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 캐나다편 #001] 브리-엑스(Bre-X) – 5-2화: 버티기의 대가

5-2화: 버티기의 대가

1997년 여름, 캘거리.

데이비드 월시는 사무실 창가에 서 있었다. 여름의 햇살이 따가웠지만, 그의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지난 반년 동안 브리-엑스의 주가는 200달러에서 50달러로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떠나갔고, 언론은 그를 사기꾼으로 몰아세웠다.

“데이브, 또 소송이 접수됐어.”

존 펠더가 서류 뭉치를 들고 들어왔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했지만, 눈가에는 깊은 그늘이 져 있었다.

“몇 건째?”

“스물셋.”

데이비드는 서류를 받아 훑어보았다. 변호사 비용, 소송 비용, 배상금. 숫자들은 점점 커져만 갔다.

“우리한테 돈이 얼마나 남았어?”

“거의 없어. 다음 달 급여도 못 줄 지경이야.”

데이비드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걸었다. 집을 팔았고, 차를 팔았고, 심지어 아내의 보석까지 팔았다. 하지만 그 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존, 우리가 남아프리카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도망치자는 거야?”

“도망이 아니라… 전략적 후퇴.”

존은 고개를 저었다.

“데이브, 우리가 여기서 버티는 한, 희망은 있어. 하지만 떠나면 모든 게 끝이야. 투자자들은 우리를 평생 쫓을 거고, 우리는 영원히 도망자로 살아야 해.”

데이비드는 그의 말을 곱씹었다. 그는 이미 너무 지쳐 있었다. 하지만 존의 말이 맞았다. 도망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알겠어. 버티자.”

그날 밤, 데이비드는 사무실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형광등이 깜빡이며 신경질적으로 빛났다. 그는 몇 년 전, 이 사무실에서 브리-엑스를 시작하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희망이 가득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것을 가졌지만, 희망은 사라졌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마이클 드 구즈만은 호텔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커튼을 걸어 잠그고, 불을 모두 끈 방 안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손에 쥔 약병을 응시하고 있었다. 처방전 없이 구한 강력한 수면제였다.

‘이걸 다 먹으면 얼마나 잘 수 있을까?’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영원히 잠들 수 있을까.

“마이클 씨, 전화 왔어요.”

호텔 직원이 문 밖에서 불렀다. 마이클은 약병을 베개 아래에 숨기고 일어났다.

“누구예요?”

“캘거리에서 온 전화예요. 월시 씨라고 하네요.”

마이클은 전화기를 들었다.

“데이브.”

“마이클, 부상 상황은 어때?”

마이클은 잠시 망설였다.

“시추는 계속되고 있어. 하지만 아직 상업적 매장량은 확인되지 않았어.”

“필요한 게 뭐야? 돈? 장비? 사람?”

“모든 게 필요해. 하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건…… 시간.”

데이비드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시간은 우리한테 없어. 주식은 계속 폭락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소송을 걸고 있어. 우리는 곧 무너질 거야.”

“그럼 어떻게 하길 바래?”

“기적. 네가 만들어낼 수 있는 기적.”

마이클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는 다시 베개 아래에서 약병을 꺼냈다.

‘기적……’

그는 중얼거렸다. 그는 이미 모든 기적을 다 써버렸다. 더 이상 만들 수 있는 기적은 없었다.

며칠 후, 마이클은 부상 캠프로 돌아갔다. 그는 인부들에게 마지막 시추를 지시했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깊이 150미터까지 내려가.”

“그렇게 깊이 내려가면 시추기가 버티지 못할 거예요.”

“버티게 해. 우리한테는 선택지가 없어.”

시추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깊이 120미터에서 시추기가 고장 났다. 인부들은 수리하는 데 이틀이 걸렸다. 그 사이 마이클은 불안에 떨며 캠프를 서성거렸다.

결국 시추가 재개되었다. 깊이 150미터. 코어 샘플에서 금 입자가 보였다. 톤당 0.5그램.

마이클은 고개를 저었다. 인부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까요, 마이클 씨?”

“기록해. 톤당 5그램으로.”

그의 말에 인부들은 놀랐다.

“하지만 실제 수치는……”

“기록하라고.”

마이클의 목소리에는 이미 지쳐버린 체념이 섞여 있었다.

1997년 가을, 캘거리.

데이비드의 사무실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캐나다 증권 거래소였다.

*“브리-엑스 미네랄스는 지난 3년간 제출한 시추 데이터에 대한 독립적인 감사를 요청받았습니다. 만약 30일 이내에 감사 결과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거래 정지 및 상장 폐지 절차가 진행됩니다.”*

데이비드는 편지를 읽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존,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존은 편지를 건네받아 읽어보았다. 그의 표정도 어두웠다.

“감사를 받아들여야 해. 거래 정지만큼 나쁜 건 없어.”

“하지만 감사를 받으면 모든 게 들통 나.”

“들통 나는 것과 거래 정지는 달라. 거래 정지는 즉시 파산을 의미해. 감사는…… 시간을 벌 수 있어.”

데이비드는 잠시 생각했다.

“알겠어. 감사팀을 받아들여. 하지만 조건이 있어. 우리가 지정하는 지질학자로 팀을 구성해야 해.”

“그건 불가능해. 거래소가 직접 팀을 보낼 거야.”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야?”

“기도.”

존의 말에 데이비드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이미 기도하는 법을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며칠 후, 감사팀이 캘거리에 도착했다. 팀장은 토론토 대학교의 지질학 교수였다. 그는 이미 몇 차례 광산 사기 사건을 조사한 경험이 있었다.

“월시 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데이비드는 그의 손을 잡았다. 악수하는 순간, 데이비드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1997년 11월, 인도네시아 부상.

감사팀이 캠프에 도착했다. 그들은 직접 시추를 진행했고, 코어 샘플을 채취했다. 마이클은 그들의 모든 요구를 받아들였다. 더 이상 조작할 수 없었다. 이미 현장에는 그의 통제를 벗어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며칠 후, 감사 결과가 나왔다.

톤당 0.1그램. 상업적 가치가 전혀 없는 수치였다.

감사팀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그 보고서는 캘거리로 전송되었다.

데이비드는 보고서를 받아들고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존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데이브.”

“끝이구나.”

그의 목소리는 무력했다.

며칠 후, 브리-엑스는 공식적으로 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동시에 데이비드는 사임 의사를 밝혔다. 주가는 하루 만에 90% 폭락했다.

캘거리 증권 거래소는 브리-엑스의 거래를 정지시켰다. 투자자들이 사무실 앞으로 몰려들었다. 어떤 이들은 울부짖었고, 어떤 이들은 분노에 휩싸여 건물을 때렸다.

데이비드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차 안에서 그는 아내에게 전화했다.

“모든 게 끝났어.”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예감하고 있었다.

1998년, 캘거리 법원.

데이비드 월시는 법정에 섰다. 증권 사기 혐의였다. 그의 얼굴은 초췌했고, 수염은 거칠게 자라 있었다. 그는 이미 몇 달째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피고인은 유죄를 인정하시나요?”

데이비드는 잠시 침묵했다.

“인정합니다.”

법정은 술렁였다.

변호인의 변론이 이어졌다. 데이비드가 마이클의 조작을 알지 못했으며, 단순히 그의 전문성을 믿었을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그의 주장을 일부만 받아들였다.

데이비드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존 펠더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둘 다 항소했다. 재판은 몇 년 동안 이어졌다.

데이비드는 감옥에 수감된 지 몇 달 만에 폐암 진단을 받았다. 그는 가석방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병상에서 그는 변호인에게 말했다.

“내가 죽으면, 모든 재산을 투자자들에게 배상해 줘.”

“하지만 당신의 재산은 이미 대부분 압류되었습니다.”

“그래도 남은 게 있으면…… 그들에게 줘.”

며칠 후, 데이비드 월시는 세상을 떠났다.

존 펠더는 남아프리카로 도망갔다. 그는 캐나다로 송환되지 않았다. 대신 현지에서 조용히 살아갔다. 그는 다시는 광산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다.

브리-엑스의 사건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교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어떤 선택에는 평생을 짊어져야 하는 대가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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