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그림자 프랑스편 #001] 갇힌 귀족들 – 제2화: 비밀 혈통의 시작

제2화: 비밀 혈통의 시작

1999년 여름, 샤토 드 몽클레르.

드 라클로 가문의 구성원들이 거실에 모여 있었다. 벽난로에는 불이 타오르고 있었고, 그 위에는 15세기 조상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마들렌 드 라클로는 소파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의 오른쪽에는 장녀 이자벨, 왼쪽에는 장남 앙투안이 앉아 있었다. 막내딸 쥘리에트는 창가에 서서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 티에리 씨가 오늘 중요한 이야기를 하신다고 했습니다.”

이자벨이 말했다. 마들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미 티에리의 말을 거의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다.

“그는 신뢰할 만한 사람이야. 그가 우리를 구해줄 거야.”

앙투안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 저는 아직도 그가 말하는 ‘비밀 조직’이라는 게 좀 이상해요. 증거가 있긴 한 건가요?”

“문서를 봤어. 바티칸에서 가져온 거라더라. 너는 나를 의심하는 거니?”

마들렌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앙투안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어머니를 의심하는 순간, 가문에서 쫓겨난 다른 사위들처럼 될까 봐 두려웠다.

쥘리에트가 창가에서 돌아서며 말했다.

“나는 티에리 씨의 주장을 검증해 보려고 했어. 하지만 그의 자료는 모두 검증할 수 없는 출처에서 가져온 것들이었어.”

“그건 당신이 접근 권한이 없어서 그런 거야. 티에리 씨는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어.”

마들렌의 말에 쥘리에트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이미 논쟁을 포기한 지 오래였다.

그때 식당 문이 열렸다. 티에리 베르나르가 정장 차림으로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가죽 서류 가방을 든 보좌관이 따라왔다.

“드 라클로 가문의 여러분, 오늘은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모두 자리에 앉아 주시겠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어떤 명령조가 담겨 있었다. 가족들은 순순히 자리에 앉았다.

티에리는 서류 가방에서 두꺼운 문서 뭉치를 꺼냈다. 표지는 고풍스러운 가죽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바티칸의 문장이 찍혀 있었다. 물론 위조된 것이었다.

“여기 바티칸 비밀 문서고에서 가져온 기록들이 있습니다. 이 문서들은 지금까지 일반인에게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그는 문서를 펼쳐 보였다. 중세 라틴어로 쓰여진 글씨들. 드 라클로 가문의 구성원들은 라틴어를 읽을 수 없었지만, 문서의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드 라클로 가문은 중세 시대 기사단의 직계 후손입니다. 당신들의 조상은 성지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대가로 막대한 영광과 비밀 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

이자벨의 눈이 반짝였다.

“그래서 우리 가문이……”

“맞습니다. 당신들은 단순한 귀족이 아닙니다. 당신들은 이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핵심 혈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들은 적들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앙투안이 끼어들었다.

“그 적들이 누구라는 건가요? 이름을 댈 수 있나요?”

티에리는 잠시 침묵했다.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그리고 그들과 결탁한 국제 금융 자본. 그들은 수백 년 동안 이 세계를 조종해 왔습니다. 그리고 드 라클로 가문처럼 그들에 맞설 수 있는 혈통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쥘리에트가 물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우리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겁니까?”

“때가 왔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을 제거하려는 그들의 계획이 거의 완성 단계에 있습니다. 만약 제가 돕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모두……”

그는 말을 마치지 않았다. 그 침묵이 가족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날 이후, 티에리는 가족들을 한 명씩 개인 면담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이자벨이었다.

“이자벨 씨, 당신은 가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당신의 어머니는 연세가 많으시고, 당신의 남동생과 여동생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책임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이자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하죠?”

“당신의 주변을 잘 살펴보세요. 적들은 당신 가까이에 있습니다. 당신이 가장 믿는 사람들 중에도 그들의 스파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구 말인가요?”

“스스로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를 의심한다면, 즉시 저에게 알려주세요.”

다음은 앙투안이었다.

“앙투안 씨, 당신은 의사입니다. 당신은 생명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가족들의 생명이 지금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앙투안은 긴장한 표정이었다.

“저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제 능력으로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다만 당신이 제 말을 믿어야 합니다. 의심은 적이 당신을 약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마지막은 쥘리에트였다. 그녀는 처음부터 티에리를 경계하고 있었다.

“쥘리에트 씨, 당신은 교수입니다. 당신은 논리와 이성을 중시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성을 넘어서는 것이 있습니다. 당신의 직감을 믿으세요.”

“직감? 나는 직감보다 증거를 믿어요.”

“증거는 조작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직감은 조작될 수 없습니다. 당신은 이미 무언가를 느끼고 있지 않나요? 당신의 가족들이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을?”

쥘리에트는 침묵했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가족들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다.

며칠 후, 이자벨의 남편 장뤽이 갑자기 가문에서 쫓겨났다. 이유는 ‘적들에게 매수된 프락치’라는 것이었다.

“장뤽, 당신은 우리 가문을 배신했어요.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수 없어요.”

이자벨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장뤽은 어이가 없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

“티에리 씨가 증거를 가지고 있어요. 당신이 외부의 적과 접촉했다는 증거를.”

“그건 조작이야! 그 사람을 믿는 거냐?”

“나는 티에리 씨를 믿어요. 당신을 믿지 않아요.”

장뤽은 결국 성에서 쫓겨났다. 그의 아내 이자벨은 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그는 아이들에게조차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같은 방식으로 다른 사위들과 친척들도 하나둘 쫓겨났다. 의심하는 사람, 저항하는 사람, 티에리의 말을 의심하는 사람은 모두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우리는 이제 안전합니다. 적들의 스파이들이 모두 사라졌으니까.”

마들렌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진짜 적은 그들 곁에 남아 있다는 것을.

쥘리에트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티에리가 가족들을 조종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가족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은 지 오래였다.

1999년 가을, 샤토 드 몽클레르.

드 라클로 가문의 구성원들은 다시 거실에 모여 있었다. 이번에는 쥘리에트가 없었다. 그녀는 티에리의 면담을 거부한 죄로 방에 갇혀 있었다.

“이제 우리는 11명만 남았습니다. 이 11명이 바로 선택받은 자들입니다.”

티에리가 선언했다. 가족들은 열광했다.

“우리는 이제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해야 합니다. 적들은 우리의 약한 틈을 노립니다. 만약 우리가 완벽하게 뭉친다면, 그들은 우리를 건드릴 수 없습니다.”

마들렌이 말했다.

“티에리 씨, 우리는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대로 하겠습니다.”

티에리는 미소 지었다. 그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쥘리에트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는 갇힌 방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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