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의 그림자 브라질편 #001] Golpe do Amor – 1화: 미끼의 미소

1화: 미끼의 미소

상파울루 빌라 마리아나 지구의 밤은 언제나 똑같았다. 루카스 시우바는 모니터 앞에 앉아 세 번째 깡통 맥주를 비웠다. 오후 11시 47분. 벽걸이 에어컨 실외기가 돌아가는 낮은 진동음만이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봤다. 파울리스타 대로 방향에서 뿌옇게 번진 조명이 낮게 깔린 구름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월세 3,500헤알짜리 방 2개 아파트는 32세 독신 남성에게는 충분한 공간이었지만, 최근 들어 거실 소파에 앉아 있을 때면 방마다 텅 빈 느낌이 목을 조여왔다.

커서가 모니터 한가운데서 깜빡이고 있었다. 코드 리뷰는 20분 전에 이미 끝냈다. 그는 브라우저를 열었고, 북마크 바에 저장된 데이팅 앱 아이콘이 습관적으로 클릭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상형을 찾아드립니다.

광고 문구를 본 지 3주째였다. 그동안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한 프로필은 100개가 넘었고, 매치는 두 번. 한 명은 대화 시작 5분 만에 암호화폐 투자 이야기를 꺼냈고, 다른 한 명은 만나자고 약속한 카페에 나타나지 않았다. 루카스는 그날 27헤알짜리 아메리카노를 혼자 마시며 테이블 위에 그대로 둔 빈 의자를 40분 동안 바라봤다.

액정 속에는 그가 새로 스와이프한 프로필이 떠 있었다. 이사벨라. 27세. 사진 속 그녀는 이파네마 해변을 배경으로 웃고 있었다. 검은 생머리가 바람에 흩날렸고, 허리선이 드러난 흰색 크롭티가 브라질 특유의 강렬한 햇빛 아래서 빛나고 있었다. 그는 피드를 내렸다. 다른 사진들도 비슷했다. 비블리오테카에서 책을 고르는 모습, 반려견과 공원을 걷는 영상,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와인 잔을 들고 있는 셀카.

자기소개란에는 단 한 줄이 적혀 있었다.
“Não mordo… na maioria das vezes.”
물지 않아요… 대부분의 경우에는.

루카스는 피식 웃었다. 손가락이 스와이프 아이콘을 눌렀다.

매치되었습니다.

첫 메시지는 다음 날 아침에 왔다.
“드디어 찾았네. 자바 좋아하는 남자.”

루카스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그 메시지를 읽었다. 이제 막 콘솔라상 역을 지나고 있었고, 차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바보같이 웃고 있는 걸 보며 얼른 표정을 지웠다. 프로필에 적어둔 ‘백엔드 개발자, 스프링부트 사랑꾼’이라는 문구를 보고 한 말이었다.

“첫 메시지에 내 커리어까지 파악하는 거야?” 그가 답장을 보냈다.

“프로필 읽는 건 기본인데. 넌 내 거 읽었어?”

“물지 않는다면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사벨라의 답장은 3초 만에 돌아왔다. “근데 자바 남자들은 좀 물어보고 싶게 생겼어.”

루카스는 지하철이 브리가데이루 역에 도착할 때까지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않았다. 오랜만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따뜻한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대화는 매일 밤 이어졌다. 이사벨라는 루카스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의 관심사에 대한 질문이 정교했다. 좋아하는 밴드, 가 본 여행지, 어릴 적 꿈,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그리고 언제쯤 시니어로 승진할 거냐는 농담까지. 루카스는 자신도 모르게 삶을 송두리째 털어놓았다. IT 기업에서 풀스택 개발자로 일한 지 6년째라는 것, 연봉은 18만 헤알 정도라는 것, 부모님은 캄피나스에 살고 있고 상파울루에는 혼자 산다는 것. 이사벨라는 경청했다. 그가 일상과 고민을 털어놓을 때마다 그녀는 완벽한 타이밍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모티콘을 보내며 ‘당신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았다. 루카스는 그 모습에서 신비로움을 느꼈다.

“넌 무슨 일을 해?” 그가 물은 적이 있었다.

“프리랜서 마케팅. 지루해.” 이사벨라의 답은 짧았다. “너처럼 똑똑한 사람이랑 대화하는 게 훨씬 재밌어.”

만난 지 3주째 되던 목요일 밤, 루카스는 이사벨라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게 어때?”

3분 후 답장이 왔다. 문자였다.
“나도 그러고 싶었어. 드디어.”

이사벨라는 상파울루 남부 자바쿠아라 지역의 한 레스토랑을 제안했다. 루카스는 구글 지도에 주소를 검색해봤다. 빌라 마리아나에서 차로 남쪽 방향으로 30분 거리. 평점 4.6짜리 중급 이탈리안 식당이었다.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고르겠다고 했지만, 이사벨라는 ‘내가 정말 아끼는 곳이 있다’며 완강하게 주장했다.

“거기 파스타 진짜 미쳤거든. 평생 잊지 못할 맛이야.”

루카스는 수락했다. 이사벨라의 적극성이 오히려 기분 좋았다. 그녀가 이 만남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혹시… 주소가 레스토랑 맞지? 옆에 골목이 많아 보이는데.” 그가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레스토랑 바로 뒤편에 주차장이 있어서 그래. 예약은 내가 해놨어. 7시.”

“기대할게.”

“나도야, 루카스. 진짜 기대돼.”

루카스는 그 문장을 세 번이나 읽었다. ‘진짜 기대돼’라는 짧은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옷장 문을 열었다. 내일 입을 셔츠를 고르기 위해.

아침이 밝았다. 루카스는 거울 앞에 서서 세 번째 셔츠로 갈아입었다. 연한 블루 옥스퍼드 셔츠. 액세서리는 없고 청바지는 어두운 색. 너무 신경 쓴 티를 내지 않으면서도 무심하지 않은 선. 그는 자신을 한 번 더 거울로 훑어보고는 현관문을 나섰다. 시계는 오후 5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1시간 15분 일찍 출발하는 셈이었다. 금요일 저녁 상파울루 남부로 이어지는 도로는 항상 정체였기 때문이다.

차에 시동을 걸자 라디오에서 삼바 레게가 흘러나왔다. 그는 볼륨을 높였다. 평소 같으면 귀찮게 느껴졌을 서두르는 차량 행렬도 그날만큼은 견딜 만했다. 코레도르 노르치-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해가 완전히 저물고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도시의 소음이 줄어들고, 주변 건물들이 낡은 저층 상가로 바뀌기 시작할 무렵 그가 자바쿠아라 지구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소지에 도착한 것은 6시 45분이었다. 길 양옆으로 낡은 상가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군데군데 가로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구글 지도는 이 부근을 ‘자바쿠아라 저지대 상업 지역’이라고 표시하고 있었다. 주차장은 레스토랑 옆 골목을 따라 30미터 정도 들어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루카스는 차를 세우고 스마트폰을 꺼내 이사벨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도착했어. 주차장 쪽이야.”

“나도 거의 다 왔어. 2분만 기다려줘. 입구에서 만나자. 골목으로 나와 봐.”

2분. 고작 120초. 루카스는 차에서 내려 재킷을 여미었다. 상파울루 9월의 밤공기는 예상보다 쌀쌀했다. 그는 레스토랑 입구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가 말한 레스토랑 입구는 형광등 불빛만이 덩그러니 켜져 있는 골목 끄트머리에 있었다. 가게 간판은 불이 꺼져 있었고, 철제 셔터는 반쯤 내려져 있었다. 아직 약속 시간까지 15분이 남았지만, 식당 입구에는 손님도, 직원도 보이지 않았다. 오븐에서 흘러나와야 할 마늘과 바질 향 대신 축축한 콘크리트 냄새만이 골목을 떠돌고 있었다. 루카스는 걸음을 늦추고 스마트폰을 들어 이사벨라의 프로필을 다시 확인하려고 했다.

그 순간, 골목 입구 쪽에서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루카스가 고개를 돌렸다. 낡은 흰색 SUV 한 대가 골목 입구를 완전히 막으며 급정거했다. 지붕에는 짐받이용 루프랙이 달려 있었고, 조수석 쪽 문에는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조수석 문이 먼저 열렸다.

거기서 나온 것은 이사벨라였다.

검은색 원피스 차림이었다. 프로필 사진 속 해변에서 입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단정하고 어두운 색감의 옷이 그녀의 실루엣을 골목의 그림자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루카스는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반사적으로 반 걸음을 내디뎠다. 이사벨라가 왜 저 차에서 내리는지, 왜 이 시간에 여기 있는지. 그녀의 시선이 루카스를 스치고 지나갔다. 입술 사이로 흰 치아가 천천히 드러났다. 미소였지만, 지난 3주간 상상해왔던 그 미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근육의 움직임이었다.

SUV의 뒷문과 운전석 문이 동시에 열렸다. 두 명의 남자가 내렸다. 둘 다 검은색 복면을 쓰고 있었다. 한 명은 덩치가 컸고, 다른 한 명은 마른 체형이었지만 손에 들고 있는 권총의 실루엣은 루카스가 어둠 속에서도 충분히 식별할 수 있을 만큼 선명했다.

차가운 땀이 목덜미를 타고 등줄기로 흘러내렸다. 루카스의 시선이 이사벨라에게서 복면 괴한들에게로, 다시 이사벨라에게로 급히 왕복했다. 동공이 열리고 호흡이 짧게 끊어졌다. 허벅지 앞쪽 근육이 먼저 움츠러들며 몸 전체가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그 동작을 완성하기도 전에 마른 남자의 손이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 드는 장면이 슬로우모션으로 포착되었다.

“이사벨라… 뭐야 이게…”

겨우 뱉어낸 그 말에 이사벨라는 대꾸하지 않았다. 이미 SUV 조수석 쪽으로 몸을 돌린 뒤였다.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여는 동작까지, 그 모든 움직임에 망설임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뒤에서 다가온 덩치 큰 남자의 손이 루카스의 오른쪽 어깨를 움켜잡았다. 동시에 마른 체형의 남자가 그의 왼쪽 팔을 뒤로 꺾었다. 루카스의 어깨 관절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한 남자의 팔뚝이 그의 목을 조이는 동시에 다른 손이 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장갑을 낀 손바닥에서는 담배와 땀 냄새가 진동했다. 루카스의 기도에서는 숨소리조차 빠져나오지 못했다.

눈앞이 하얘졌다. 산소 부족으로 머리가 멍해지는 가운데, 루카스의 시야에는 단 한 가지 장면만이 남아 있었다.

이사벨라의 뒷모습.

그녀는 자연스럽게 SUV 조수석 문을 열고 올라탔다. 원피스 자락이 차 문틀에 살짝 걸렸다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문을 닫기 직전, 그녀의 얼굴이 잠시 루카스를 향해 돌려졌다. 입가에는 아까와 똑같은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그 깊이는 더해져 있었다.

문이 닫혔다.

뒷문이 열리고 루카스의 몸이 화물칸 쪽으로 밀려 들어갔다. 덩치 큰 남자가 그의 머리통을 차 바닥 쪽으로 누르고, 마른 남자가 그의 발목을 묶기 시작했다. 루카스의 뺨이 SUV 바닥 매트의 거친 천에 긁혔다. 바닥에서는 휘발유와 기름때 냄새가 났다. 누군가가 이미 이 자리에 타고 있었다는 듯, 오래된 땀 냄새도 배어 있었다.

그의 청바지 주머니를 뒤지던 손이 아이폰을 빼냈다. 덩치 큰 남자가 화면을 루카스의 얼굴 앞으로 들이밀며 강제로 페이스ID를 작동시켰다. 화면이 잠금 해제되고, 그 남자는 대화창과 은행 앱 아이콘이 나란히 놓인 홈 화면을 확인하더니 만족한 듯 코웃음을 쳤다. 아이폰은 그의 손아귀에 단단히 쥐어졌다.

그의 시야가 검은색 천으로 가려지기 직전, 루카스는 마지막으로 이사벨라가 앉은 조수석 방향을 보려고 몸을 뒤틀었다. 그러나 이미 차량이 요동치며 엔진음을 높이는 중이었다. 골목을 빠져나가는 SUV의 타이어 소리. 그리고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상파울루의 희미한 밤 소음.

그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이사벨라와의 대화창이 여전히 열려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가 화면 위에 그대로 빛나고 있었다.

“나도야, 루카스. 진짜 기대돼.”

루카스의 손발이 차갑게 식어갔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검은 천이 입가로 빨려 들어왔다. 엔진 소리가 굵어지고, 차체가 요철에 흔들릴 때마다 머리통이 철제 바닥에 부딪혔다. 그는 눈을 감았다. 감은 눈꺼풀 안쪽에서 이사벨라의 마지막 미소가 잔상으로 남아 맴돌았다.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씹는 소리가 점점 더 깊게, 더 멀리서 들려왔다.

2화 보러가기 (클릭)

목록으로 (클릭)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