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그림자 한국편 #001] 새벽의 은총 – 4-2화: 반항의 씨앗

4-2화: 반항의 씨앗

쿠로사와 레이는 조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별관 숙소의 창문 너머로 본당의 첨탑이 달빛에 실루엣으로 드러나 있었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정리했다. 검은색 스웨터, 검은색 카고 팬츠, 그리고 발소리를 죽이는 러닝화. 그녀는 배낭을 메고 카메라를 어깨에 걸었다. 이번에는 망원 렌즈 대신 50mm 단렌즈를 장착했다. 밝기가 더 좋았고, 좁은 복도에서도 피사체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의 왼쪽 주머니에는 소형 손전등이, 오른쪽 주머니에는 무전기 크기의 녹음기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허리 뒤쪽에는 가죽 케이스에 감긴 얇은 강선이 하나 감겨 있었다. 무기라기보다는 도구에 가까웠다. 필요할 경우 문틈을 벌리거나 자물쇠를 따는 용도였다.

그녀는 방을 나서며 복도의 폐쇄회로 카메라를 확인했다. 각도는 그녀가 이미 며칠 전에 분석해 둔 대로였다. 사각지대가 존재했고, 그녀는 그 틈을 따라 그림자처럼 미끄러졌다. 본당으로 향하는 복도는 어둠에 잠겨 있었다. 촛불은 모두 꺼져 있었고, 오직 비상구의 초록색 표시등만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은 마치 무덤 속의 유령불처럼 보였다. 레이는 그 빛을 따라 걸었다. 그녀의 발걸음은 고양이처럼 가벼웠고, 숨소리조차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산정 처소로 향하는 대리석 계단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멈춰 섰다. 계단 위로 올라가면 마스터의 개인 공간이 나오는 구조였다. 그녀는 며칠 전 이곳에서 채원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는 이 계단이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어떤 의식의 시작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대리석은 차가웠고, 벽에 걸린 성화들의 얼굴은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얼굴들은 무표정했지만, 그 무표정이 오히려 더욱 불길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을 때, 소리가 들렸다. 낮은 목소리였다. 그것은 기도였고, 동시에 찬송이었다. 여러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져 울려 퍼지고 있었다. 레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그 소리는 계단 위, 처소 너머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들어 올려 뷰파인더를 통해 위를 확인했다. 보이지 않았다. 각도가 맞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계단을 더 올라갔다.

계단을 다 오르자, 그녀가 처음 본 것은 문이었다. 거대한 나무 문. 그 위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태양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그 태양의 중심에는 눈이 하나 그려져 있었다. ‘은총의 눈’이라고 불리는 상징이었다. 그 눈은 레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눈에 위협받지 않았다. 그녀는 문의 틈새로 손전등을 비추며 내부를 살폈다. 빛이 비치는 순간, 그녀는 실루엣들을 보았다. 여러 명의 인물들이 방 중앙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모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정중앙에, 한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백현오.

레이의 손가락이 카메라 셔터 버튼 위에 올라갔다. 그녀는 문틈에 렌즈를 밀어 넣고,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했다. 어둠 속에서도 피사체를 잡아내기 위해서였다. 찰칵.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카메라는 무음 촬영 모드로 설정되어 있었다. 첫 번째 사진이 저장되었다. 백현오의 뒷모습. 두 번째 사진. 무릎 꿇은 여성들의 군상. 세 번째 사진. 그중에서 레이는 한 명의 여성을 알아보았다. 채원이었다. 그녀는 가장 앞줄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의 어깨는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감겨 있었다.

“오늘은 특별한 밤입니다.”

백현오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차분했으며, 동시에 무언가를 굳게 믿는 사람의 확신이 담겨 있었다.

“우리의 새로운 천사, 채원이 드디어 마지막 정화 의식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가문의 모든 업보를 씻어내고, 순백의 그릇으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레이의 카메라가 그의 얼굴을 포착했다. 뷰파인더 속에서 그의 미소는 온화했다. 그러나 그 미소는 레이가 도쿄의 뒷골목에서 수없이 봐온 그 미소와 닮아 있었다.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는, 그 확신에 찬 미소. 그 미소를 짓는 자들은 대개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이 가장 위험했다.

“채원아, 눈을 떠라.”

채원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눈동자는 흐릿했다. 마치 깊은 물속에서 떠오르는 사람처럼. 그녀는 백현오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시선은 두려움도, 저항도, 희망도 없었다. 그저 빈 공간이었다.

“나는 지금부터 네 몸에 깃든 더러운 영혼을 정화할 것이다. 그 과정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그 고통은 네가 가문의 저주에서 해방되는 유일한 길이다.”

그의 손이 채원의 어깨에 얹혔다. 채원은 몸을 움츠렸지만, 피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이 순간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레이는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포착했다. 그녀는 무릎 위에 포개진 두 손을 꽉 쥐고 있었다. 그 손가락 끝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것은 두려움의 표시였다. 그러나 동시에, 무언가를 결심하는 표시이기도 했다.

“마스터…… 저, 두렵지 않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떨림 속에는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레이는 그 미묘한 차이를 감지했다. 그녀는 그 차이를 기록하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 찰칵.

백현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이 채원의 턱을 잡아 위로 올렸다. 그의 눈빛은 부드러웠지만, 그의 손가락은 단단했다.

“좋아. 그럼 시작하자.”

그 순간, 다른 여성들이 일제히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소리는 하나로 합쳐져 방 안을 채웠다. 그 찬송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섬뜩했다. 하모니는 완벽했고, 그 완벽함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다. 그들은 마치 기계처럼 같은 음을, 같은 리듬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레이는 그 찬송을 녹음했다. 그녀의 녹음기에는 그 노래가 선명하게 저장되었다.

백현오가 채원의 드레스 끈을 풀기 시작했다. 채원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나 그때, 레이는 그녀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레이는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셔터를 연사했다. 찰칵찰칵찰칵.

그리고 그때, 채원이 눈을 떴다. 그녀의 시선은 정면, 즉 백현오의 얼굴이 아닌 그 너머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문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레이를 보았다. 아니, 렌즈의 반사광을 보았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가 잠시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거의 움직이지 않게 속삭였다. 도와줘.

그것은 한 마디였다. 그러나 그 한 마디에는 그녀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두려움, 절망, 그리고 그 너머의 희망. 레이는 그 순간을 포착했다. 찰칵. 그 사진에서 채원의 눈동자에는 분명한 불씨가 담겨 있었다. 그것은 꺼지지 않은 불씨였고, 오히려 더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레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기록할 뿐이었다. 그녀의 임무는 일본인 모녀를 찾는 것이었다. 이 여성은 그녀의 타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셔터 버튼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복도 아래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가볍고, 빠른 발걸음. 누군가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레이는 즉시 카메라를 내리고, 문틈에서 몸을 떼었다. 그녀는 벽 뒤로 몸을 숨기며 숨을 죽였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문 앞에서 멈췄다.

“마스터님, 저녁 식사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행정 간부의 목소리였다. 레이는 그녀가 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기를 바랐다. 다행히도, 그 간부는 문을 열지 않았다. 그저 문 밖에서 보고만 하고 돌아갔다.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다시 멀어져 갔다. 레이는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다시 문틈으로 카메라를 밀어 넣었다.

그러나 그때, 방 안의 상황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채원이 갑자기 일어나며 백현오의 손을 뿌리쳤다.

“마스터님, 죄송합니다. 제가…… 제가 준비가 안 됐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떨림 속에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백현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의 미소가 잠시 흔들렸다.

“무슨 말이니? 이 의식은 네 가문을 위한 거야.”

“알아요. 하지만…… 오늘은 안 돼요. 제가 너무 두려워서……”

“두려움은 정화의 첫 단계일 뿐이야.”

“그래도…… 하루만 더 시간을 주세요. 제발.”

방 안의 찬송이 멈췄다. 다른 여성들이 채원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누군가가 마스터의 의사를 거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백현오는 잠시 침묵했다. 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러나 그는 곧 다시 미소를 지었다.

“좋다. 네 의향을 존중하겠다. 하지만 내일 밤, 반드시 이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그것이 네가 가문을 구원하는 유일한 길이다.”

“……네, 마스터님.”

채원은 고개를 숙이며 방을 나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불안정했다. 그녀는 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벽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에는 불씨가 살아 있었다.

레이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채원이 고개를 들었다.

“당신……”

“보고 있었어. 잘했어.”

그 말은 칭찬이 아니었다. 그냥 관찰 결과였다. 그러나 채원은 그 말에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나…… 나 방금 마스터에게 처음으로 ‘아니오’라고 말했어. 태어나서 처음이야.”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

“하지만…… 내일 또 가야 해. 그때는……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채원은 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그녀의 드레스가 대리석 바닥에 흘러내렸다. 레이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잠시 침묵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적었다.

“네가 도움을 원한다면, 방법이 있어.”

채원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희망이 반짝였다.

“어떤 방법?”

“내가 오늘 밤 이곳에 다시 올 거야. 그때 네가 내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이곳에 놓아둬.”

레이가 계단 난간 아래의 작은 틈새를 가리켰다. 그곳은 대리석과 벽 사이의 미세한 간격으로,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거기에 네가 원하는 걸 적어서 넣어둬. 내가 찾을게.”

“당신…… 저를 도와주려는 거예요?”

“도움이라기보다는 거래야. 나는 내 타깃을 찾고 있어. 너는 그 타깃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어. 그걸로 하자.”

채원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내일 아침까지 준비할게요.”

레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그녀가 계단을 내려가려 할 때, 채원이 그녀를 불렀다.

“당신 이름이 뭐예요?”

“쿠로사와 레이.”

“레이 씨…… 고마워요.”

그 말에 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걸음을 계속했을 뿐이다.

그날 밤, 레이는 숙소로 돌아와 오늘의 기록을 정리했다. 그녀는 채원이 백현오에게 저항하는 장면을 여러 번 되감아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 속 불씨는 분명했다. 그것은 꺼지지 않을 불씨였다. 레이는 그 사진을 확대하여 저장했다. 그리고 노트북에 보고서를 작성했다.

“피사체 A(한채원), 금일 의식 중 가해자 백현오에게 최초로 저항 의사를 표명함. 이는 피사체 A의 심리적 변화를 시사하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판단됨. 피사체 A는 본 계약의 타깃이 아니나, 타깃(일본인 모녀)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음. 이에 따라 피사체 A와의 정보 교환 채널을 유지하기로 결정함. 차후 피사체 A의 움직임을 지속 관찰할 예정.”

그녀는 보고서를 저장하고, 컴퓨터를 덮었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동이 트고 있었다. 본당의 첨탑이 새벽 하늘에 검은 실루엣으로 드러나 있었다. 그 첨탑 아래에서, 누군가는 처음으로 저항하기 시작했다. 레이는 그 저항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기록할 것이다. 그게 그녀의 일이었다.

다음 날 아침, 레이는 다시 본당으로 향했다. 그녀는 촬영을 가장해 처소 주변을 배회했다. 그녀가 계단 난간 아래의 틈새를 확인했을 때, 그곳에는 작은 종이쪽지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주변을 살피고, 재빨리 쪽지를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그녀는 숙소로 돌아와 쪽지를 펼쳤다. 거기에는 흔들리는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레이 씨,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든지 말씀해 주세요. 저는 마스터의 처소 내부 구조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완성의 방’이라는 곳이 있어요. 거기에 외국인 여성들이 몇 명 있습니다. 그분들이 당신이 찾는 사람들일지도 몰라요. 저는 오늘 밤 다시 처소로 불려갑니다.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한채원”

레이는 그 쪽지를 여러 번 읽었다. 그리고 그녀는 결정했다. 그녀는 이 여성과 협력하기로. 그것은 그녀의 계약 범위를 약간 벗어나는 일이었지만, 타깃에 접근하기 위한 가장 빠른 경로였다.

그날 오후, 레이는 다시 채원과 마주쳤다. 이번에는 그녀가 먼저 다가갔다.

“쪽지 받았어.”

채원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협력하자. 대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무슨 일이든 할게요.”

“오늘 밤, 네가 처소에 들어가면 내가 신호를 보낼 거야. 그 신호가 오면, 네가 할 수 있는 대로 ‘완성의 방’에 대한 정보를 빼내와. 문이 잠겨 있는지, 경비가 있는지, 그 안에 누가 있는지.”

“알겠어요.”

“그리고…… 네가 위험하다고 느끼면 즉시 빠져나와. 네 목숨이 우선이야.”

그 말에 채원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레이가 자신의 목숨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왜…… 저를 신경 써요?”

“신경 쓰는 게 아니야. 네가 죽으면 정보를 더 이상 얻을 수 없으니까.”

그것은 냉정한 말이었다. 그러나 채원은 그 냉정함이 오히려 진실하다고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살아서 돌아올게요.”

그날 밤, 레이는 다시 처소 근처에 잠복했다. 그녀는 카메라를 들고 문틈을 통해 내부를 관찰했다. 채원이 방 안에 들어갔다. 그녀는 백현오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녀의 어깨가 떨리지 않았다. 그녀는 단단하게 서 있었다.

“마스터님, 오늘은 준비가 됐어요.”

백현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전날보다 조금 더 차가워 보였다.

“좋아. 그럼 시작하자.”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레이는 채원의 손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드레스 자락 아래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그것은 종이쪽지였다. 그녀는 의식이 끝난 후, 그 쪽지를 계단 난간 아래의 틈새에 넣을 계획이었다. 레이는 그녀의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았다.

의식이 끝나고, 채원이 방을 나왔다. 그녀의 걸음은 전날보다 더 단단했다. 그녀는 난간 아래에 쪽지를 넣고, 빠르게 자리를 떴다. 레이는 그 쪽지를 회수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읽었다.

“완성의 방은 처소 지하에 있습니다. 입구는 마스터의 침실 뒤쪽에 있는 비밀 문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열쇠는 마스터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닙니다. 그 안에는 세 명의 여성이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일본인이고, 다른 두 명은 한국인입니다. 그들은 모두 ‘심층 수련’ 중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감금되어 있어요. 저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 문의 위치를 더 자세히 그려드리겠습니다. – 한채원”

레이가 그 쪽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그것은 냉소적인 미소였다.

“드디어 실마리가 잡혔군.”

그녀는 노트북을 열고, 오늘의 기록을 입력했다.

“피사체 A, 정보 제공자로서의 가치 확인. 타깃(일본인 모녀)의 소재가 처소 지하 ‘완성의 방’에 있을 가능성 높음. 피사체 A와의 협력 채널 유지. 차후 지하 구역 진입을 위한 계획 수립 중.”

그녀는 입력을 마치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본당의 첨탑이 어둠 속에 서 있었다. 그 첨탑 아래에서, 누군가는 처음으로 반항의 씨앗을 뿌렸다. 그 씨앗이 어떻게 자랄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레이는 그 과정을 기록할 것이다. 그게 그녀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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