 건물 뒤편 비상계단으로 올 거예요.”

디네시의 미소는 변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의자에 등을 기대며 그녀를 바라봤다.

“흥미롭군요. 그런데 왜 나에게 이걸 알려주는 거지?”

“나는… 나는 이 모든 것이 끝나길 바랄 뿐이에요. 아카시와 함께 도망치는 것은 내 인생을 완전히 망치는 일이에요. 나는 아직 졸업해야 하고, 고향에도 돌아가야 해요. 당신이 약속한 대로, 빚을 갚으면서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고 싶을 뿐이에요.”

디네시는 잠시 침묵했다. 그의 손가락이 책상 위를 천천히 두드렸다.

“당신은 방금 자신의 유일한 탈출구를 내다 버린 거예요. 그걸 알고는 있나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탈출구는 너무 위험해요. 나는 안전한 길을 선택하고 싶어요.”

디네시는 책상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나는 당신의 선택을 존중해요, 샬리니. 그리고 그 대가로, 내가 약속한 것들을 지키겠어요. 당신의 고향 마을에는 아무런 소문도 가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이자율을 조금 낮춰주겠어요. 격주 15%로.”

20%에서 15%로. 여전히 엄청난 이자율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유일한 숨구멍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디네시는 전화기를 들고 부하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아카시가 오늘 밤 우리를 배신할 거야. 건물 뒤편에서 기다려.”

새벽 1시, 아카시는 약속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비상계단 입구에 서서, 펜라이트를 손에 쥔 채. 그는 샬리니의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지만, 그곳에 있던 것은 샬리니가 아니었다. 디네시의 부하 네 명이 어둠 속에서 나타나 그를 포위했다. 그들은 원주민 혈통의 건장한 남자들이었고, 손에는 쇠파이프가 들려 있었다.

아카시는 1초 만에 상황을 이해했다. 샬리니가 밀고한 것이었다. 그는 도망치려 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에서 복사된 열쇠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디네시가 부하들 사이로 걸어 나왔다. 그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었다.

“아카시, 나는 너에게 실망했어. 진짜로. 나는 너를 신뢰했고, 네 가족을 돌봐줬어. 그런데 너는 나를 배신했어.”

“가족 건드리지 마.” 아카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미 체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물론이지. 네 가족은 건드리지 않을 거야. 그들은 계속 내 보호 아래 있을 거고. 하지만 너는… 너는 오늘부로 내 조직에서 사라지는 거야.”

디네시는 부하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아카시의 양팔을 붙잡아 항구 방향으로 끌고 갔다. 아카시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건물 3층의 불빛이 새어 나오는 창문을 바라봤다. 그 창문 뒤에는 그가 배신한 보스의 사무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무실 안에는, 그를 밀고한 샬리니가 있을 것이었다.

항구의 어둑한 부두에 도착했을 때, 아카시는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샬리니는… 그녀는 그냥 살고 싶었을 뿐이야.”

“알아.” 디네시가 대답했다. “그래서 그녀는 살게 될 거야. 하지만 너는 아니야.”

총성이 한 번 울렸다. 그리고 아카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카시가 사라진 후, 샬리니의 삶은 미세하게 달라졌다.

격주 목요일, 그녀의 급여에서 인출되는 이자가 20%에서 15%로 줄었다. 그녀의 손에 남는 돈은 20달러에서 35달러로 늘어났다. 식빵 두 봉지와 계란 한 판, 그리고 이제는 우유 한 통을 더 살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작은 변화였지만, 동시에 그녀의 영혼을 잠식하는 대가이기도 했다.

USP 캠퍼스에서는 아무도 아카시의 행방을 묻지 않았다. 그는 원래부터 조용한 존재였고,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의 공백은 그가 수금하러 오던 ATM 부스 앞에서만 느껴졌다. 이제는 다른 수금원이 그의 자리를 대신해 샬리니의 Westpac 카드를 기계에 넣고, 지폐를 배낭에 담았다. 그 새로운 수금원은 샬리니에게 10달러짜리 지폐를 따로 건네는 법이 없었다. 그는 그저 기계적으로 카드를 넣고, 돈을 빼내고, 영수증을 찢었다.

샬리니는 매일 밤 마사지숍으로 향했다. 그곳은 변하지 않았다. 에어컨 실외기의 굉음이 여전히 벽을 타고 진동해 왔고, 눅눅한 콘크리트 벽 사이로 더운 공기가 흘러다녔다. 그녀는 이제 이 방의 모든 얼룩과 금 간 자국을 기억할 정도로 익숙해져 있었다.

어떤 밤, 그녀는 탁자 위에 Westpac 카드를 올려놓고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부러진 귀퉁이는 날카로웠고, 마그네틱 띠는 더 검게 닳아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카드의 표면을 문질렀다. 이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그녀를 이곳에 묶어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가 배신한 아카시의 무게까지 더해졌다.

그녀는 학생증을 꺼내 Westpac 카드 옆에 놓았다. 두 장의 카드 사이에는 더 이상 아카시의 10달러가 끼워져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 10달러를 써버렸다. 우유와 빵을 사고 남은 동전 몇 닢만이 주머니에 남아 있었다.

석 달 후, 샬리니의 채무 잔액은 3,800피지달러로 줄어 있었다. 여전히 원금은 거의 줄지 않았지만, 적어도 불어나지는 않고 있었다. 디네시는 약속을 지켰다. 그는 그녀의 고향 마을에 어떤 소문도 보내지 않았고, 그녀의 부모님은 여전히 딸이 수도에서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디네시의 약속에는 항상 다른 조건이 따라붙었다.

봄이 끝나갈 무렵, 디네시는 샬리니를 다시 사무실로 불렀다. 그의 책상 위에는 새로운 서류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그 서류를 보자마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것은 그가 전에 보여주었던 ‘더 나은 곳’의 계약서와 같은 형식이었다.

“당신은 지금까지 성실하게 갚아왔어요, 샬리니. 이자도 체납하지 않았고, 내 새로운 수금원들도 당신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어요. 그래서 준비한 선물이 있어요.”

“선물이라면…”

“이자율을 한 번 더 낮춰주겠어요. 15%에서 12%로. 격주 12%면, 당신이 USP를 졸업할 때쯤이면 빚의 상당 부분이 줄어들 거예요.”

샬리니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디네시가 무언가를 줄 때는 반드시 그 대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당신이 일하는 마사지숍 말고, 항구 쪽에 있는 다른 곳에서도 주말에만 일해줬으면 해요. 거기는 손님이 더 많고, 수입도 좋아요. 당신의 상환 속도가 훨씬 빨라질 거예요.”

“그게 다예요? 주말에만 일하면 되는 거예요?”

“물론이죠. 나는 당신에게 해가 되는 일은 시키지 않아요.”

샬리니는 서류를 집어 들었다. 계약서의 문구는 복잡했고, 그녀가 이해하지 못하는 법률 용어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서류를 읽으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펜을 들어 서명했다. 그녀는 이미 너무 오래 전에 이 시스템에 발을 들였고, 이제는 그 시스템에서 빠져나오는 것보다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 더 쉬운 일이 되어 있었다.

디네시는 서류를 받아 서랍에 넣으며 미소 지었다.

“당신은 현명한 선택을 했어요, 샬리니. 나는 당신이 마음에 들어요. 진짜로.”

샬리니는 사무실을 나서며 주머니 속의 Westpac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부러진 귀퉁이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그녀는 엄지손톱으로 그 날카로운 단면을 꾹 눌렀다. 통증이 번졌다. 그 통증만이 그녀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그녀는 아카시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가 마지막으로 보여주었던 눈빛,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복사된 열쇠, 그리고 그가 건넸던 10달러짜리 지폐.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배신했고, 그 대가로 이자율 3%를 얻었다.

그녀는 Westpac 카드를 주머니 깊숙이 밀어 넣고, 수바의 습한 밤거리로 걸어 나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 도시에서, 그녀는 더 이상 멈출 수 없었다. 멈추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죽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적어도,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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