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잔혹사 영국편 #001] 런던의 안개 속, 갇혀버린 백조들 (The Sugar Trap) — 7-4화: 깨어난 백조 (실제 사건 파일 기반 각색)

7-4화: 깨어난 백조

새벽 4시. 클로에는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소피아가 남긴 USB가 쥐어져 있었다. 그녀는 이미 그 안의 내용을 세 번이나 확인했다. VIP 명단. CCTV 영상. 알렉스의 목소리.

그녀는 휴대폰을 들었다. 세 개의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 엘리너 그레이 변호사.

“엘리너, 집단 소송을 준비하겠습니다. 저 혼자가 아니에요. 다른 피해자들도 있어요.”

“클로에, 그건 쉬운 길이 아니야. 몇 년이 걸릴 수 있어.”

“알아요. 하지만 소피아는 그 몇 년을 기다리지 못했어요. 저는 기다릴 수 있어요.”

“좋아요. 내가 준비할게요.”

두 번째, 플로렌스.

“일어나. 나랑 같이 싸울 거야.”

“지금? 새벽 4시인데.”

“알렉스는 새벽 4시에도 일하고 있어. 우리도 그래야 해.”

“무슨 싸움?”

“다른 피해자들을 찾을 거야. UCL, KCL, LSE. 이 대학들에 알렉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어.”

플로렌스는 잠시 침묵했다.

“알겠어. 아침 7시에 도서관 앞에서 만나.”

세 번째, 아만다 프라이스. 가디언 기자.

“아만다, 기사는 아직 보류해주세요.”

“왜? 준비 다 됐는데.”

“증거가 더 필요해요. 저 혼자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열 명, 스무 명이 함께 말할 때 기사는 더 강력해져요.”

“네가 다른 피해자들을 찾겠다는 뜻이군.”

“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게요.”

“클로에, 넌 특별한 사람이야.”

“아니요. 저는 더 이상 혼자이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런던의 하늘은 아직 어두웠다. 하지만 그녀는 별 하나를 발견했다. 아주 작고, 희미했다. 하지만 분명히 있었다.

일주일 후, 클로에와 플로렌스는 UCL 도서관 지하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그들 앞에는 세 명의 여성이 더 있었다.

UCL 출신, 모두 알렉스의 VIP 파티에 참석했던 피해자들.

“내 이름은 리사야. 2년 전에 알렉스를 만났어. 그는 나에게 펀드 매니저라고 소개했지. 6개월 후, 나는 20만 파운드의 빚을 지고 있었어.”

“나는 에밀리. KCL 출신이야. 알렉스는 나를 2층에 3개월 동안 가뒀어. 그곳에서 내가 본 것들을 절대 잊을 수 없어.”

“나는 조이. LSE 출신. 나는 도망쳤어. 하지만 알렉스가 내 가족을 협박해서 다시 돌아왔지. 너처럼, 클로에.”

클로에는 그들의 얼굴을 하나씩 바라보았다. 모두 다른 얼굴. 하지만 모두 같은 눈빛. 죽은 눈빛. 아니, 그중 일부는 이제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 싸울 거야. 혼자가 아니라는 것, 그게 우리의 무기야.”

“알렉스는 돈과 권력을 가졌어. 우리는 뭘 가졌는데?”

“진실. 그리고 그 진실을 들으려는 사람들.”

그날, 그들은 증언을 녹음했다. 각자의 이야기를. 각자의 상처를. 각자의 빚을.

4시간이 걸렸다. 모두가 울었다. 하지만 모두가 끝까지 말했다.

엘리너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서류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VIP 명단. CCTV 영상. 통화 녹음. 은행 계좌 내역. 피해자 증언.

“이 정도면 알렉스를 기소할 수 있어요?”

“알렉스뿐만이 아니야. 이 명단에 있는 VIP들도 기소 대상이 될 수 있어.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어.”

“뭔데요?”

“이 명단에 법조계 인사가 포함되어 있어. 고등법원 판사, 변호사, 심지어 경찰 간부까지. 이 사람들이 재판 과정에서 영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그래도 해야 해요.”

“그럴 거야. 하지만 다른 방법을 써야 해. 재판만으로는 부족해. 언론의 힘이 필요해. 대중의 관심이 필요해. 그들의 권력이 무력해지는 순간은, 모든 사람이 그들을 지켜볼 때야.”

클로에는 아만다에게 전화를 걸었다.

“준비됐어요.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말해봐.”

“피해자들의 신분은 보호해줘요. 저는 상관없어요. 제 얼굴이 나가도 좋아요. 하지만 그들은…”

“클로에, 네 얼굴이 나가면 네 인생은 끝나는 거야.”

“제 인생은 이미 한 번 끝났어요. 다시 살고 있을 뿐이에요.”

아만다는 잠시 침묵했다.

“알겠어. 네 조건을 받아들일게.”

그 기사는 11월 15일 아침 6시에 발행되었다.

제목은 ‘런던의 안개 속, 갇혀버린 백조들 – 피해자들이 직접 증언하다’

이번에는 클로에의 실명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도 나왔다. 그녀는 더 이상 ‘UCL 여대생 A씨’가 아니었다. 그녀는 클로에였다.

기사에는 그녀의 증언과 함께, 다른 네 명의 피해자 증언이 실렸다. 물론 그들의 실명은 보호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생생하게 전해졌다.

“알렉스는 내가 가장 취약한 순간을 노렸어. 내 빚, 내 자존심, 내 외로움.”

“2층은 지옥이었어. 하지만 그 지옥에서 내가 본 것은 VIP들의 얼굴이었어. 그들은 웃고 있었어.”

“소피아는 죽었어. 알렉스는 그녀를 죽인 거나 마찬가지야. 나는 그녀의 이름을 잊지 않을 거야.”

기사는 1시간 만에 SNS를 점령했다. 3시간 만에 영국의 모든 주요 매체가 이 사건을 다루기 시작했다. BBC, 스카이뉴스, ITV.

오후가 되자, 런던 경찰청이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알렉산더 보리소프(일명 알렉스 레인)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또한 VIP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클로에는 플로렌스와 함께 체어시 아파트에서 뉴스를 지켜보았다.

“클로에, 해냈어.”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이제 시작이야.”

재판은 6개월 후에 시작되었다.

법정은 가득 찼다. 기자들, 피해자 가족들, 그리고 호기심 많은 시민들.

알렉스는 체포되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로 도망친 후, 영국 정부와의 협의 끝에 국제 형사 재판소에서 재판받기로 합의했다. 화상으로 연결된 스크린에는 그의 얼굴이 비쳐 있었다. 여전히 깔끔한 수트.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미소.

“클로에 씨, 당신은 피고와 어떤 관계입니까?”

“저는 그의 피해자입니다.”

“피해자라면 왜 그와 함께 여러 차례 식사하고, 선물을 받았습니까?”

“그것은 가스라이팅의 일부였습니다. 그는 제 자존심을 이용했고, 제 취약한 순간을 노렸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성인입니다. 당신 스스로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습니까?”

“그 계약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서명했습니다. 그리고 피고는 그 점을 의도적으로 이용했습니다.”

검사가 다른 증거들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VIP 명단. 2층의 CCTV 영상. 소피아의 증언 USB. 다른 피해자들의 법정 증언.

재판은 3주 동안 계속되었다.

마지막 날, 배심원들이 평의실로 들어갔다. 4시간 후, 그들은 돌아왔다.

“유죄.”

그 한마디에 법정이 술렁였다.

알렉스는 화상 스크린 너머에서 아무 표정 없이 그 판결을 받아들였다.

클로에는 플로렌스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재판이 끝난 지 1년 후.

클로에는 UCL로 복학했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그녀를 보고 소곤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엘리너 그레이의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른 피해자들을 돕고 있었다. 그녀가 받은 도움을, 이제 다른 이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플로렌스는 여전히 그녀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그녀는 심리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트라우마 치유 센터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녀가 2층에서 겪은 경험은 그녀의 연구에 깊은 영감을 주었다.

소피아의 시신은 2년 후에야 발견되었다. 템즈 강 하류에서. 그녀는 익사한 상태였다. 클로에는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녀는 소피아의 무덤 앞에 작은 백조 인형을 놓았다.

“소피아, 나는 네가 못한 걸 했어. 이제 너도 편히 쉴 수 있어.”

어느 날 아침, 클로에는 엘리너의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템즈 강이 보였다. 햇살이 강물 위에 반짝이고 있었다.

“클로에, 네가 맡은 새 사건이야. 작년에 우리가 도운 그 여성의 친구래. 비슷한 패턴이야. 가해자는 아직 잡히지 않았어.”

그녀는 서류를 받아 들었다. 피해자의 이름은 엠마. 20세. KCL 경제학과.

그녀는 펜을 들어 올렸다.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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