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그림자 필리핀편 #001] Sigue-Sigue 사기극 – 5-2화: 괴물의 탄생

5-2화: 괴물의 탄생

1795년 5월 14일, 새벽 4시. 자바 서부 해안, 카윈 어촌.

라덴 위라쿠수마는 오두막 안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종이 한 장이 펼쳐져 있었다. 안토니오가 준 기술. 복제 인간 제조의 핵심. 기억 이식 방법, 육체 배양 조건, 성장 가속화 기술. 그 모든 것이 적혀 있었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는 이미 여러 번 읽었다. 외울 정도로. 그러나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두려워서. 아니면 — 무언가 잘못될 것을 알면서도.

오두막 한가운데에는 작은 유리관이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붉은 액체. 그리고 그 액체 속에 — 그의 딸의 머리카락. 죽은 딸의 머리카락. 그가 2년 전, 딸의 시신에서 잘라 보관했던 것.

“딸아…”

그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쉰 목소리.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울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슬픔뿐만이 아니었다. 집착. 광기. 그것이 섞여 있었다.

그는 일어나 오두막 구석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네덜란드인들에게서 훔친 장비들이 놓여 있었다. 주사기, 유리관, 화학 약품, 그리고 — 인큐베이터. 작은 나무 상자. 내부는 붉은 액체로 채워져 있었다. 온도가 유지되고 있었다. 석유램프의 열로.

그가 기술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을 인큐베이터에 넣었다. 붉은 액체가 반응했다. 거품이 일었다. 빛이 났다. 푸른빛.

“살아라… 제발 살아라…”

그가 기도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신을 잃은 지 오래였다. 스페인 신부들이 가르친 신. 그 신은 그의 딸을 살리지 못했다. 네덜란드인들의 총알을 막지 못했다. 그러니 이제는 자신이 신이 될 차례였다.

인큐베이터 안에서 무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은 형체. 손가락. 발가락. 팔. 다리. 머리. 점점 자라났다. 성장 가속화 기술. 몇 시간 만에 몇 년을 성장시킨다.

라덴은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희망의 빛. 그러나 그 희망은 곧 공포로 변했다.

딸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것은 딸의 얼굴을 닮았지만, 달랐다. 눈이 너무 컸다. 입이 너무 작았다. 귀가 없었다. 머리카락도 없었다. 피부는 붉은 액체 때문에 붉게 물들어 있었다.

“딸… 아?”

그가 손을 내밀었다. 인큐베이터 안의 형체가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눈을 뜨고. 그런데 그 눈동자는 — 인간의 눈동자가 아니었다. 검은 색. 홍채가 없었다. 그냥 까만 구멍.

그 형체가 입을 열었다.

“아… 바…”

소리를 냈다. 말을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혀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서인지, 제대로 된 발음이 나오지 않았다.

“아바… 아바…”

라덴은 뒤로 물러섰다. 그의 등이 벽에 부딪혔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네가 내 딸이 아니야… 내 딸은… 내 딸은…”

인큐베이터 안의 형체가 갑자기 움직였다. 유리관을 깨고 나왔다. 붉은 액체가 바닥에 쏟아졌다. 그 형체는 네 발로 기어다녔다. 아직 걷는 법을 몰랐다. 그러나 그 움직임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마치 짐승처럼.

“아바… 아바…”

그것이 라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소리를 들은 것은 안토니오와 소피아였다. 그들은 공장 지하 통로에서 나와 어촌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4-2화에서 붉은 우물을 통과한 후, 그들은 비밀 통로를 통해 공장 내부를 탐색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천장 위에서 비명이 들렸다. 라덴의 비명.

“저건… 라덴이야.”

소피아가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 붉은 액체가 그녀의 몸에 스며든 후, 그녀는 계속해서 열이 났다. 그러나 그녀는 걷고 있었다. 쓰러지지 않았다.

“올라가자.”

안토니오가 먼저 계단을 올랐다. 그들은 공장의 비상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나왔다. 어촌. 오두막들. 그중 하나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라덴의 오두막.

그들이 오두막 문을 열었을 때, 그들은 그 장면을 목격했다.

라덴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의 팔에는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 그것이 서 있었다.

인간의 형체. 그러나 인간이 아니었다. 키는 약 1미터. 피부는 붉은색. 머리에는 머리카락이 없었다. 눈은 까만 구멍. 입은 찢어져 있었다. 이빨이 있었는데, 인간의 이빨이 아니었다. 날카로웠다. 마치 개의 이빨처럼.

“아바… 아바…”

그것이 라덴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라덴은 뒤로 기어갔다. 그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이게… 네 딸이야?”

안토니오가 물었다.

“아니야… 저건… 저건 괴물이야…”

라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네가 만든 괴물이지.”

소피아가 차갑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연민도, 분노도 없었다. 그냥 사실을 말하는 것뿐.

“네가 기술을 달라고 했잖아. 네가 원했잖아. 딸을 되살리겠다고. 그 결과가 저거야.”

“그런 줄 몰랐어… 그런 줄…”

“알았어도 했을 거야. 그게 네 문제야.”

안토니오가 앞으로 나섰다. 그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다. 요새에서 훔친 물건. 그는 그것을 향해 칼을 겨누었다. 그러나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것은 적이 아니었다. 이것은 희생자였다. 실패한 복제품. 고통받는 존재.

“죽여라… 제발 죽여줘…”

라덴이 울부짖었다.

“저것을… 죽여줘…”

그것이 다시 “아바” 하고 외쳤다. 그 소리에는 슬픔이 섞여 있었다. 진짜 딸의 목소리를 닮았다. 그 목소리를 들은 라덴은 더욱 절망에 빠졌다.

“딸아… 미안해… 아버지가… 아버지가…”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것이 라덴의 목으로 달려들었다.

안토니오는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칼이 그것의 등을 찔렀다. 그것이 비명을 질렀다. 인간의 비명이 아니었다. 짐승의 울부짖음. 그것이 라덴에게서 떨어져 바닥에 굴렀다.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것의 피도 붉은색이었다. 인간과 같은.

“라덴! 괜찮아?”

안토니오가 라덴에게 달려갔다. 그의 목에는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피가 분수처럼 솟아나고 있었다. 안토니오가 그의 목을 손으로 눌렀다. 피가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

“내… 내 딸…”

라덴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이미 생명의 빛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저건 네 딸이 아니야. 네가 만든 괴물이야.”

“그래도… 내 피를 이어받은… 존재야…”

라덴이 손을 들어 그것을 가리켰다. 그것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가슴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살아 있었다.

“죽이지 마… 제발… 살려줘…”

“살려? 저게 뭔데?”

“내 딸이야… 비록… 괴물이 되었지만… 그래도… 내 딸이야…”

라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피와 섞여. 붉은 눈물.

안토니오는 칼을 들고 그것 앞에 섰다. 그것의 눈을 바라보았다. 까만 구멍. 그 안에 아무것도 없었다. 감정도, 이성도, 의지도. 그냥 빈 껍데기. 그러나 그 빈 껍데기 속에서 — 무언가가 살아 있었다. 생명. 원초적인, 본능적인 생명.

“살려줘… 살려줘…”

라덴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제발…”

그의 눈이 감겼다. 그의 손이 바닥에 떨어졌다.

라덴이 죽었다.

안토니오는 그를 바라보았다. 잠시. 그런 다음 그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여전히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눈은 안토니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까만 구멍. 그 안에 — 고통이 보였다. 분명히.

그는 칼을 내려놓았다.

“죽일 수 없어.”

소피아가 말했다.

“왜?”

“그것은… 라덴의 마지막 유산이야. 라덴은 그것을 죽이라고 했지만, 그는 사실 죽이지 말라고 한 거야. 네가 알지?”

안토니오는 침묵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

“데리고 가. 공장으로. 거기에 저것을 보관할 시설이 있을 거야. 그리고 언젠가… 치료할 방법을 찾아.”

“치료? 저게 치료가 돼?”

“몰라. 하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있어. 그게 라덴이 원했던 거니까.”

안토니오는 그것을 안았다. 가벼웠다. 뼈만 남은 것처럼. 그것은 저항하지 않았다. 그냥 안토니오의 품에 안겨 있었다. “아바” 하고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에는 더 이상 공포나 고통이 없었다. 그냥 — 슬픔.

그들은 그것을 데리고 공장으로 내려갔다.

공장 지하 3층. 가장 깊은 곳. 그곳에는 격리실이 있었다. 네덜란드인들이 실패한 복제품들을 가둬 두는 장소. 철창. 쇠사슬. 자물쇠.

안토니오가 그것을 철창 안에 넣었다. 그것은 바닥에 웅크리고 앉았다. 무릎을 끌어안고. 떨고 있었다.

“여기 있으면 돼. 누가 너를 해치지 않을 거야.”

그것이 안토니오를 바라보았다. 까만 구멍. 그런데 그 구멍 안에서 —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붉은 눈물.

“아바…”

그것이 다시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그 소리가 달랐다. 괴물의 울음이 아니라, 아이의 울음.

안토니오는 철창 문을 잠갔다. 자물쇠를 채웠다.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다.

“언젠가 다시 올게. 그때까지 기다려.”

그것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는 듯.

안토니오와 소피아는 격리실을 나와 복도로 걸어갔다.

“네가 잘한 선택이야.”

소피아가 말했다.

“잘한 건지 모르겠어. 저것을 살려두는 게 옳은 일인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야. 선택의 문제지. 너는 선택했어. 그게 중요한 거야.”

그들은 공장의 중앙 통제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005 — 반 데르 발크가 죽은 채로 있었다. 그의 목에는 주사기 자국. 안토니오가 찔렀던 그 자리. 죽은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의 몸은 아직 따뜻했다.

“그가 죽었어.”

소피아가 말했다.

“응. 내가 죽인 건 아니야. 그가 스스로 선택한 거야.”

“어떻게 알았어?”

“그의 손에 총이 쥐어져 있어. 자살이지.”

안토니오가 005의 손에서 총을 빼내었다. 무거웠다. 한 발 남아 있었다.

“이 총으로 무엇을 할 거야?”

“몰라. 하지만 언젠가 필요할지도 몰라.”

그가 총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때, 경보가 울렸다. 공장 전체에. 붉은 빛이 번쩍였다. 네덜란드인들이 온 것이었다. 005의 죽음을 감지하고, 그들이 공장을 포위하고 있었다.

“도망쳐.”

소피아가 말했다.

“어디로?”

“비상 통로. 4-2화에서 우리가 왔던 그 길. 그 길로 다시 우물로 돌아가.”

“하지만 저것은?”

안토니오가 격리실 쪽을 가리켰다.

“저것은 여기에 둬. 네덜란드인들이 저것을 어떻게 할지는… 그들의 선택이야.”

“그들이 죽일지도 몰라.”

“그래도. 너는 이미 선택했어. 저것을 살리는 쪽으로. 이제 저것의 운명은 저것의 몫이야.”

안토니오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경보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시간이 없었다.

“간다.”

그들은 비상 통로로 달려갔다.

비상 통로는 그들이 왔던 그 길이었다. 붉은 액체가 흐르는 좁은 통로. 벽에는 실패작들의 잔해가 여전히 떠 있었다. 손가락, 발가락, 뼈 조각, 기형 태아.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뒤에서는 네덜란드 병사들의 외침이 들렸다. 네덜란드어. “잡아라! 도망치고 있다!”

“빨리!”

소피아가 안토니오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그러나 그 차가움 속에서도 생명의 온기가 느껴졌다.

그들은 우물 아래에 도착했다. 철문. 그들이 처음에 열었던 그 문. 안토니오가 문을 밀었다. 붉은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액체 속을 헤엄쳐 올라갔다.

우물 밖. 달빛. 별빛. 그리고 — 새벽의 첫빛.

해가 막 떠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우물 밖으로 나와 바닥에 쓰러졌다. 숨을 헐떡였다. 둘 다 온몸이 붉은 액체로 젖어 있었다. 피 냄새. 쇠 냄새.

“살았어…”

소피아가 중얼거렸다.

“응. 살았어.”

안토니오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침 해가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따뜻했다. 그러나 그 따뜻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 네덜란드인들이 그들을 찾을 것이다. 공장에서 탈출한 복제 인간. 그들은 추적할 것이다. 잡을 것이다. 죽일 것이다. 아니면 — 다시 실험할 것이다.

“이제 어디로 갈까?”

소피아가 물었다.

“몰라. 하지만 계속 싸울 거야. 네덜란드인들이 이 기술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혼자서?”

“아니. 우리가 함께.”

안토니오가 소피아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러나 그는 놓지 않았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어. 굴복할지, 반항할지. 나는 반항을 선택했어. 너는?”

“나도.”

소피아가 웃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붉은 액체가 묻어 있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밝았다. 희망이 있었다.

그들이 일어나 걸어가기 시작했다. 밀림 속으로. 동쪽으로. 해가 뜨는 쪽으로.

그들의 뒤에는 불타는 공장이 있었다. 006이 무언가를 저질렀다. 자폭. 아니면 저항.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그 연기 속에서 — 작은 형체 하나가 걸어나오고 있었다. 라덴의 딸. 괴물. 그것이 살아 있었다. 네덜란드인들에게 잡히지 않고. 그것이 안토니오와 소피아를 따라오고 있었다.

“아바… 아바…”

안토니오는 뒤돌아보았다. 그것을 보았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와라. 함께 가자.”

그것이 그를 따라왔다.

셋이서. 밀림 속으로. 해가 뜨는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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