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그림자 불가리아편 #001] 백색의 방주 – 4-2화: 균열의 서곡

4-2화: 균열의 서곡

밤 11시. 수도원 전체가 침묵에 잠긴 시간, 엘레나는 예배당 구석의 백색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테오도르는 그녀에게 연주회 준비를 위한 밤샘 연습을 허락했다. 물론, 마리아가 문 밖에서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건반 앞에 혼자였다. 촛불 두 개가 피아노 양옆에서 타오르며 그녀의 손을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건반에 손을 올렸다.

쇼팽. 야상곡 20번 C샤프 단조. 그녀가 국립음대 1학년 때 처음으로 독주회에서 연주했던 곡이다. 그녀의 손가락은 여전히 그 곡을 기억하고 있었다. 선율이 예배당의 돌벽을 타고 울려 퍼지자, 문밖에서 마리아의 발소리가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 규칙적인 걸음으로 돌아갔다. 감시자는 만족했다. 죄수는 순종하고 있었다.

그러나 엘레나는 연습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움직이는 동안, 그녀의 눈은 피아노 내부를 탐색하고 있었다. 그랜드 피아노의 뚜껑은 연주를 위해 열려 있었고, 그 안에는 수백 개의 부품들이 촛불 아래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강철 현. 펠트 해머. 나무 브릿지. 그리고 그녀가 찾고 있던 것—조율 핀.

피아노의 현은 각각 금속 조율 핀에 감겨 있었다. 이 핀들은 현의 장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했고, 손가락 두 마디 길이에 단단한 강철로 만들어져 있었다. 충분히 날카롭고, 충분히 작아서 옷소매에 숨길 수 있는 크기였다.

엘레나는 연주를 계속하며, 오른손으로 고음부의 선율을 연주하는 동안 왼손으로 피아노 내부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녀의 손가락이 조율 핀 하나를 더듬어 찾았다. 핀은 단단하게 박혀 있었지만, 그녀는 천천히, 조금씩 그것을 비틀었다. 금속이 나무에 긁히는 작은 소리가 났지만, 그녀는 즉시 왼손으로 강한 화음을 쳐서 소리를 묻었다.

1분. 2분. 마침내 핀이 헐거워졌다. 그녀는 핀을 완전히 빼내어, 재빨리 옷소매 안으로 밀어 넣었다. 차가운 금속이 그녀의 팔뚝에 닿았다. 작은 무기. 그러나 지금 그녀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녀는 연주를 계속했다. 쇼팽의 선율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마리아의 발소리는 여전히 규칙적이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다음 날 오전. 자작나무 숲 외곽의 채석장.

밤새 내린 눈이 지면을 두껍게 덮고 있었다. 엘레나는 다른 여성들과 함께 돌을 나르며, 의도적으로 자신의 작업 경로를 스테판의 감시 구역으로 조정했다. 그녀의 옷소매 속에는 조율 핀이 여전히 숨겨져 있었다.

스테판은 오늘도 담장 근처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숲 너머를 향해 있었고, 그의 손은 여전히 주머니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엘레나는 그가 어제 떨어뜨렸던 정교회 십자가를 떠올렸다.

그녀는 돌을 나르는 척하며 천천히 그에게 접근했다. 5미터. 3미터. 그녀는 그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챌 만큼 가까워졌을 때, 돌을 내려놓고 잠시 허리를 펴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바람 소리에 묻힐 만큼 작았다.

“어제 떨어뜨린 십자가. 정교회 것이죠. 테오도르가 알면 가만두지 않을 텐데.”

스테판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주머니를 움켜쥐었다. 그의 눈이 처음으로 엘레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분노와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본 적도 없어.”

“본 적 있어요. 그리고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당신은 이곳의 교리를 믿지 않아요. 당신은 매일 숲 너머를 바라보며, 이곳을 떠날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나도 마찬가지예요.”

스테판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턱 근육이 긴장으로 실룩거렸다. 엘레나는 말을 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 낮아졌고, 더 단호해졌다.

“내일 밤 연주회가 끝나면, 나는 여기서 나갈 거예요. 당신이 도와주면, 당신도 나갈 수 있어요. 당신이 숨기고 있는 그 십자가를, 더 이상 숨기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미쳤어? 교주님이 알면…”

“교주는 몰라요. 아직은. 하지만 내가 입을 열면 상황은 달라질 거예요. 나는 당신을 위협하려는 게 아니에요. 나는 당신에게 기회를 주는 거예요.”

스테판의 눈이 흔들렸다. 그는 주머니 속 십자가를 만지작거리며 한참 동안 침묵했다. 그러고 나서, 주변을 살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내일 밤, 연주회가 시작되면 나는 연주를 통해 신호를 보낼 거예요. 정교회 성가의 선율을 변형해서 연주할게요. 당신이 들으면, 후문 경비를 처리하고 차량을 준비해 줘요. 연주가 끝나기 전에 모든 게 준비되어야 해요.”

“차량은… 내가 구할 수 있어. 하지만 후문 경비는 두 명이야. 나 혼자서는…”

“그럼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요. 이 수도원 안에는 당신 말고도 이곳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찾아보세요.”

스테판은 다시 침묵했다. 그의 눈은 숲 너머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어. 내일 밤. 하지만 실패하면… 우리 둘 다 죽는 거야.”

“알고 있어요.”

엘레나는 돌을 다시 집어 들고, 작업을 계속했다. 그녀의 등 뒤로 스테판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 날 저녁, 예배당은 다시 한 번 촛불로 가득 찼다.

이번에는 어제보다 더 많은 손님들이었다. 정부 고위 관료들뿐만 아니라, 군 관계자로 보이는 제복 차림의 남자들도 있었고,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업가들도 섞여 있었다. 그들은 예배당 의자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포도주를 마시고 있었다.

예배당 입구와 후문에는 평소보다 두 배로 늘어난 경비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들은 모두 검은색 제복을 입고 있었고, 허리춤에는 곤봉과 권총이 차여 있었다. 엘레나는 그들을 보며, 스테판이 후문 경비를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지금은 연주에 집중해야 했다.

테오도르가 일어나 손님들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신사분들, 그리고 귀한 은인들이여. 오늘 밤 우리는 다시 한 번 영혼의 기적을 목격할 것입니다. 저희 방주의 자매인 엘레나가 여러분을 위해 연주할 것입니다. 그녀의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을 즐기십시오. 그리고 그 음악이 침묵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진정한 구원의 의미를 깨달으십시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엘레나는 예배당 뒤편의 작은 방에서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의 옷소매 속에는 여전히 조율 핀이 숨겨져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연주할 곡의 악보가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쇼팽의 야상곡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악보 위에, 비밀스러운 또 다른 악보를 덧씌워 놓았다.

그녀는 문을 열고 예배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촛불이 그녀의 은빛 드레스를 비추었다.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그녀는 피아노 앞으로 걸어가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손이 건반 위로 올라갔다.

첫 음이 울렸다. 쇼팽. 야상곡 20번 C샤프 단조.

선율은 부드럽고 우아하게 시작되었다. 엘레나의 손가락은 건반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였고, 그녀의 발은 페달을 밟으며 음의 잔향을 조절했다. VIP들은 편안하게 눈을 감거나, 포도주 잔을 기울이며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테오도르는 그의 안락의자에 앉아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엘레나의 왼손은, 들리지 않는 곳에서 다른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야상곡의 왼손 반주는 단순한 아르페지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아르페지오 속에 미세한 변형을 숨겼다. 낮은 음역에서, 아주 작은 음량으로, 그녀는 정교회 성가의 선율 코드를 삽입했다. ‘키리에 엘레이손’.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비잔틴 정교회의 가장 오래된 찬송가 중 하나였다.

음대에서 화성학을 공부할 때, 그녀는 배웠다. 정교회 성가는 특정한 음계와 코드 진행을 따른다고. 서양 클래식 음악과는 다른, 고유한 선법. 그녀는 그 선법을 야상곡의 화성 구조 속에 교묘하게 녹여 넣었다. 겉으로 듣기에는 여전히 쇼팽이었다. 그러나 정교회 성가에 익숙한 귀라면, 그 안에 숨은 두 번째 멜로디를 들을 수 있을 것이었다.

스테판이 들을 수 있기를. 후문 밖에서, 그가 준비한 차량 안에서, 이 신호가 들리기를.

연주는 계속되었다. 오른손의 선율은 점점 더 격정적으로 고조되었고, 왼손의 숨겨진 코드는 더욱 분명하게 반복되었다. ‘키리에 엘레이손.’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것은 기도였다. 이 방주에 갇힌 모든 영혼들을 위한, 그리고 자신을 위한 마지막 기도.

방 안의 VIP들 중 한 명, 제복을 입은 군 관계자가 미세하게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무언가를 알아챈 듯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테오도르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 그는 음악을 듣고 있었지만,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는 음악을 권력의 도구로만 사용했을 뿐, 그 언어를 배운 적은 없었다.

연주가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었다. 오른손은 고음부에서 폭풍처럼 쏟아지는 패시지를 연주했고, 왼손은 마지막으로 정교회 코드를 강하게 울렸다. ‘키리에 엘레이손.’

그리고 그 순간, 예배당 밖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차량의 시동 소리였다. 엘레나의 심장이 요란하게 뛰었다. 스테판이 움직인 것이다.

그녀는 마지막 음을 향해 손가락을 움직였다. 선율은 점점 느려지고, 음량은 점점 작아졌다. 마침내 마지막 코드가 울렸다. C샤프 단조의 으뜸화음. 그녀의 손가락이 건반에서 천천히 떨어졌다. 음의 잔향이 예배당 안에서 천천히 사라져 갔다.

침묵.

그리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VIP들이 기립하여 박수를 보냈다. 테오도르가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승리감이 가득했다.

“보셨습니까. 이것이 바로…”

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예배당 뒤편에서, 후문 쪽에서, 갑작스러운 고함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경비원들이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VIP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테오도르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엘레나는 피아노 앞에 앉은 채로, 의자에 등을 기대며 숨을 골랐다. 그녀의 옷소매 속에서 조율 핀이 차갑게 반짝였다. 그녀는 문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차량의 시동 소리는 여전히 들리고 있었다. 스테판은 그의 일을 해낸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연주회는 끝났지만, 진짜 무대는 이제 막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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