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샤토에 들어온 늑대
1999년 봄, 프랑스 남서부 지방 페리고르(Périgord).
푸른 언덕이 끝없이 펼쳐진 이 지역에는 중세 시대부터 내려오는 성(Château)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성 중 하나는 드 라클로(De Laclos) 가문의 소유였다. 15세기에 지어진 이 성은 두꺼운 석벽과 뾰족한 탑, 그리고 넓은 정원을 자랑했다. 봄이 되면 정원에는 장미가 만발했고, 그 향기가 성 전체를 감쌌다.
드 라클로 가문은 이 지역에서 가장 존경받는 명문 귀족 가문이었다. 전직 도지사를 지낸 노부인 ‘마들렌 드 라클로(Madeleine de Laclos)’는 이 성의 실질적인 소유자였다. 그녀는 세 명의 자녀를 두었고, 각각 의사, 변호사, 교수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손자녀들도 명문 대학에 다니며 가문의 명예를 이어가고 있었다.
“우리 가문은 500년 동안 이 땅을 지켜왔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무너지지 않았죠.”
마들렌은 손주들에게 자주 그런 말을 했다.
그해 봄, 마들렌의 장녀 ‘이자벨 드 라클로(Isabelle de Laclos)’가 운영하는 학원에 한 남자가 컨설턴트로 들어왔다. 그는 티에리 베르나르(Thierry Bernard). 40대 초반의 그는 세련된 양복을 입고 있었고, 지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이자벨 씨, 당신의 학원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도와드리면 지금보다 두 배는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티에리는 단순한 컨설턴트가 아니었다. 그는 심리학을 전공했고, 인간의 약점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탁월했다.
“당신은 가문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입니다. 당신의 어머니는 당신에게 큰 기대를 걸고 계십니다.”
이자벨에게 한 그의 말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며칠 후, 그는 이자벨의 남동생 ‘앙투안 드 라클로(Antoine de Laclos)’를 만났다. 앙투안은 파리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었다.
“앙투안 씨, 당신은 가문의 자산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제가 도와드리면 좋겠네요.”
앙투안은 그의 제안에 귀를 기울였다.
가장 어려운 대상은 막내딸 ‘쥘리에트 드 라클로(Juliette de Laclos)’였다. 그녀는 대학교수로, 매우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당신 같은 컨설턴트가 필요 없어요.”
티에리는 그녀에게 한 권의 책을 건넸다.
“이 책을 읽어보세요.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세요.”
쥘리에트는 책을 읽었다. 며칠 후, 그녀는 티에리에게 말했다.
“좋아요. 당신의 말을 들어볼게요.”
몇 주 후, 티에리는 드 라클로 가문의 구성원들을 한 명씩 독대하기 시작했다.
“당신들 가문은 중세 시대부터 내려오는 비밀 결사대의 핵심 혈통입니다.”
이자벨은 그의 말을 믿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티에리는 그녀에게 고문서 복사본을 보여주었다.
“이 문서는 바티칸 비밀 문서고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당신들의 혈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죠?”
“조심해야 합니다. 전 세계의 거대 비밀 조직이 당신들의 재산과 목숨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자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는 당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왔습니다. 저를 믿으세요.”
그날 밤, 이자벨은 잠들지 못했다.
몇 개월 후, 티에리는 본격적으로 가족들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이자벨, 당신의 남편 ‘장뤽(Jean-Luc)’은 얼마 전에 낯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는 적들에게 정보를 넘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자벨은 충격을 받았다.
“그가…… 그럴 리가 없어요.”
“확인해 보시죠.”
이자벨은 남편의 휴대폰 통화 내역을 확인했다. 티에리가 말한 대로, 장뤽은 낯선 번호와 여러 차례 통화한 기록이 있었다.
그녀는 남편과 대면했다.
“장뤽, 당신은 누구와 통화한 거예요?”
“고객이야. 무슨 의심을 사는 일을 했나?”
“당신이 적들에게 정보를 넘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장뤽은 어이가 없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누가 그런 말을 했어?”
“티에리 씨가……”
장뤽은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이 티에리의 계략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장뤽은 가문에서 쫓겨났다. 그의 아내 이자벨은 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같은 방식으로 다른 사위들과 친척들도 하나둘 쫓겨났다. 외부의 조언을 해줄 사람들은 모두 사라졌다. 오직 11명의 직계 가족만이 남았다.
2000년 초, 드 라클로 가문의 구성원들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적들이 곧 우리를 공격할 것입니다. 우리는 몸을 숨겨야 합니다.”
티에리의 말에 가족들은 동의했다. 그들은 샤토 드 몽클레르(Château de Montclair)의 문과 창문을 모두 걸어 잠갔다.
“우리는 안전합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적들은 교활합니다. 우리는 절대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됩니다.”
가족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스스로 감옥에 갇히기로 선택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적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이 믿는 구원자는 실제로 그들을 파멸로 이끌고 있다는 것을.
샤토의 문은 닫혔다. 그리고 그 문은 9년 동안 다시 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